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가지가 인도에 뒹군다.낙화도 낙엽도 아닌 강풍에시달리다 추락한 것이다.봄꽃이 만개하는 시절강풍도 아랑곳하지 않고철쭉 명자 씀바귀꽃들이 활짝 피고편의점 앞에는 실하게 자란다육이가 해바라기 중이다.어느 집 울안에는 환히 피었던겹 홍매화가 색이 바래가지만낮은 자리 블록 틈의 민들레는 활짝 피고연록들은 녹음으로 갈아타려는 중이다.봄 길에는 매 순간이 만남이다.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그림에 있는 수건은 걸려 있는 모양이 좌우가 다르다.통상 대중탕이나 숙박업소에서 사용하는 수건은 한 사람이 사용하면 바로 빨래 바구니로 들어가지만, 집에서는 특별히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면 다시 수건걸이에 걸게 된다. 수건이 언제부터 접힌 상태로 걸쳐지기 시작했는지 나도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특정인이 쓰면 항상 접혀서 걸쳐 있었던 거다. 이 특정인을 `레카`라고 하자.이 접힌 수건이 내 눈에 띄면 펼쳐 놓거나 세탁기로 들어가다 어느 날 문득 레카의 습관인 걸 알게 되고 몇 번의 잔소리를 했다. 또 나를 비롯해 안 그
9살 어린 아들과 둘이 살던 엄마는 어린 아들을 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엄마가 죽어도 아내와 어린 아들을 버리고 떠난 아빠는 소식이 없고 엄마마저 잃은 아이는 천애 고아가 되었다. 죽은 엄마는 이웃집이 자신이 소유한 산에 묻어주었다.아이는 천 리도 더 되는 멀리서 사는 이모가 와서 데려갔다. 이모네는 아이 넷인데 여기에 얹혀살았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지만 이모도 아이가 넷인데 조카까지 거두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 눈치는 또 얼마나 보였을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겪던 세파, 항상 눈치가 보였지만 나이가
다듬지 않은 깻잎 한 봉지 집에 가져와 저울에 달아보니 300g, 한 장 한 장 20장씩 차곡차곡 쌓았더니 예상보다 많아 170 여장 된다. 천 원의 행복이다.어릴 때 엄마는 가을이 되면 누렇게 익은 깻잎을 따다 실로 묶어서 무쇠 가마솥에 삶았다. 삶은 깻잎은 수분을 최대한 제거하고 막장에 장아찌로 재서 1년 동안 밑반찬으로 주었는데 요즘 살림 구조에서는 그런 맛을 낼 형편이 안 된다.생 깻잎을 조리할 때 양념을 많이 넣으면 처음 먹을 땐 좋아도 조금 두면 곰팡이 밥이 되었다. 곰팡이 안 나게 하려 이 궁리 저 궁리 소금 많이 넣고
마장 호수출렁다리가는 데 출렁오는 데 출렁속은 울렁울렁19세도 아닌데 혼미한 정신겨울맞이 초목은단풍으로 갈잎으로 잎 털고흙은 이불을 덮었다.호수는 말없이오는 이 가는 이맞고 배웅하고분수대 아이 상은세차게 소피를 뿜는다.유모차 승객이분수대에 삿대질한다.이~야~아~~~거기 쉬하면 안 돼!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가을이라지만 한낮의 열기는 한여름을 능가한다. 하기야 그래야 열매들이 맛이 들고 곡식이 영글 테지.6시 넘어 돌계단에 앉으니 따뜻하다. 한낮의 태양이 달궈놓은 돌덩이일 테다. 사람을 기다리고 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앉아서 잠깐 뭘 할까? 전화기로 인터넷 서핑을 할까, 독서를 할까,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한눈을 파는 사이, 옆에서 웅성웅성한다. 돌아보니 초등학생 4~5학년쯤으로 뵈는 아이들 서너 명이 중랑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모양이다. 계단 가운데 자전거 길로 타던 자전거 끌고 힘들게 올라오는 중이다. 그런데 보는 순간이
담장 옆 흙무덤에 호박씨 하나 터 잡더니 싹 틔운 지 몇 달,덩굴 뻗나 싶더니 꽃피고 열매 맺더라.오가며 눈도장 찍고 비 뜸한 9월 물동이 들고 몇 번 드나드니무럭무럭 자라 아기 머리만 한 호박 되었다.더 두면 작은 호박 진로방해 될라가지 치는 가위로 꼭지 잘라 달아보니몸무게 일 킬로다.된장찌개를 할까,추석 전을 부칠까,나물을 할까…….애호박 하나 두고 할 거도 많다.적은 식구에 할 수 있는 거 다 해도 되겠다.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갓 태어난 아기들은 하루 차이가 나도 하는 짓은 눈에 띄게 다른데 이를 두고 ‘오뉴월 하루해가 무섭다’고 한다.정이, 고등학교 때 주민등록증을 받고 성년이 되었지만 사회생활은 엄마 탯줄 끊고나온 영아 수준이니 집 떠나 만난 언니를 많이 의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언니는 20대 후반으로 이 학교 오기 전, 몇 년 직장을 다니며 가족을 부양하는 생계 전선에 있다가 터닝 포인트가 필요해 직업학교를 왔다고 했다.그러나 정이는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고 공부고 재미가 없어 언제 학교를 그만둘까 기회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책도 없이 부
“통화가능하세요?” 정이의 카톡이다.밤늦은 시간 통화하기엔 무리이고 카톡으로 가능하다니 장문과 단문 등등이 오고가며 두 어 시간이 갔다.그 중 첫 카톡은 주인에게 보낸 내용으로 "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 집에서 절대 못 나간다"가 요지였는데 문자를 그렇게 보낸 게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는 문의였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내가 어찌 잘잘못을 알겠나. 집주인과 갈등이 있었나 물어보니 그도 아니란다. 그러면 느닷없는 문자에 집주인 황당했겠다. 무슨 일인지 사건을 되짚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거슬러 확인을 하게 되었다.서울에서 고속버스
신년 벽초에 어르신도 선배도 아닌 7~8년 후배의 부고가 떴다.예상치 못하던 비극이었지만 소식을 접한 순간 짚이는 바가 있었다.몇 년 전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지금 기억이 확실하진 않아도 ‘몇천만 원 빌려주면 월 몇십만 원의 이자를 주겠다’는 내용 정도, 자타가 공인하는 월급쟁이 아니면 은행에 담보물이 있어야 가능할 액수였다. 문자 내용으로는 딱 스팸 같았는데 번호는 지인, 번호를 도용한 스팸인가 하고 전화를 해보니 본인이 보낸 게 맞았다. 휴대전화기를 바꿔서 지금은 그 문자가 없어졌다집안에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있었고 아이 둘이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이번에는 코로나19 덕에 고구마를 알뜰히 먹게 되었다.비바람이 몰아치던 기나긴 장마의 끝을 보고 쨍쨍한 날이다. 지하실을 들어가 눈앞에 닥치는대로 들춰본다. 제습제 세제 안녕하신 고구마 사망하신 감자 무덤 등이 있다.이 중 급한게 안녕하신 고구마와 사망하신 감자처분일 게다. 살아계신 고구마 5~6kg은 옹기종기 모여서 싹이 서너 가닥 보이고 모두 고운 자태로 안녕이다.감자 제끼고 고구마부터 꺼내 마당 함지박에 넣어 수돗물을 틀어 담그니 10여 개월 물 구경 못하고 지하실에서 수절한 고구마가 물에 둥둥 목욕재계에 돌입한다. 목욕 중인
내일 국 끓일 미역을 미리 물에 담가놓았다.요즘 미역은 굳이 하루라는 시간을 앞서서 불리지 않아도 한 시간 정도만 물에 담가 두어도 충분하다. 더 급하면 따뜻한 물에 담가도 되지만 내가 잊지 않으려는 방편으로 미리 준비한 것이다. 가공이 잘되어 깨끗하고 손 갈 일 없이 편리한 미역을 보며 소싯적 미역을 소환한다. 내가 어렸던 시절, 미역은 억세고 돌도 많았다. 씻고 문지르고 씻고 씻어내며 잔모래 고르는데도 하 세월이었다. 아마도 그 시절엔 양식이 안 되어 자연채취에 건조방법이 원시적이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요즘 식품
30여 년 거래하는 집엘 갔더니 만원이다.지난번에 머리 자르고 만원 내니 이천 원 더 내라고 하더니 ‘오늘은 만원이네’ 하며 돌아서 나왔다.내가 다니던 지역 머리방은 비싸다.내가 30여 년 거래한 집은 1만2천 봉은 아니고 1만 2천 원인데, 어떤 집은 1만 5천 원 또 다른 집은 2만 원이다. 내가 다니는 집은 1만 2천 원이다. 이 집은 카드는 안되고 오롯이 외상을 하거나 현금만 내야 된다.이에 반해 오른쪽 동네 머리방들은 저렴하다.어떤 집은 7천 원에 지역화폐에 재난카드가 되고, 어떤 집은 7천 원이지만 현금만 받아서 7천 원
활동 동선(動線)이 동선(凍線)인 마네킹처럼 겨우내 동선이 동면 수준을 면치 못했지만, 그렇다고 봄이 안 올까?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근처의 밭을 보니 낯모를 남정네가 뭔가 작업을 하고 있다. 나도 덩달아 밭에 가서 두리번거려 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언 땅 풀려 갈라진 흙 뿐인데, 저 남정네는 뭔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가까이 가서 물어보니 냉이를 캐는 중이란다. 그가 있는 곳을 자세히 보니, 보호색 수준의 갈색인지 보랏빛인지 흙과 뚜렷이 구분하기 어려운 냉이 잎이 눈에 들어온다. 손가락으로 헤치며 당겨보니 해빙 후라 땅이
참교육전국학부모회(이하 '참학')는 참교육을 지향하는 학부모단체이다.의정부에 있는 '참학'의정부지회(~지회장 김리안)에서는 하늘 높아지는 가을 초입이자 9월 마지막 토요일인 28일 회원 만남의 날이 있었다. 아직 단풍은 이르다고 소풍보다는 이웃에 있는 아이쿱생협 동아리 방에서 신구회원들이 모였다. 1부는 영화를 시청하고, 2부는 다과를 곁들이며 각자 소개에 이어 예비회원과 신입회원이 이런저런 문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는데, 함께한 회원들은 공감하고 먼저 겪은 이들은 경험담으로 화답하
옥수수는 따서 바로 찌면 천연의 제(단)맛을 제대로 지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그 맛은 간 곳 없고 껍질도 질겨진다. 시중에 쪄서 파는 옥수수 대부분은 첨가물을 넣고 찌는데, 이 맛과 옥수수의 본래의 맛을 구분하는 이들은 어릴 때 농촌에서 옥수수를 먹고 자란 이들이 유일할 것으로 본다. 예전엔 시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옥수수는 첨가물을 넣어야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유통과정이 길어 제맛이 사라졌기 때문에 첨가물을 넣어야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 가장 큰 요인은 물류였을 테다.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