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초라한 행색이었지만 눈빛만은 예사롭지 않게 빛나고 있었고 말투 하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았으며 제왕의 위엄과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를 이을 한강왕을 고르기 위해 한강변을 배회한지 몇 해가 지났으며 그러다가 한강왕의 자격을 갖춘 나를 만나게 되어 하늘에 감사한다고 했다. 나는 몰랐지만 노인은 그동안 한강을 거닐던 나를 면밀히 관찰했다는 것이다.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이 한강왕이라면 직계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이지 왜 나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노인의 말인즉, 자신도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요즘 한강변을 산책하는 것은 크나큰 행복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하늘은 푸르고 강물은 평화롭게 흘러간다. 한강나루터로 가는 길목에서 요트선착장 쪽으로 이어진 오솔길은 내가 즐기는 코스중 하나이다. 오솔길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문득 '오늘 여기서 왕처럼 하루를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요즘 같은 문명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원시시대로 치면 대략 수백 명의 하인들을 거느려야 가능하다고 한다. 매일 먹는 나의 먹거리
한국 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위기감을 느끼던 3월의 어느 봄날, 나는 갑작스런 무기력증에 사로잡혔다. 이건 절망도 아니었고 희망도 아니었다. 그냥 무중력상태다. 의식의 무중력상태에서 무언가를 잡고 싶어 하는 나의 내면을 엿보게 되었다. 절망이 희망만큼이나 허무하다면 절망 또한 의탁할 것이 못 된다. 오늘 내가 새삼 공허와 허무 속에 잠겨 있는 것은, 머나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세월의 무구함이 헛되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영겁의 세월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이는 머나먼 과거 속으로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위급한 상황에 빠지기라도 한걸까. 단말마적 비명이다. 처음엔 여인의 앙칼진 비명처럼 들리더니 점점 남자의 숨 너머갈듯한 거친 숨소리가 느껴진다. 연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 때로는 어미 잃은 간난아이가 하늘을 향해 애절하게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비명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대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하늘 위로는 섬광이 번득인다. 세상 천지에 이런 비명은 듣도 보지도 못했다. 비명소리가 나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쫓아가본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봐야 한다. 비명을 지르
모짜르트는 내가 하늘 정원을 잠시 이탈한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내가 보호천사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럴만한 일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모짜르트가 나를 향해 밝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단군 시대의 조상과 만난 소회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네, 덕분에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명 깊었습니다."내가 원하는 인물을 만났으니 이제는 천계에서 지정한 인물을 만날 차례다. 나는 모짜르트에게 사의를 표한 후 다음에 만날 천계의 인물이 누군지 물었다."천계에서는 세 명을
검은 구름이 악어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누군가를 쫓고 있다. 악마다. 도시의 악마. 악마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국물도 없다. 그러나 악마에게도 천적이 있다. 천적이 악마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악마는 잡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악마의 욕망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천적은 악마의 끝자락을 노린다.욕망의 끝을 보았다. 악마는 욕망을 품었다가 욕망이 생명을 다할 즈음에 토해낸다. 더러운 오물과 쓰레기들이다. 악마의 꼬랑지는 폐허더미로 이루어졌다. 그래도 악마는 욕망으로 온 몸을 감싸며 도시를 휘젓는다. 천적은 악마의 뒤를 노린
모짜르트가 삼랑 을보륵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나는 무심결에 하늘 정원의 테라스 뒤편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복도 끄트머리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밖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려 있었다. 엉겁결에 나도 모르게 문 밖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저 멀리에서 쿵작대는 음악 소리와 소음이 들렸다. 나는 그곳으로 유영하듯 다가갔다. 그곳에는 일단의 무리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영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모두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새 시대가 오기 전에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고통이 지나야 비로소 남북통일의 서광이 보이고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도래한다'는 탄허스님의 예언이 머리에서 맴돈다. 긴 호흡으로 이 시기를 지혜롭게 견뎌내야 할 것이다. 시련은 영광의 전주곡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나의 생각을 읽은 걸까. 을보륵도 그걸 걱정하는 듯하다."그대는 그렇게 되기 위해 현재 한민족이 좀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여기는가?""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고조선시대에 한민족이 참전계경을 통해 지혜를 배웠다는 사실을
존 티토는 자신이 메시지를 보낸 시점에서 미래가 바뀌기 위해서는 자신이 본 것과 차이가 발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적중한 예언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빗나간 부분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존티토의 예언은 초반은 거의 맞고 일어날 재난까지는 맞췄으나 이후부터는 틀렸다. 그러나 이는 과거가 변해서 그 파장으로 미래가 바뀌었다고 추측되기도 한다.타임머신을 타고 2036년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존티토의 세계지도는 미국인이 본 환상이지만, 조선상고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코리아로 표시된 지역이 과거 고조선의 영토였다고 주장한다. 만주와
삼랑 을보륵의 말대로라면 문재인 정부는 통일의 기반과 환경을 조성하고 다음 대통령이 통일을 이룬다는 말이다. 그 이후 일정 기간 통일의 후유증과 통합 과정을 거친 통일한국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세계적인 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시작할 거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렇다해도 하늘의 섭리가 미리 발설되면 그 예언이 뒤틀리기도 한다. 을보륵도 그를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인간들은 하늘의 섭리를 미리 알려고 애를 쓰지만 하늘은 그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네. 왜 그런 줄 아는가?""하늘의 섭리를 미리 알면 인간이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려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음악의 거장으로서 아낌없는 진면목을 보였지만 사랑에는 그리 운이 따르지 않았다. 모차르트는 사랑에는 실패했어도 결혼은 했지만, 베토벤은 결혼에 골인조차 못했으니 말이다.베토벤은 친구였던 베겔러에게 자신의 제자인 줄리에타라는 소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혼까지 생각 중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베토벤은 줄리에타에게 푹 빠져 소나타를 작곡해 그녀에게 바쳤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 이탈리아로 떠나 버렸다. 베토벤은 크게 좌절했고 평생 혼자 살게 되었다. 결국 베토벤에게 동반자는 음악뿐이었다.그렇다해도 이 두
모짜르트 편지에 있는 12자리 숫자에 대한 호기심이 고조선시대 조상과의 만남으로 이어질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고조선시대의 조상이 호방한 자세로 묵직한 입을 열었다. 쩌렁쩌렁하고 기개가 넘치는 목소리였다."나는 단군왕검의 손자되시는 단군가륵을 모시던 을보륵이라고 하네."아! 그렇다면 이 분은 삼랑 을보륵이다. 단군가륵시대에 신왕종전지도(神王倧佺之道)를 설파하였으며, 훈민정음의 모태가 되는 가림토 문자를 만든 분이다. 삼랑은 단군시대에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일을 전담하던 관직이다. 삼랑 을보륵과의 일문일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모짜르트가 첫 사랑에 실패한 사건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감춰진 일화도 있다. 멜라니 운젤트의 에 의하면,'모짜르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기존 질서에 대항해서 싸웠다. 그러나 연애 사건에 있어서 열혈 청년 모짜르트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다. 불장난의 파트너 오틸리아는 수도원으로 쫒겨나고 사촌여동생 베슬레와의 사랑은 근친이라 실패했으며, 첫사랑 알로이지아와의 사랑은 좌초'되고 말았다.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금지된 사랑을 위한 곡으
그날 온 국민이 하루종일 스트레스를 받았다. 피해자는 한국인만이 아니었다. 아마 일본인들도 아떤 형태로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일본 주가가 한국 주가보다 2배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경제질서 교란으로 인해 아시아 주가도 대부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이 모든 일이 아베정부가 경제보복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각료회의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나는 저녁 모임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잠을 청했다. 아내는 친정에 가고 아들도 1박 2일 놀러간 터라 집에는 나 혼자였다. 안방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잠시 뜸을 들이며 나의 표정을 살피던 모짜르트가 입을 열었다. 18세기 잘츠부르크와 빈에서 유행하던 바로크 시대 귀족풍의 호화스런 의상을 입은 모짜르트는 한층 격조 있는 붉은 색 재킷과 금빛 단추로 인해 얼굴이 더욱 빛나 보였다."그대는 내가 콘스탄체에게 편지 속에서 언급한 12자리 숫자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를 것입니다. 하긴 나도 그 숫자가 그렇게 나의 목을 조를 줄은 미처 몰랐었지요. 그건 순전히 악마에게 내 영혼을 팔면서 욕망을 추구했던 나의 탓이 큽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한건지 몸서리가 처지는 일이지
잠깐 선을 보이고 사라진 모짜르트가 곧 나타나길 기대했지만, 그는 좀처럼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약간의 신상 변화가 있었다. 12자리 숫자를 생각할 때마다 일어나던 눈의 경련 현상이 사라졌고, 마음도 차츰 안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12자리 숫자를 해석한 다음, 모짜르트가 등장한 이후에 일어난 변화였다.모짜르트를 잠시 잊고 지낼 즈음 모짜르트가 밤중에 다시 나타났다. 지난번에는 선만 보이고 사라졌으니 이번에는 무슨 연유로 나타난 건지 밝힐 것이다. 모짜르트가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도 두 번째라 그런지 여유 있게
세상을 살다보면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나 사물과 스치듯이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만남에는 내가 모르는 어떤 연유가 있기 마련이다. 당시에는 아무 상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이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도 있다. 낯선 대상을 함부로 대하면 후회할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지금의 경우는 어떤가. 모짜르트는 나와는 완전히 별 세계에 있던 인물이다. 낯선 인물이 2백 년을 거슬러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가 과연 나의 인생이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금으로선 전혀 알 수 없고, 감조차
8자리 숫자19-56-43-82에서 43만 빼놓고 다른 숫자들은 의미를 알아냈다. 43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출생과 결혼 사이에 모짜르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43이라는 숫자가 그 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관점을 달리해보니 나의 숫자 해석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숫자를 해석한 게 아니었다. 고작해야 8자리 숫자에서 모짜르트의 생애에서 특이할 만한 사건이 일어난 해를 찾아낸 것에 불과하다.그런 방식이라면 43의 의미를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짜르트는 17
부부간에 문제가 불거지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부부사이에 별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의 슬픔이라면 경제적인 문제일 확률이 크다. 자녀와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모짜르트가 편지에서 언급한 슬픔은 부채와 관련되어 있다.모짜르트의 생애를 들어다보면 몇 가지 모순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음악은 위대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위대하다고 할 수 없다. 그의 음악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상의 음악일지 몰라도 그의 삶은 돈과 세상적 성공에 연연하여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좌절하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는 평범한 젊은 청춘에 다름 아니다.나를 괴롭히
2. 모짜르트의 여섯 가지 부탁모짜르트의 망령이라는 표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어감 상으로만 본다면 모짜르트보다는 베토벤이나 슈베르트가 더 그윽하고 친밀감이 든다. 모짜르트는 신동으로 천재적인 작가이며 화려하고 도발적인 느낌이 들어 멀게 느껴진다. 음악에 입문하지 못한 나는 모짜르트를 쇼팽과 같은 계열로 생각하고, 베토벤이나 슈베르트를 비슷한 계열로 생각해왔다.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왜 그런가 봤더니 'ㅂ'이 들어가는 이름끼리 묶고, 'ㅂ'이 안 들어간 이름끼리 묶은 것이다. 초
괴이한 일이다. 누군가의 망령에 사로잡히는 일은 평생에 단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설령 망령에 사로잡힌다해도 누군가를 몹시 흠모했다든가 아니면 증오했다든가 그도 아니면 무언가에 씌워 정신을 못 차린다든가 하는 정도라면 혹시 모르겠다.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그와는 전혀 다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모짜르트가 웬 말인가? 음악에는 문외한이기도 한데다 모짜르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2년 전 어느 날 모짜르트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어이없게도 숫자로 나에게 접근했다. 어느 책에서 모짜르트의 편지가 인용된 글을 읽을
4. 강자인가 약자인가감기는 한평생 보통 200번은 걸린다고 한다. 여태껏 몇 번이나 걸렸는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육신이 감기 바이러스에 취약해지기 시작했다. 감기는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질병으로, 키스보다 짧은 악수가 더 위험하다고 한다. 감기에 얽힌 설화는 발상이 기발하고 외설스럽지만 해학적이다. 옛날에 왕자가 있었는데 성기가 두 개였다. 왕자가 장가갈 나이가 되자 왕은 신하들에게 성기가 둘인 처녀를 찾으라고 했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 처녀는 없었고 왕자는 죽고 말았다. 죽어서 귀신이 된 왕자는 생전에 채우지 못
3. 야망의 똥그날 밤 꿈자리가 사나웠다. 악령이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달콤한 키스를 하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음 순간 얼떨떨한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잠이 깼다. 누군가 어두컴컴한 곳에서 낄낄거리며 '너는 이미 내꺼야'라고 으스대고 있었다. 패배의식에 젖어 처참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침 햇살은 여전히 찬란했고,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달콤한 키스의 여운이 감질날 정도로 뇌리에 남아 맴돌고 있었다.하지만 키스의 여운을 즐길 여유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2. 똬리를 틀다짝사랑의 열병이 찾아들면 나는 그리도 감격하여 목이 잠기고 콧물을 흘리나보다. 아마 누가 보면 나를 짝사랑하던 상대가 나에게 다가온 것에 감동한 나머지 눈물에 콧물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줄 알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겉보기와는 다르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안일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충고를 귓등으로 듣고, 미세먼지를 핑계 삼아 거실이나 사무실에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기며 인생을 달관하기라도 한 냥 자족해하는 모습을 보며 녀석은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을 것
1. 정체짝사랑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하게 되는 감정 중의 하나이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가사가 있다. 그러면 짝사랑은 무엇인가? 고통의 씨앗인가, 아니면 죽음에 이르는 질병인가? 현대 정신의학에서 볼 때 짝사랑은 공식적으로 질병이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우울, 불면 등 다양한 감정적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그에 따른 의학적 치료를 시행해야 할 상테일 뿐이다.누군가를 짝사랑한다는 건 가슴 저린 일이다. 짝사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상상 속에서 혼자 행복해하
1. 한깜깜한 밤중도 아니었고, 으슥한 골목이나 인적이 드문 오래된 산성의 외진 곳도 아니었다. 엄연히 아침 해가 밝은 아침이었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나의 거처였다. 드라큘라가 나타나기에는 물질문명이 너무 발전했고, 설사 문명의 그늘진 곳을 틈타 한밤중에 등장했다 하더라도 벌써 사라졌을 시간이다.그 시간에 내가 드라큘라를 보았다고 한다면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자기 주제도 모르고 엉뚱한 시간에 출현한 드라큘라가 잠깐 정신이 나간 걸까? 그렇다고 꿈을 꾼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드라큘라가 나를 유인한 것도
세상은 고요했고 땅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한 길목을 찾고 있었다. 목적지로 들어서는 길이 어딘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곳은 반드시 오늘 내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면 나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살기 위해서라도 오늘 밤 반드시 그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정문이나 후문이라고 여겨지는 곳이 모조리 닫혀있다. 이상스럽게도 문이라고 짐작되는 곳에는 죄다 자물쇠가 잠겨 있다. 그리고 문 주위에는 훼방꾼들도 있었다. 시시껄렁하
2.보고를 받은 트럼프가 그제야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은근히 점성술이 땡긴다. 점성술사 중에 누가 좋을까 생각해본다. 홍콩의 점성술사 프리실라 램이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맞추기는 했으나 왠지 꺼림칙했다. 램이 2017년 초에 언론을 통해 자신에 대해 한 예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기존 국제 경제, 외교 질서를 무너뜨리는 미국 우선주의와 상식에 어긋난 돌출 발언으로 세계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반에 부드러운 출발을 했다가 집권기 후반기에 반대 시위 등 난기류에 휩싸일 것이다."램의 예언은 웬지 꺼림직
1.2018년 8월 중순 어느 날, 미국 의회와 언론에서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트럼프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과 성추문 입막음 의혹은 이제 더 이상 의혹이 아니었다. 게다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중무역분쟁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비장의 카드인 북한비핵화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11월 중간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음이 다급해진 트럼프가 믿을만한 최측근비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볼 때만큼 편안하고 여유로운 순간은 없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강에 산책을 나갈 여유가 있다면 그 인생은 대체로 무난한 인생을 살고 있다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강에 나온 모든 이들이 다 한가로운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나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도의 위기에 처하여 삶을 포기해야 할지 절박한 고민에 잠긴 중소업체 사장도 있을 것이며, 사랑하는 연인과의 갈등으로 이별을 예감한 젊은 청춘도 있을 것이다.날씨가 추운 겨울 초입이라 그런지 한강에 나오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든다. 영하의
세상에 떠도는 말 중에 나이를 먹을수록 진리라고 여겨지는 말들이 있다. 이를테면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인생무상'이라는 말도 그와 마찬가지다.그러나 개중에는 크게 잘못 알려진 말도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이 말처럼 무지몽매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결혼한 부부는 이심이체(異心二體)일 뿐이다. 일심동체라는 말만 믿다가 쪽박 찬 자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내가 결혼하여 일개 필부의 아내로 산지 어언 오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병상에 누워 창밖을 보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소나기가 내린 후의 상쾌한 공기를 맛보고 싶다. 그러나 소나기가 내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시원해진다. 소나기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분히 이중적인 데가 있다. 길을 걷거나 차를 운전할 때 만나는 소나기는 반갑지 않다. 운전자들은 마음이 조급해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서두르기도 하고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정 공간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여행중에 열차 안에서 대하는 소나기는 여행자를 감상에 젖게 하기에 충분하다. 맑고 푸른 하늘을 계속 보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