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저마다 가져온 김밥, 떡, 만두, 과일에 커피까지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다시 계류로 내려가는데 먼저 온 꽃쟁이들 여럿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꽃이 필 무렵 여러 장 잎이 바닥에 펼쳐져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치맛자락을 쫙 펼치고 앉아 있는 듯한 처녀 모습을 연상 시킨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 백합과 처녀치마에 꽂혀 있군요. 모델도 그만이지만 절벽 같은 암벽 위에 자리 잡은 배경도 그만입니다. 다만 빛이 역광인 것이 사진 찍기에 좀 아쉽습니다. 다른 해에는 꽃이 피었다가
심각한 황사 무릅쓰고코로나19로 작년 한 해를 허송했습니다. 무서워, 무서워하다가는 올해도 그리될까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심각한 황사 무릅쓰고 꽃동무들과 천마산 꽃산행에 나섰습니다. 예년보다 조금 이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온갖 봄꽃들이 앞 다퉈 핍니다. 봄꽃들의 대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심 속 벚꽃이 예년보다 빨리 피었다는데 산속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변화를 실감합니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북사면 물기가 많은 계곡 주변에 가야 많습니다. 해서 팔현리 계곡에서 출발하여 돌핀샘까지 갔다 오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春 信 일상이 정지된 코로나 역병 속에 복수초 꽃망울이먼저 봄을 열고 있네 언 땅 녹이고홍릉숲 모퉁이에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함박꽃나무넓적하고 짙푸른 잎 사이로 하얀 꽃이 우릴 반기는 듯 얼굴을 내밀고 함박 웃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 자생종 함박꽃나무입니다. 이른 봄에 흔히 보는 백목련은 중국에서 관상용으로 들여온 외래종입니다. 함박꽃나무는 깊은 산에 자라기에 산목련이라고도 부르지요. 북한에서는 목란(木蘭)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름의 유래를 찾아봤더니 위키백과에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1964년 5월 황해북도의 한 휴양소에 머물고 있던 김일성 주석이 이처럼 좋은 꽃나무를 보고 (이 나무를) 그저 '함박꽃나무'라고 부른다는 것은 어딘가
화악산, 해발 1,468m의 높은 산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으며 가장 높은 산입니다.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꽃쟁이들에게는 꽤나 알려진 산입니다. 금강초롱꽃, 닻꽃과 같은 높은 산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멸종위기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산입니다.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기상 예보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조화이지만 꽃쟁이들에게는 그리 달갑잖은 소식입니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장마 오기 전에 서둘러 꽃동무들과 함께 화악산을 찾았습니다. 아직 한여름이 아니라 진정 여름꽃을 만나 볼 수 없지
북한산 털개회나무가 보고 싶어벌써부터 한여름을 무색하게 하는 무더위가 엄습한다. 코끝을 스치던 라일락 향내도 가뭇없이 사라진 오월의 끝자락, 미스김라일락의 원조가 되었다는 북한산 털개회나무가 보고 싶다. 축령산, 명지산, 가야산, 설악산 등에서 만나 본 적이 있지만 정작 북한산 자생지에서는 지금까지 못 보았다. 하여 북한산 근처에 거주하며 자주 오르시는 한겨레주주통신원 김미경 님께 자문했다. 예상한 대로 자생지와 개화기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주저할 것 없이 우린 동행하기로 5월 마지막 일요일 날을 잡고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약속했다
한반도에만 사는 생물종 수는?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현재까지 약 15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가운데 우리 한반도에는 약 1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으며, 그 중 약 3만 종만 알려져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 중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우리 한반도에만 사는 생물종이 있다. 이들을 한국특산종 또는 한국고유종이라 부른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2015년 한반도 고유생물종 목록을 검토한 결과 2,253종이 사는 것으로 최종 정리한 바 있다.한반도에만 사는 식물종
꽃도 예쁘고 이름도 특이한 깽깽이풀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중에 깽깽이풀이란 꽃이 있다. 앙증맞기 이를 데 없는 깽깽이풀, 언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워낙 꽃이 예쁘고 곱다보니 수난을 많이 당한다. 그래서 식물원이나 수목원에 가야 볼 수 있지 자생지에서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다. 내가 처음 깽깽이풀을 대면한 곳도 홍릉수목원에서다. 조금 이른 시기라 꽃망울이 아직 완전 벙글지는 않았을지라도 붉은 빛깔의 방패 같은 둥근 잎과 연보랏빛 꽃이 지금도 선연하다. 꽃도 깜찍하고 예쁘지만 그 이름도 특이하여 한번
이맘때 꽃이 피는 털조장나무가 있다. 같은 녹나뭇과의 낙엽 떨기나무이지만 생강나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생강나무야 분포역이 전국구라서 산에 가면 어디서나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요즈음 은은한 향내를 풍기며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생강나무가 한창이다. 하지만 털조장나무는 고향이 남쪽 지역이라서 서울 근교 산에서는 대면할 수 없다. 무등산국립공원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flagship species) 털조장나무는 수달과 함께 2018년 무등산국립공원 기념주화로 발행된바 있어 그 이름이 일반에게 알려졌다. 꽃이 핀 털조장나무가 보
구렁이입니다. 무섭고 징그럽습니까? 저도 깜짝 놀랐지만 한편 반가웠습니다. 어릴 적 고향에서 본 구렁이를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조우할 줄이야! 국립공원 무등산 깃대종 털조장나무를 보러 광주에 갔다가 내친김에 한국의 전통 정원 소쇄원도 둘러보려고 담양까지 갔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소쇄원 근처 농로 따라 가다가 길가에서 전혀 예기하지 않은 구렁이를 만났습니다. 삼동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면서 지내느라 기력이 쇠진하고 추웠을까, 꼬리 일부는 다 드러내지 못하고 그냥 구멍 속에 넣어 놓은 채 밖으로 나와 꿈쩍도 않습니다. 따뜻한 봄
천마산은 나의 식물 학교장입니다. 서울 근교에 이만한 산이 드뭅니다. 식물에 빠진 이래 내가 즐겨 가는 산입니다. 내 블로그에는 천마산에서 모셔온 식물종이 참 많습니다. 언제 어디쯤 가면 뭘 만날 수 있는지 머릿속에 훤하지요. 그런데 올 들어 왜 이렇게 미세먼지가 극심할까요? 옴짝달싹 못하고 집 안에 처박혀 있자니 안달합니다. 다행히 내일 일기 예보에 미세먼지 좋음 수준이랍니다. 과연 오늘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남한산성이 선명하게 내다보입니다. 북서풍에 미세먼지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꽃샘추위가 고맙기까지 합니다. 혼자라도 가려는
‘수정란풀’을 처음 만나다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했던가. 드디어 나도수정초 말고 수정란풀을 만났다. 지난해 가을 제주도 서귀포 효돈천 근처 계곡 숲속에서 처음 만났다. 수정처럼 맑고 꽃이 난초처럼 생긴 하얀 풀, 그러나 흡사 버섯처럼 생겨 도무지 풀 같지 않은 수정란풀을 만났다. 식물도감 기재문을 통해서, 남이 올린 사진을 보고서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수정란풀, 정작 자생지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줄기도 굵직하고 꽃도 큼직한 것이 가냘프고 야리야리한 나도수정초와는 한눈에 보아도 확연히 달라 보인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갑자기 군가처럼 들리는 확성기 소음이 요란하게 들려온다. 창밖을 내다보니 도로가에 주차한 노란색 승합차 몇 대가 보인다. 차에 꽂은 붉은색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자유한국당 ‘국회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관련해 민주당과 야3당의 강경 대등에 맞선 극우단체의 불법집회려니 생각하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1시간이 넘게 지났는데도 귀에 거슬리는 큰 소음이 여전하다. 112에 신고할까 생각하다가 나 말고 누군가 하겠지 싶어 접었다. 시위현장에 직접 가서 사정을 자세히 알고 싶어 나가 보니 경찰차도 나와 있다. 시위현장 도로 건
산나물 하러 변산에 가다합나리나무 하면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였을까, 봄에 사촌형을 따라 변산에 산나물을 하러 갔다. 우리 마을 뒤쪽에는 나지막한 배메산과 누역메산이 있다. 가깝지만 그곳에서는 산나물을 다양하게 할 수가 없다.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굳이 우리 동네에서 7~8km쯤이나 떨어진 변산 개암사 근처로 산나물을 하러 갔다. 그곳 개암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봄가을로 으레 소풍가는 곳, 입구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형과 나는 바로 저수지 왼쪽 산자락으로 올라갔다. 그땐 큰키나무는 찾아볼 수
‘참죽나무’는 어떻게 생긴 나무인가? 참죽나무는 높이 20m 정도로 자라는 낙엽 교목이다. 나무껍질은 암갈색을 띠며 오래되면 세로로 얇게 갈라져 벗겨진다. 겨울눈은 길이 6~8mm의 광난형이며 끝이 뾰족하다. 잎은 어긋나며 10~22개의 작은 잎이 마주 달리는 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길이 8~15cm의 피침형 내지 장타원형이며, 끝이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얕은 톱니가 성글게 있는데 드물게는 밋밋하다. 뒷면은 잎맥 위와 겨드랑이에 갈색 털이 있다. 꽃은 6월경에 암수한그루 암수딴꽃으로 가지 끝에 아래
참죽나무와의 조우쭝나무, 우린 어릴 때 그렇게 불렀다. 이게 참죽나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에야 깨달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울 근교에서는 참죽나무를 만나 보지 못했다. 지난여름 중학교 친구들과 광주 남종면 분원리에 간 적이 있다. 싱싱한 토마토도 살 겸 가까운 분원초등학교 뒷산 산행도 하려고 몇 해 전부터 이맘때 가곤 한다. 쉬엄쉬엄 올라갔다가 다 내려와 분원리 삼거리 즈음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것도 꽃이 활짝 핀 귀한 참죽나무를 만났다. 흰 밥알만 한 작은
왜 까마귀베개일까?까마귀베개, 이런 이름의 나무가 있다. 까마귀도 베개를 베고 잠을 자나? 이름이 참 재미있다. 어떻게 이런 이름이 지어졌을까? 처음엔 참 희한한 이름도 다 있구나 생각했다. 꽃이 지고 나면 보리알만 한 열매가 생긴다. 처음엔 초록색, 점차 커지면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여름철이 되면 노란색 열매는 차츰 붉어졌다가 가을철이 되어 다 익으면 검은색이 된다. 검게 익은 열매에서 우리는 쉽게 까마귀를 연상할 수 있다. 그런데 까마귀가 베개를 베고 잔다? 그럴 리는 없는데 왜 그럴까? 검게 익은 열매의 과육 속에 들어 있는
이맘때 제주도 성산포 근처나 김녕 쪽 바닷가 올레길을 걷다 보면 샛노랗게 핀 무궁화 비슷한 꽃을 만난다. 이게 바로 글자 그대로 노란 무궁화 황근(黃槿)이다. 황근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분포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식물이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II급종으로 법령으로 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한여름 작열하는 햇빛을 받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 있는 샛노란 황근은 화사하기 이를 데 없어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꽃이 예쁘다 보니 지금은 다량으로 증식하여 해안도로가에 가로수로도 심어 놓아 예전보다는
'얼레지'와의 첫 만남얼레지는 야산에서는 볼 수 없다. 비교적 높고 깊은 산에 가야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야생화 동호회에서 남양주 천마산 번개할 때 처음 대면했다. 고갯마루 쉼터에서 팔현리 쪽으로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데 펑퍼짐한 사면에 갑자기 고개를 숙인 붉은색 꽃이 도열하듯 눈앞에 펼쳐진다. 요조숙녀 같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이 붉은색 꽃이 바로 얼레지란다. 봄에 피는 꽃은 대체로 노란색이거나 흰색이 주종을 이루는데 숲속에 온통 붉은색 꽃밭이 펼쳐지다니. 눈앞에 밭을 이루어 펼쳐진 광경을 처음 보
히어리, 이름이 우리나라 식물 같지 않은 나무가 있다. 그래서 외래종으로 오인받기 쉬운 우리나라 토종 나무가 있다. 3월 하순부터 4월초 잎도 채 나오기 전에 노란 벌집처럼 생긴 꽃들이 가지마다 옹기종기 매달려 드리우고 피는 떨기나무가 있다. 늘어진 가지에 위를 향해 하나씩 달려 꽃이 피는 개나리와는 달리 히어리는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가지마다 올망졸망 한데 매달려 드리우고 있다. 얼른 보면 그 모양이 꼭 노란 꽃초롱 같다고나 할까.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화사하고 앙증맞은 꽃송이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리라.
변산바람꽃으로 한 해의 꽃산행을 시작하며아무도 ‘그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서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 꽃, 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1993년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우리에게로 와 '변산바람꽃'이 되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Eranthis byunsanensis B.Y.Sun’ 라고 하는 학명으로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미나리아재비과 ‘Eranthis’ 속에 해당하며 한국의 변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변산바람꽃을 처음 만
한반도 식물을 서구에 알린 서양 학자들과 신부식물분류학에 대한 지식이 아주 없던 조선후기에 한반도 식물은 주로 외국 학자들에 의해서 서구에 소개된다. 일본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온 1860년 영국인 Wilford, Oldham, Carles, 1880년 독일인 Sontag, 1897년 러시아의 Komarov 등 서양 학자들이 한반도 식물을 채집하고 그 표본을 서구의 식물원이나 표본관에 보내 한반도의 식물을 부분적으로 소개한다. 이후 한반도 식물을 대대적으로 서양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분으로 프랑스 파리외방선교회에서 파견한 두 신
김대중 대통령은 왜 구상나무를 심었을까?왜 구상나무를 심었을까? 김영삼 대통령은 캐나다 국기에도 들어 있는 설탕단풍나무(Sugar Maple)를 심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터넛 히코리(Bitternut Hickory)라고 하는 캐나다 가래나무 종류를 심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은 구상나무를 심었다. 작년 여름 캐나다 동부 여행 때 수도 오타와 시에 있는 총독관저 리도 홀(Rideau Hall) 정원을 둘러볼 때 생긴 의문이다. 잘 정리된 진입로 좌우로 큰키나무 활엽수인 아름드리 단풍나무 종류가 숲을 이룬다. 숲 속 여백 군데군데에
성인병에 좋다고 알려진 산수유(山茱萸)는 우리나나 토종이 아니다. 열매를 약재로 쓰기 위해 중국에서 도입한 외래종이다. 주로 산간 마을 근처 빈터에 심어 길렀다.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은 농촌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일찍이 그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산수유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김종길의 시 「성탄제(聖誕祭)」 에서다.어두운 방 안엔바알간 숯불이 피고,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이윽고 눈 속을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충격적이었다. “늑대 발처럼 생긴 물석송 81년 만에 국내에서 발견” 우연히 꺼내 본 스마트폰 뉴스 중앙일보 머리기사 제목이다. 아니 지난 8월에 내가 완도에서 찾아낸 물석송이 아닌가?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하순 우리 연구회 마지막 삼척지역 식물상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차 안에서였다. 보는 순간 왠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저녁 9시 조금 넘어 집에 들어서니 KBS 뉴스가 진행 중이다. 난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 내가 만나본 바로 그 자리에서 물석송을 발견한 사실을 취재한
달짝지근한 산자고, 깐치밥의 추억군것질할 것이 별로 없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까치란 놈이 뿌리를 잘 캐 먹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우리 고향에선 산자고를 깐치밥이라 했다. 봄이 오면 쪽파 대가리보다 좀 작게 생긴 산자고 비늘줄기를 캐서 먹었다. 맛이 약간 밍밍하고 끈적끈적하지만 달짝지근한 맛이 있어 먹을 것이 별로 없는 때인지라 우리는 그것도 달게 먹었다. 하지만 무릇의 비늘줄기는 혀가 아리고 써서 그만 퉤퉤하고 뱉어 버릴 수밖에 없다. 처음엔 깐치밥을 캔다는 것이 무릇의 비늘줄기를 캐서 먹는 시행착오도 여러 번 했다. 꽃이 없을
꿈에 그리던 풍도행 뱃길에 올라 꽃산행, 올해의 답사 1번지는 풍도로! 나의 제안에 꽃동무 모두 의기투합하여 2달 전에 결정했다. 여러 해 전부터 봄꽃 답사지로 유명해진 그 섬, 풍도에 가고 싶었다. 동호회 따라 떼로 패로 몰려가긴 싫고 그렇다고 혼자서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여태껏 실행하지 못했다. 20일 전에 배편과 펜션을 예약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풍도 뱃길에 올랐다. 혼잡을 피해 평일을 택했건만 동승하는 사람 대부분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메고 가는 걸 보면 꽃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들일 터이다. 9시
나의 식물 공부는 이렇게 시작돼어느 핸가 스승의 날이었다. 전임 학교를 졸업한 제자 몇몇이 찾아왔다. 선물이라며 들고 온 종이가방을 불쑥 내놓는다. 김태정의 봄·여름·가을 시리즈 3권과 송홍선의 이 들어 있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런 얘길 했다는 것이다. 생물 선생이 되고 싶었는데 국어 선생이 되었다고. 그래서 은퇴하면 카메라를 메고 산과 들로 다니면서 만나는 식물들 사진을 찍고, 식물을 벗 삼아 소일하고 싶다고. 그런 사소한 얘길 잊지 않고 책까지 사 오다니 참으로 고마운 제자들이다
봄을 선도하는 꽃이 있다. 매화나 산수유보다 앞장서 봄을 알리는 꽃이 있다. 순백의 꽃부리 안에 은은한 향기 안고 봄을 선도하는 우리 꽃 백서향(白瑞香)이 있다. 물론 같은 시기에 피면서 향기까지 똑같은 꽃으로 서향(瑞香)도 있다. 그러나 서향은 토종이 아니라 중국 원산의 외래종이다. 꽃 색도 순백이 아니라 연한 홍자색이요, 숲 속에서 자라지 않고 관상용으로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기른다. 백서향(白瑞香)은 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 숲 속에서 드물게 자라는 토종 자생식물이다. 같은 팥꽃나무과 집안일지라도 서향은 백서향에 비견할 바가 못
생물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난 생물 교사가 되고 싶었다. 시골 면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매시간 과목이 달라지고 선생님이 바뀌는데 유독 생물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궁벽한 산촌도, 드넓은 들판도 아닌 전형적인 시골 농촌이다. 우리 마을 앞에는 오래된 방죽이 하나 있고, 뒤로는 나지막한 솔밭이 자리한다. 조금 더 뒤쪽으로는 좌우로 야트막한 산이 솟아 있는데 여기서부터 바로 반도 변산(邊山)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산촌과 평야의 중간 지점, 논과 밭이 적당히 혼
선연히 떠오르는 떨어진 동백꽃동백꽃은 있는 그대로 참 아름답다. 눈 속에 피어 있는 동백꽃은 더욱 아름답다. 떨어져 있는 선연(嬋娟)한 동백꽃은 더더욱 아름답다. 전라남도 가거도 독실산 정상에서 만난 노거목 아래 마치 꽃자리를 펼쳐 놓은 듯 떨어져 누워 있는 동백꽃을 나는 잊지 못한다. 2009년 5월 초 식물상 조사차 가거도에 갔을 때, 등산로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아 거친 풀숲을 헤지고 가까스로 해발고도 639m 독실산 정상에 올랐다.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한 아름 됨직한 줄기, 사방으로 뻗어 커다란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무성
백부자를 식물원에서 보았지만꽃동무 단톡방에 남한산성 백부자 번개를 하자는 메시지가 떴다. 눈이 번쩍하고, 귀가 솔깃한데 하필 그날따라 치과 예약이 잡혀 있을 게 뭐람! 백부자가 귀한 약재로 쓰인다는 것, 그래서 약초꾼들이 남채하는 바람에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때까지 자생지에서 개화한 실물을 보지 못했다. 내가 백부자를 처음 본 것은 평창 오대산 입구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다. 흔히 보는 투구꽃이나 진교와는 꽃 색깔이 다르고 모양이 특이해서 그 인상이 오래 남아 있다. 그러나 식물원에 식재되어 있는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