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미反美한다 - 권말선 국민(초등)학생이던 열 살 무렵학교에서 친구에게 말했지‘야, 어제 박정희가 죽었대’친구가 쉿,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조용히 해, 그런 말 하면 안 된댔어!’반공교육에 빨갱이 타령 무한 세뇌시키던박정희는 죽어서도 아이들 입을 틀어막았지그 때를 떠올리며 나는 반미한다 첫 아이 품에 안고 어르던 스물 몇 살에TV뉴스를 보며 이해할 수 없었던 건나쁜 짓 하고 감옥 갔던 정치인이어느 날 다시 의원나리가 되어 나타났을 때사계절 빼어난 경관만큼이나 우리 사회도 아름다운 게 맞는 걸까저런 부정한 자를 용납해도 되는
하늘이 엎어진 날 - 권말선 버스 창 밖으로 비가 억수로 퍼붓습니다페이스북을 엽니다 폭우에 홍수, 여기도 온통 비소식입니다전 국토에 물난리가 났습니다큰, 큰물이 산과 집, 길논과 밭과 나무와 자동차를 쓸고다리와 강을 타넘고온갖 농작물을 헤집어놓고게다가 소를… 사람을…어떡하면 좋을지 마음에도 철철 비가 옵니다버스가 편도1차선 시골길 정거장에 멈춥니다할머니 한 분이 오르십니다비옷에 장우산, 큰 수레를 얹으며 힘겹게 올라운전석 뒷자석에 조심스레 앉으십니다“할머니, 내리는 문 가까이 앉으시면 이따 내리기 쉽지요.”
할머니와 꽃송이 -권말선 - 할머니는 어디서 태어났나요?낯설고 차가운 이국땅기차가 지나며 흔들어대는산기슭 옆 싸구려 여인숙에서나, 조선의 딸은 태어났어요늘 조국의 품이 그리웠던 내게우리말, 우리글을 가르쳐주는우리학교는 든든한 울타리였고그 안에서 넘치게 사랑받았지요나도 귀한 조선사람으로 자랐으니우리학교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조선의 꽃송이로 자라나도록있는 힘껏 받쳐주고 싶었어요 - 할머니는 왜 싸우나요? 광복을 맞고 75해나 흘렀건만내 할아버지의 등을 때렸던식민이라는 이름의 채찍이오늘은 차별이라는 가시로우리 가슴에 박혀있어요일본땅에서 1
오장육부에도 애국은 있다 - 너희 백선엽들에게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조선에는 애국과 매국이 있었다 애국은 일제를 향해 독립만세를 부르거나 총을 잡았고매국은 애국을 향해총칼을 휘둘렀다, 마구 죽였다그 때나 오늘에나매국노를 보면구역질 나고소름이 돋고치를 떠는 것은오장육부도 매국노를가려보고 거부하기 때문이다살아서 제 민족을 버린 댓가로호의호식하고 부를 축적하더니죽어서는 '영웅'이라는 이름 달고또 다시 애국을 욕보이는가독립을 원했다는 이유로무수한 백선엽들의 총칼에 스러져영웅은 커녕 이름조차 묻혀버린그니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
[시] 우리의 빛은 통일 1_ 우리의 빛은 통일 칠흑 같이 짙은 밤길촛불 들어 조금은 밝혔어도여전히 끝은 멀고도 멀죠사방어둠 뚫고 만나게 될눈부신 빛우리의 통일은 지금 어디 있나요? 한 사람의 외침만으로는열 사람의 힘만으로는다 안을 수 없는 뜨거움사이좋은 이웃 아닌감당 못 할 벅찬혈육으로 만나고 싶은 그대여 빛나는 아침은 절로 오지 않아8천만의 옹근 힘 한데 모아후-두둑천길폭포 쏟아지듯 저 어둠거센 파도 퍼붓듯 깨뜨려야비로소 맞이할 수 있을 텐데 가렸던 마음 열어젖히고가로막은 빗장 부수고정히 뵈올 님빛을 따라 일제히 내돋는 풀잎처럼
쓴소리 모름지기 정부라면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정부라면국가의 번영을 개척하는 정부라면민족의 하나됨을 바라는 정부라면분노해야 할 때 제대로 분노하시라, 제발 평화와 번영, 통일을 가로막으며승인이요, 거절이요 내세우는 미국의주권을 무시하는 저 안하무인에도주인인 듯 행세하는 저 오만함에도분노할 줄을 몰라서야 미군기지가 마치 제 놈들 땅인 양우리 국민은 마치 인질인 양탄저균, 보툴리눔, 포도상구균...미군 맘대로 온갖 세균무기 실험해도화낼 줄을 몰라서야 인간 아닌 것들은 접경지역에서온갖 더러운 선전물 긁어모아풍선에 띄워 북으로 보내며전쟁을
나무야 간지럽지 않니?네 뿌리 어디쯤에 집을 짓고열매의 단물을 실어 나르는까만 개미들네 등을 줄줄이 밟고 가잖아 따끔하지 않니?행여 미끄러질까 꼭꼭 부여잡고한 뼘씩 자라는덩굴의 손깍지네 허리 꼬집으며 오르잖아 네가 터 잡은 곳 빈틈으로작은 풀들이여린 꽃들이헤집고 와 씨앗을 틔워도 꽃 피고 열매 맺는네 수고로움을 얻어가려벌레와 새들이 몰려와도언제나 넉넉하구나, 너는 설령 조금 비좁아도설령 조금 귀찮아도때로 아프고 서운해도부대끼며 정을 나누고같이 기대어 살아가는그것이 행복이란 걸나무야, 네게서 배운다 너 혼자만 서 있었다면아름답지 않았
고노 다로의 지옥도地獄圖 일본 방위상 고노 다로가 자랑삼아트위터에 올린 제 집무실 모습은괴기스럽기 이를 데 없어내 보기엔 무슨 지옥의 한 장면 같다 기꺼이 전쟁범죄자가 되겠다며핏자국 흥건한 전범기 머리에 쓰고다시금 침략자가 되겠다며한반도 지도를 걸어놓은 겐가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뻔뻔할 수가 있을까 천박한 저 속내의 뒤켠에는자기 땅에선 미래가 없다는자기 땅에선 만족이 없다는희망도 사랑도 찾을 수 없다는망연한 자의 처절한 탄식,그래 다시금 아름다운 우리 땅먹어보려 침을 흘리는게냐어림도 없다, 요망한 것! 침략의 역사를 사죄하거나평화
바이러스 참 사악한 바이러스다신문의 제호 위에 일장기 내걸고‘천황폐하’라며 고개 조아리던구역질나는 친일행각이었으면역사의 심판 받아 사라졌어야 마땅한데교묘히 살아남아 거대 바이러스가 되었다몹쓸 사회악이 되었다강제징용,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입장에서나일본 땅에서 차별받는 입장에서사죄하라, 배상하라, 차별말라고단 한 번 일본정부에 항의한 적 없으면서에 어쭙잖게 의혹을 내밀며을 없애야 한다느니 후원금을 다른 곳에 썼다느니 그만두라느니아베 극우와 한 패거리 되어칼질하고
민중의 봄 -권말선 이 봄이 한없이 기쁜 이유는숨죽였던 잔가지에 물길 열려연두빛 새순 돋아나기 때문꽃등 일제히 불 밝혔기 때문주체할 수 없는 이 기쁨참새인 양 포로롱 춤을 출까나 쌀농사 지으면서도 배곯던 농민기계를 돌려 제 몸 깎아야했던 노동자떡볶이 팔러 길거리 전전하던 빈민366일 밤낮으로 불안했던 비정규직희망으로 달뜨지 못했던 수척한 청년평등 앞에 늘 작았던 여성도 장애인도 얼레지 복수초 할미꽃꽃다지 제비꽃 민들레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목련 벚꽃 복숭아꽃처럼 발길 머무는 곳마다눈길 닿는 곳마다‘주인’이라는 이름의 꽃으로가슴의 열망
지구는 둥글다 -권말선지구가 당겨주는 공평한 중력을 딛고공평하게 쏟아지는 볕으로 몸을 덥히고선물과도 같은 세상을 누리면서도너는 왜모서리나 꼭지점, 넓은 면이나 좁은면뾰족하거나 움푹 파인 차별 따위 없는둥-그런 지구에 살면서나는 왜기울어진 삼각뿔, 비틀린 직육면체 불공평의 세상에 던져진 것도 아닌데금방이라도 싸울 듯 얼굴 붉히나우리는 왜지구는 둥글고 공평하건만불공평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지독한 이기심을 내려놔야해'욕심'이란 이름의 화살이 마음을 뚫고 나와'차별'이란 이름의 화살이 손가락 끝을 떠나여기저기 상
한겨울 파밭에서 권말선 겨울도 한겨울인 파밭쪼끄맣게 늘어선 대파는누렇게 쳐진 잎 다 재우고한 잎의 초록만 밀어 올려태양을 향해 발돋움합니다아가손 뻗어한 줌씩 햇살 따다뿌리에게 전해줍니다추울수록 더 향긋하자고모자랄수록 더 달큰하자고어두울수록 더 뽀얗게 웃자고한 잎의 초록으로태양과 교신하며한 줌의 햇살도허투루 쓰지 않고겨울을 버텨내는파, 그처럼 우리도봄을 향한 발걸음차곡차곡 내 딛으며두려워 말자고야물게 먹은 마음느슨해지지 말자고태양을 바라며다짐합니다붉은 저 태양의 다른 이름은사랑!감히 짐작 다 못할 따사로움과거와 미래울음과 웃음땅속과
추도(追悼)의 시 - 한 해를 돌아보며 생을 달리하신 이웃들에게 바침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네시 한 조각 띄워주고 싶었네눈물 한 방울이라도그대 뒷모습에 실어주고 싶었네떠나기 전 그대는고개를 숙였던가희미하게 웃었던가꼭 그러안았던가뒤를 돌아보았던가통곡을 하였던가 얼굴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이름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사는 곳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사연을 알지 못함으로 하여내 이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아무렇게나 무심하였던나를 책망해보네그 절망의 구렁텅이에나만 빠지지 않으면 된다고나만 다독이며 살았던나를 미워하네가난으로 하여
미국 넘어 새로운 길 썩은 진흙탕에몸이 빠져 허우적거리며절호의 때를 잡을지절명으로 사그라질지사나운 갈피갈피그 한가운데 놓여 있다눈 앞엔 온통 가시무지 뿐이라도맨살 찢겨가며 길을 만들어내야제 두 발로 걷는 기쁨 누릴테지만두려워 나아가길 포기한다면진흙탕 속에서 썩어없어지겠지생명도 없이 미래도 없이예속과 굴종은 천형이라며이대로 주저앉고 말지제 팔다리의 힘으로진흙탕 뚫고 나와앞으로 나아갈지고비에 섰다강도같은 저 미국을 버려야무덤같은 저 미국을 넘어야새로운 길 만들 수 있고길 끝에서 손 흔들며 기다리는우리 형제자매와 붙안고통일의 길 가꿀 수
안녕, 온유 안녕, 온유교대역 지하철을 내리면 보이는너의 초상을 마주한 어느 날부터다짐, 약속, 기억의 고리인 양자꾸만 네 이름 불러본다안녕, 온유하고 불러 보면 빙긋 웃는 듯네 볼은 살짝 동그랗게 부풀고부푼 네 볼을 가만히 쓸어보면부드런 온기를 넘겨주는 너 안녕, 온유갑판 위에서 기다렸다면 살았을 텐데울음소리 비명소리 들리는 곳으로너, 구명조끼도 없이 친구들 곁으로돌아올 길 대신 택한 친구들 곁으로 너는 수많은 발길 속 초상으로 고요히찾았느냐고 나를 향해 묻고 있는데나는 이렇게 걷고 뛰면서도네 앞에 서서 아무런 답이 없구나 진실을
아름드리 큰 나무로 자라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우리학교 아이들에게솜털 보송하고 눈동자 까만 아이들아천둥 번개에 움츠리지 말고 자라렴사랑과 보살핌의 양분을 먹고지지와 응원의 볕을 쬐며손잡고 자라나라 넓고 높게 방울꽃 같이 울리는 네 노래물결치듯 펄럭이는 네 춤활짝 터치는 네 웃음 앞에차별과 배제, 탄압의 시련은머잖아 곧 사라지고 말거야 제국의 칼날은 산산조각 부러지고이제 저들의 시대는 저물었으니 밝은 태양아래 꿈꾸는 아이들아이제 곧 너희 세상이 온다이제 곧 너희 날들이 온다네 주변이 온통 너를 지키리니아름드리 큰 나무로 자라라 마지
어머니 집 밥그릇은 장난감 같아설거지하는 내 손 안에 쏘옥 들어오네나한테 큰 그릇 장만해주시느라이렇게 작아졌을까, 어머니 밥그릇은 어머니 집 냉장고는 조그마해서반찬그릇 몇 개밖에 들어가질 않아자식들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채우고 채우시느라 그만 작아져버렸나봐 부엌도 밥상도 작아지고밥솥이며 냄비도 자그맣고걸음걸음 보폭마저도 작아져아장아장 걸으시는 어머니 명절이라 찾아 온 딸자식바리바리 챙겨서 보내고 나면덩그렇게 남는 허허로움기도로 채우실 어머니 다 떠나고 홀로인 단칸방에 무릎 꿇고 손 모으느라더 작아지시겠구나 우리 어머니 편집 : 양성
용산미군기지 포위작전 -풍물패 '미르마루(龍山)'와 함께 갠지 갠지 갱깨 깨 개갱 갠지 갱깨 깨 용산미군기지 둘레를 꽹과리 징 장구 북치며 길놀이 간다 난생 처음 북이며 장구를 배우는 사람도대학생 때 이후로 20년 만에 다시 치는 사람도미군기지 앞에서 투쟁은 처음한다는 사람도사연은 가지가지나 마음은 다 한가지 미군이 오염시킨 용산 깨끗하게 정화하고 온전히 반환하라는 목소리 전하려 비밀과 은폐의 소굴 미군기지 주위를 돌며 풍물을 친다 덩기 덩기 덩따 쿵따 더덩 덩기 덩따 쿵따 용산미군기지 길고 긴 담장 따라 길놀이 간다
노동절(MAY DAY)에 뿌려진 전단 권말선 내가 산 구두 한 켤레걸을 때마다 또각또각기분 좋게 울려 퍼지는경쾌한 그 소리는맨 처음 어디서 왔을까내가 산 구두 한 켤레 속장시간 노동과 최저도 못 되는 임금에 지친제화노동자의 한숨 섞인 탄식은공장을 나서는 순간 삭제당하고파닥파닥 돈다발 세는 소리기름진 손가락들의 술잔 찧는 소리골프공 튕기는 소리로 바뀌고 말아또각또각 명랑한 소리로 바뀌고 말아 노동자들의 축제여야 할 노동절에"유통수수료 낮추고 모두 함께 살자!"광장에 뿌려진 제화노동자들의 외침은살려 달라 손 내미는 절박함은힘 있고
봉천동 해남식당 권말선 북적북적한 시장골목 벗어나조금조그마한 가게들이 즐비한 한 편에보일 듯 말 듯 자리 잡은해남식당테이블 세 개에 구들마루 위 밥상 하나손님 여남은 앉으면 꽉 차는 곳바쁜 점심때면 서로 여유와 배려를 갖고자리 나길 느긋이 기다렸다가주인장 차려주시는 밥상 깨끗이 비우면배도 마음도 포만감에 푸근해지는 곳조기구이 때론 달걀프라이 때론 제육볶음배추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묵은지젓갈이며 나물반찬 고등어찜 코다리찜김구이 매생이무침 파래무침 멸치볶음생선찌개 육개장 김치국 미역국어느 날에 가도 어떤 반찬을 먹어도늘 한결같이 맛있는
나이 권말선 기억이 맴맴 돌아 날 듯 날 듯 나지 않을 때집중력이 오래 가지 않아 읽다가 딴 생각에 산만해 질 때자꾸만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 너를 탓한다술 마시면 졸릴 때술 보다 잠이 좋을 때 네 핑계를 댄다울퉁불퉁 살이 삐져나온 걸 확인할 때도역시나... 부끄럽구나,너 없으면 어쩔 뻔 했냐 예전엔 네가 많아지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는 지혜도 쌓이길 바라는 여유를 갖게 되는구나좋은 것들은 잘 보듬어 키우고나쁜 것들은 휘 휘 버려가며 더 따뜻한 사람으로 먹어갈 수 있다면참 좋겠구나그럴 수 있을까 편집, 사진 : 양성
촛불의 바다여 통일의 꽃물결로 권말선 허허벌판 저 광장에 맨 먼저 촛불을 밝힌 그들은기어이 박근혜를 끌어내겠다는단단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광장에서 시작한 촛불이작은 아이의 손에서허리 굽은 노인의 손으로마을마다 골목마다파도치듯 일렁거렸을 때믿음은 현실로 되었다우리, 승리하였다 그래, 촛불처럼 하면 된다다시 촛불처럼! 백두에서 높이 맞잡은 손한라에서도 이어지도록마을마다 꽃길을 만들자거리거리 환호로 달려가자촛불의 바다가 이제꽃들의 바다로 되게 하자저기, 통일이 오시는구나 촛불의 광장승리의 광장에통일의 꽃송이 피어나고큰길에서골목에서집집마다
미군 폭격기 이야포 해변을 낮게 날아 권말선 이야포 해변의멍든 조약돌들은총 맞고 바다로 픽 픽 쓰러지던그 사람들 응그러 쥔 주먹 같소바다를 낮게 날며기관총 마구 쏘아대던미군 폭격기 향해말아 쥔 주먹 말이오 이야포 해변을출렁이는 파도는내 귀엔 어째그 사람들 울음소리 같소뭍으로 도망쳐오지 못하고맥없이 바다로 떨어지던 사람들심장에서 왈칵왈칵 쏟아지던검붉은 눈물 말이오 이야포 해변에노을이 드는 것을차마 고개 들고바라볼 수 없는 것은이틀 밤 사흘 낮 동안바다에서 화장된 목선내 부모님과 학살당한 사람들의주검이 떠올라서요 그 때가 1950년 8
사랑하는 우리- 재일동포들의 를 응원하며 권말선 우리의 피가 짠 바닷물보다 진한이유를 아십니까 백두산 천지 헤아릴 수 없는 먼 처음부터그 맑은 물에 적셔져 잉태된우리 반도의 어느 길섶에 살아도바다 건너 어느 타지에 살아도가슴에 천지를 품은 우리는같은 노래 부르고같은 눈빛 나누다마침내는 백두에서 다시 만나거대한 샘, 천지의 바닥을 터칠알알의 물방울들입니다진한 피방울들입니다 누구도 감히 흩뜨리지 못할 하나의 덩이누구도 감히 마르게 하지 못할 생명수 천지의 맑은 물 구름으로 뭉쳐산 넘고 바다 건너비가 되어 당신의 마당에 내립니
밤, 밤, 여름밤 권말선 깜장물감 듬뿍 쏟아놓은 하늘흰 옷의 달님 살살 거닐고별들은 퐁장퐁장 물장구치며시끄럽게 까륵까륵 놀고 있을 때 마당에 멍석 깔고다정한 너랑길쭉하게 누워봤으면 누군가 퉁기는 둥-그런 기타소리까딱까딱 흥얼흥얼 박자맞추다손가락으로 별님 달님 볼따구도콕콕 찔러봤으면 수줍게 마실 나온 구름조각에슬쩍 말 걸어 봐야지찌릇쓰릇 풀벌레들 수다도가만히 엿듣다 참견해야지 시원한 바람 불어오면뒤척이는 척 하며너를 꼭 안아 줄거야 먼 산도깨비들 불꽃놀이아슬히 폈다 지고 둥그런 기타소리꿈결처럼풀벌레 수다소리꿈결처럼별아기 코고는 소리꿈
[격시] 아베,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일본, 북 다녀온 조선학교 학생들 기념품 압수' 소식을 듣고 권말선 아베, 너는 비열한 약탈자다 꿈에도 그립던 조국으로 학생들 수학여행 갔을 때그 맑은 가슴들 그 초롱한 눈망울들기쁨과 감격에 얼마나 들떴겠느냐소중한 추억이 담긴 선물과 기념품거기에 손을 대다니, 앗아가다니너와 같은 어른인 것이 부끄럽다선한 일본인들의 돌팔매를 맞으라선한 세상 사람들의 돌팔매 다 맞으라 아베, 너는 치졸한 정치꾼이다 학생들만 차별하고‘고교무상화’에서 제외하는 것은조선민주주의인
[편집자주] 권말선 시인은 1970년생으로 ‘민족작가연합’ 회원이자 ‘분단과통일시’ 동인이다. 시집 , 를 출간했고, 동화는 을 출간했다.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부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