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가을의 소묘(素描)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색깔 고운 등산복가을을 두르고지팡이질 쾡한 두 눈이슬 떨어내는 발자국다람쥐 청설모 가슴만 아린다 배달된 문예지첫 장 낯선 시어들떨어질 듯 붙어 다니는각질 일어난 발뒤꿈치그림자가 그림자를 묶는다 달구어진 여름 무게만큼 가벼워진 가을 들어 올려 귀뚜리에게 변질된 음색으로 정장을 입힌다 여치보다 가는 목소리로 아침 안개 불러 날맹이부터 빗질하여 갈색 수채화로 묶어낸 은천골 전화 한 통 기다리다 지친소쩍새 밤새 울고다시는 울지 않게 된 날소쩍새 장막집은 보이지 않는다 편집 :
오십을 넘기면서 '더 늦기 전에 악기 하나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기타를 구입할지 망설일 때 주민센터의 강사가 말했습니다. 보통 입문용으로 10만 원 안팎의 것을 많이 구입하는데 이왕이면 조금 좋은 걸로 구입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6개월 쯤 지났을 때 입문용기타는 새것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지요.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아무튼 오래도록 갖고 놀 장난감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괜찮은 기타를 구입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몇 달 배운 뒤로는 그냥 혼자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기타를 잡은지 수 년이 지
~ 며칠전 일이다. 점심을 먹고 수지천변을 산책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영어로 대화를 하는 말이 들렸다. 옆으로 지나가는 젊은 여성과 예닐곱살 되어보이는 딸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었다.일상적인 초보 영어회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꼭 저리 티를 내며 영어를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이들면서, 몇달전 대형식품판매점에 들어가다가 보았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초등학교 1~2학년쯤 돼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마치 미국 애들처럼 영어로 일상회화를 주고받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나는 (직업병처럼) 그 애들에게 한마디 타일러주려고 하다가, 이미
둘은 손을 잡고 말없이 걸었지요.눈은 서로의 맘을 보듯먼 곳을 바라보면서그 때 스스럼없이 다가서며서로의 손을 살포시 잡았지요.손은 서로를 기억할까요? 따뜻함이 가슴까지 밀려오더니설렘이 되고 뜀박질로 변했지요.아련한 그 손길그 손가락 하나하나지금도 서로의 손은 기억하겠지요.기억해야 할까요?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제20차 반핵아시아포럼은 서울과 부산, 울산 일정에 이어 경주와 울진, 삼척으로 이어졌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9월 22일 경주 나아리에 있는 공공연대노동조합 강당에 빼곡히 모여 2시간 동안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이 월성 핵발전 단지의 현황과 이주대책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환경부의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법무법인 민심의 서은경 변호사가 갑상선암 공동소송의 쟁점과 판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해외 참가자들은 수많은 질문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1김사라는 무명 작가이다. 2017년 촛불정부가 들어 선 뒤 필자 등이 중심이 되어, 촛불혁명의 계승 발전을 위해 만든 촛불시민들의 책 [촛불혁명 시민의 함성]촛불혁명 시민의 함성 : 네이버 도서 (naver.com)에 다음과 같은 작품을 실었다. 황룡 촛불 김사라황룡이 일어났다! 노랗고 붉밝은 촛불들이 모이고 모여비상하는 용처럼 크고 힘차게촛불혁명 이루었다. 2서울 출신 김사라 작가는 성인이 된 어느날 부터인가, 신라의 역사와 문화에 끌려 연고도 없는 경주에 내려 갔다. 거기에서 그녀는, 알에서 깨어난 신라의 건국 시조 박혁거세
고양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농장에 저장한 농산물을 지켜주던 아이들이다. 하필 우리가 풀어놓은 틈에 밖에 나가 죽은 채 발견됐다. 해마다 여름에 거둔 감자며 옥수수, 호박 따위 농산물을 농장에 저장해 두는데, 생쥐가 갉아 먹는 것을 막느라 기르던 고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뒤 몇 날 며칠 들어오지 않더니, 농장에서 멀지 않은 산기슭에 죽어 있는 아이들을 남편이 찾아 묻어 주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생쥐들은 신나게 농산물을 갉아먹고 있다. 아무래도 어디서 고양이 한 마리 얻어와야 하겠구나!' 하던 차에, 옆집 할머니께서 희소식
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고려하시면 좋겠다. 여러 차에 걸쳐 싣는다. 341.역사를 통해보면 사람은 대체로 물질부족과 심신구속 상태여야 천재성을 발휘한다. 물질적 곤궁과 정신적 근심걱정은 그를 극한 세계로 이끌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케 한다. 그 과정에 천재성이 작용한다. 고통과 고난, 번뇌와 번민은 그의 생각깊이를 높고 넓고 깊게 한다. 반면 풍요롭고 자유로우면 심신은 처지고 정신도 폐쇄된다. 342.자신의 노동 없이 남의 피땀으로
土偶장식 항아리의인물동물 파노라마함께했던 그이야기개구리의 뒷다리를무는뱀과 현악기를연주하는 여자옆의사랑나눔 지팡이를든남자와 새물고기신라사람 이맘은밈주석토우 土偶 : 흙으로 만든 인형.토우장식토기 :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장례를 준비하며 만든 제의용 그릇, 소수의 특정한 무덤에서만 발견되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냄. 죽은이의 영혼을 잘 보내고 사후세계에서도 현재와 같은 삶을 살길 바라라는 재생, 탄생, 부활의 상징 표현.[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전시회(2023.5.26~10.9)
여덟번째 과학샘과한달지난 아해들의가지말란 아우성들샘덕분에 과학재미계속이어 수업희망그정성에 발목잡혀학교장의 부탁까지하루고민 이틀숙려다음달도 계속근무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엄마 송편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송편 안칠솔가지 꺾어와라엄마 목소리 큰똥뫼 소나무 꺾다뱀 또아리 소스라쳐놀란 기억 여전한데 엄마 손 송편 맛은어디로 달아났을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명절은 힘이 듭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름진 반찬이 나와서 좋았던 유년기를 제외하곤 늘 그랬습니다.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부터 설이나 추석에는 깜깜한 새벽에 어머니가 깨웠습니다. 그럼 잠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도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천안 큰집에 가야했지요. 셀 수도 없을 만큼 절을 하고나면 늦은 아침을 먹고, 어른들을 꽁무니를 쫓아서 성묘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 어린아이가 걷기에는 만만치 않을 만큼 멀었습니다. 특히 많은 눈이 내린 설이면 춥고, 미끄러워서 애를 먹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아버지
어딜튈지 뭘말할지예측불가 기상천외눈치없고 철도아직흠씬취한 개구락지혼이빠진 강시좀비미운짓만 골라악동끝날때만 기다리다세월가면 깨닫겠지포기못해 다시미소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오랜만에 만나도 언제나 반겨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보배와 마린이인데, 어머니 댁에 가게 되면 문앞에서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달려드는 녀석들이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서로 짖어대며 아웅다웅하는 건 여전하다.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50년 전으로 기억을 되살려본다. 대학 1학년 교양과목으로 오발탄으로 유명한 작가인 이범선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글짓기 과제를 주시며 의미가 있는 이름을 떠올리면서 원고지에 적어오라신다. 며칠을 생각한 끝에 집 마당에서 기르던 강아지 이름을 제목으로 몇 자 끄적거려서 원고지에 옮긴 후에
물 한 방울의 인격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부드러운 인격은 담기는 모양대로 머리를 풀고오늘 아닌 내일을 향해 빛깔 고운 새 옷을 순식간에 갈아입는다 투명한 색깔로자신을 들여다보고오롯이 인격을 비추는 거울로순전한 마음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맑은 심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때로는 아파서 흐르는 오물도 두 손이 모자라 강뚝을 더듬어가며등을 돌리는 악취도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다 위의 것을 거들떠보지 않고오로지 아래로만 향하는 너는떨어져 내리는 곳을 가리지 않고가는 길을 끝내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힘이 들면 부딪쳐 쉬어가고막으
얼마 전에 아파트 거실 벽에 붙어있는 전등 스위치가 고장났습니다. 그래서 수리점 아저씨를 불러 새것으로 바꾸었는데요. 아저씨가 가고 난 뒤에 살펴봤더니 직사각형의 스위치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어요. 미세하지만 상단이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있었습니다. 볼 때마다 신경에 거슬리고 불편합니다.전같으면 끙끙대면서 뜯어내고 기어이 바로 잡았을 겁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비뚤어진 스위치를 면벽하는 수도자처럼 바라봅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그리고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저는 오랫동안 출판과 언론에서 잉크밥 먹고 살았습니다. 지난
자동차의 엔진이 멈춘 지 한 달, 그것을 폐차한지 3주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볼까?’생각하다가 퍼뜩 놀랐습니다.직장생활을 하다가 육아를 위해서 회사를 그만둔 게 1999년. 그리고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에 자동차를 처분했습니다. 그때도 ‘이제는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과천시민회관의 녹색가게에서 아이 옷을 구입해 오는 중이었습니다.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걷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지요. ‘소나긴가?’하고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처마 밑으로 피했는데 비가
어청도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향긋한 쑥 향기가 해초 냄새 시기하는 곳 백로 떼가 도요새를 친구 삼아 뒹구는 동네 해당화 찔레꽃이 봄을 실어 나르는 섬 그 이름 어청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기일(忌日) 이 기 운 창(窓)에 부딪히는 햇살이 뜨거워커튼을 치다가 생각한다더운 집에 살던 여름날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겨울이면 추운 집낡은 이불을 유리창에 매달던아버지아버지, 하루만 출장 좀 와 보세요 이 세상 만들고 세상보다 크다는 이를 찾다가아버지 기일도 잊어버렸다세상은 추위와 더위가 그치지 않으니늙고 메마른 아버지 손길이 그분의 손이었음을검버섯 가득한 아버지 얼굴이 그이의 얼굴이었음을이제 깨닫게 되네햇빛 가리고 나른한 오후내 안에 일렁이는 고요한 불빛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세상에 거저 생기는 것은 없다' 에서 나온 그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는데.. 해야는데 하곤 하지 못했다. 드디어 인사를 했다.일이 좀 늦게 끝나 아예 이른 저녁을 먹고 6시 30분 넘어 우이천으로 향했다. 7시 넘어 도착해서 열심히 발바닥 마사지를 하고 있으니,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그분은 벌써 왔다 가셨겠지... 했는데 그분이 오셨다.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시기 전에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다. " 여기 청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했더니 그분은 수줍은 미소를 띠고 내게 더 고개를 숙이시면서 "고맙습니다" 하셨다. 나는 속으로
올 가을엔 소박한 사람을 만나꾸밈없고 한적한 길을 걷고 싶다많은 얘기 나누지 않고 걸어도이어지는 수풀 보며 웃음 짓는흙 돌멩이 풀들이 뒤섞인 그런 길을새소리 풀벌레소리 들리는 그런 길을 춤추며 낙하하는 낙엽을 눈여겨보고머리에 떨어진 잎을 털지 않고 걸으며알 수 없는 표정 짓는 그를 보고 싶다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림자 밟으며 걷다가돌아서서 얼굴 마주보며 해맑게 웃고 싶다미소 짓는 서로의 눈 속에서 자신을 보며 기품이 없어도 멋지지 않아도 좋다소탈한 그 모습에 심신이 느슨하다애써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소통되는부담 없고 가벼운 그런 사람이
지난 9월 1일 금요일 오전 11시에 제가 이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종로사회적경제 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종로여가'에서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오랫동안 활동했던 문화사랑협회 회원이신 이윤옥 교수님께서 긴 세월에 걸쳐 쓰신 책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하여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를 치렀다.책의 제목에서 보듯이 독립운동가 부부의 행적을 찾아 정리하는 작업이 무척 고된 일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한다.1장에는 를 소개하고 있고, 2장에서는
이어 내리건대, 해의 차례는 계묘년 칠월 신유(辛酉) 초하루, 스무엿샛날 신미(辛未), 이른바 2023년 9월 10일,'광주학생독립운동의 큰 스승' 운인(雲人) 송홍 선생이시여선생께서 태어나신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운월리 굴개마을과 선생을 기리는 추모비를 찾아 ‘광주일고 52회 명찰 답사단' 여러 회원과 참여자가 모여 삼가 아뢰오니,저희는 고등학교 시절 3년간 교문을 들어서면서 광주일고 교정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앞에 1967년 11월 2일 세워진 선생의 흉상을 마주하며 선생의 가르침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배운 후학이옵니다.1929년
어제 정오(正午) 가까이 되어서의 일이다. 집 거실 소파에서 한겨레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을 찢는듯한 천둥치는 소음이 하늘에서 들렸다. '쐐~액' 하는 고막을 찢는듯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비행기 지나가는 소음이 천지간에 가득 울려퍼졌다. 나는 그동안의 '남북 분단' 하에서의 수많은 삶의 경험으로, 곧바로 "초음속 전투기 1대가 마하 2~3의 속력으로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이곳 용인시 와 수원 사이를 지나갔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그런데 문제는 전투기 1대로 끝난게 아니라, 이후에도 30초 간격으로 4대
쑥 박 명 수 (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꽃보다 더 꽃같은 향기 그윽한 꽃꽃으로 향기를 드러내지 않는 꽃꽃이 피면 오히려 향기 달아나는 꽃꽃이라는 이름 없고 향기 감추지 않는 꽃꽃으로 향기 낼 수 없지만줄기로 향기내고 잎으로 향내 쏟는건강한 인격을 토하는 향기말라버린 순간까지 향기로 말하는 꽃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집 앞에 있는 북한산 한 자락인 작은 산을 넘어가면 우이천이 나온다. 우이천을 따라 2시간 이상 걸어가면 중랑천과 만난다. 우이천을 따라 걷다가 초안교에서 나와 초안산을 넘어가면 녹천역이 나온다. 우이천을 따라 걷다가 수유역 근처에서 유턴해서 집으로 올 때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이 우이천을 사랑해서 자주 산책하며 이런저런 코스를 즐긴다.얼마 전부터는 우이천에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덕성여대 앞 다리 밑에 고운 모래가 깔린 우이천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 보이면서부터다. 여름 방학 때는 아이들이
8월 31일, 8월의 끝자락!오늘은 손녀 세라와 은평역사 한옥박물관을 찾기로 했다.지금 그곳에선 국립한국문학관이 서울 은평구와 협력해 기획전을 열고 있다.이 전시는 분명 한때 존재했지만, 지금은 남겨지지 않은 것을 살핀 것이다.는 제목 '遺事'에서도 알 수 있듯이 '正史'에는 포함되지 않않았지만, 당시 세상에 남아 있는 글과 이야기를 모아 기록한 것이다.유학자의 시각으로 쓴 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이야기와 정치적 비주류였던 불교,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제외했
1923년 9월 1일, 관동 지역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 여파로 발생한 대화재로 도쿄와 요코하마를 비롯한 관동 지역은 궤멸하다시피 큰 피해가 생겨났습니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4만 명에 이르렀고, 이재민은 340만 명에 달했습니다.일본 제국주의 정부는 대지진의 참변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민심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경찰과 자경단을 이용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렸습니다. 그들은 관동대지진을 관동대학살로 몰아갔습니다. 관동대학살 희생자 대부분은 조선인들이었습니다.그들은 폭도로 변한 조선인들이 불을 질렀다고 했
목요일(7일)인 어제,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외출했습니다. 코로나 창궐 뒤로 막혔던 외출외박이 9월 1일부터 풀렸기 때문입니다. 그전에도 외출했지만 병원에 갈 때나, 병원의 허락을 구해서 명절 때 잠깐 다녀간 게 고작이지요.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공원에 갔습니다. 왜 이렇게 멀리 가느냐로 시작해서 병실에서 돌아가신 분, 공기가 좋다, 다향이 출근한다니까 얼른 가서 밥 먹고 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집에 갈 땐 걸어가? 라는 말이 녹음기를 켜놓은 것처럼 반복됐습니다.삼사십 분 산책한 뒤에,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되냐고
동대문에서 낙산에 올랐다. 멀리서 본 동대문이 고고하면서도 초라해 보인다. 주변에 동대문 패션타운 고층 빌딩이 없거나 좀 떨어져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고고한 기풍이 넘치면서도 당당해 보이겠지. 확대해서 보니... 그래도 조금은 당당해 보인다. 성곽길을 걸어 낙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외국인들이 많다.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그리고 알 수 없는 다른 언어도 들린다. 청계천을 걷고, 패션타운에서 옷을 사고, 낙산으로 오르는 길이 인기있는 관광 코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늘과 성곽과 강아지풀.... 가을 정취가 느껴진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힘들어 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어도 그것이 비난과 원망으로 돌아올 땐 더더욱 상처를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공연히 관심을 가졌구나. 그냥 모른 체할걸!’ 후회하게 됩니다.오래전부터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사실에 근거해서 얘기를 해도 말에는 감정이 실릴 수 있고, 그 순간에 사실과 관계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이니까요. ‘당신’이라는 3인칭 존칭이 어감에 따라서 시빗거리가 되기도 하는 것과 같습니다.말의 위험성을 인지한 다음부터는 글(편지)을 사용해서 소통을 꾀하기 시작했습니
지난 주중에 메시지로 받은 편집진의 권유로 '미리 쓰는 부고문(2)'를 써보려고 하니, 여러 생각이 엉켜서 쉽게 구도를 잡기 어려웠다.그래서 한겨레신문의 부고란(=궂긴 소식)에 실린 여러 사람들에 대한 부고문 형식을 일부 참조하고, 나름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어설프지만 제3자(者)의 시선으로 '미리 쓰는 부고문'을 작성해보았다.----------------------------------------------------------------------------------------~ 지난 주말 북한의 평양 대동강 다리에서 남한의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