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상처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2층 계단 위 사택 현관앞갉아 먹은 고구마 흔적 어제 온 다람쥐 손님주인을 만나지 못한 서운함에 눈인사 대신 갉아먹고 가노라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귀가 열린 세상김형효 완전체 귀무슨 소리를 들었을까?동화를 읽으며 나도 아이가 되는 시간이다.아내와 동네한바퀴 참으로 귀하고 귀한 일상이다.환갑을 넘기고도 귀를 막고 사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이 세상에 처음 듣는 소리처음 들리는 소리는어떤 소리여야할까?얼마전 식당을 찾은 무슬림 의사에게 물었다.당신은 어머니에 자식당신들은 여성의 자식그런데 왜 그리 모질고 모질기만 한가?오늘 나는 이 시대를 주도하는이 땅에 사는 이에게 묻고 싶다.당신도 사람의 자식당신도 반도에서 살아온 반도의 자식그런데 왜?이 반도를 저주하고이 반도를 더럽히는가?
눈물 흘리는 바다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산허리 밭두렁 가녀린 달래 줄기 모종용 비닐 곽을 비집고 버거워진 흰 목을 꺾은 채 뚫린 울음을 하고 슬픈 바다를 향한다 플라스틱 병뚜껑 아귀 입을 지나어두운 터널 속에서 질긴 원유(原油) 입에 물고 숙명 같은 타액을 유감없이 삼켜간다 식어버린 얼음 조각 핥다 지쳐 헐떡이는 북극곰눈앞에 연어를 목격한 날 끈적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다 배앓이하는 아이처럼 힘없이 주저앉는다 곰 등위에 앉은고독한 직박구리실 끈 묶인 발목을 하고 무너진 빙산에 머리를 맞아방향 잃은 항구에서 빛 없는 낮을 보
수원중을 떠나면서차분하고 조근조근참고맙게 잘지냈소 백년역사 사립공학교사학생 똘똘뭉쳐잘해보려 나름열심 고교근무 사십보다참특별한 중교일년중학교사 존경하오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별을딴듯 비유일본청소년을 위한과학축제초대 스무번째도쿄물론 도야마와오사카와 나고야와시즈오카 까지초대처음에는 배우다가차츰차츰 가르치고이젠아예 오랜친구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아시나요 슬픈사연백중둘쯤 삼백만명취업결혼 철저차별들어온놈 북끝남끝험한일꾼 부라쿠민리스트로 세습관리백년이상 싸워와도안달라진 핏줄타령인권존중 언제될꼬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비 오는 날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좋다반가운 친구 전화 한 통 걸려 오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고 싶다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곱다한 폭 수채화를 그리지는 못하지만오늘만큼은 풍경을 담아내는 음유 시인이고 싶다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예쁘다 그 빗소리 어떤 그릇으로 담아낼 수 있으랴내 마음 빈 그릇에 가득 채색으로 채우고 싶다 비 오는 날 빗소리가 참 간절하다연두색깔 나뭇잎 위에 후드둑 떨어져서 한여름 짙푸른 그늘 엮어내는 기도의 빗소리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범죄자 생산제조공장 찾아온 외계인! 그런데 지구촌 어떤 나라에서범죄자를 공장에서 만들어 낸다해서 쩌어 은하수 건너안드로메다까지 소문이 뻗쳐그 첨단기술 배우러 이렇게 오질 않았소내가 사는 외계에도 정적이 득시글거려 살 수가 있어야지놈들 제거해야 쓰겠는데털고 또 털문 먼지라도 나와야 허는디바로 잘 찾아 왔다고 바로 그 나라 그 땅이라고? 범죄자를 생산하는 검찰이라는 공장이 대한민국 서초동엘 가면 있소보통 윗선에서제1공정으로 먼지털이에게 각본이 내려와그 먼지털이는 학벌에서부터 고시를 패스해야 하는데대한민국에서는 최고의 직업군이라마담뚜들
또 한 계절 지나감을알려주듯 낮과 밤의서늘한 바람이 나를 감싸네.극성스레 울어대던 여름밤의풀벌레 소리는 겨울 준비바쁜가 봐 들리지 않네.북쪽의 하늘 아래내 고향에는 물 서리내리고 보라색 국화 꽃으로가을을 물들이고 있으리.얼굴에 숯 검댕이 칠해가며후후 불어먹던 내 고향의감자 향기 가을의 언저리에서너무나도 그립구나.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 (cherljuk13@nate.com)
읽혀지지 않는 세상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누구나 한 번쯤 거꾸로 쓰인 시를 보고해석되지 않는다고 해답 없는 문제로 대낮처럼 어두움과 씨름하지요씨름은 밤을 붙잡고읽혀지지 않는 땀방울은 날을 세워 달려들고날밤은 뼈를 말려해석 대신 소환장이 날아와요찾지 못한 생명 찾아십 년 강산을 뒤집고 가슴에 대못 빼려 헤집어도 풀 수 없는 매듭처럼 박힌 대못은 태산을 이루네요꼬일 대로 꼬인 그물에게 네가 왜 꼬였냐고 야단칠 수 없듯신춘문예 같은 시가 되어 꼬인 실타래는 갈수록 가관이네요 허리케인은 여름에만 오지 않듯 길들여진 들고양
그대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언제 오실 기약도 없었지만낮이나 밤이나 마냥 기다립니다.어느 날 난 알았습니다.오시지도 않고 벌써 가버린 그대를!오기만을 기다린 내가 어리석었습니까?그래도 그대를 기다릴 수 있었기에난 오늘도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그래서 이렇게 살아갑니다.그대여!그대의 그림자를 거두지 마소서!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밍밍하진 아니하나삼삼에는 좀모자란들큼하니 들부드레그건분명 메론의맛새척지근 할때멈춰시척지근 하면늦어쉬척지근 이미끝남시간따라 변하는맛불질안해 부질없다주석밍밍하다 : 음식 맛이 몹시 싱겁다. 맹맹하다.삼삼하다 : 간이 싱거운 듯하면서도 맛있다.들큼하다 : 입에 당길 정도의 맛은 없지만 조금 단 맛이 있다.유의어: 들부드레하다새척지근하다 : 음식이 쉬어서 맛이나 냄새 따위가 조금 시다시척지근하다 : 음식이 쉬어서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맛이나 냄새 따위가 시다쉬척지근하다 : 몹시 쉰 듯한 상태에 있다.부질없다 : 불질을 하지 않았다. 대장간
체온보다 높은기온너무더워 떠난피서소요산행 일호선탐두시간쯤 육십키로앉아가니 땀까지쏙소요산역 손흥민넹커피후탄 인천행은바글바글 꾸역꾸역소요산차 다시짜증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노브렌드 버거서울시청점옆 골목안쪽무교동의 이북만두김치말이 밥과국수어묵볶음 그때그맛슴슴한맛 이북만두한겨레온 편집위원함께모여 의기투합많은사연 이북만두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팔일오에 읽고새긴방현석의 범도일이일이구구 쪽소설둘이동순의 홍범도란팔삼삼쪽 평전까지눈입가슴 극복일본손발실천 이십오년창작실험 가르치러오사카갈 짐을싼다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가녀린 채송화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줄기 붙잡은 망촛대흔들거리던 기생초 태풍 훑고 간 자리신부 얼굴처럼 단아한데박혀있던 전봇대가 뽑혀 눕는다 거센 바람에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던 대나무검은 입 갉아 먹고스스로 무너져 길을 막는다 궐련(卷煙)보다 독한 담배틀어쥔 호흡은 마른기침 다독이고 조깅화 뒤꿈치를 밟은 채새벽 공기를 찢어 슬피 운다 한바탕 내린굵은 빗줄기비명횡사한 암탉 무덤별일 없다는 듯 아침은파란 땡감 하나 나뒹군다땡감보다 떫은채송화 뿌리는 벽체와 대리석 사이생명의 목줄을 붙잡고 화가를 불러 생명을 설계한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우는 초저녁이었다. 동천의 간이다리(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교량)를 다 건너 약간 오르막이 끝날 즈음이었다. 허리가 거의 90도로 꺾인 할머니가 한 바퀴수레를 앞에서 끌고, 그 할머니에 비해서는 훨씬 건장한 할아버지가 뒤에서 밀고 계셨다. 조그만 수레 위엔 엉성하게 쌓인 폐지 등이 수북했다. 밧줄로 매었다고는 하나 너무 느슨하여 곧 한쪽으로 쏟아질 것 같았다. 보자마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우리국가사회의 안전망은 어디로 갔는가? 무너졌는가? 어찌 저렇게 늙고,
무등이왓에서 권말선아이가 무등 타고 춤추듯엄마닭이 고이 알 품 듯사랑스럽고 따스한 자태의 무등이왓그러나 4.3항쟁 때학살의 불길에 150호 그 큰 마을전부 타 없어지고 이제는표지판과 쪽대와 팽나무만무성한 바람 안고간간이 밭을 일구는 곳무등이왓에서 나고 자라 11살에 4.3항쟁 겪으며토벌대 학살 피해 겨우 살아난 86세 홍춘호 할머니그때 이야길 들려주신다무등이왓 팽나무 지금 한 500살쯤 됐을까옛날엔 나뭇가지가 길을 다 덮을 만큼 자랐고뿌리가 땅 우로 얼마나 높이 솟아났는지층계 오르듯 놀고 곱을락*도 하며 놀았지여름엔 멍석 깔고 앉아
주저하는 바람 박 명 수 (한국문인회 회원, 목사) 고양이 한 마리닭장 지붕에서빈 하늘 아래 배회하고젖은 땅에 내려오기를 머뭇거린다 밤이면 병아리공격하는 날짐승으로실눈 뜨고 새끼 품은 암탉휑한 눈으로 거적 같은 아침을 벗긴다 생명을 붙잡고실랑이하는 바람도까치가 아침을 먹을 때는어설픈 소리로 간섭하지 않는데잃어버린 슬픔은땅이 꺼지는 고통으로걸려있는 이름을 뒤로하고끈 떨어진 연이 되어 시간속에 방황한다매일 걷는 산책길이웃 마을 왕씨는노곤한 지팡이로 80년을 묶고뒷짐 진 두 팔은 지난 세월을 붙잡는다 아침을 먹던 까치젖은 땅 거부하던 고
지금은 7월 27일, 2023년 위험한 여름을 경고하는 매미의 떼창이 귀를 찢는 오늘역사의 봉분 위로 70년이라는 무위의 시간이 철조망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갔다남의 둥우리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상관도 없는 늑대와 하이에나 너구리들이 모여협정이나 조약, 부도수표를 날리면 늙은 개구리들 개골거리다 봄 한 철은 가고 어제도 그해도 종전 원년을 선언했으니 이젤까 저젤까 이산가족들 얼싸- 안을 수 있는 날들이 도래하겠지 타들어 가던 밤들은 시커먼 재 속에서 날을 밝히고협정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우리 팔천만 따귀를 때리며철 지난 신문지처럼
새삼스럽게 걸레를 본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걸레가 될 수 있을까?’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그래, 난 걸레가 될 수 있다. 아니 걸레가 되어야겠지? 때로는 수치스럽고 짜증도 나겠지만 노력하겠다.’ 정말 그럴 수 있냐고 다시 묻는다. ‘걸레의 성스러운 역할수행을 따를 수 있을까에 의구심이 들지만, 다짐했으니 최선을 다 하겠다.’ 말로는 쉬워도 어렵지 않을까? ‘맞아, 그렇지만 결국 나와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니 해야지. 분명 미흡함이 있겠지만 감안하고. 이행 자체를 위로 삼겠다.’ 청소할 때마다 의 성스러움을 느
길이 길에게 대답하다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무거운 새참 거리 머리에 인 아낙네 써레질로 얇아진 논둑길거미줄 외줄처럼 용케도 건너던 길 세월 앞선 트랙터 잰걸음 농삿길을 바꿔놓고조금만 돌아가도 못 참는 자동차길내키는 대로 논밭 잘라 지름길로 대답한다 먹잇감 찾아 분주한 오소리 고라니혼란스런 세상사 머리가 흔들려도설정된 기준 밖 길 벗어나지 않는다 아침을 깨워마실 갔다 오는 다람쥐돌담 밑 고목 뿌리곁을 지나어제 오간 그 길을 이탈하지 않는다 수술을 기다리는 꺼져가는 불씨 마음 벌써 회복실에 자리하고절박한 생명 길 터널에
생각이 있는 곳에 맘이 가고맘이 가는 곳에 몸도 가더라.생각과 맘이 없어도 몸이 가면생각과 맘이 따라 가기도 하더라.몸은 그만큼 삶의 길잡이다. 세상사에 전후가 있기는 하겠지만전후가 바뀐다고 세상이 전도되지 않는다.바뀐 환경 장소 사람 상황에 따르게 되고그 또한 고정변수가 아니기에 잠시뿐이더라. 인생길은 반복되는 길이 없기에삶도 어제와 같이 살 수 없더라.그날그날 그때그때에 알맞게최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더라.불시에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지 않겠는가? 기회가 올 때 주저 말고 도전해야 하고뜬구름도 잡고 때론 비바람도 맞아야겠더라
모기에게 잘물리고모기만큼 또가려운모기란놈 참귀찮아모기채로 못잡아서모기약도 뿌려보고모기향을 태워봐도모기장이 최선이니모기장에 피신한채모기장만 믿고산다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가짜가 나타났다이전의 가짜들은 가짜도 아니다가짜의 그림자, 사이비 가짜 그래도 그들은 위선이라도 떨었는데이번에 나타난 가짜는위선도 없고 에두르지도 않는다.그냥 직진, 막가파 우격다짐 적반하장너무도 당당하게 세상을 호령한다.숭구리당당 허리춤을 올리면서지금까지의 평화 교육 외교 안보 언론 노동은깡그리 가짜라고 허언장담 한다가짜가 가짜라면 가짜라는 식이다연일 가짜타령으로 해가 뜨고 지는데가짜 양심고백인가가짜 눈엔 세상이 다 가짜로 보인다고자백을 하는건가하기야 진실되어 봤어야진짜를 알테지만일생 금수저로 거드름 피우며칼맛에 쩔은 안하무인들
여름 사냥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인적 드문 깊은 산골 폭포 밑짙어가는 녹음 한 아름 강을 만나기 전 계곡에서갈증 난 피서객을 마음껏 주무른다 벌거벗은 아이들계곡에 뛰어드는 목소리무거운 손발보다 먼저 흘러내린 땀을 붙잡는 여름강바닥을 더듬는 버들치를 게워 낸다 사라진 원두막 빈자리 비닐하우스 수박덩이는 강렬한 여름을 쪼개고시원한 카페를 찾은 가족들입에 걸친 팥빙수 시름의 보따리를 푼다 시도 때도 알 바 없는 장맛비밤나무 묘목 넘어선 개망촛대 질긴 여름보다 더 무성한 잡초는한나절 예초기를 불러 낫질을 기다린다 부는 바람을
한겨레온 백번째詩발표한날 나의생일드디어온 육십오세地空居士 비롯혜택따져보면 그냥쉬라하고파도 끝난사람받으면서 쉬기보다줄수있게 뭐든할래보란듯이 初志一貫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당신은 마루타다 권말선 당신은 생체실험 대상,일본의 마루타다일본 정부든 도쿄전력이든원전 마피아(IAEA)든괴랄한 과학자 혹은 정치꾼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돈에 눈먼 작자들이 내뿜는방사능 오염수에 이제 곧 중독될당신은 마루타다동그란 지구 안에서바다와 숲과 하늘은한 몸방사능 오염수 투기라는 만행에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으니실은 전 지구가일본의 마루타다동아시아 이웃나라에 전쟁침략 하던 자들전쟁 틈에 마루타라며 생체실험하더니쪽발이 야만의 습성 여전히 못 버리고세슘과 삼중수소와 플루토늄이름도 낯선 수 천의 방사능 찌꺼기로모양만 바꾼 생체실험
어둠이 짙어가는 으스름한 6월 초순여느 날처럼 저녁산책 중이었다.저 멀리 희미한 달빛아래 벚나무 밑에서나뭇가지를 당기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무슨 일인고 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버찌를 한 움큼씩 따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고 계셨다.키가 좀 작아서인지 한 손으로 가지를 붙들고 한 손으로 버찌를 땄다.가만히 보고 있다가 안타까움에 다가가많은 열매가 달린 가지를 살며시 당겨 주었다.할머니께서 놀라셨는지 흠칫 곁눈질로 나를 흘겨보신다.낯섦에 싫지만 좋기도 한 듯 했다.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버찌를 계속 따 드신다.한참 후 할머니께서 고개
동살품고 도린곁의고샅길로 허정허정메숲오름 쑥대낭섶시새긴돌 바람의딸새물내는 찔레꽃향모숨한줌 먼지자밤아람불어 육덕진날물거울속 하늘의빛渾然한별 幽靜하오주석동살 : 읽을 때는 '동쌀', 새벽에 동이 틀 때 비치는 햇살도린곁 : 사람이 잘 가지 않는 외진(구석진, 한산한) 곳고샅길 :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또는 골목 사이)허정허정 :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 비틀거리는 모양메숲 : 산에 나무가 우거진 숲쑥대낭섶 : 제주어로 삼나무숲새물내 : 빨래를 해서 이제 막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모숨 :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길고 가느다란 물건자밤
지구여, 분노하시라 권말선 풀과 꽃이 만발한 들판위를 달리는 사슴곁을 흐르는 강그림자 드리우며 나는 기러기날갯짓 받쳐주는 하늘기운차게 솟은 산비우고도 채운 사막감싸 안은 채 넘실대는 둥근 바다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온갖 생명, 수십 억 인류그 모두를 위해어머니여, 지구여이제 분노하시라다함없는 갸륵함으로 넘쳐흐르는 사랑으로부디 분노하시라인내하고 극복해야 할 불행이건만오히려 무기 삼아어머니지구의 목숨 통째로 위협하는일본 원전마피아들의 야만 앞에 안전한 생명은 아무도 없나니떨쳐 일어나시라분노의 회초리단단히 드시라어머니지구의 배꼽 속으로핵
사랑에 관한 누군가의 말 2 이 기 운 그대의 눈빛에 눈멀어나는 어둠에 갇혔어요‘그대에게 가는 길’은 대체로 숨겨져 있지요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갈림길에서하염없이 푸른 등불 기다리며주문처럼 당신의 이름을 되뇌어요 내 더딘 발걸음에 당신은 맘대로 날 탓해도 돼요그래도 나는 결코 당신을 원망할 수 없어요당신 때문에 내가 슬픈 것은 괜찮아요하지만 나로 인해 당신이 불행하면 안돼요 당신은 날 참 쓸쓸하게 하지만당신 없는 세상은 얼마나 더 적막할까요나는 고향을 떠난 자언젠가 당신의 손에 이끌려보랏빛 놀 뜨는 저 언덕 너머로가기 전까지나는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