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어느덧 살아낸 세월에익숙해진 나는아프면 아프다 말하고힘이 들면 힘들다 말하지 못하는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살아가는 자에게는그 무게만큼 무거워속 살을 꺼내지도 못한 채두꺼운 껍질로 무디어 살아간다 밤 하늘 별들이시린 공간을 도리깨질하고구름 사이 보이는 달은싸늘해진 공기만큼그 빛이 유난히도 커보인다 나는 내가 아니다나를 바라보는 나는이미 내가 아니다 옳은 것을 옳다 말하고그른 것을 그르다고말하지 못하는 나는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나이 들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고심하던 차에 종이컵에 그려진 유럽풍 건물을 보고, 바로 이것이다, 펜화를 배우자!내가 수채화를 7년간 배워주신 선생님에게 전화를 통화하여 펜화에 대해 고견을 문의하니 지금 L백화점에 선생님 강좌가 문화 센터에 개설되어 있다고 해서 그 길로 등록 하였다. *학용품펜 퍼그먼트(pigment) 0.5~1.2mm까지 다양하다 스케치북은 내가 구입 했던 것은 Water colour Album 200g/㎡ 135파운드 *첫 수업선을 겹처 가며 톤 연습하기 코로나 이후 절필한 이후 오랜만에 펜을 드니
사십년을 오고가는철성고샘 다섯함께단풍빗속 서울여행대한민국 역사박물관팔층의 옥상정원종로삼가 갈매기살꼼꼼철저 지극정성함께하며 가치이끈스로디도 영원하라주석* 스로디 = 스칼라로드디스커버리'새로운 시니어 여행 비즈니스'의 깃발아래, "은퇴 후 사회경제적 소외로 홧병에 빠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은둔시니어가 여행을 매개로 하는 커뮤니티 활동으로 은둔 탈출"이라는 미션과, "은둔시니어 행복 놀이터 여행커뮤니티플랫폼 스칼라로드디스커버리 구축"이라는 비전으로, 여행 상품 개발 과정부터 여행 소비까지 은둔시니어의 시간 활용을 일거리로 삼는
- 겨울 나무 - 겨울이 되면 나무는 옷을 벗는다.자신을 감싸주고 자양분을 만들어주던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앙상한 모습 그대로대자연(大自然) 앞에 선다. 그리고는 북풍한설을 그대로 맞으며 동한거(冬寒居)에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때때로 휘파람 염불(念佛)로 새봄을 기다리는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시작(詩作) 노트1)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릴적에 부르던 동요 ' 겨울나무' 를 듣고나서, 가사 내용을 바탕 삼아 나름의 시각으로 '산문시'
나였으면 좋겠어요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가끔 전화해서안부를 걱정하고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한 여름 가뭄에시원한 소나기같은 사람 금방 꺼져버릴 듯바람 앞에 등불같이절망적인 현실에도어둔 밤하늘 새벽별처럼 세상에 빛을 밝혀주는 사람 한번 만나 보면가축 농장 주인 몸에배인 배설물 냄새처럼그리움이 묻어 전혀 지워지지 않는 사람 가까울 땐 몰랐는데멀리 떨어지면소스라친 토끼 눈처럼내 심장 안에 들어와 인감 도장을 찍은 사람 나였으면 좋겠어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육사가 촛불에게-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을 그리며 권말선나는 오래전부터 이날을 기다려왔소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기 그대와 함께 있소나라가 식민의 굴레에 떨어졌을 때나는 광야를 내달리며일제를 향해 한 발의 총이라도 더 쏘려독립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라도 더 쓰려했소독립은 나의 몸부림, 나의 전부였지만그날을 안아보지 못한 채일제의 그물에 갇혀 죽음을 맞았소독립을 이뤄줄 영웅, 속박을 끊어줄 초인을 기다리며해방은 되었으나 독립은 이루지 못해대통령이 매국노, 반역자이길 몇 번이요그러니 다시 독립을 외쳐야 하오나도 죽음에서 일어나 다시 독립을
아내가 낳은 아빠 어둠 깊은 저물녘처럼삶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가는 날눈 덮인 산을 이고 태어난 아내는숱한 어둠의 끝을 헤집고 헤치며 비로소 어머니로 태어났다그때 아들 김주형이 태어났고김주형을 낳아준 아내 덕에나는 아빠로 태어났다애지중지한 시간 속 268일우리는 서로 서로 각각 태어났다 엄마로 태어나고 아빠로 태어나고 아들로 태어났고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가족과 이웃 세상과 만나며 각각 태어났다거기 아내가 품은 268일의 기도가 있다268일의 소망이 있다 이제 아들과 엄마 이제 아들과 아빠는 같은 길에서아이와 함께귀한 소리를 듣고
삶 그리고 과거와 미래- 2세를 기다리며 오래된 기억 속에서부터나는 오고 있었고나는 가고 있었다가장 최근에도 나는 오고 있었고나는 가고 있었다지나온 날 속으로다가올 미래로나는 오고 있었고나는 가고 있었다나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고나는 그곳으로쉬지 않고 가고 있었다어제로부터 오고어제로부터 가고오늘도 나는 오고오늘도 나는 가고나를 통해 오는 또 다른 나를나를 통해 오는 또 다른 나를 그렇게 기다리고 그렇게 오고그렇게 우리네 삶은 둥그러지고 있었다네팔인 아내 먼주 구릉과한국인 남편 김형효는오고 있었고 그렇게 가고 있었다오늘 김주형金主炯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의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전자 여권이 일반화되어 휴대폰에 저장된 비행티켓 인증 사진만 제시하면 긴 줄을 서지 않고도 수하물을 자유롭게 부칠 수 있고, 제반 출국 수속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내는 나보다 디지털 시대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 새로움에 대한 적응력과 순발력에서는 내가 도저히 아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아니, 나는 따라잡을 생각이 없다. 그저 아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하는 게 속이 편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과거지향적 인간형이고 아내는 미래지향적 인간형일지도 모른다.그런 아내
인생을 살면서 고민에 잠기거나 고통을 겪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보다는 어떤 긍정적인 기대나 희망을 품고 살기를 바라며 되도록이면 행복감을 느끼고 살아가기를 원할 것이다. 여행을 한다는 건 그런 행복감을 갖게 하기에 딱 어울리는 행위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그것이 해외여행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해외로 가는 여행 일정을 미리 잡을수록 여행에 대한 기대는 커지기 마련이다. 가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하고, 막연히 알고 있던 그 나라가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사뭇 기대를 하며 지내게 된다. 여행
서귀포의 삼춘으로질토래비 십여년에난생처음 맞닥뜨린엄청힘든 이저그요풀다풀다 꼬인실을맘과사랑 모아모아귀한여섯 筆陣모둠동박고장 핀혼인지봉사는곧 저의기쁨 주석* 삼춘 : 제주어. 남녀 가리지 않고 누구든 손 윗사람* 질토래비 : 길라잡이의 제주어* 이저그요 : '이'런일 '저'런일 '그'런일 '요'런일* 筆陣 : 정기 간행물의 집필 진용* 모둠 : 모듬이 아니고 모둠이 옳은 표현. ‘모둠’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음. 초ㆍ중등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하여 학생들을 작은 규모로 묶은 모임* 동박고장 : '동백꽃' 제주어* 혼인지 : 삼성혈에
겨울을 타는 기차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겨울로 가는 기차 승객을 위해 정거장에 잠시 멈추는 일은 있어도가는 도중에 머뭇거리지 않는다 겨울을 위한 기차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강아지 잠에서 깨어눈 비비고 일어나는 일상처럼숙명으로 여겨지는 필요한 노동 겨울로 향한 기차 이른 아침 서릿발에시린 이를 드러내고외양간 황소의 되새김같이잘근잘근 세월 위를 미끄러진다 겨울을 타는 기차차가운 유리창 성에로비친 얼굴이 안 보일 즈음조바심 가득한 미소는새봄을 나르는 고드름으로 녹아내린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과교총의 싹큰잔치창작실험 부스운영이십년도 넘는초대수원중을 떠나온지몇달짼데 잊지못해찾은소녀 넷참빛나꽃다발의 꽃다은이나윤미연 수지착해지극정성 미래창창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지팡이의 슬픔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지팡이 한 자루무거운 시간에 기대어몇 달이 지나도록 병원 향한 주인을 기다린다 거칠어진 손길 놓쳐버린 지팡이 봄비로 마음을 담그고 검은 밤을 버티다 잠이 든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빈 그릇을 확인한 들고양이 스스로 발소리에 놀라두꺼운 입술이 되어 하루가 간다 어느 날나무 지팡이는 사라지고집안에 들어온 새로운 지팡이가힘을 과시한 채 주인집 문 앞을 지킨다 수의 찾아온 멧비둘기문밖에 기다리던 지팡이가 일어난다수의 찾은 비둘기 여행길지팡이를 무시하고 오던 길 재촉한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백
살다보면 기쁨과 즐거움보다시련과 고통이 더 많더라가끔은 따사로운 햇볕과 훈풍을 만나지만세찬 폭풍우와 눈보라에 밀리더라 하지만 시간과 세월은 어느새 그들을 다 걷어가고나 홀로 남겨두더라모두 다 가고 나니그제야 그들이 내 삶의 동반자였음을 알게 되더라 차가운 허전함이 엄습하여온 가슴을 휩쓸지만삶은 그러한 것대처와 준비가 불가했더라그러기에 살아왔지만 말이다삶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생사의 종합산물인가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봄 여름 무르익은 사랑이붉으스름 열매 맺는 계절.찬 바람 일찍 부는북에서부터 내려오지만어딘들 제나름으로 피어나는 결실영동의 우거진 수풀 알록달록 타오르고영남땅, 남도땅, 제주도까지노랑빛 빨강빛 상록빛으로대지를 온통 바꿔 놓는다, 혁명을 한다.산하는 이리도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찬란한 혁명을 하건만나라는 대한검국 멧돼지왕, 멧돼지떼 온나라 민가에 출몰하여짓밟힌다.삶의 터전도 잘 자란 곡식도 들판에 곧게 살아가는 초목도개판, 저(猪)* 판이 된다.이제는 용기 낸 사람들이 멧돼지 몰아낼 때.모든 멧돼지 사람사는 땅에서 내쫒고살기좋은 세상
가을이라고다 가을은 아니다.가을 속에도 푸르른 봄 있다. 가을이라고모두 단풍은 아니다.단풍 중에도시퍼런 잎새들 있다. 가을이라도온통 가을은 아니다.봄 여름 겨울그 눈빛 곳곳에 있다. 계절이 가을이라도봄같은 꽃 있고뜨거운 여름같은불꽃이 있다.(2023.10.17)*정영훈: 고 3때 목포에서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래 교육과 사회 개혁을 위해 여러 현장활동 및 시와 글 쓰기 노력/ 촛불완성연대대표, 촛불행동운영위원/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
시간예술창작소 개소 기념 공연이 화정역 4번출구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장금연주, 송서율창, 에어로폰과 장금, 셋소폰, 대금민요 메들리, 판소리, 민요창등 국가무형문화제 대금산조 이수자 와 전수생, 송강 가사문학보존회 이사장 등이 출연하여 야외 추운 날씨에도 끝까지 프로그램을 완수 햐였다. 일시: 2023.11.11.(토) 오후 2시30분장 소: 3호선 화정역 4번출구 공연장주최: (사)한국금아대금산조보존협회주관: 시간예술제작소 편집: 최호진객원편집위원
이스라엘은 야곱이여호와로 부터 받은 이름이다.야곱은 본의 아니게어머니의 농간으로 아버지로 부터형 에서의 장자 축복권을 탈취하고외갓집으로 도주하였다가결혼하고 부자가 되어형이 원망하며 기다리는고향으로 가까스로 돌아왔다.야곱의 12아들이 흉년을 피해고향을 버리고 막내 요셉을 찾아이집트로 이주하였다가수백 년이 흘러 모세를 따라출애굽 하여 가나안에 입성하여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국가를 세웠다.유대민족이 로마제국에 망하고유럽으로 피신하여피눈물 흘리던 생존의 유랑을 끝내고시오니즘을 외치며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돌아 왔을 때거기에는 이천 년 동안애
저분이 저희의스승님이십니다.저 멋지고 핸섬하신백발의 교수님이저희의 은사님이십니다.감사합니다.그 한마디 말로는다 표현하지 못하여천 번이고 만 번이고드리고 싶은 고마움의 인사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사랑으로 키워주신 제자들이교수님께 드리는 약속은진정성으로 살아가겠다는마음의 약속입니다.북한이 고향인 저희보다더 북한을 사랑하고통일을 염원하시는 교수님께저희 제자들의 아낌없는존경의 인사 드립니다.이 시는 아주대 경영대학원 원장이시며 저희 탈북대학원생들의 아버지이신 박호환 교수님의제2의 인생의 출발을 응원하여 드립니다.편집 : 김혜성 객원편집위원
풀꽃의 꿈 -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푸른 색깔 사이로 숨을 쉬다가 불현듯황갈색 폭풍우 꼬임에 빠져처연한 삶에 부대끼는 바다 엄마 찾다 지쳐날개 접어버린 까치 저민 가슴으로 품어화석보다 더 깊은 하루를 연다 굵은 눈물 같은 분신 가녀린 이슬처럼 살다가 벌 나비 손님에게 체념이란 명분으로 버텨낸 길 위의 순례자상처가 커 갈수록향기 진동하는 향나무둥지 잃은 딱새를 부둥켜안고 서리 맞은 달개비는 향기로 젖는다 비바람에 가슴 울고 온 밤을 뒤척이던 날 관을 덮는 슬픈 심정으로 웃음 너그럽게 펼쳐 보이는 꽃망울 손잡지 않아도 외
그리운 임 싣고 떠난야속한 열차 이제그만 보내려 합니다.슬픔을 걷고 일어나나를 찾아 길을떠나려 합니다.지나간 시간 후회한들돌아오지 않는다면나는 그만하려 합니다.나는 다만내가 되려고 합니다.편집 : 김혜성 객원편집위원
너는 꽃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너는 꽃이라 불러주기 전에도너는 마냥 꽃으로 피었다 너는 사랑이라 불러주기 전에도 너는 이미 사랑으로 피었다 너는 은혜라 불러주기 전에도 너는 벌써 은혜로 뿌려졌다 너는 선물이라불러주기 전에도 너는 선물로 세상에 보내졌다 꽃은 꽃피우기 전까지꽃은 아니지만 너는 꽃피우기 전에도 꽃이었다 * 내 고향 11월은 육지배기 단풍꽃이 선운산을 두르는 가을입니다. *고창 선운산 단풍(필자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단풍은 왜 권말선 단풍은 왜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나봄엔 따순 바람이북으로 올라갔기 때문이지단풍은 선물봄바람 북으로 날아가여름 한 철 같이 뛰놀다손잡고 데려 온 동무알로록달로록고운 단풍 보니봄바람 얼굴도저리 고왔겠구나우리도 너희처럼고운 것 어여쁜 것만서로 나눠야겠네그렇게 살아야겠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꽃다운 청춘 159혼이 어이없이 쓰러진이태원 참사는청담동 룸싸롱 밀회에서 부터 시작되었다.대통령과 법무장관이법무법인 변호사들의 모임에부적절하게 회동하였다고바이올리니스트가 제보하면서진위공방으로 언론이 시끄러웠고제보자를 겁박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어쩌면 정권의 안위, 도덕성 마저붕괴될 상황에서이러한 뉴스를 덮고 국면전환을 위해법무부에서는 할로윈 축제를 이용하기로 했나?보수 정권의 할로윈 축제에 대한곱지않은 시선과 마약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코로나가 끝나고 10만 인파가 예상된다는할로윈 축제의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경찰인력을 대거 마약단
붙박이 배추밭 박명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익어가기 전물로 흘러내린 감고개 떨군 주인은덕장에서 멀어진 후배추밭 포기들만 수군댄다싸리재 넘어새벽 찾은 물까치젖은 실개천에 몸을 씻고감잎 끝 눈물을 찍어꺾인 나뭇가지 노동을 삭혀낸다 걸터앉을 만큼낮게 저민 안개엄마 손 놓친 사슴처럼타는 심장만 저려오고주인 잃은 배추밭에 서성인다 하늘 아래 충렴골녹아내린 감나무응답 없는 전화처럼허공에만 착신되는지끊긴 전화벨은 말 잊은 지 오래다 먹구름 짓누르면해 뜰 날 기다리고세찬 바람 부는 날엔바람 잘 날 찾아온다고음지는 양지된다 햇살이 손 내민다
앞뒤분간도 어려운 암흑의 좁은 동네길산책 중인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 백구험악하게 날 노려보며 무지하게 짖어댄다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알 수 없다내 뒤를 따르며 무서운 큰 소리로 컹컹 짖는다아마 고이 잠든 마을 사람들을 깨우지 않았을까미안한 맘에 발소리와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살짝 백구 눈치 본 후 평온히 걸으려 노력했다이젠 내 앞으로 가서 나를 올려다보고 짖는다다소 놀라움에 움찔했지만 모르는 척 걸었다백구는 내 앞뒤로 계속 돌며 노려보고 짖었다여명도 트기 전이라 적막하고 고요하다 이 놈이 유기견인가 노숙견인가 궁금하여곁눈
쇳대 하나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매일 아침 광문 열던 시어머니 아침 지을 쌀 한 됫박 고봉 깎아 며느리에 건네든 일상 한여름 원두막 군것질 생각나서겉보리 한 바가지 퍼낼 때도 열쇠는 뒤주 속 눈금자를 기억했다 파 뿌리 된 며느리건네받은 *쇳대는 허리춤에 무뎌진 채 매달려어둑한 밤 지켜낸 파수꾼을 닮았다 서릿발로 덥혀진 들녘을 식히고 뙤약볕 콩깍지 열리는 소리 마당 가득한 비둘기 부리 분주한데 무거운 손열쇠 움켜쥔 백발은 호흡 짧아진 자물쇠를 열어노곤한 몸 누일 석양을 붙잡는다 무너진 장막 집 든든한 쇳대 하나 붙잡
아픔의 끝단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여름 장마철 태풍보다 더 질긴 가지에 붙어 있지 않고는 열매의 풍요를 만져볼 수 없습니다 새벽녘 서리로이파리 시리도록 아픔 견뎌내지 못한다면 홍단풍 색조는 채색할 수 없습니다 물 한 모금도다문 입술 횡단하지 않고는식도에 다다를 수 없듯이 슬픔의 다리 건너지 않고 기쁨의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슬픔과 기쁨 사이망각의 시간 들이킨 강물이 모여 웅얼거리고 강은 새벽안개를 모아 출렁입니다 초승달로 시작하여 보름달로 건너려면튼실한 반달 상판 하나 들고그믐이라는 교각 가로놓아야 합니다 절망보
서늘한 가을바람 불어오고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내 가슴에 홀로를 새긴 후난 그대를 불러왔네하지만 날이 가고 달이 가고사계가 다시 올 때가지홀로는 떨어지지 않았네 내 눈동자에 새겨졌던그대의 잔상은 흐려져 가고귓가에 맴돌던그대의 고운목소리도 멀어져갔네손등을 따뜻하게 덥혀주던그대의 부드러운 손길도 잊혀져가고숨을 컥 막히게 했던그대 입김도 사라져갔네 하지만 언젠가는 그대를 다시 볼그날이 오리라 맘 달래며애달픈 그리움과 기다림이눈앞에서 실현되기를 기도했다네오늘은 바람과 손잡고먼 곳까지 하염없이그대 마중 나갔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슬픈 가을의 소묘(素描)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색깔 고운 등산복가을을 두르고지팡이질 쾡한 두 눈이슬 떨어내는 발자국다람쥐 청설모 가슴만 아린다 배달된 문예지첫 장 낯선 시어들떨어질 듯 붙어 다니는각질 일어난 발뒤꿈치그림자가 그림자를 묶는다 달구어진 여름 무게만큼 가벼워진 가을 들어 올려 귀뚜리에게 변질된 음색으로 정장을 입힌다 여치보다 가는 목소리로 아침 안개 불러 날맹이부터 빗질하여 갈색 수채화로 묶어낸 은천골 전화 한 통 기다리다 지친소쩍새 밤새 울고다시는 울지 않게 된 날소쩍새 장막집은 보이지 않는다 편집 :
둘은 손을 잡고 말없이 걸었지요.눈은 서로의 맘을 보듯먼 곳을 바라보면서그 때 스스럼없이 다가서며서로의 손을 살포시 잡았지요.손은 서로를 기억할까요? 따뜻함이 가슴까지 밀려오더니설렘이 되고 뜀박질로 변했지요.아련한 그 손길그 손가락 하나하나지금도 서로의 손은 기억하겠지요.기억해야 할까요?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