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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자청하는 다향이(2008. 4. 24)드디어 다향이가 시집 한 권을 다 외웠습니다. 며칠 전 통째로 외운 시집을 지금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빠 시 외우는 거 시험 봐.""왜?""용돈을 벌어야 서울 가서 맛있는 거 많이 사 먹지?"시를 외우면서 가끔 암송 시험을 치렀습니다. 한번 외우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게 되니 그렇게 했습니다. ‘시험에 대한 부담 대신 즐거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처음엔 세 편을 암송하도록 했습니다. 아빠가 무작위로 선택한 걸 다향이가 외우는 것입니다. 그 전에 규칙을 정했습니다. 막힘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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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에 난생처음 설거지를 했다. 10여 분 해보니 허리가 아팠다. ‘평생 밥하고 설거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종이접시와 종이컵을 사용했다. 장남이라 명절에는 30명 이상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설거지할 때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고육책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음식 준비도 좀더 간편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다.요즘은 아내가 “물” 하면 내가 물을 갖다 바친다. 아내는 커피포트에서 물 한잔 따뜻하게 끓여 갖다주면 아주
여기 이사람
노대석 주주통신원
2015.04.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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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강아지 사줘.” 다향이가 조릅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다향아,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사줄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듯이 개는 개답게 (밖에서) 살아야지. 강아지가 집 안에만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 셋이 살기에도 비좁은 집에서 강아지까지 감당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아내가 개나 고양이처럼 털 달린 동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이었고요.“도대체 언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갈 건데? 아빠는 거짓말쟁이야.”“……?”5 ~ 6년이 지나도록 같은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거짓말쟁이라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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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化粧)하는 남자가 있다. 욕망을 조율하는 매순간 윤리색(色)을 덧바른다. 암이 재발한 아내를 정성스럽게 간병하지만 사랑타령과 무관하다. 보살피는 허드레꾼 몸짓에 주저함이나 성긴 데가 없다. 의료기기를 착용해 오줌을 뽑아내면서도 중역이나 남편으로서 고됨을 내색하지 않는다. 아내를 화장(火葬)하면서 화장(化粧)하는 그는 고독하다.화장은 가면이 아니다. 흠은 가리되 표정지음이 자유롭다. 제 본색을 알기에 조심하는 차원이다. 상사가 아닌 남자의 욕망으로 부하 여직원을 엿보지만 추행에서 비켜난다. 그를 향해 달려오는 그녀와 함께하고픔을
온:영화·음악 온:책
김유경 주주통신원
2015.04.1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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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남1녀 중 첫째다. 부모님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첫아들이 7년 전 훌쩍 제주도로 이사를 와버렸다.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두 분은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자식들도 부모님이 사시는 안양을 떠났다. 셋째는 안산으로 이사를 했고, 재작년 말에 결혼한 막내는 대전으로 집을 옮겼다. 여동생은 안양에 남았지만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늘 그렇기는 했지만 제주로 이주하면서 더 자주 전화를 드렸다. 하루에 두 번, 정신없이 바쁠 때도 하루에 한 차례씩 꼭 전화를 드렸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는 손녀
여기 이사람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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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엄마가 발길을 끊으셨다. 하루에 한 번은 우리 집에 들러 살림을 챙겨주시던 엄마가 달라지셨다. 애들도 “할머니가 왜 우리 집에 안 오세요?”라며 궁금해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집에도 안 계시고 휴대전화도 안 받으셨다. 걱정이 돼서 길 건너 친정집으로 향했다.한참을 기다려 만난 엄마와 오랜만에 대화를 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면 서운한 거라도?” 조심스레 묻자 엄마는 나를 한참을 쳐다보시다 한바탕 웃으셨다. “에구, 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바빠서 연락을 못했네.” 그러고는 메일 주소를 가르쳐주시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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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주주통신원
2015.04.0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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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교래리’라는 산골 마을입니다. 관광지인 ‘산굼부리’와 토종닭으로 유명한 마을이지요. 이주하기 10개월 전쯤에 다향이랑 한 달 동안 제주를 사전답사했습니다. 아이가 학업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만한 학교를 찾으려고 애를 썼지요. 그때 눈에 들어온 학교가 중산간의 납읍초등학교와 교래분교, 갯마을의 강정초등학교, 한림공원 안의 재릉초등학교입니다.네 마을 모두 살 집을 알아보았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오래된 시골 마을에는 당신들이 살 집 외에 여분의 주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집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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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심심해.” “그렇게 심심하면 우리 공부해볼까?”“아니, 학교공부는 재미없어. 그림을 그리다가도 종 치면 그만해야 돼.”“아빠도 학교공부를 시킬 생각은 전혀 없어.”“그럼, 무슨 공부를 하려고?”“그건 함께 정해야지.”“정말?”“당연하지. 네가 할 건데 아빠 마음대로 정하면 네가 속상하잖아? 하기 싫고.”“맞아, 아빠.”다향이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일주일에 한 번씩 극장에 가서 영화 보기 어때?”“음, 좋아.”다향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평소에 꾸준히 해온 일인데도 좋아했습니다. 다향이가 네댓 살 때부터 만화영화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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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골 학교에서 일하고 있을 때만 해도 운동회가 열리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이런저런 시합을 하다 보면 갓난아기를 대신 보살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도 내가 안기만 하면 울음을 그쳤다. 마을 사람들은 “저 선생 총각이라고 했지만 거짓말 같아” 하며 좋아했다. 내가 결혼하고 10년이 넘도록 애가 안 생기자 “애를 너무 좋아해서 애가 없나 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그런데 마흔아홉에 애를 갖게 되었다. 입시학원에서 일할 때다 보니 ‘이 아이가 대학 갈 때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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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웅 주주통신원
2015.04.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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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라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학교를 그만두니까 다시 느긋하고, 행복한 날이 시작됐습니다. 푹 자고 일어난 다향이랑 아침밥을 먹고 뒹굴뒹굴 놀았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다향이는 원하는 책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컷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루해지면 레고나 퍼즐을 맞추고, 같이 장난감 놀이도 했지요.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서 놀다가 쿠키나 빵을 굽기도 하고, 부침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면서 말입니다.다향이도 가사노동에 일정 부분 참여를 시켰습니다. 함께 반찬을 만들고, 밥 짓는 법이랑 라면 삶는 법 등을 알려주었습니다. ‘아빠엄마가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3.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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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강원도 양양의 부모님 집에 내려갔다. 집에 아무도 없어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바로 앞 식당으로 오라고 하셨다. 가보니 일주일 전 식당을 개업하고 아들 몰래 장사를 하고 계셨다.아버지는 평생 일만 해오신 분이다. 낙산사 관리인을 시작으로 연탄 배달, 사방공사, 기념품 판매, 건어물 판매, 보일러 공사, 목수, 여행사 가이드, 건축청부업, 유람선 보트 등 15개 이상의 직업을 전전하며 평생을 살아오셨다. 가족 생계를 위해서였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오니 아버지는 횟집을 개업해서 운영하고 계셨다. 그동안 쌓아온 인맥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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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섭 주주통신원
2015.03.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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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를 앓았다. 왕자가 내민 유리구두가 내 발에 꼭 맞아 왕비가 되는 꿈을 오래 꾸었다. 유리구두 임자를 찾아 헤맨 마음으로 나만을 미친 듯 좋아해 자칫 왕관마저 박차고 나올 기세에 환호했다. 물론 왕관은 유지해야 한다. 유리구두로 딛을 레드카펫은 왕궁을 향해 펼쳐져야 하니까. 그런데 왜 하필 유리구두란 말인가?유리구두는 깨지기 쉽다. 환상이니까. 눈에 보이는 일체의 현상도 환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람들은 환상은 몽상이나 망상이고, 세상살이의 현상은 실재라고 여긴다.
온:영화·음악 온:책
김유경 주주통신원
2015.03.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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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학교는 꼭 다녀야 하는 거야?”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다향이가 물었습니다. 조금은 두렵고,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했지만 평소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아니. 학교에 다니고, 안 다니고는 네가 선택할 문제지 꼭 다녀야 하는 건 아니야.”다향이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다시 묻습니다.“정말?”“그럼 정말이지. 그런데 학교에 다니기 싫어?” 했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까닭을 물었지만 나이가 어려서인지 이야기를 조리 있게 하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엄마아빠가 알 수 있도록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3.2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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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곳 김포로 이사 온 지도 3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어 공연히 이사 왔다는 후회마저 들었다. 마침 집 뒤에 산이 있어 등산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런대로 다행이었지만, 등산을 즐기지 않는 아내 한솔 선생은 무료하고 답답해했다. 그래서 아내는 얼마간은 매일 서울로 나갔다. 서울을 다녀와서는 입버릇처럼 늘 "여보, 괜히 이사왔나봐. 우리 서울로 도로 가요" 하고 졸랐다.어느 날 우리는 동네에 장애인복지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노년엔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런
여기 이사람
정우열 주주통신원
2015.03.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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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먼저 내려가 있을게!”다향이가 말합니다. 신발을 꿰어 신으면서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빙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향이는 후다닥 뛰어나가고, 아빠는 물건을 챙깁니다. 작은 가방에 물병과 지갑과 전화기를 챙깁니다.아빠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향이가 미끄럼을 타고 있습니다. 매일 타는 미끄럼인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헤벌쭉 웃으면서 미끄럼을 탑니다.“다향아, 가자.”다향이가 달려와 아빠 손을 잡습니다. 아빠와 다향이의 산책이 시작되었습니다. 멀리서 밤꽃냄새가 날아옵니다. 아빠와 다향이가 걸어갑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3.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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