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생명에 대한 존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15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동물원은 인간을 위한 당연한 공간으로 생각했다. 동물은 인간을 위한 보여주기 상품이었다. 지금은 동물원을 '동물감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 제 살던 곳과 다른 좁은 환경에서 갇힌 채 살아가며 미쳐가는 동물 고통을 인간들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동물원이 멸종되어가는 희귀동물 번식과 보존을 위한 장소나 구조 동물 치료를 위한 '동물보호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물원 나들이를 거부한다.반려동물에
박연서(85, 옥천읍 문정리)씨내 인생의 출발점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하나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맨땅에서 빈손으로 시작해야만 했다. 하지만 인생의 고비마다 만났던 소중한 인연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 이름에 들어 있는 '서(緖)' 자는 '실마리'라는 뜻이다. 소중한 인연을 실마리 삼아 내 인생을 운전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운전(運轉)은 '기계나 자동차 따위를 움직여 부림'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업이나 자본 따위를 조절하여 움직임'이라는 의미도 있다. '사업이나 자본'을 다시
기해년(己亥年) 한가위를 맞아 문화유산 '한양 도성'을 순성(巡城)했다. 민속절인 추석 명절에는 뭐니뭐니 해도 '문화유산 답사가 제격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물론 서울 시내 5대 고궁도 명절 관람 인파가 출렁인다고 한다. 이때는 무료 관람 할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다.문(門).문하면 우선 "문문 **문이 열렸다" 하며 뛰놀던 여자아이들의 노랫가락이 연상된다. 인간이 안전 생활을 위해 집을 짓게 됐고, 집엔 문이 필수다. 개인 집 문에서부터 적의 침입을 막는 거대 성문까지 여러 종류 문이 있고,
지난 9월 10일 한겨레신문에서 ‘[하종강 칼럼] 대법원 승소 판결에도 농성해야 하는 사회’를 보았다.기사 주소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09239.html청와대 앞 들머리에서 농성하고 있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들 이야기다.이 기사를 보면서 예전에 썼던 기사가 생각났다. ‘쌍차 해고자를 대하는 자본의 방식’이다. 자본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싶을 때 여러 가지로 나눈다. 노동자 힘을 빼기 위해서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도 명예퇴직, 희망퇴직, 무급휴직, 정리해고, 정리해고 후 순
북한의 영토의식과 독도관(觀) 북한은 1970년 초 김일성 교시를 통해 제시된 11년제 의무교육을 1975.9.1.일로 완성되였다고 선언하였고, 1977년 9월에는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발표를 통해 교육사업에서의 새로운 전환을 실시하였으며, 2012년에는 기존의 11년제 의무교육을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하였다.교육이 사람들을 혁명화, 로동계급화 하며 지덕체를 겸비한 전면적으로 발전된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에서는 ‘영토교육’, 특히 ‘독도 교육’을
"암은 찬 것을 좋아한다."항암치료 받을 때 찬물 마시면 고기 구울 때 쓰는 호일을 꾸겨서 억지로 삼킨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독한 치료제로 약해진 피부조직이 감당을 못해서 그렇다. "찬 물이나 찬 음식을 피하고 운동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라"고 말한다.운동으로 몸을 덥히면 암세포가 자라고 번지는 것을 누르고 막아준단다. 암세포를 몸에 지닌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다.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들한테 들은 설명 보다 암환자들한테 들은 정보가 훨씬 많다. 의사들은 (치료과정에 오는 부작용이나 약에 대해서) 묻는 말만 답한다. 텔레비전에
어머니 집 밥그릇은 장난감 같아설거지하는 내 손 안에 쏘옥 들어오네나한테 큰 그릇 장만해주시느라이렇게 작아졌을까, 어머니 밥그릇은 어머니 집 냉장고는 조그마해서반찬그릇 몇 개밖에 들어가질 않아자식들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채우고 채우시느라 그만 작아져버렸나봐 부엌도 밥상도 작아지고밥솥이며 냄비도 자그맣고걸음걸음 보폭마저도 작아져아장아장 걸으시는 어머니 명절이라 찾아 온 딸자식바리바리 챙겨서 보내고 나면덩그렇게 남는 허허로움기도로 채우실 어머니 다 떠나고 홀로인 단칸방에 무릎 꿇고 손 모으느라더 작아지시겠구나 우리 어머니 편집 : 양성
정치 월간지 『말』 2003년 10월호에 연변 작가 류연산은 "항일에서 친일로 변절한 인물 : 봉오동 전투의 최진동은 독립투사가 아닌 친일파"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그리고 1년 뒤 작가 류연산(2004년 당시 연변 조선족 자치주 대표회의 상무위원)은 일제시대 반민족 행위에 앞장선 친일 인사들을 소개한 책 『일송정 푸른 솔에 선구자는 없었다』(2004)를 펴냈다. 그 책엔 박정희, 백선엽, 정일권, 최남선 따위 친일인물과 함께 최진동을 친일파로 소개하고 있다. 책에 실린 내용은 월간 『말』에 소개한 내용을 그대로 전재한 것으로 특별
내 삶이 정말 책이 될 수 있을까요? '한겨레 시니어'가 주관한 자서전 쓰기에 참여한 유기신님은 (2017)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삶은 내 앞에 놓인 높고 험한 산과 깊고 거친 바다였다. 외로운 섬이 외로운 섬 그림자를 바다에 드리우고 물을 그리워하듯이, 외롭게 모진 세상을 살았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이 결정되는 것인지, 내가 가고 싶은 길로 못 가고 엉뚱한 길로 갔다. 인생은 모든 것이 미완성이고, 자기가 생각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제각각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정답이 없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지금까
유별난 행복 육아 ‘엄마’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시작되는 새로운 삶, 육아. 나에게도 그런 육아의 삶이 시작되었다. 육아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잠깐이었고, 이제는 어디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모를 육아가 4년째 진행 중이다. 육아란 멀리서 보면 비슷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가지각색인 모양이다. 육아를 하며 맞닥뜨리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내가 선택한 길은 좁고 외로웠다. 함께 걷는 이가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드문드문 남겨진 발자국을 보며 희미한 동질감을 느낄 뿐이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제는
사단법인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회장 이일구)는 3.1운동 100주년기념 특별정기회원전시회를 가졌는데, 208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었다.최근 새로운 서예시대를 맞이하여 캘리그라피 예술분야가 큰 사회적 관심 속에 성장하고 있으며 예술장르로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으며 촉망된 부문이기도 하다. 캘리그라피는 각종 상품상표나 표제, 영화제목, 드라마표제, 책제목까지 활용도가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또
하늘과 땅을 열던 태초에선인께선땅 속 깊은 곳의 불기둥을 솟아 올려백두산을 만들고물가엔양귀비, 호범꼬리, 구름국화...불러들이고그 산 바위틈엔돌꽃, 좀참꽃, 담자리꽃...품어 안고그 너른 고원엔부채붓꽃, 껄껄이풀, 곤달비, 화살곰취...흩뿌러 놓으니사람들은 제 맘대로 이름도 붙이며이리 찾고 저리 찾으려고헤매고 또 헤맨다만그 자식들을 알면 얼마나 알겠어그 뜻을 알면 얼마나 알겠나해해년년 여름이면 여름마다풀꽃들에게 명하여형형색색으로제 잘났음을 맘껏 뽐 내어보라 하시니인간들은 그 꽃 보물찾기에 해 가는 줄 모른다그 산정을
연해주 독립운동 탐방여행 6-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꿈연해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프로그램의 주 목적은 물론 연해주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이었지만 사실 제일 먼저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든 것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대한 환상이었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카튜사가 타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났던 기차이자 솔제니친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속살을 보였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어디론가 내 영혼을 싣고 눈 덮인 벌판을 달릴 그 기차가 꼭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여행 결정을 하기
장자, 노자, 데일카네기 등은 여고 재학 당시 닫혀있던 나의 내면세계를 풀어주었고, 넓은 세계에 대한 희망과 동경을 심어주었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내 생활권을 이루고 있던 많은 지식과 권위에 대해 불신해야 할 근거를 제공해 주었다.1964년 브라질 이민 후, 상파울로에서 살면서 KOTIA 라고 부르는 일본인 농업협동조합에 사무직에 취직을 해서 다녔다. 그런데 눈에 이상이 생겨 머리가 아프고 글자가 흐리게 보였다. 추천하는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난시’라며 이 병은 좋아질 수 없는 것이고 평생 난시 안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제가 좋아하는 글귀 중 으뜸은 상선약수입니다.상선약수(上善若水)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의미입니다. 2,500여 년 전 지혜로 충만했던 사람들은 물 흐르듯이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했던 듯합니다.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북극까지 이동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보다 실용적인 먹거리를 찾아서라고 합니다. 인류가 생존하기에 충분한 먹거리가 이 지구에서 생산되지만, 경쟁과 욕망이 지배하는 현실에선 전쟁 같은 투쟁과 굶주림이 우리 주변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떠나지 않고 있습
8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조선의열단과 약산 김원봉, 100년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안민석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주최하는 국회 학술회의가 열렸다. 안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6월에 토론회를 준비했다 연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산 김원봉을 서훈을 언급하고 나서 이념 논쟁으로 번져 6월에 예정한 토론회를 겁이 나서 못했다. 그러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취임한 후에 용기를 내서 이렇게 토론회를 열게 됐다"라고 밝혔다.안 위원장은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인물 약산 김원봉에 대해 국회
회갑을 보내면서 평생 사회 혜택만 누리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내 작은 재능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는 삶을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아주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 누구나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서울시 50플러스재단을 알게 되었다. 이 재단에서 추진하는 수십 개 사업 중 발달장애인 돕기 자원봉사를 택했다. 첫 서류 심사에서는 탈락했다. 하지만 곧 기회가 왔다."안녕하세요? 이상직 선생님 맞으시죠?""네.
모짜르트가 첫 사랑에 실패한 사건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감춰진 일화도 있다. 멜라니 운젤트의 에 의하면,'모짜르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기존 질서에 대항해서 싸웠다. 그러나 연애 사건에 있어서 열혈 청년 모짜르트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다. 불장난의 파트너 오틸리아는 수도원으로 쫒겨나고 사촌여동생 베슬레와의 사랑은 근친이라 실패했으며, 첫사랑 알로이지아와의 사랑은 좌초'되고 말았다.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금지된 사랑을 위한 곡으
회고록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한번 손에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는 신간 '백년 동안의 여행'이 출판되었다.서울 상계동에 거주하는 목수로 평생 살아온 99세의 한 노인이 백수(白壽)를 기념하여 바이올린 연주회를 겸한 북콘서트를 열고 100년 동안 근현대사의 고난을 담은 특별한 회고록 ‘백년 동안의 여행’을 펴냈다.이 책의 표지에 실린 자작 한시 한수는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한다.白壽 紀念 自作 漢詩 (백수 기념 자작 한시)世評白壽古來稀 세평백수고래희空手來輾轉地球 공수래전전지구遭遇白壽宴頓悟 조우백수연돈오孝樂天天壽秘也 효
엊그제 칠석에 시어머님 제사를 지냈다. 결혼 후 30년 넘게 지낸 제사인데 마지막 제사가 되었다. 내년부턴 시아버님 제사와 합쳐 지내기로 했다. 시누이가 “언니 그만큼 했으면 그만 해도 돼요. 다른 집들도 다 그렇게 한데요.”라고 제안하고 가족 모두 찬성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나는 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다. 여름 제사가 힘들어도 내 입으로 그만하자 말을 못했다. 남편 속마음은 찬성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시누이가 밀어붙이는 말에 얼른 ‘고맙다’고 했다.내가 제사 음식을 다 하진 않는다. 동서와 시누이가 분담해서 해
히말을 걷다. 사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길을 간다.가끔은 걷고 가끔은 뛰고 가끔은 중얼거림처럼 앉아 쉬기도 한다.우리가 쉬는 그 한 걸음이 사는 동안얼마나 위대하고 고귀한 한 걸음인지 알게 되면대부분 사람들은 흰 머리의 소년이거나 흰 머리의 소녀인 자신을 보게 된다.히말을 걷다보면 죽고 사는 일조차무의식처럼 두리번거림처럼 바람이 일고 비 내리는 일처럼 스스로 자연이 되어 슬픔은 무엇이고 기쁨은 무엇인지 남모를 때가 있었다.우리는 그렇게 때로는 왜 집착하는지 멋모르고 얽매여 살다가 회오리바람처럼 무더위를 잊은 초가을날 어스름녘 풀여치
가마우지여 목줄을 풀어 벗어 던져라.2019년8월2일부로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일방적으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양국 간에 돌이키기 어려운 신뢰의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경제문제를 빙자한 정치적인 문제이자 역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내막은 상당히 복잡하다.2018년 10월30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여운택씨 등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우리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해당기업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박근혜정부 양승
국가간의 전쟁양상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군병과 무력을 이용한 전쟁이다. 하지만 현대전에서는 무력전쟁보다 정보전과 경제전 및 문화전이 더 일반적이다. 특히 보이는 전쟁보다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가의 근저가 무너지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근자에 들어 일본의 무도한 도발은 우리국가와 국민의 분노를 넘어 아시아민들은 물론 세계민들에게도 우려를 주고 있다. 사실 선린國(善隣國), 선한 이웃국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조상들께서 왜구라고 지칭했던 일본을 다시 분석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한
워싱턴에는 열쇠가 없다 - 스스로 일어서는 나라의 꿈 젊은 사람들이 다 늙어가지고젊은이들이 노인이 되어서세상 탓이야어려서부터 중간만가라나서지말고 중간만가라그래서 병들고 병들어젊음은 다 사라져버린한반도 남녘의 불쌍한 청춘들모두 다 어쩌라고 어쩌라고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잖아그렇게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흘러지금일제 시대 후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조선놈들은 안된다고 우리 입으로 말하며 살아온 세월어긋난 해방 이후에는다 미국 덕분이라고 하고 살더니이제는 미국이 하라는데 어떻게 하냐고자주파도 민족주의자도 그냥 그냥 살살 살자고우리가 어쩔
암 환자는 시간을 재며 사는 사람이야. 끝을 가늠하며 살지. 걸어갈 이 길 '어디 쯤'에서 끊길까 맥살없는 궁금증 일어나면 그 '어디쯤' 한없이 아득하고, 어느 날은 그 '어디쯤' 성큼 내 앞에 와있기도 하지. 걸어갈 외길 답답하기만 하고.암판정 받기 전에는 나도 내 시간 스스로 가늠할 일 없었어. 숲처럼 내 앞날 함부로 금 긋지 않았지. 사람 사이 난 길 끝없이 이어졌고 하늘 향해 뻗은 나뭇잎 닮은 파란 희망 머리 위로 출렁거렸지. 3기, 4기 그깟 숫자가 뭐간디, 이렇게 주춤거리게 만드
너는 꽁무니에서 유난히 희고 노란 빛을 내뿜었어. 저수지로 이어지는 똘뚝을 사이에 두고 온 들녘을 불사르고 다녔지.깜박거리는 불빛 사이로 드러난 네 몸은 시커매서 그닥 호감을 주지는 못했어. 어쩌다가 손에 잡힌 네 몸에서는 상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군내가 진동했거든. 하지만 밤마다 신작로 위를 누비며 순사놀이를 즐기던 우리에게 넌 아주 좋은 장난감이었지. 우린 그런 너를 좇아 대밭 너머 둠벙까지 내질렀어.그림자 없는 밤!질척거리는 논둑에서 미끄러지고 고무신은 그만 논고랑에 처박히고 그럴 때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어. 우린 너나없이 개
7월 20일, 토요일. 이곳에 온지도 어느새 열흘이 훌쩍 넘었다. 서울에선 연일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다는 친구들의 카톡이 온다. 헌데 이곳은 초가을 날씨다. 낮엔 햇볕이 따가워도 그늘로 들어가면 시원하고, 조석으론 제법 쌀쌀해 소매 긴 옷을 입어야한다."한송, 10시에 쿼퀴틀람센터 역에서 만나!" 우빈(又彬, 문순탁)의 카톡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이곳 친구들과 린밸리 파크 둘레길 돌기로 약속한 날이다. 한송(漢松, 정우열)은 나의 호(號)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이름 대신 호를 부른다.이곳에는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 8명이나
일본.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해도 용서를 받을까 말까한 판에 반성은 커녕 너무 나갔다. 다소 느슨하던 대한민국이 불매운동과 거북선으로 재무장하고 세계는 일본의 검은 속을 확실히 보게 되었다.아베. '어리석은 무역전쟁'은 막강 일본을 말아먹는 패착으로 보인다. 아베가 거대 일본 침몰의 신호탄을 쏜 것은 아닐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남한보다 계절이 조금 늦은 북한 백두산 기슭에 철쭉꽃이 한창이다. 우리 가족은 통일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에 북한 외갓집을 찾아갔다.엄마의 고향이기도 한 백두대간의 한 마을.저 멀리 백두산이 바라보인다. 삼지연과 물안개 피어나는 이명수폭포, 백두산 온천과 비룡폭포, 천년의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백두고원의 수림. 정말로 못살 곳이라고 생각했던 북한의 자연은 보는 것마다 아름답고 신기하다.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나의 사촌들에게 자랑하려고 가져갔던 좋은 스마트폰이랑 mp3랑 게임기는 꺼내놓지도 못하고 엄마 고향 백두산 기슭의 아름다움에
한국 사람은 성질이 급하다고 흔히들 말한다. 높은 피로도 사회에 더해 '갈등사회'라고도 불린다. 이 점은 왈가왈부 않더라도 거의 인정한다. 이렇다보니 걸핏하면 싸우고 법에 호소한다. 일본 판검사가 연간 500여 건 처리하는데 비해 한국은 무려 5000천여 건이라니 무려 10배다. 그러니 일명 '갈등공화국'이랄 수밖에. 이런 갈등의 무난한 해결은 건강사회로 가는 과제다. 갈등(葛藤)이란
아베정부가 드디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1일 실시되는 참의원선거용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차제에 한국에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심보가 저변에 깔려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보인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해상자위대 초계기 사건으로 살짝 간을 본 아베 정부가 이제 본격적인 경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이로 인해 발생되는 시나리오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첫째, 아베 정부의 노림수가 신의 한수가 되는 경우이다. 수출 규제 등의 경제 보복을 통해 한국
에베레스트(사가르마타:하늘바다)를 걸으며 사색하다 - 들어 가는 말모든 여행은 낯설음을 즐기면서 시작된다.낯섦이 두렵거나 낯섦이 어색하거나 걱정된다면 여행은 무의미할 뿐이다.그런 마음을 가진 자는 절대 여행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때로는 멍청하다고 소리들을 만큼 생각없는 사람처럼 낯선 길을 무모하게 가야할 때도 있다.그런 모든 것들이 여행이 가져다 주는 만족이다. 지난 2008년 4월 19일 오후 2시쯤 나는 네팔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에 일곱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당시 여행은 한국화가의 네팔 전시회와 일행 네 명을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