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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참관수업인 그 날은, 6세 반, 7세 반 학부모들이 입학식 후에 처음으로 유치원을 공식 방문하는 그야말로 떠들썩한 날이었다. 학부모들도 커가는 자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치원을 방문했고, 선생님도 이런저런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학부모들을 기다렸다. 나도 하루 휴가를 내고 유치원에 갔다.6세 반인 아들반 참관수업은 선생님께서 동화를 들려주시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과 간단한 노래로 하는 영어회화 수업 두 가지였다. 먼저 동화이야기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이 의자에 앉으니 아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선생
아이를 사랑한다면
김미경 부에디터
2016.02.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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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고등학교는 다니지 않을 거야.”“…….”1학년 겨울방학을 맞아서 집으로 돌아온 다향이가 말합니다. 변산공동체학교의 아이들도 여느 학교의 아이들처럼 고민이 많습니다. 아니 어쩌면 고민이 더 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특히 고등부아이들은 앞날에 대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집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비인가 학교인 만큼 진학을 하려면 검정고시를 따로 준비해야 하니까 그럴 만도 하지요.“그럼 중학교만 졸업할 거야?”하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언니오빠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저도 고민이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2015.11.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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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는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에 있습니다. 친환경농사공동체로 오전에는 중·고등부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어른들과 함께 농사를 짓습니다. 흙집으로 지은 집이 기숙사이고, 아이들이 해온 나무로 불을 때서 난방을 하고, 물을 덥혀서 씻어야 합니다. 그래서 OT때부터 신입생과 재학생이 어울려서 장작을 패는지도 모르겠습니다.현대식 화장실이기보다는 뒷간이 더 잘 어울리는 재래식화장실에서 볼일을 봅니다. 똥을 싼 다음에는 재나 왕겨를 덮어야 하고, 신문지를 비벼서 뒤처리를 해야 합니다. 친환경비누나 샴푸가 아닌 것은 사용금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2015.11.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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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거 보세요.”수연이가 티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보여줍니다. 고3 여학생의 어깻죽지에 검푸른 피멍이 들어있습니다.“수연아, 이거 왜 이래?”“양파를 배달하느라 멍이 들어버렸어요.”“…….”그 말을 듣고 대견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2012년 여름방학 때 변산공동체학교 고등부 아이들 15명이 다녀갔습니다. 그때 수연이랑 나눈 대화입니다. 고등부 학생회에서 ‘우리도 제주 강정마을에 지원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고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주는 육지와 달리 교통비가 많이 듭니다. ‘그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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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9.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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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시작하면서방학 때 집에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방학이 끝나가는 게 아쉬웠고 학교로 돌아가기 싫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와 보니 반가웠고 재밌었다. 작년에는 재학생들이 작년이나 재작년 얘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게 부러웠는데 지금은 내가 작년 얘기를 하면서 웃고 있다. OT 때 신입생들이 일하는 걸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한편으론 작년에 나도 저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재학생들은 크고 긴 나무 여러 개를 한꺼번에 매고 내려오는데 신입생들은 잔가지만 조금 들고 내려오면서 힘들다고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9.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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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향 - 자신에게 쓰는 편지안녕 나는 다향이야. 나는 네가 좀 더 자신 있게 말하고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만날 억울한 게 있는데도 말 못해서 혼자 아파하고 혼자 울고. 그래서 너무 힘들어하고. 겉으론 밝고 쾌활한 척하면서 우울해 하고.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해서 혼자 있고. 하도 그래서 이젠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하고. 언니 오빠와 친한 척하지만 나도 모르게 비위 맞추고 있고.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한심하고 비참해지고. 다른 언니나 친구, 동생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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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9.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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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과자 먹고 싶어.”통화할 때마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저번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혼자 지서리에 갔다 왔어. 그런데 10원이 모자라서 한 개밖에 못 먹었어” 합니다.휴! 공동체가 있는 운산리에서 버스정류장과 구멍가게가 있는 지서리까지는 걸어서 꼬박 40여 분이 걸립니다. 그 길을 혼자서 다녀왔다고 합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에요. 아무튼 통화할 때마다 이것이 먹고 싶다, 저것이 먹고 싶다고 쭉 열거합니다.“(보름에 한 번) 외출하는 날에 부안에 가서 사 먹으면 되잖아” 하면 “응.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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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9.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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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울음기 섞인 다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습니다.“다향아, 왜? 무슨 일 있어?”“아니.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어.”눈물이 납니다. 아니, 다향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부터 눈물이 나고 있었습니다.“…… 다향아, 한 달만 지내보기로 했잖아.”“알아, 아빠. 그런데 여기 언니오빠들 다 욕 쓰고 오빠들은 담배도 피워. 여기 있으면 욕이랑 담배만 배울 것 같아.”“…….”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다향이를 너무 무공해로 돌봤나 싶었습니다. 담배를 배울 것 같다는 말은 집에 오고 싶다는 절박감에서 하는 말일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8.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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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보낼 것인가? 그냥 데리고 있을 것인가?’ 다향이가 열세 살이 되면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유가 대략 두 가지 정도 있었지요. 아빠가 줄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줬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선생님들로부터 폭넓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다향이에게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아야 하는데 제주의 외딴곳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지요.다향이의 진학 여부를 두고 꽤 오랫동안 가족회의를 했습니다. 저녁마다 의견을 나눴지만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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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8.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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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다향아사랑하는 다향! 너를 변산공동체에 두고 올 때 걱정이 참 많았단다. ‘울면 어떡하지! 다향이가 울면 나도 펑펑 울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는데 어제 기어코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구나.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 흘리는 너를 안고는 억지로 눈물을 참았지만 '내 판단이 옳은 걸까?' 생각하며 그냥 너를 데려오고 싶었단다.지서리에서 부안으로 나오는 버스 안에서 울음소리를 감추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나도 모르게 끅끅거리면서 울었단다. 버스 안의 사람들을 생각해서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끅끅거리는 동안 눈물이 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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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8.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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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원하는 건 관광이 아니야“아이들이 참 신기해요. 어디로 데리고 가든 언제 집에 갈 거냐고 재촉하던 애들이 여기서는 가자는 말을 안 하네요.”아이들과 함께 둥구나무에서 묵고 가는 손님들의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둥구나무의 너른 잔디밭에서 공을 차고, 원반을 던지며 리어카를 타고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왜 굳이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겠습니까?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를 씁니다. 성산 일출봉, 용두암, 산굼부리, 미천굴, 여미지식물원, 해수욕장, 테디베어 박물관 등등. 하지만 아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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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7.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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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켜지 않기여행을 다니는 동안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바로 숙박비입니다. 물론 밥값도 만만치 않지만 여행 중에는 굳이 세끼를 먹을 필요도 없고, 그러기도 힘이 듭니다. 하지만 노숙을 하거나 텐트를 지고 다니지 않는 한 숙박비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지요. 다향이랑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게 우리나라에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없다는 것입니다.도시는 물론이고, 산간 벽촌의 작은 마을에서도 러브호텔만 성행합니다. 빨래를 해서 널고 아이와 더불어 편안하게 쉴만한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아이와 함께 그런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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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7.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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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인 좋겠다“와! (다향인) 좋겠다.”다향이랑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아빠랑 여행을 다녀서 그런 게 아닙니다. 다향이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은 대부분의 아이가 놀라고, 부러워했지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슬퍼졌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고 싶고, 또 즐거운 곳이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가고 싶지 않은 학교, 지겨운 학교를 억지로 다녀야 한다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그래도 학교엔 다녀야 해요.”처음엔 ‘와!’ 부러워하다가 곧 정색하는 아이도 두어 명 있었습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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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7.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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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이는 가끔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중문 관광단지 내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로비에 있는 아빠한테 손을 흔듭니다. 웃기도 하고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제주로 이주하기 전에는 늘 이용했던 것인데도 신기해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촌놈 다 됐구나!’ 싶습니다. 그 모습을 관찰하면서 아내한테 말합니다.“다향이랑 여행을 다녀왔으면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요?”“여행?”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아내가 되묻습니다.“고여 있는 물이 썩는 것처럼 오래도록 한 곳에 머물면 지루해지잖아요.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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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7.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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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아, 지은 언니 기억나?”“아니.”사춘기로 접어들면서 툭하면 ‘아니’라고 합니다. 충분히 생각하지도 않고, 원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판단하기도 전에 ‘아니’가 입에 붙어버렸습니다. 과천이나 분당에서 살 때의 일, 제 친구들에 대해 얘기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도 싫다고 외면합니다. 그 시기의 특권(?)이려니 곧 지나가는 현상이겠거니 생각하지만, 아빠도 인간입니다. 오감을 가진.“오다향! 너 생각해보고 하는 말이야?” 목소리가 커지니 다향이가 조용해집니다. “아니.”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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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7.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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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엔 아이와 관련된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향이가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 나이가 되니까 다향이를 아는 분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다향이 검정고시는 잘 준비하고 있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애 영어랑 수학공부는 어떻게 시키고 있어? 너도 잘하지 못하면서.” 의혹의 목소리로. 이런 질문에 비하면 “내년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중학교는 보낼 건가요? 아니면 대안학교를 생각하시나요?” 하는 건 매우 점잖은 질문에 속합니다. 다향이에 대한 염려는 고맙지만 속으로는 ‘당신의 아이들이나 잘 돌보세요’라고 말하게 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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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6.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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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이들이 그렇듯이 다향이에게도 우상이 생겼습니다.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걸그룹. 바로 소녀시대입니다. 눈만 뜨면 소녀시대 얘기를 합니다. 화보 속 얼굴을 짚어가면서 얘는 누구고, 얘는 누구며 이번에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시시콜콜 얘기합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녀시대 얘기를 했지요.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소녀시대의 얘기를 듣다 보니 아홉 명이나 되는 구성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게 됐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다향아, 잘 봐. 아빠가 소녀시대의 이름을 맞혀볼게” 하고는 얼굴을 짚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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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6.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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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보낼까 말까 (2011.11.29) 요즘 다향이랑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다향아. 중학교 과정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변산공동체에서 공부하면 어떨까?”“싫어.”“왜?”“난, 소녀시대가 있는 서울이 좋아. 청담동에 살고 싶어.”“…….”“청담동에 산다고 해서 소녀시대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그래도. 그런데 아빠는 내가 미워? 왜 자꾸 변산에 가라고 해?”“우리는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잖아. 그리고 네가 떠난다면 아빠는 매일 울지도 몰라. 눈만 뜨면 보던 네가 보고 싶어서 말이야.”“그러니까, 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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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6.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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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아 (2011.8.16)그저께 제주승마장에서 한 여자를 봤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게 여인의 몸이고, 많은 화가가 누드화를 그린다고 들었지만 그동안은 그냥 '픽'하고 웃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본 여인은 ‘저게 정녕 사람의 몸이란 말인가?’ 싶었습니다.어깨에서 팔로 내려오는 선이며, 가슴과 허리 선, 배와 등의 선, 다리 선이 아찔할 정도였습니다. 170cm인 나보다도 키가 조금 컸으며 얼굴까지도 수려해서 마치 아름다운 조각품을 보는 듯했습니다.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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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5.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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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이의 열정에 불붙이기 (2011.7.3)재미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다향이랑 진행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라고 했거나 동기부여가 확실하지 않았더라면 다향이가 발심을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우상인 소녀시대를 동기로 부여하고, 아빠가 공동 작업에 매달리니 좋아합니다. 지난 며칠 동안 하루에 두세 시간씩 일을 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다시 일하기를 반복했지요.어제는 온종일 붙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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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5.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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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가 무쳤어 (2010. 12. 18)“이거 맛있는데……."어젯밤에 저녁 식사 중이던 아내가 포항초를 먹으면서 말합니다. 그러자 다향이가 냉큼 말을 받습니다.“엄마, 이거 내가 무쳤어.”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아냈습니다. 아내가 말합니다.“정말? 맛있게 잘 무쳤다 야.”아내가 자신보다 낫다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그 말을 듣고 겨우 참아내던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다향이가 발끈하며 말합니다.“내가 무친 거 맞잖아?”“그래. 누가 아니라고 그랬어?”“…….”다향이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자신이 나물을 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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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5.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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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MP3 (2010. 8. 13)“아빠 있잖아. 혜준이 언니 핸드폰은 터치폰이야. 손가락으로 이렇게 쓱쓱 문지르면 화면이 막 바뀌어.”“…….”“아빠, 터치폰(스마트폰) 사려면 되게 비싸대. 그런데 요즘은 공짜로 받을 수도 있대. 아빠랑 엄마도 핸드폰 바꾸지? 요즘 누가 그런 폴더형을 써?”“…….”아무래도 다향이가 핸드폰을 갖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 농담 삼아 툭 던집니다.“그렇게 갖고 싶으면 네 돈으로 사. 아빠는 그걸 사줄 마음이 없으니까.”“정말? 정말 그래도 돼?”다향이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되묻습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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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5.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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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시오 (2010. 3. 11)안과에 다녀왔습니다. 다향이가 눈이 나빠진 것 같다기에 시력검사를 받으러 다녀왔지요. 날은 춥고, 길은 얼어 있으며 눈발이 날립니다. 자연히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백미러로 슬쩍 보니 다향이 얼굴에 지루함이 묻어납니다. 그래 이야기를 하나 해줍니다.옛날 어느 마을에 자린고비 영감이 한 명 살았는데 아주 대단했대. 뭐든 한 번 손에 쥐면 내놓을 줄 몰랐고, 남의 것은 모두 거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단다. 하루는 그 구두쇠영감이 시장엘 갔는데 한 장사꾼이 갓이랑 잣을 팔고 있는 거야. 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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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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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자청하는 다향이(2008. 4. 24)드디어 다향이가 시집 한 권을 다 외웠습니다. 며칠 전 통째로 외운 시집을 지금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빠 시 외우는 거 시험 봐.""왜?""용돈을 벌어야 서울 가서 맛있는 거 많이 사 먹지?"시를 외우면서 가끔 암송 시험을 치렀습니다. 한번 외우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게 되니 그렇게 했습니다. ‘시험에 대한 부담 대신 즐거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처음엔 세 편을 암송하도록 했습니다. 아빠가 무작위로 선택한 걸 다향이가 외우는 것입니다. 그 전에 규칙을 정했습니다. 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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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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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강아지 사줘.” 다향이가 조릅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다향아,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사줄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듯이 개는 개답게 (밖에서) 살아야지. 강아지가 집 안에만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 셋이 살기에도 비좁은 집에서 강아지까지 감당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아내가 개나 고양이처럼 털 달린 동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이었고요.“도대체 언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갈 건데? 아빠는 거짓말쟁이야.”“……?”5 ~ 6년이 지나도록 같은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거짓말쟁이라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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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교래리’라는 산골 마을입니다. 관광지인 ‘산굼부리’와 토종닭으로 유명한 마을이지요. 이주하기 10개월 전쯤에 다향이랑 한 달 동안 제주를 사전답사했습니다. 아이가 학업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만한 학교를 찾으려고 애를 썼지요. 그때 눈에 들어온 학교가 중산간의 납읍초등학교와 교래분교, 갯마을의 강정초등학교, 한림공원 안의 재릉초등학교입니다.네 마을 모두 살 집을 알아보았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오래된 시골 마을에는 당신들이 살 집 외에 여분의 주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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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07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