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서이초 교사 비극이 발생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그 50여 일 동안에도 교사들 죽음이 똑같은 사유로 계속됐다. 어제도 대전과 청주에서 40대 교사와 3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가슴이 철렁했다.이젠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내일이면 또 다른 교사가 생을 달리한 소식을 접하는 건 아닌지 자못 두렵다. 학교를 떠난 글쓴이도 이럴진대 현장에 있는 교사들 마음은 어떠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양천구 S초교 교사는 두 아이 엄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족의 죽음은 가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지난 서
청계천 변 전태일기념관에서 '아이고 展'이 9월 1일에서 9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재일 교포 작가 40여 명이 관동대지진 100년을 맞아 관동대학살의 만행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살아남은 자를 위로하기 위하여 기획한 전시다.한국전시에 앞서 지난 8월 1일~15일에 일본에서 먼저 열렸다.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피해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가나가와현 내 요코하마 시민갤러리 ‘아자미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우익단체의 반대를 염려하여 사전 예약된 관람객만 입장했으며, 하루 100명에서 150명이 관람했다고
~오늘 늦은 아침을 먹고 우연히 스포츠 TV 채널을 틀었는데, ‘2023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육상대회’ 화면에서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장면을 조금 보다가, ‘ 아, 이제 초가을이니 나도 오늘 한번 짤막하게 조깅이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에서 오전 11시 조금 넘어 조깅 복장으로 수지천변으로 나가 40분 정도 아주 슬슬 뛰어보았다. 기온은 28도 이상이었지만 다행히 30분쯤 전에 소나기가 내려서 조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지구) 신봉동 주민자치센터를 들러 화장실
오늘(9/2일) 토요판 신문을 읽으며 아침식사를 하는데, 우연히 29면 아래쪽 에 실린 산문체 시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그냥 쓰~윽 읽고 지나치는데, ‘김봄희의 동시집(童詩集)에서’라는 출처를 보고 찬찬히 읽어 보았다. 다 읽고나니, 무언가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의 제목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날’이 마음에 확 들어왔다. “그래, 왜 시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날’인지 이해가 가네...” 라고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2
대만에서는 음력 7월을 '귀신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鬼月'이라고 부릅니다. 1년 중 귀신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금기도 많다고 하는데, 빨래를 밖에 걸지 않는다는 내용만 생각납니다.대만은 날씨가 따뜻하고 비옥하지만, 천재지변이 자주 일어나는 곳입니다. 태풍과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지요. 그래서 하늘을 두려워하고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대만은 오랫동안 외국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 수위에 단골로 오르는 곳입니다. 밤길이 안전하고, 의료 및 기타 생활 수준도 높지만 가장 매력적
2020년 5월에 양주 회암사를 다녀오고 쓴 글에도 나오지만, 현재 터만 남은 회암사는 조선시대 가장 규모가 큰 절이었다, 최대 3,000명의 승려가 있었고, 경내만 1만여 평이었다고 한다.어마어마한 절을 누가 창건했을까? 지공선사, 나옹선사, 무학대사 3인방이 이 절을 창건하고 일으켰다는 설이 대세다.고려 후기 1328년, 인도 승려 지공(指空)이 인도의 나란타사(羅爛陀寺)를 본떠 대규모 사찰을 건립했다. 이후 고려 승려 나옹(懶翁)이 중건했다. 무학대사는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제자다. 무학은 이성계의 스승으로, 1392년 개국
'Michael Franks'는 미국 팝·재즈 가수이자 작곡가다. 주로 부드러운 재즈를 노래한다. 그는 브라질 음악가 중 보사노바 아버지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빔'을 존경하여 그에게 두 곡을 헌정했다. 첫 번째로 ‘Antonio's Song(The Rainbow)’이다. 두 번째 곡은 'Down In Brazil'이다. ‘Antonio's Song’과 'Down In Brazil'은 1977년 나온 마이클 프랭크스의 세 번째 음반 에 들어있다.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던 마이클 프랭크스는 이 앨범으로 큰 성공
젊어서 타인의 조언에 귀를 닫았다. 한마디로 교만했다. 물론 성현의 말씀도 귓등으로 들었다. 나이 들면서 나의 교만이 싫었다. 성현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동양 최고의 지혜서라고 하는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은 들을수록 좋다. 채근담에 나오는 청언(淸言)의 1/20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또 그럴 그릇도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조금이라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런 생각이 드니 정말 다행이다. 일찍 깨달았다면 인생을 좀 덜 뾰쪽하게 더 영리하게 살
글쓴이가 박영신 선생을 만난 것은 용산고등학교 시절(1998-2001)이다. 첫인상이 시인 김수영을 연상하게 했다. 가치 판단을 할 때 눈을 크게 뜨며 단호한 모습이 영판 그러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친화력이 높았던 것과 달리, 학교 비리나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다. 용산고 – 서울대 출신 교사와 과학고에서 전근해 온 서울대 출신 교사들로 구성된 '용산 마피아'와 맞서며 재임 기간 내내 학교 권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20년이 지난 그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 있고 예나 지금이나 '모럴리스트 시인 김수영'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Point Lobos State Natural Reserve'(포인트 로보스 국립공원)은 한국에서 보지 못한 신비로운 식물과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절벽과 바다, 바위가 절묘하게 아름다움을 일궈냈다. 이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지만, 어느 사진 하나 그때 감동을 담지는 못 한다.노랑, 주황, 분홍색 꽃들은 색깔이 화려하진 않지만, 바다와 은은히 어우러져 마치 바닷속 산호초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저 멀리 펼쳐진 절벽과 바다는 끝이 없어 보였다. 광활한 태평양과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자연을 온몸으로 맛
캘리포니아에 산 지 벌써 9개월이 돼간다. 근데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해안도로 여행을 본격적으로 해보질 못했다. 가까운 곳에 구경할 곳도 많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모임, 7월 초에 있을 결혼 준비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이다.한 달에 한 번 남자친구와 주로 지출, 적금에 관해 이야기하는 ‘가족회의’를 갖는다. 회의하다가 앞으로 3~4개월을 어떻게 보낼지 의논했다. 근데 대뜸 '집돌이' 남자친구가 짧게라도, 돈이 들더라도, 여행을 가자고 했다. 4개월마다 여행을 떠나 추억을 쌓고 싶단다. 사실 한 달 반 뒤 한국에 들어가 결혼식을
S초 새내기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 옆 보조공간에서 생을 마감했다. 겨우 스물네 살 2년 차 꿈 많은 교사였다. 비극이 발생하기 2주 전, 자신이 쓴 일기장엔 “숨이 다 막히고...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썼다.2017년 김은지 선생님은 경기도 의정부시 H 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담임을 맡고서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생애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밤낮없이 학부모 민원 전화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이 컸다. 2018년과 2019년 담임을 맡았을 때는 “아이들과 교
두 달 전 에서 ‘아스트루지 지우베르투’가 향년 8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떴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 ''불후의 ‘보사노바’ 남긴 아스트루지 지우베르투 잠들다'에서 보면 '아스트루지 지우베르투'가 부른 ‘The Girl from Ipanema’는 싱글 앨범이 100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2001년 라틴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고 한다. 'The Girl from Ipanema’는 어떤 곡일까? 보사노바(Bossa Nova)의 전설이라 불리는 곡이다. 지난해 10월에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 '까보베르데'의 ‘
오늘도 오후에는 8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같다는 기상예보를 보고, 아침에 바나나 1개와 커피 한잔을 마시고 걷기운동을 30분쯤 하려는 마음으로 아파트 옆 수지천변으로 나왔습니다. 지난번 태풍이 불 때에 많은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모처럼 맑은 수지천 냇물이 '지줄지줄' 소리를 내며 흘러가네요. 그렇게 흘러가는 냇물을 보면서 물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라는 싯구가 떠오르며, 예전에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함께 부른 ‘향수(鄕愁)’라는 유명한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노
내가 그를 만난 곳은 여의도고등학교다. 2012년 그 학교에 부임했고 교무실이 달라서 1년 동안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지냈다. 2013년에 연구부(1층)에서 1학년부 교무실(2층)로 옮겼다. 박용규 선생은 생활지도부(3층)에서 진로상담부(5층) 내 직업반 담임으로 이동했다. 점심시간 천 명이 넘는 소란을 피해 조용한 공간을 탐색했다. 우연히 5층 복도 맨 끝 교실을 발견했다. 교실이라기보다 꾸민 것 없는 조그만 방이다. 다섯 평 정도 되는 방인데 평소엔 비어있다가 직업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월요일에만 작은 교실이 되는 그런 공간이다
90년대 중반부터 NGO 동아리 지도교사를 했는데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인권연대」와 「참여연대」에선 검찰 권력을 예의주시했다. 그 당시 「참여연대」와 「인권연대」는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20년 전부터 못지않게 ‘검찰 공화국’을 예견하며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2019년 '조국 사태'는 조국이란 한 ‘개혁적 지식인의 위선(?)’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강남좌파가 안고 있는 계급적 불일치’가 낳은 문제도 아니다. 더군다나 '조국 사태'는 학종 전형이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
노회찬은 2018년 7/18일~7/22일 기간, 여야 원내대표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출국 전 드루킹 특검 별건 수사로 드루킹 김동원이 노회찬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고 언론에 크게 보도된 상황이었다. 노회찬은 정의당 대표 이정미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했다. 출국 전 아내 김지선은 남편 노회찬에게 이렇게 얘기했다.“여보, 내 계좌는 수십 년 전 것부터 다 뒤져도 걸릴 게 하나도 없잖아, 우리 그동안 쓰는 것도 버는 것도 별로 없이 살아왔잖아” 그러자 노회찬도 “나도 그렇지 뭐”라고 얘기하자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엮어 지은 맹세야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낙화유수 네 글자에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어여쁘던 꽃이 물위로 진다.결 따라 흘러간 꽃잎은 어디로 갔나 이정희 어머님이 소녀시절부터 잘 부르시던 남인수 선생님의 ‘이 강산 낙화유수’ 노랫말이다. 어머니께서 세월의 질곡과 무게를 알기 전부터 유난히 좋아했던 노래였다. 당신의 삶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열 살 무렵 무심코 흥얼대던 노랫말처럼 인생이 흘렀다. 질곡의 삶을 견뎌내고 이제 석양의 노을처럼 아름다운 황혼을 만
옥천을 누가 시골동네라고 할까. 멋진 노신사를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김 선생님에게는 노신사라는 낱말도 나이라는 숫자로 매겨지는 한정된 단어다. 패션 감각으로도 한 몫 하시는 김종철 선생님은 70년의 세월 속에서 때론 주연으로, 혹은 조연으로 자리매김하셨다.70년의 성상을 쌓으신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 속에 시골 동네에서 가장 먼저 도시 중학교로 진학하셨던 추억, 산업역군이었던 청년시절 이야기, 그림과 서예, 인문학적 소양의 시간을 쌓으면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 잘 살아 오신 지난날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누구나 예외 없이 삶의
~ 최근 초등학교 동창 한명이 ‘초딩 카톡방’에 시 한편을 올려주었습니다. 치과의사로 아직도 현역에 있는 녀석인데, 요즘 좋은 시(詩)를 읽는 취미가 생겼나 봅니다. 시를 읽어보니, 요즘의 지리하게 이어지는 축축하고 궂은 우기(雨期)에 딱맞게 제목이 ‘장마’라고 되어있습니다. 시인은 평이한 어조로 시선(視線)을 소외되고 낮은 곳에 두고 담담히 서술하고 있는데, 그대로 전재(轉載)하여 소개하여 봅니다. 장 마 목필균(睦弼均) 언제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가지하방(地下房) 창가에 흐른다.그렇지 않아도 눅눅한 방에칠순으로 향하는 마른 육신
7.27평택인간띠잇기 막이 오른다 팽성읍 이장님들이요, 내 말 좀 들어보소. 7.27평택인간띠잇기가 코 앞에 다가왔다. 미군기지를 에워싸고 우리의 주장을 해야겠다는 건 작년 말 미일한 군사공조가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올 때부터 머리에 떠올랐던 생각이다. 윤석열이 좀비머슴처럼 굴고 있으니 미국이 영구분단을 위해 나가도 너무 나가고 있지 않은가. 행사를 징검다리로 해서 로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은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관심이 있기에
스물네 살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사노조를 통한 동료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교실에 공격적 성향을 지닌 학생”이 있었고 “학교 폭력 관련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교실에 들어갈 때 환청이 들릴 정도"로 새내기 교사는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지난해보다 10배는 더 힘들다"고 동료 교사에게 토로했다.이런 사실이 일부 전해지자 전국 초등 교사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양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슬퍼했고 분노했다.어떤 선배 교사들은 새내기 교사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자책하며 미안해했다. 교사를 향한 학교 폭력
~오늘도 어김없이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전에 케이비에스1 FM 라디오를 듣는 중에, 홍난파 선생에 대한 이야기와 귀에 익은 동요 몇곡이 흘러나왔다. 바로 일제시대에 ‘조선동요 100곡집(상/하권)' 책을 간행하여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는 ‘난파(蘭坡)’ 홍영후(洪永厚) 선생에 대한 소갯말을 듣고 인터넷을 통하여 좀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아래의 글은 여러 자료를 토대로 홍난파 선생의 생애를 좀더 상세히 기술한 것임)---------------------------------------------------------
시인 임화(본명 임인식)를 언급할 때 보통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시인,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고 미제 스파이로 처형된 비운의 혁명가를 떠올린다. 해방공간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문예비평가 김동석은 잡지 『상아탑』을 통해 임화를 ‘병든 지식인’으로 혹평하기도 했다.현대 문학비평가들 또한 혹평하기는 마찬가지다. 카프를 “거대한 사이비 조직체”로 폄훼한 이도 있고 어떤 이는 카프에 대해 “단 한 편의 우수한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어느 저명한 문학비평가는 임화를 ‘일본 군국주의 찬양자’로 혹독
개벽대장 제8호 밥묵차 대표 유희 인터뷰-밥은 하늘, 힘, 사랑이다-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개벽대장 인터뷰. 인터뷰를 계속할수록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니 분단의 역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록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7호까지만 하고 막을 내리려고 했던 이유는 부족한 시간 때문이었다. 소중한 몇 분을 더 추천받았지만 행사일이 가까워지니 정말 죄송하게도 멀리까지 이동해서 인터뷰하는 건 내게 너무 벅찬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거절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어떻게든 짬을 내어보기로 했다.
운암 김성숙은 승려 출신 항일독립운동가다. 승려 신분으로 다른 스님들과 함께 3·1만세 운동에 참여했고 중국 망명 후 의열단 선전부장으로 맹활약했다. 무명의 항일독립투사 김산(본명 장지락)은 운암에게서 마르크스주의를 접했다.님 웨일즈의 『아리랑』에 나오는 “금강산에서 온 붉은 승려”, “1922년~1925년 나를 공산주의자로 만든 사람은 김충창”(김성숙의 이명)이 바로 그 대목이다. 젊은 날 김산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운암 김성숙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도산 안창호를 꼽았을 정도로 운암은 김산에게 지대한 존재였다
해방 공간 조선 최고의 교육자 3인은 백남운, 이극로, 이만규 선생이다. 세 분 모두 코뮤니스트가 아님에도 월북 인사라 대중에겐 잊힌 인물이다. 세 분 가운데 이만규 선생이 해방 공간 펴낸 『조선 교육사』(상, 하)는 한국 교육사의 정초를 닦은 교육사학계 기념비적 역작이다. 한국 교육사 관련 어떠한 책도 『조선 교육사』(상, 하)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1946년 미군정이 주도한 「국대안」 사건에 맞서 「국대안 반대」 투쟁을 맨 앞에서 이끌었던 인물 또한 이만규 선생이다. 이만규 선생은 「민주주의 민족전선」의 교육 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시 귀국했다가 외국인 입국이 막혔습니다. 지난해 2022년 3월 학생비자를 신청하여 대만에 입국하였지요. 6월 초까지 수업을 들었으니 무려 일 년 넘게 중국어 공부를 했습니다.만 65세까지 어학원에 등록할 수 있으니 아마도 제가 최고령 수강생이었겠지요. 20대 때 어학원에서 8개월 공부하고 대학원에 들어갔었는데, 그보다 배 가까운 시간을 60 중반에 20대 젊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배웠습니다.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성조입니다. 몇만 자가 된다는 모든 한자는 네 가지 성조 중
오늘은 장맛비가 하루종일 내리는 궂은 날씨라서, 내 방에서 별 생각없이 (지난 주에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책 한권을 펼치다가 김소월의 ‘님의 노래’라는 제목의 시 한편을 발견하였습니다. ‘ 님의 노래’ 김소월(1902~1934)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개벽대장 7호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인터뷰-걱정스러웠던 인터뷰의 반전!-6월 21일 저녁, 종각역 온 사무실에서 김두루한(63세)을 만났다. 올 초에 36년간 몸담았던 교사직에서 은퇴했다. 두루한은 아들 이름을 박차고나온놈이새미나로 지었던 밝병찬(밝덩굴)씨가 앎의 두루 퍼짐과 겨레 하나 됨에 이바지하라고 그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전교조 정책위원 등을 지냈다. 교육현장에서도 분단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고 그 뿌리가 되는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듯했다. 추천을 받았지만 그에 대해 사전지식이 많
2020년 교사 세미나를 통해 글쓴이는 일제강점기 최고의 노동소설이 『인간 문제』(1934)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간 문제』는 1928년 12월 테제에 기초해 ‘노동자, 농민 속으로!’라는 기치로 내걸고 1930년대 초 ‘혁명적 노조 운동’(일제 공문서 용어 ‘적색노조운동’)을 시대 배경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쳤던 강혜원 선생님이 발제를 하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인간 문제』를 쓴 작가 강경애를 접했다.강혜원 선생님은 일찌기 박영신 선생님과 함께 쓴 『교실 밖 국어여행』(1992)을 펴내 국어와 문학사에서
장자의 소요유(逍遙遊)편에 굽은 나무이야기가 있다. 쓸모없어서 목수가 베어가지 않는 나무. 하지만 그 나무 그늘에서 많은 사람들이 쉬며 한숨을 돌린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라는 장자의 사상이다. 어르신이 그런 분이셨다. 사나이가 무엇일까. 남자들은 ‘사나이’라는 올가미에 갇혀 힘든 인생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눈물을 보여서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는 누가 심어놓은 진리인지 알 수 없지만 벗어날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섬 마을의 영특한 소년이었고 세상에 나가 큰 꿈도 펼쳐보고 싶었지만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