새봄에 드리는 기도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기도하게 하소서가녀린 연록으로 푸르른 날수선화 목까지 차오른 슬픔으로십자가 골고다에 나를 옮겨가게 하소서 기도하게 하소서하루에도 몇 번씩갯가와 저수지를 오가며삶을 노래하는 갈매기처럼삶이 찬양이 되게 하소서 기도하게 하소서봄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피워내고 반겨주는붉은 장미처럼가슴 따뜻한 미소가 되게 하소서 기도하게 하소서가는 계절이 다시 못 올 것처럼 절실하게맡겨진 일에 집중하여온전한 봄날을 드리게 하소서 편집 :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들어 올려진 봄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꽃은 봄을 태워 불러보는 이름만으로도 넉넉한 꽃의 이력은 수려한 자태로 상춘객을 부르고 작은 새는 새싹에 입맞추는 움직임 부둥켜안은 세월을 놓은 채꿈꾸는 새마다 날갯짓이 허허롭다 개나리 두른 골밤새도록 비벼댄 고라니어스름 달빛 틈에 끼인 채 속살을 꺼내 보인 숲으로 달아난다 거칠어진 바다지진처럼 울렁거린 화폭마다 엄마 품처럼 고요로 적시고 뜨거운 심장으로 측정 못하는 꽃바람 길을 가다가혼자일 때 가로수가 편들고빚은 마음 따라 색깔 따라나서고만약을 품은 길은 오던 발자국 기억한다 천만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가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줄 알았다심장 속에 타다 남은 연기로 피어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나선 나그네 가슴은 굽어 머리가 땅을 향하고등은 새우등처럼 휘어진 채 밤을 낮 삼아 허우적거리며 걸어간다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줄 알았다찌르라기 풀벌레 종일토록 노래하는 것도 매운 연기에 게슴츠레 실눈 뜨고 바라보는 외로움으로이른 아침 풀잎에 매달린 투명한 이슬 통과하여 나에게 너를 비추어 나를 바라보는 일상이 된다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줄 알았다까맣게 붙인 속 눈썹이 까치 날개가 되어
제목 : 시골교회에 울려퍼진 콘서트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 콘서트가 울려 퍼졌습니다. 아름답게 건축된 명량교회에서 영광스러운 찬양이 현악기의 선율에 실려 감미롭게 연주되었습니다.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주일(3월 10일) 오후 4시, 전북CBS오케스트라(지휘 김재원) 콘서트가 김제 죽산면 작은 마을에 위치한 명량교회에서 열리게 된 것입니다. 작년 2월 10일, 명량교회 창립 100주년 맞이하여 기념 새성전 헌당예배를 드린 후에 1년만에 드린 찬양의 축제였습니다. 아름다운 클레식 콘서트
프레임 씌우기의 덫 박명수(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1 ]민주 ‘친문’ 전해철 탈락…올드보이 박지원·정동영 귀환동지에서 적으로 ‘3자대결’…여당횡재? 친명건재? 신당생환?비명계 송갑석, 경선 패배…하위 20% 공개자 모두 탈락‘명문 정당’ 간판 내릴 뻔한 민주당…“탈당은 자유” 뒷수습 막전막후‘비명’ 박용진, 정봉주에게 패배…‘친명 공천 논란’ 재점화국힘 간 김영주, 이재명 겨냥 “정치는 사리사욕 도구 아냐”민주 공천갈등에 흔들리는 호남…이낙연·조국 신당 기회 잡을까 [ 2 ]현역불패·비명횡사 만든 시스템 공천 뒤엔 ‘악마의 디테
고향 없는 철새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철새는 고향이 따로 없다비행 중에 날개를 쉬는 곳영양을 채우고 몸을 추스르는 곳날아가는 그곳이 철새들 고향 그저 보이면 보이는 대로 마음 두지 않는다생각이 가는 대로다시 떠날 준비로 허허롭다 주목하지 않는다귀한 손님이라 대접한들그 손님 손사래 치고 반가운 언어조차 기억하지 않는다 좁쌀만 한 이야기로날이 새고 날이 지는 세상들에철새의 동공은 높은 하늘에 닿아둥지를 두게 된 시공간이 그의 고향 편집: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자맥질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신우대 이파리 바람에 나풀거리는 날 지나가던 노랑나비 숲길을 따라나선다사냥하던 멧비둘기가 인기척에 놀라 둥지를 비워둔 채 공중으로 자맥질한다 도시인은 눈 비비고 일어나 밤을 맞고손발이 무거워 등이 휘도록 하루를 낚는다 쏟아지는 태양은 별 뒤에서 쉬고 어부는 늦은 밤 공간에 시간을 낚는데낚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어부들이다 홍수로 자동차가 떠내려가는 새벽녘 꾼 꿈에 탈출하여 지금 살아있는 다행스런 현실에서 개운치 않은 것은 여전히 파도에 맡겨놓은 가마우치가 되어 세상을 자맥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것(2)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살아간다는 것은 마음입니다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생명을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호흡 위에 마음을 포개는 작업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희망입니다살아간다는 것은육신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움직이는 육신에 희망을 얹는 것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도전입니다살아간다는 것은해를 거듭하는 일상이 아니라매듭 같은 해를 엮는 엄숙한 도전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연어입니다살아간다는 것은 물살에 떠밀려간 변명이 아니라몸 부딪쳐 생명으로 바꾸는 연어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기적입니다살아간다는 것은 오늘이 되면 누구
부레 없는 물고기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거친 바람에핏빛 상처 송진을 머금고맨살 드러낸 꺾인 솔가지 손톱 밑에 박힌 장미 가시보다 쓰리다 오뉴월 뙤약볕에속살을 꼬집는 바람 한 올도때로는 천둥 같은 위력으로적막한 바다 동공을 여는 눈물이 되어간다 우물 벽을 지키는 이끼 일상 매일처럼 우물 안을 드나드는 두레박만 멍하니 바라볼 뿐새벽닭 울음 몰라줘도 하늘만을 고집한다 물을 머금은 물고기부레 없이 물에 익사하는 날귀가 열려 닭 우는 소리 들리고입술 부르틀 때까지 노래하는 날 찾아온다 부러진 솔가지단단히 잠가버린 가슴속우물 밖 꿈
쌍문동 외할머니집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지하철 4호선 노약자석 할머니 엷은 미소에 익숙할 무렵 뻘쭘한 손주는쌍문역을 내려 외할머니집 가요 케이티엑스 호남선을 달려싱싱한 청계 알로 익숙한 손주는 역사가 되고시골 할머니 집 꼬꼬가 살아요 탑골공원 방황 둘러 입은 낙엽 들어가길 주저하는 황혼공원에 푸른 봄이 찾으면새싹을 꿈꾸던 햇빛으로 만나요 낙원상가 악기점깔고 앉은 공원 서둘러빠져나온 조율 음악 노곤한 겨울 부추기면주름진 웃음으로도 눈이 부셔요 춘백 망울 웃고개나리 부산 떨고산수유가 밝히는 날다섯 살배기 손주는 봄볕 화려한
내 안에 흐르는 시(2)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내 안에는 시가 흐른다심장의 뚜껑을 열고 나와삶의 모세혈관을 타고 상상의 바다 온종일 주무른다 내 안에는 시가 흐른다영혼 깊숙한 곳에묻어있는 진짜같은 가짜라도 회개라는 빗질로 걷어내지 않으면영혼에 낀 찌꺼기는 제거되지 못할 뿐 내 안에는 시가 흐른다붙잡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가슴뜰에 가득찬 서 말 구슬이라도한 귀 한 땀을 꿰지 않은들산산히 널브러진 공사장같은 조각들이다 편집 :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내 안에 흐르는 시(1)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내 안에는 시가 흐른다내 안에 흐르는 시를누구든지 볼 수가 없다나만 보고싶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시가 흐른다내 안에 흐르는 시를 다 읊을 수가 없다시상이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시가 흐른다내 안에 흐르는 시를 다함께 느낄 수가 없다너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시가 흐른다내 안에 흐르는 시를 다 꺼낼 수가 없다내 영혼에만 묻어있기 때문이다 편집 :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슬픈 등대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산자락 베개 삼고 바다를 이불 삼은 불빛은소리 없는 악기가 되어 피리를 분다너에게 목적이란 시선을 바라보는 일밤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 같은 바다를 살피더니별밤을 헤집고 노동하는 너는 아침을 맞아 서럽다 세상을 굽어보는 너는 빛으로 당당하다얄팍한 미끼로 현혹하는 낚시꾼은제 미끼에 걸려 스스로 넘어지는데빈 껍데기들 낱낱이 비추는 너는속살이 아프도록 후비고 들어가서따뜻한 이불이 되어 아프고 시린 세상을 덮는다 분노한 파도를 타이르고 지친 바다를 격려하는 너는그늘진 세상을 잘근잘근 바라본다어떤
꽃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꽃이 좋은 것은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좋은 것은인격이 있기 때문이다 꽃은 향기로 말하고사람은 인격으로 말한다 편집: 박명수 객원편집위원
기도하지 않아도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따뜻한 새봄 양지바른 언덕 위에 노란 민들레 곱게 피어나도그대는 기도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언뜻언뜻 실려 오는 바람에달구어진 지구 위를 소낙비로 하염없이 식혀줄 때도그대는 기도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나뭇잎이 떨어져 포개어져 쌓여가고 새싹 틔울 진토로 묻혀 갈 때도그대는 기도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북풍이 몰아쳐 지친 영혼에또렷이 들려오는 고운 목소리새봄에 다시 들리도록그대는 꼭 기도해야 되겠어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살아간다는 것(1)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살아간다는 것은 둥지 잃은 멧새 한 마리가어둠에 젖은 숲길에서 고독한 입술이 되어 은하수 짙은 밤을 노래하는 것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포개진 낙엽들이 잔설 속 겨울을 낙숫물처럼 파고들어 무지개 같은 봄을 출산하는 노동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가쁜 숨을 몰아쉬며 목이 마른 나그네에게 생수 같은 한 모금마실 물을 건네는 따뜻함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떨어지는 폭포수에 영롱한 무지개로 피어올라산허리에 걸치는 안개 같은 풍경화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찬 이슬 시린 발로 여명의 새벽을 헤집고마지막
내가 아닌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어느덧 살아낸 세월에익숙해진 나는아프면 아프다 말하고힘이 들면 힘들다 말하지 못하는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살아가는 자에게는그 무게만큼 무거워속 살을 꺼내지도 못한 채두꺼운 껍질로 무디어 살아간다 밤 하늘 별들이시린 공간을 도리깨질하고구름 사이 보이는 달은싸늘해진 공기만큼그 빛이 유난히도 커보인다 나는 내가 아니다나를 바라보는 나는이미 내가 아니다 옳은 것을 옳다 말하고그른 것을 그르다고말하지 못하는 나는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나였으면 좋겠어요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가끔 전화해서안부를 걱정하고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한 여름 가뭄에시원한 소나기같은 사람 금방 꺼져버릴 듯바람 앞에 등불같이절망적인 현실에도어둔 밤하늘 새벽별처럼 세상에 빛을 밝혀주는 사람 한번 만나 보면가축 농장 주인 몸에배인 배설물 냄새처럼그리움이 묻어 전혀 지워지지 않는 사람 가까울 땐 몰랐는데멀리 떨어지면소스라친 토끼 눈처럼내 심장 안에 들어와 인감 도장을 찍은 사람 나였으면 좋겠어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겨울을 타는 기차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겨울로 가는 기차 승객을 위해 정거장에 잠시 멈추는 일은 있어도가는 도중에 머뭇거리지 않는다 겨울을 위한 기차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강아지 잠에서 깨어눈 비비고 일어나는 일상처럼숙명으로 여겨지는 필요한 노동 겨울로 향한 기차 이른 아침 서릿발에시린 이를 드러내고외양간 황소의 되새김같이잘근잘근 세월 위를 미끄러진다 겨울을 타는 기차차가운 유리창 성에로비친 얼굴이 안 보일 즈음조바심 가득한 미소는새봄을 나르는 고드름으로 녹아내린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지팡이의 슬픔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지팡이 한 자루무거운 시간에 기대어몇 달이 지나도록 병원 향한 주인을 기다린다 거칠어진 손길 놓쳐버린 지팡이 봄비로 마음을 담그고 검은 밤을 버티다 잠이 든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빈 그릇을 확인한 들고양이 스스로 발소리에 놀라두꺼운 입술이 되어 하루가 간다 어느 날나무 지팡이는 사라지고집안에 들어온 새로운 지팡이가힘을 과시한 채 주인집 문 앞을 지킨다 수의 찾아온 멧비둘기문밖에 기다리던 지팡이가 일어난다수의 찾은 비둘기 여행길지팡이를 무시하고 오던 길 재촉한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백
풀꽃의 꿈 -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푸른 색깔 사이로 숨을 쉬다가 불현듯황갈색 폭풍우 꼬임에 빠져처연한 삶에 부대끼는 바다 엄마 찾다 지쳐날개 접어버린 까치 저민 가슴으로 품어화석보다 더 깊은 하루를 연다 굵은 눈물 같은 분신 가녀린 이슬처럼 살다가 벌 나비 손님에게 체념이란 명분으로 버텨낸 길 위의 순례자상처가 커 갈수록향기 진동하는 향나무둥지 잃은 딱새를 부둥켜안고 서리 맞은 달개비는 향기로 젖는다 비바람에 가슴 울고 온 밤을 뒤척이던 날 관을 덮는 슬픈 심정으로 웃음 너그럽게 펼쳐 보이는 꽃망울 손잡지 않아도 외
너는 꽃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너는 꽃이라 불러주기 전에도너는 마냥 꽃으로 피었다 너는 사랑이라 불러주기 전에도 너는 이미 사랑으로 피었다 너는 은혜라 불러주기 전에도 너는 벌써 은혜로 뿌려졌다 너는 선물이라불러주기 전에도 너는 선물로 세상에 보내졌다 꽃은 꽃피우기 전까지꽃은 아니지만 너는 꽃피우기 전에도 꽃이었다 * 내 고향 11월은 육지배기 단풍꽃이 선운산을 두르는 가을입니다. *고창 선운산 단풍(필자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붙박이 배추밭 박명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익어가기 전물로 흘러내린 감고개 떨군 주인은덕장에서 멀어진 후배추밭 포기들만 수군댄다싸리재 넘어새벽 찾은 물까치젖은 실개천에 몸을 씻고감잎 끝 눈물을 찍어꺾인 나뭇가지 노동을 삭혀낸다 걸터앉을 만큼낮게 저민 안개엄마 손 놓친 사슴처럼타는 심장만 저려오고주인 잃은 배추밭에 서성인다 하늘 아래 충렴골녹아내린 감나무응답 없는 전화처럼허공에만 착신되는지끊긴 전화벨은 말 잊은 지 오래다 먹구름 짓누르면해 뜰 날 기다리고세찬 바람 부는 날엔바람 잘 날 찾아온다고음지는 양지된다 햇살이 손 내민다
쇳대 하나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매일 아침 광문 열던 시어머니 아침 지을 쌀 한 됫박 고봉 깎아 며느리에 건네든 일상 한여름 원두막 군것질 생각나서겉보리 한 바가지 퍼낼 때도 열쇠는 뒤주 속 눈금자를 기억했다 파 뿌리 된 며느리건네받은 *쇳대는 허리춤에 무뎌진 채 매달려어둑한 밤 지켜낸 파수꾼을 닮았다 서릿발로 덥혀진 들녘을 식히고 뙤약볕 콩깍지 열리는 소리 마당 가득한 비둘기 부리 분주한데 무거운 손열쇠 움켜쥔 백발은 호흡 짧아진 자물쇠를 열어노곤한 몸 누일 석양을 붙잡는다 무너진 장막 집 든든한 쇳대 하나 붙잡
아픔의 끝단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여름 장마철 태풍보다 더 질긴 가지에 붙어 있지 않고는 열매의 풍요를 만져볼 수 없습니다 새벽녘 서리로이파리 시리도록 아픔 견뎌내지 못한다면 홍단풍 색조는 채색할 수 없습니다 물 한 모금도다문 입술 횡단하지 않고는식도에 다다를 수 없듯이 슬픔의 다리 건너지 않고 기쁨의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슬픔과 기쁨 사이망각의 시간 들이킨 강물이 모여 웅얼거리고 강은 새벽안개를 모아 출렁입니다 초승달로 시작하여 보름달로 건너려면튼실한 반달 상판 하나 들고그믐이라는 교각 가로놓아야 합니다 절망보
슬픈 가을의 소묘(素描)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색깔 고운 등산복가을을 두르고지팡이질 쾡한 두 눈이슬 떨어내는 발자국다람쥐 청설모 가슴만 아린다 배달된 문예지첫 장 낯선 시어들떨어질 듯 붙어 다니는각질 일어난 발뒤꿈치그림자가 그림자를 묶는다 달구어진 여름 무게만큼 가벼워진 가을 들어 올려 귀뚜리에게 변질된 음색으로 정장을 입힌다 여치보다 가는 목소리로 아침 안개 불러 날맹이부터 빗질하여 갈색 수채화로 묶어낸 은천골 전화 한 통 기다리다 지친소쩍새 밤새 울고다시는 울지 않게 된 날소쩍새 장막집은 보이지 않는다 편집 :
엄마 송편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송편 안칠솔가지 꺾어와라엄마 목소리 큰똥뫼 소나무 꺾다뱀 또아리 소스라쳐놀란 기억 여전한데 엄마 손 송편 맛은어디로 달아났을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물 한 방울의 인격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부드러운 인격은 담기는 모양대로 머리를 풀고오늘 아닌 내일을 향해 빛깔 고운 새 옷을 순식간에 갈아입는다 투명한 색깔로자신을 들여다보고오롯이 인격을 비추는 거울로순전한 마음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맑은 심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때로는 아파서 흐르는 오물도 두 손이 모자라 강뚝을 더듬어가며등을 돌리는 악취도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다 위의 것을 거들떠보지 않고오로지 아래로만 향하는 너는떨어져 내리는 곳을 가리지 않고가는 길을 끝내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힘이 들면 부딪쳐 쉬어가고막으
어청도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향긋한 쑥 향기가 해초 냄새 시기하는 곳 백로 떼가 도요새를 친구 삼아 뒹구는 동네 해당화 찔레꽃이 봄을 실어 나르는 섬 그 이름 어청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쑥 박 명 수 (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꽃보다 더 꽃같은 향기 그윽한 꽃꽃으로 향기를 드러내지 않는 꽃꽃이 피면 오히려 향기 달아나는 꽃꽃이라는 이름 없고 향기 감추지 않는 꽃꽃으로 향기 낼 수 없지만줄기로 향기내고 잎으로 향내 쏟는건강한 인격을 토하는 향기말라버린 순간까지 향기로 말하는 꽃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고구마 상처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2층 계단 위 사택 현관앞갉아 먹은 고구마 흔적 어제 온 다람쥐 손님주인을 만나지 못한 서운함에 눈인사 대신 갉아먹고 가노라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눈물 흘리는 바다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산허리 밭두렁 가녀린 달래 줄기 모종용 비닐 곽을 비집고 버거워진 흰 목을 꺾은 채 뚫린 울음을 하고 슬픈 바다를 향한다 플라스틱 병뚜껑 아귀 입을 지나어두운 터널 속에서 질긴 원유(原油) 입에 물고 숙명 같은 타액을 유감없이 삼켜간다 식어버린 얼음 조각 핥다 지쳐 헐떡이는 북극곰눈앞에 연어를 목격한 날 끈적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다 배앓이하는 아이처럼 힘없이 주저앉는다 곰 등위에 앉은고독한 직박구리실 끈 묶인 발목을 하고 무너진 빙산에 머리를 맞아방향 잃은 항구에서 빛 없는 낮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