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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순살에 일을 찾으러 나갔다. 건강하고, 시간 여유가 있고, 경험과 경륜도 있었다. 돈 버는 일, 재미있는 일, 보람있는 일 중에서 보람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서울시 강남구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내 성향을 점검해 보았더니, 가르치는 일, 봉사하는 일,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왔다.내가 살고 있는 서초구에는 자원봉사대학이 활성화되지 않아 동작구에서 22시간 자원봉사 교육을 받고 상도동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민원안내 업무였는데 별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때우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 그 뒤에 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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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주주통신원
2015.06.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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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엔 아이와 관련된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향이가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 나이가 되니까 다향이를 아는 분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다향이 검정고시는 잘 준비하고 있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애 영어랑 수학공부는 어떻게 시키고 있어? 너도 잘하지 못하면서.” 의혹의 목소리로. 이런 질문에 비하면 “내년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중학교는 보낼 건가요? 아니면 대안학교를 생각하시나요?” 하는 건 매우 점잖은 질문에 속합니다. 다향이에 대한 염려는 고맙지만 속으로는 ‘당신의 아이들이나 잘 돌보세요’라고 말하게 됩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6.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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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 연휴를 맞아 조카 부부가 나를 만나러 왔다. 내가 워낙 늦둥이로 태어나 조카라고 해도 나이가 비슷하다. 질부는 내가 상당히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살림이 워낙 빈틈이 없는데다 집안 가꾸는 것이 가히 예술적이라 나는 늘 그 집에 가면 주눅이 들 지경이다.특별히 잘하는 음식도 없고 겨우겨우 눈가림으로 할 만큼만 하고 사는 내 살림 실력을 아는 사람들은 우리 집을 방문할 때 늘 먹거리를 장만해 온다. 내가 손님을 잘 대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 집에서 대접을 잘 받게 되면 굉장히 부담스럽다. 친구가 음식을 장만하려고 부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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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숙 주주통신원
2015.06.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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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이들이 그렇듯이 다향이에게도 우상이 생겼습니다.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걸그룹. 바로 소녀시대입니다. 눈만 뜨면 소녀시대 얘기를 합니다. 화보 속 얼굴을 짚어가면서 얘는 누구고, 얘는 누구며 이번에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시시콜콜 얘기합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녀시대 얘기를 했지요.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소녀시대의 얘기를 듣다 보니 아홉 명이나 되는 구성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게 됐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다향아, 잘 봐. 아빠가 소녀시대의 이름을 맞혀볼게” 하고는 얼굴을 짚어가면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6.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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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청학동 계곡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 연유에선지 도회에 살면서도 흙을 밟고 만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으나 일상에 밀려 잊고 있었다. 수도권에서 산 지도 반세기에 가깝다. 고향을 방문하거나 휴일에 도심을 벗어나 야유회와 산행을 하는 경우 외에는 흙을 직접 밟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와 직장을 오가는 길도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고 일터의 건물도 매한가지였다.휴일이면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쏘다니고 싶어 한다. 도회 주변의 산들이 주말이면 혼잡하다. 흙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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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용도 주주통신원
2015.06.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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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보낼까 말까 (2011.11.29) 요즘 다향이랑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다향아. 중학교 과정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변산공동체에서 공부하면 어떨까?”“싫어.”“왜?”“난, 소녀시대가 있는 서울이 좋아. 청담동에 살고 싶어.”“…….”“청담동에 산다고 해서 소녀시대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그래도. 그런데 아빠는 내가 미워? 왜 자꾸 변산에 가라고 해?”“우리는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잖아. 그리고 네가 떠난다면 아빠는 매일 울지도 몰라. 눈만 뜨면 보던 네가 보고 싶어서 말이야.”“그러니까, 왜 보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6.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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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멕시코의 은퇴자 마을인 산펠리페에 10개월 동안 머물렀다. 그곳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홀로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 열렸다. 회비는 1인당 3달러였고, 마실 음료는 각자 준비해 갔다. 집주인이 미리 정한 이야기 주제에 대해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했다. 조니 할머니 집에서 열렸던 모임의 이야기 주제는 나에게 조금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라니, 마지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커녕 아직도 나에겐 멀고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가족이 각자의 본국에 있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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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원 주주통신원
2015.06.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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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아 (2011.8.16)그저께 제주승마장에서 한 여자를 봤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게 여인의 몸이고, 많은 화가가 누드화를 그린다고 들었지만 그동안은 그냥 '픽'하고 웃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본 여인은 ‘저게 정녕 사람의 몸이란 말인가?’ 싶었습니다.어깨에서 팔로 내려오는 선이며, 가슴과 허리 선, 배와 등의 선, 다리 선이 아찔할 정도였습니다. 170cm인 나보다도 키가 조금 컸으며 얼굴까지도 수려해서 마치 아름다운 조각품을 보는 듯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5.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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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임에 갔더니 한 친구가 은퇴한 사람에게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고 얘기했다. 첫째, ‘옛날에 금잔디’ 노래하듯 자신이 살아왔던 고리타분한 소리를 유성기 틀어놓듯이 반복한다. 둘째, 모자를 눌러쓰고 완전한 늙은이 행세를 한다. 셋째, 평생 매너 없이 살아왔으면 지금이라도 매너를 좀 배워야 하는데 더 심해져서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표하자 그는 몇마디를 추가했다. 은퇴 뒤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면 돈 버는 일은 하지 않더라도 할 일은 많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 먹고산다고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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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주주통신원
2015.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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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김유경이다. ‘나’는 매순간 변화한다. 그 변화와 상관없이 이름은 여전하다. 누군가 떠올리는 김유경은 ‘지금의 나’가 아니다. 김유경은 시·공간을 달리한 ‘나’들의 저장소다. 그곳에 ‘나’는 있으나 없다. 이름과 실상(實相)은 평소에도 그렇게 어긋난다.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력이 빠르게 방전된다.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교수였지만, 이제 집안에서 화장실도 못 찾는다. 남편과 자식들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도 여전히 앨리스로 불린다. 지남력(指南力)장애가 심한 앨리스는 앨리스를 떠올릴 수 없다.조발성(초로기) 알츠하
온:영화·음악 온:책
김유경 주주통신원
2015.05.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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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중요한 선박 추진 기구 중 하나로, 동서양에서 사용하는 것의 작동 원리와 방법이 다르다. 서양의 노는 한 쌍 혹은 여러 쌍을 설치해 배에 앉아서 잡아당기는 반작용으로 선박이 움직인다. 이러한 형태의 노는 노라고 하지 않고 ‘도(櫂)’라고 한다. 도는 저을 때 몇 개가 되던 일시에 잡아당기고 일시에 멈춰야 해서 배가 가다가 멈추는 걸 반복하게 된다. 또한 도가 양옆으로 나가 있기 때문에 근접전에서 아주 불리하다. 만약 다른 배와 붙는다면 도를 저을 수도 없지만, 이로 인해 도가 다 부러지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동양의 노(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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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남 주주통신원
2015.05.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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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이의 열정에 불붙이기 (2011.7.3)재미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다향이랑 진행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라고 했거나 동기부여가 확실하지 않았더라면 다향이가 발심을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우상인 소녀시대를 동기로 부여하고, 아빠가 공동 작업에 매달리니 좋아합니다. 지난 며칠 동안 하루에 두세 시간씩 일을 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다시 일하기를 반복했지요.어제는 온종일 붙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5.21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