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손을 잡고 말없이 걸었지요.눈은 서로의 맘을 보듯먼 곳을 바라보면서그 때 스스럼없이 다가서며서로의 손을 살포시 잡았지요.손은 서로를 기억할까요? 따뜻함이 가슴까지 밀려오더니설렘이 되고 뜀박질로 변했지요.아련한 그 손길그 손가락 하나하나지금도 서로의 손은 기억하겠지요.기억해야 할까요?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土偶장식 항아리의인물동물 파노라마함께했던 그이야기개구리의 뒷다리를무는뱀과 현악기를연주하는 여자옆의사랑나눔 지팡이를든남자와 새물고기신라사람 이맘은밈주석토우 土偶 : 흙으로 만든 인형.토우장식토기 :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장례를 준비하며 만든 제의용 그릇, 소수의 특정한 무덤에서만 발견되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냄. 죽은이의 영혼을 잘 보내고 사후세계에서도 현재와 같은 삶을 살길 바라라는 재생, 탄생, 부활의 상징 표현.[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전시회(2023.5.26~10.9)
여덟번째 과학샘과한달지난 아해들의가지말란 아우성들샘덕분에 과학재미계속이어 수업희망그정성에 발목잡혀학교장의 부탁까지하루고민 이틀숙려다음달도 계속근무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엄마 송편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송편 안칠솔가지 꺾어와라엄마 목소리 큰똥뫼 소나무 꺾다뱀 또아리 소스라쳐놀란 기억 여전한데 엄마 손 송편 맛은어디로 달아났을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어딜튈지 뭘말할지예측불가 기상천외눈치없고 철도아직흠씬취한 개구락지혼이빠진 강시좀비미운짓만 골라악동끝날때만 기다리다세월가면 깨닫겠지포기못해 다시미소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물 한 방울의 인격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부드러운 인격은 담기는 모양대로 머리를 풀고오늘 아닌 내일을 향해 빛깔 고운 새 옷을 순식간에 갈아입는다 투명한 색깔로자신을 들여다보고오롯이 인격을 비추는 거울로순전한 마음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맑은 심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때로는 아파서 흐르는 오물도 두 손이 모자라 강뚝을 더듬어가며등을 돌리는 악취도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다 위의 것을 거들떠보지 않고오로지 아래로만 향하는 너는떨어져 내리는 곳을 가리지 않고가는 길을 끝내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힘이 들면 부딪쳐 쉬어가고막으
어청도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향긋한 쑥 향기가 해초 냄새 시기하는 곳 백로 떼가 도요새를 친구 삼아 뒹구는 동네 해당화 찔레꽃이 봄을 실어 나르는 섬 그 이름 어청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기일(忌日) 이 기 운 창(窓)에 부딪히는 햇살이 뜨거워커튼을 치다가 생각한다더운 집에 살던 여름날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겨울이면 추운 집낡은 이불을 유리창에 매달던아버지아버지, 하루만 출장 좀 와 보세요 이 세상 만들고 세상보다 크다는 이를 찾다가아버지 기일도 잊어버렸다세상은 추위와 더위가 그치지 않으니늙고 메마른 아버지 손길이 그분의 손이었음을검버섯 가득한 아버지 얼굴이 그이의 얼굴이었음을이제 깨닫게 되네햇빛 가리고 나른한 오후내 안에 일렁이는 고요한 불빛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올 가을엔 소박한 사람을 만나꾸밈없고 한적한 길을 걷고 싶다많은 얘기 나누지 않고 걸어도이어지는 수풀 보며 웃음 짓는흙 돌멩이 풀들이 뒤섞인 그런 길을새소리 풀벌레소리 들리는 그런 길을 춤추며 낙하하는 낙엽을 눈여겨보고머리에 떨어진 잎을 털지 않고 걸으며알 수 없는 표정 짓는 그를 보고 싶다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림자 밟으며 걷다가돌아서서 얼굴 마주보며 해맑게 웃고 싶다미소 짓는 서로의 눈 속에서 자신을 보며 기품이 없어도 멋지지 않아도 좋다소탈한 그 모습에 심신이 느슨하다애써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소통되는부담 없고 가벼운 그런 사람이
쑥 박 명 수 (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꽃보다 더 꽃같은 향기 그윽한 꽃꽃으로 향기를 드러내지 않는 꽃꽃이 피면 오히려 향기 달아나는 꽃꽃이라는 이름 없고 향기 감추지 않는 꽃꽃으로 향기 낼 수 없지만줄기로 향기내고 잎으로 향내 쏟는건강한 인격을 토하는 향기말라버린 순간까지 향기로 말하는 꽃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남은삶이 몇년인지그누구도 모르듯이계약연장 불투명한한달짜리 한시교직집근처라 도시락도싸서들고 걷고걸어실험중심 중일수업하루하루 지극정성평생기억 흥분감동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고구마 상처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2층 계단 위 사택 현관앞갉아 먹은 고구마 흔적 어제 온 다람쥐 손님주인을 만나지 못한 서운함에 눈인사 대신 갉아먹고 가노라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귀가 열린 세상김형효 완전체 귀무슨 소리를 들었을까?동화를 읽으며 나도 아이가 되는 시간이다.아내와 동네한바퀴 참으로 귀하고 귀한 일상이다.환갑을 넘기고도 귀를 막고 사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이 세상에 처음 듣는 소리처음 들리는 소리는어떤 소리여야할까?얼마전 식당을 찾은 무슬림 의사에게 물었다.당신은 어머니에 자식당신들은 여성의 자식그런데 왜 그리 모질고 모질기만 한가?오늘 나는 이 시대를 주도하는이 땅에 사는 이에게 묻고 싶다.당신도 사람의 자식당신도 반도에서 살아온 반도의 자식그런데 왜?이 반도를 저주하고이 반도를 더럽히는가?
눈물 흘리는 바다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산허리 밭두렁 가녀린 달래 줄기 모종용 비닐 곽을 비집고 버거워진 흰 목을 꺾은 채 뚫린 울음을 하고 슬픈 바다를 향한다 플라스틱 병뚜껑 아귀 입을 지나어두운 터널 속에서 질긴 원유(原油) 입에 물고 숙명 같은 타액을 유감없이 삼켜간다 식어버린 얼음 조각 핥다 지쳐 헐떡이는 북극곰눈앞에 연어를 목격한 날 끈적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다 배앓이하는 아이처럼 힘없이 주저앉는다 곰 등위에 앉은고독한 직박구리실 끈 묶인 발목을 하고 무너진 빙산에 머리를 맞아방향 잃은 항구에서 빛 없는 낮을 보
수원중을 떠나면서차분하고 조근조근참고맙게 잘지냈소 백년역사 사립공학교사학생 똘똘뭉쳐잘해보려 나름열심 고교근무 사십보다참특별한 중교일년중학교사 존경하오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별을딴듯 비유일본청소년을 위한과학축제초대 스무번째도쿄물론 도야마와오사카와 나고야와시즈오카 까지초대처음에는 배우다가차츰차츰 가르치고이젠아예 오랜친구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아시나요 슬픈사연백중둘쯤 삼백만명취업결혼 철저차별들어온놈 북끝남끝험한일꾼 부라쿠민리스트로 세습관리백년이상 싸워와도안달라진 핏줄타령인권존중 언제될꼬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비 오는 날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좋다반가운 친구 전화 한 통 걸려 오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고 싶다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곱다한 폭 수채화를 그리지는 못하지만오늘만큼은 풍경을 담아내는 음유 시인이고 싶다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예쁘다 그 빗소리 어떤 그릇으로 담아낼 수 있으랴내 마음 빈 그릇에 가득 채색으로 채우고 싶다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간절하다연두색깔 나뭇잎 위에 후드둑 떨어져서 한여름 짙푸른 그늘 엮어내는 기도의 빗소리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범죄자 생산제조공장 찾아온 외계인! 그런데 지구촌 어떤 나라에서범죄자를 공장에서 만들어 낸다해서 쩌어 은하수 건너안드로메다까지 소문이 뻗쳐그 첨단기술 배우러 이렇게 오질 않았소내가 사는 외계에도 정적이 득시글거려 살 수가 있어야지놈들 제거해야 쓰겠는데털고 또 털문 먼지라도 나와야 허는디바로 잘 찾아 왔다고 바로 그 나라 그 땅이라고? 범죄자를 생산하는 검찰이라는 공장이 대한민국 서초동엘 가면 있소보통 윗선에서제1공정으로 먼지털이에게 각본이 내려와그 먼지털이는 학벌에서부터 고시를 패스해야 하는데대한민국에서는 최고의 직업군이라마담뚜들
또 한 계절 지나감을알려주듯 낮과 밤의서늘한 바람이 나를 감싸네.극성스레 울어대던 여름밤의풀벌레 소리는 겨울 준비바쁜가 봐 들리지 않네.북쪽의 하늘 아래내 고향에는 물 서리내리고 보라색 국화 꽃으로가을을 물들이고 있으리.얼굴에 숯 검댕이 칠해가며후후 불어먹던 내 고향의감자 향기 가을의 언저리에서너무나도 그립구나.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 (cherljuk13@nate.com)
읽혀지지 않는 세상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누구나 한 번쯤 거꾸로 쓰인 시를 보고해석되지 않는다고 해답 없는 문제로 대낮처럼 어두움과 씨름하지요씨름은 밤을 붙잡고읽혀지지 않는 땀방울은 날을 세워 달려들고날밤은 뼈를 말려해석 대신 소환장이 날아와요찾지 못한 생명 찾아십 년 강산을 뒤집고 가슴에 대못 빼려 헤집어도 풀 수 없는 매듭처럼 박힌 대못은 태산을 이루네요꼬일 대로 꼬인 그물에게 네가 왜 꼬였냐고 야단칠 수 없듯신춘문예 같은 시가 되어 꼬인 실타래는 갈수록 가관이네요 허리케인은 여름에만 오지 않듯 길들여진 들고양
그대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언제 오실 기약도 없었지만낮이나 밤이나 마냥 기다립니다.어느 날 난 알았습니다.오시지도 않고 벌써 가버린 그대를!오기만을 기다린 내가 어리석었습니까?그래도 그대를 기다릴 수 있었기에난 오늘도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그래서 이렇게 살아갑니다.그대여!그대의 그림자를 거두지 마소서!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밍밍하진 아니하나삼삼에는 좀모자란들큼하니 들부드레그건분명 메론의맛새척지근 할때멈춰시척지근 하면늦어쉬척지근 이미끝남시간따라 변하는맛불질안해 부질없다주석밍밍하다 : 음식 맛이 몹시 싱겁다. 맹맹하다.삼삼하다 : 간이 싱거운 듯하면서도 맛있다.들큼하다 : 입에 당길 정도의 맛은 없지만 조금 단 맛이 있다.유의어: 들부드레하다새척지근하다 : 음식이 쉬어서 맛이나 냄새 따위가 조금 시다시척지근하다 : 음식이 쉬어서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맛이나 냄새 따위가 시다쉬척지근하다 : 몹시 쉰 듯한 상태에 있다.부질없다 : 불질을 하지 않았다. 대장간
체온보다 높은기온너무더워 떠난피서소요산행 일호선탐두시간쯤 육십키로앉아가니 땀까지쏙소요산역 손흥민넹커피후탄 인천행은바글바글 꾸역꾸역소요산차 다시짜증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노브렌드 버거서울시청점옆 골목안쪽무교동의 이북만두김치말이 밥과국수어묵볶음 그때그맛슴슴한맛 이북만두한겨레온 편집위원함께모여 의기투합많은사연 이북만두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팔일오에 읽고새긴방현석의 범도일이일이구구 쪽소설둘이동순의 홍범도란팔삼삼쪽 평전까지눈입가슴 극복일본손발실천 이십오년창작실험 가르치러오사카갈 짐을싼다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가녀린 채송화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줄기 붙잡은 망촛대흔들거리던 기생초 태풍 훑고 간 자리신부 얼굴처럼 단아한데박혀있던 전봇대가 뽑혀 눕는다 거센 바람에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던 대나무검은 입 갉아 먹고스스로 무너져 길을 막는다 궐련(卷煙)보다 독한 담배틀어쥔 호흡은 마른기침 다독이고 조깅화 뒤꿈치를 밟은 채새벽 공기를 찢어 슬피 운다 한바탕 내린굵은 빗줄기비명횡사한 암탉 무덤별일 없다는 듯 아침은파란 땡감 하나 나뒹군다땡감보다 떫은채송화 뿌리는 벽체와 대리석 사이생명의 목줄을 붙잡고 화가를 불러 생명을 설계한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우는 초저녁이었다. 동천의 간이다리(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교량)를 다 건너 약간 오르막이 끝날 즈음이었다. 허리가 거의 90도로 꺾인 할머니가 한 바퀴수레를 앞에서 끌고, 그 할머니에 비해서는 훨씬 건장한 할아버지가 뒤에서 밀고 계셨다. 조그만 수레 위엔 엉성하게 쌓인 폐지 등이 수북했다. 밧줄로 매었다고는 하나 너무 느슨하여 곧 한쪽으로 쏟아질 것 같았다. 보자마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우리국가사회의 안전망은 어디로 갔는가? 무너졌는가? 어찌 저렇게 늙고,
무등이왓에서 권말선아이가 무등 타고 춤추듯엄마닭이 고이 알 품 듯사랑스럽고 따스한 자태의 무등이왓그러나 4.3항쟁 때학살의 불길에 150호 그 큰 마을전부 타 없어지고 이제는표지판과 쪽대와 팽나무만무성한 바람 안고간간이 밭을 일구는 곳무등이왓에서 나고 자라 11살에 4.3항쟁 겪으며토벌대 학살 피해 겨우 살아난 86세 홍춘호 할머니그때 이야길 들려주신다무등이왓 팽나무 지금 한 500살쯤 됐을까옛날엔 나뭇가지가 길을 다 덮을 만큼 자랐고뿌리가 땅 우로 얼마나 높이 솟아났는지층계 오르듯 놀고 곱을락*도 하며 놀았지여름엔 멍석 깔고 앉아
주저하는 바람 박 명 수 (한국문인회 회원, 목사) 고양이 한 마리닭장 지붕에서빈 하늘 아래 배회하고젖은 땅에 내려오기를 머뭇거린다 밤이면 병아리공격하는 날짐승으로실눈 뜨고 새끼 품은 암탉휑한 눈으로 거적 같은 아침을 벗긴다 생명을 붙잡고실랑이하는 바람도까치가 아침을 먹을 때는어설픈 소리로 간섭하지 않는데잃어버린 슬픔은땅이 꺼지는 고통으로걸려있는 이름을 뒤로하고끈 떨어진 연이 되어 시간속에 방황한다매일 걷는 산책길이웃 마을 왕씨는노곤한 지팡이로 80년을 묶고뒷짐 진 두 팔은 지난 세월을 붙잡는다 아침을 먹던 까치젖은 땅 거부하던 고
지금은 7월 27일, 2023년 위험한 여름을 경고하는 매미의 떼창이 귀를 찢는 오늘역사의 봉분 위로 70년이라는 무위의 시간이 철조망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갔다남의 둥우리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상관도 없는 늑대와 하이에나 너구리들이 모여협정이나 조약, 부도수표를 날리면 늙은 개구리들 개골거리다 봄 한 철은 가고 어제도 그해도 종전 원년을 선언했으니 이젤까 저젤까 이산가족들 얼싸- 안을 수 있는 날들이 도래하겠지 타들어 가던 밤들은 시커먼 재 속에서 날을 밝히고협정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우리 팔천만 따귀를 때리며철 지난 신문지처럼
새삼스럽게 걸레를 본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걸레가 될 수 있을까?’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그래, 난 걸레가 될 수 있다. 아니 걸레가 되어야겠지? 때로는 수치스럽고 짜증도 나겠지만 노력하겠다.’ 정말 그럴 수 있냐고 다시 묻는다. ‘걸레의 성스러운 역할수행을 따를 수 있을까에 의구심이 들지만, 다짐했으니 최선을 다 하겠다.’ 말로는 쉬워도 어렵지 않을까? ‘맞아, 그렇지만 결국 나와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니 해야지. 분명 미흡함이 있겠지만 감안하고. 이행 자체를 위로 삼겠다.’ 청소할 때마다 의 성스러움을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