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겨우 유지해가던 사업을 접고 삼성 휴대폰 소프트웨어개발 업체에서 일할 때였다. 회사서 금오산 등반을 갔는데 숨이 턱밑까지 차 동료들을 따라잡기도 힘들었다. 저질체력으로 세상 살아가기 힘들 것 같아 주말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용지봉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봄날 산을 내려오다 잠시 나무 밑에 앉아 쉰 적이 있다. 앉아있다 그대로 뒤로 누웠다. 옆에서 향기가 나 고개를 돌리니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잎아래 너무나 귀여운 작은 꽃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누워야 보이는 꽃들도 있구나 하며 한참을 보다 가벼운 발길로
지난 토요일 5차 은 글쓴이가 혁신학교에서 준비한 마지막 행사였다. 2009년 조성된 서울대 ‘민주화의 길’과 연세대 이한열 열사가 피격된 장소를 돌아보았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은 늦은 오후 신촌 네거리 근처 이한열 기념관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계속 걷기만 했던 아이들이 힘들어했다.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경기도 시흥에서 서울까지 이동했으니 무리였으리라! 더구나 아이들은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한 듯했다. 서울대 정문 편의점에서 아주 가벼운 간식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출발했다.먼저 서울대
딸은 만 34세가 되어서야 정규직 직장에 들어갔다. 이제 근무한 지 두 달 되어간다. 처음 한 달은 회사의 근무 방침, 직원이 지켜야 할 수칙 등을 교육받느라 막상 제 일은 하지 못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회사가 하고 싶은 일을 대부분 하게 해준다며 신이 나서 회사 자랑이 끊이질 않는다.며칠 전에는 “엄마. 나 이번 프로젝트 계획 발표했는데 다들 관심을 많이 보였어요. 시니어 매니저가 타전공 직원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쉽고 깔끔하게 발표했다고 엄청나게 흐뭇해했어요. 앞으로 일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한다.딸이 제대로 된 첫 직
28, 43, 229, 223, 222, 201...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누군가에겐 피를 나눈 아들 형제 아버지이고또 누군가에겐 따스한 체온으로 각인된너무도 정겹고 사랑하는 남편이었을 사람들이다1979년 4월 14일 정선군 함백광업소 화약 폭발 사고28명이 한순간 목숨 잃은 사고 현장 처참했단다10월 27일 문경시 은성광업소 갱내 화재 때는광부 44명이 아비규환 생지옥에서 하나둘 죽어갔다1973년부터 매년 탄광 사고로 목숨을 잃어숫자로만 세상에 남겨진 광부의 또 다른 이름이다연탄불로 밥을 짓고 겨울을
1994년과 2009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주선해 북미 간 전쟁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평화운동가이자 원로 평화학자 박한식 선생이 새 책을 펴냈습니다. 에서 2년간 강의한 내용을 ≪안보에서 평화로≫ (열린서원, 2022)라는 책으로 출판한 겁니다. 원로학자의 책에 한참 후학인 제가 영광스럽게 홀로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썼습니다. 박한식 선생님과의 인연이 좀 깊습니다. 1994년 양성철.박한식 편저 ≪북한기행≫ (한울, 1986)을 읽었습니
에는 갤러리 2관이 있다. '종이박물관'와 '청조미술관'다. 종이박물관은 1997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초 종이박물관인 한솔종이박물관이 이전한 것이고 청조미술관은 2013년 이 개관하면서 문을 연 미술관이다.종이박물관에서는 종이가 발명된 후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종이 대신 기록을 위해 사용하던 파피루스(papyrus)도 파피루스 온실에서 만날 수 있다.나의 관심은 아무래도 종이로 만든 옛 작품에 있다. 시전지(詩箋紙)다. 시전지는 시를 쓰기 위해 만든 무늬가
단박에 알아보았다. 어머니 댁을 찾고 있던 내 눈에 미소가 고운 어머니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명순 회장님이셨다. 처음 뵈었지만 나긋나긋한 말씨처럼 눈웃음도 미소도 어여쁜 어머니. 봉사단체에서 고추 따는 데 손을 보태고 오셨다면서 겨우 한숨 돌리고 교자상에 먹거리를 수북이 올려오셨다. 이야기도 풍성할 것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앨범을 펼치자마자 영화배우 같은 두 아가씨의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와 여동생분이셨다.“나는 내 동생 반도 못 따라가 우리 동생은 영화배우처럼 예뻤어”라고 동생을 치켜세우셨지만 여든이 넘어도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활동하는 단체 대화방에는 거의 매일 건강 관련 이야기나 몸에 좋은 운동, 먹거리 혹은 나름의 비방이나 경험을 공유하지요.제가 보기엔 대만 친구들 대화방이 좀 더 자유롭게 많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타인의 의견 표시에 더 너그럽습니다.몇 개의 골프 모임방에 가입되어 있는데 보수 지지자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도 크게 다투거나 탈방을 하지는 않더군요. 선거 국면에서 경찰간부출신인 국민당 열혈지지자의 일방적인 사진과 지속적인 홍보에 진보적인 민진당 지지자가 반대의견을 제시하자 여기저기서 정치적
경실련을 시작으로 30년여 년 언론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나는 이태복 장관을 선배 노동운동가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봉오동 청산리 독립전쟁 승리의 주역 최운산 장군의 삶을 직접 전해드리면서 역사가 이태복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인연의 깊이가 달라졌다. 간도 제일의 巨富 최운산은 마적으로부터 조선동포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사병부대를 운영할 만큼 군사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고, 한일병탄이 되자 자신의 소유지 봉오동을 독립군기지로 개발하고 무장독립군을 지속적으로 양성했다. 1919년 3.1독립선언을 계기로 최운산의 사병부대
에서 볼 것은 본관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임스 터렐관’과 ‘명상관’은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제임스 터렐관’만은 꼭 가야 할 곳으로 꼽는다. 이곳 때문에 에 가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다.‘제임스 터렐관’은 제임스 터렐이 직접 설계한 건축작품이다. 2013년 5월 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개관했다. 한마디로 '빛과 공간이 만든 경이로운 작품'이다. 그의 빛은 공간을 만나 조화를 부리고, 그의 공간은 빛을 만나 조화를 부린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아빠는 내가 여기서 계속 농사짓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난 다른 학교에 다녀보고 싶어.”8년 전, 변산공동체학교에 다니던 열여섯 살 다향이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네가 싫다는 걸 왜 내가 강요해.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줄 수 있니?”“여기 고등부는 중등부랑 별 차이가 없어. 계속 이 학교에 남아있으면 똥 멍청이가 될 것 같아. 난 멍청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공부해보고 싶어.”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재촉하지 않고 15년을 기다렸더니 제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했으니까요. 농사는 싫으니까 공동체를 벗어나서
지난 10/22(토)에 혁신학교 학생들과 4차 을 다녀왔다. 올해 들어 네 번째 이다. 학생들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1차 ~ 3차 은 어쩔 수 없이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돌아다녔다.맨 처음 다녀온 곳이 안산 「416 기억 교실」이다. 당일은 32도가 넘는 폭염이었지만 학생들과 무려 15,000보 이상을 걸었다.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보곤 한 편으론 미안했다. 그렇지만 방학이 아니면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을가 생각하면 이런 날도 그저 고마울 뿐이다. 두 번째 으
416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모든 시민에게 한국전쟁 다음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70년도 더 지난 오늘날 한국전쟁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지 못하듯이 416 참사 역시 우리 사회에 어떤 충격과 의미를 던져주었는지 우리는 아직 잘 모른다. 그렇게 무심하게 8년 세월이 흘러갔다.희생 당시 고2였던 아이들이 지금 살아 있다면 스물다섯 살 파릇하게 피어날 젊음 그 자체였을 텐데 속절없이 가슴 속 그리움만 아프게 더할 뿐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교육을 망치로 내려친 사건이다. 그러함에도 8년
신사참배 문제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훼손한 사건이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신격화하여 그 후손 일왕을 ‘신’(神)으로 숭배하게 강요한 제국주의 식민 통치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신사참배는 ‘주(主) 이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기독교 제1계명을 어기는 행위였다. 그러함에도 제국주의 일본은 집집마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신단(神壇)을 만들게 했다. 게다가 학교와 공원에도 신사(神社)를 지어 아침 저녁으로 참배를 강요했다.신앙인에게 신사참배 문제는 일반 조선인에겐 바로 황국신민(皇國臣民)으로서 를 암송하는 문제와
나는 인디언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나도 모른다.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이나 '라스트 모히칸'에서 나왔을까? ‘포카 혼타스’에서 나왔을까? 아님 인디언의 영성세계를 표현했다고 생각한 ‘아바타’에서 나왔을까?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한없이 겸손한 인디언의 삶을 존경한다. ‘총·균·쇠’가 없었다면 그들은 저리 처참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조화롭고, 가장 상식적인 삶을 사는 인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인종이 다수가 되었다면 지구는 평화를 누리면서 살 수 있었을 것
의도와 다른 행동을 하면 당연히 힘들고 어려움도 많은가봅니다. 배움이 목적이 아니라 대만에 거주하기 위한 편법으로 학생 비자를 받아 대만에 머무르다 보니, 사실은 학교에 얽매이게 되었습니다.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렇게 간절해질 줄이야!친구들이나 함께 배우는 어린 동료들은 건성건성 듣고 하루걸러 하루 등교해도 될 거라고 말하지만, 거의 매일 있다시피 하는 시험과 수업시간 교사의 질문 때문에 준비를 안 할 수가 없지요.그렇게 수업과 시험에 시달리면서 한국에서 공부할 때보다 비교도 안 되게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덕분에 시력은 급속히
세상 각 나라에는 '노래의 여왕'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엘레지(哀歌)의 여왕 '이미자'가 있고, 러시아에는 로망스의 여왕이라는 '엘레나 깜부로바'가 있다. 미국에는 재즈의 여왕인 '엘라 피츠제랄드'가 있고, 브라질에는 보사노바의 여왕인 '아스트루드 질베르토'가 있다. 아프리카 '까보베르데'에는 '모르나'란 장르가 있다. 이 '모르나'의 여왕이 바로 ‘세자리아 에보라(Cesária Évora)’다.‘세자리아 에보라’의 노래는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슬픔도 있다. 세상을 달관한 듯한 초연함도 있다. 그간
왜, 도산(島山) 안창호(1878~1938) 선생이 창단을 주도한 흥사단은 ‘기러기’를 상징으로 할까? 도산 선생이 점진주의(漸進主義)를 주장한 근거는 무엇일까?도산 선생의 자연에 대한 관찰이 돋보인다. ‘기러기’의 뜻은 두 가지다(흥사단 누리집). 첫째, 기러기는 반드시 떼를 지어 날아간다. 그러기에 단결과 협동을 본받자. 둘째, 기러기는 질서와 방향 감각이 뛰어나다. 그런 특성을 배우자. 이에 따라 흥사단은 그 기장(記章·어떤 일을 기념하는 뜻을 나타낸 휘장)을 사(士)자를 기러기 모양으로 도안하였다.도산 선생은 당시 우리 민족
얼마 전 딸이 이런 말을 물었다.딸 : 엄마, 우리를 어떻게 키웠어요?나 : 응, 어려서는 좀 엄격하게... 사춘기부터는 좀 너그럽게 키운 것 같아. 어려서 엄마가 매도 들었잖아? 지금 그렇게 하면 큰일 나겠지만...딸 : 나... 언제 처음 맞았어요?나 : 세 살 때딸 : 엄마, 세 살이 뭐 잘못한 게 있다고 매를 들었어요?나 : 그니까... 엄마가 잘못했지. 할 수 없이 들었어. 너한텐 정말 미안해 .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가슴 아프다. 사실 세 살짜리는 때릴 곳도 없다. 그래도 매를 들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제주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 1만1000㎞ 평화 달리기 대장정을 하는 강명구(65)씨가 13일 오후 충북에 도착했다. 강씨는 이날 아침 7시 대전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에서 출발해 신탄진-현도-청주 육거리시장 등을 거쳐 오후 3시40분께 평화 통일 수레를 앞세우고 충북도청에 다다랐다. 강씨의 대장정은 제주도, 남북민간교류협의회, 희망래일, 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 등이 돕는다.그는 “정전 70돌이 되는 내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판문점에서 평화 미사를 집전하시라는 염원을 안고 달리고 있다. 제 뜨거운 평화 열망이 로마와 교황께 닿기를 바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사회 갈등 지수가 매우 높다. 2013년 당시 OECD 29개 나라 가운데 사회 갈등 지수가 일곱 번째로 높았다. 2016년 사회 갈등 지수는 2위로 급격히 상승했다. 『한겨레』 2022년 10월 6일 자 기사에 따르면 2016년 OECD 조사대상국 30개 나라 가운데 사회 갈등 지수가 2위로 나타났다.멕시코 다음으로 사회 갈등 지수가 매우 높아 국내총생산(GDP)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에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갈등 관리 지수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2008년 갈등
본관을 지나 후문으로 나오면 ‘스톤가든’과 만난다. 스톤가든은 둥근 돌로 된 돌무덤(스톤 마운드) 9개와 조각 작품을 보며 구불구불 걷는 짧은 산책길이다. 스톤가든은 신라 고분을 주제로 지어졌다고 한다.경주 황남동에 가면 '대릉원'이 있다. 거대한 돌무지덧널무덤(돌로 내부 묘실 둘레를 가득 채웠다는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들이 평지에 쭉 늘어서 있다. 안도는 대릉원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지 싶다.스톤가든 시작점에 미국 조각가인 ‘조지 시걸(George Segal)’의 작품 ‘두 벤치 위의 연인’이 있다. 연인은 마주보고 손을 잡고 있다
‘집간장’ 어머니는 얇은 매직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쓰고 계셨다. 빈 콜라병에 어머니가 담근 간장을 붓고 집간장 글씨를 써서 투명 테이프로 붙이고 계셨다. 어느새 간장액이 묻었나 ‘집’ 자가 희끄무리하게 번졌다. 자녀분들이 오기 전에 챙겨줄 것들을 미리 준비해두고 계셨다. “애미가 줄 선물은 건강한 나, 그리고 정성스레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이여”60년 넘게 담갔으니 어머니도 셰프님이다. 소고기 미역국에 한 숟가락 주르룩 따라 넣으면 그 맛이 또 별미다. 뭐 특별한 재주는 필요 없다. 그저 60년 넘게 담갔더니 진한 맛이 우러
2017년 7월, 제주도에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보고 홀딱 반했다. 안도는 한국에서 일곱 작품을 설계했다. 제주도 섭지코지의 와 , 제주도 중문의 , 강원도 원주의 , 서울 종로구에 있는 , 경기도 가평에 있는 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가 그것이다., , 은 이전에 소개했다. (관련 기사 : 제주 '안도 다다오' 작품) 은 한화 직원 연수원으로 일반인 관람
책에 욕심이 많았다. 봤던 책, 보지 못했던 책도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녔다. 작년 1월에 한국에 다니러 온 딸과 아들이 집 정리 좀 하자고 했다. 자신들이 무거운 것들을 버려주고 가겠다는 거다. 이것저것 버리는데 군말 없이 따랐지만, 책과 영화 비디오테이프만큼은 버리기 싫다고 버텼다. 책은 내 일부 같았기에 버릴 수 없었다. 영화 비디오테이프는 25년 전부터 착실히 모아 온 것이기에 끌어안고 싶었다.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정말 귀한 영화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호했다. ‘없는 손주들 이야기하지 말고... 앞으로 볼 거냐 말
땡볕이 극성일 때 어머니를 뵈었다. 능소화가 하나 둘 떨어져 내 발걸음에 밟힐까 사뿐히 내딛던 날에...그날은 염천임에도 절정의 가을날에 농익은 주황빛 과실을 맺어줄 감나무 잎도 반들반들 윤기가 흘렀다. 능소화와 감 열매, 둘이 짝꿍이라는 건 주황빛깔의 따뜻함으로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예쁜 집 2층에서 어머니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계셨다. “여기에요”어머니의 80년 인생, 듣지 않고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2층에 오르자마자 인사보다 탄성이 먼저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전망. 살아서 움직이는 나뭇잎들을 감싸 안은 짙은 녹음, 빈 운동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루지 못한 꿈과 불확실한 미래로 편안치가 않습니다. 얻고자 하는 기대치와 현실의 괴리가 클수록 불행은 크게 느껴지지요.건강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누구나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어 운동을 해보지만, 모두가 손흥민이나 류현진이 될 수가 없지요. 하지만 운동을 못해서 불행하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능력치를 잘 알기에 턱도 없는 기대를 하지 않지요. 아침에 일어나 아무 고통 없이 평소 걷던 길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만약 인간의 고통 또는 불행이 망상에서 오는 것이
북서유럽 교육선진국들이 지닌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고등학생들에게 정치활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한다는 사실이다. 스웨덴은 14살에 정당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18살에 시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2019년 34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세계 최연소 총리로 등장한 현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학교운영위원회 의사결정과정에 학생대표는 교사 대표나 지역대표와 똑같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학교 또한 학생들 스스로 현실 밖 정치의 장으로 나갈 수 있게 권장한다. 게다가 북유럽의 경우 학교 스스로 정당들을
9월 16일 정선군 정선읍 정선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정암사행 첫차 7시 20분발 와와버스를 승차하기 위해서 서둘렀는데 5분 차이로 놓치는 바람에 출발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간발의 차이로 첫차를 놓치는 바람에 1시간 30분 더 기다리고 고한터미널행 8시 50분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한까지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평일이라 10분 일찍 도착하여 태백터미널행 10시 10분 버스를 갈아타고 태백터미널에 10시 50분에 도착했다.정선에서 태백까지 버스로 이동하면서 산을 넘고 실개천을 건너 굽이굽이 산길을 달리면서 바라본 경치는 그
욱아. 얼마 전 동창 딸의 결혼식에 갔었어. 신랑이 헬스 트레이너라 하더라. “내 아들도 그거 하는데…” 했더니 친구들이 의아한 눈으로 엄마를 봤어. “진짠데...” 하면서 너의 ‘몸짱대회’ 사진을 보여줬어. 다들 무척 놀라더라. 한 친구는 “미경씨 뱃속에서 이런 아이가 나왔다고?” 하며 믿을 수 없대. 하긴 ‘멸치’ 같은 두 사람 사이에서 ‘고등어’ 같이 탱탱한 아이라니 믿기 어렵겠지.엄마도 가끔 ”야가 내 아들 맞나 ?” 하고 생각해. 너 어릴 때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더 들지. 어려서는 눈물 많고 무서움 많은 순둥이. 초 ·
박정희비자금 우리 통장에 있어요(6탄)-3년을 털어가고 한 푼도 돌려줄 계획이 없었던 박정희625 전쟁통에 부산에서 탱자탱자 술판을 벌이며 대통령이 되면 북의 재산을 찾아주겠다는 말로 북에서 월남한 자산가 한희승에게 접근했던 박정희.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 상대로 재생창, 타이어식당을 하던 한희승에게 박정희는 부산 금사동에 있는 공병대, 총포재생창, 타이어재생창, 양정경비대대 등지에서 민간인 식당(PX) 을 할 수 있도록 알선했다. 당시 미군의 전투비상식량(씨레이션)이 일부 한국군에도 지급 되었는데 박정희는 한희승이 그것을 독
가을이면 생각나는 연주그룹이 있다.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European Jazz Trio)'다. 이들 곡은 과하지 않고 소소하다. 재즈 스타일의 독특한 가락이 멋들어진다. 물드는 가을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고개가 저절로 까닥까닥해지는 곡이다.1984년 네델란드 출신 연주자 세 명은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를 결성한다. 첫 앨범은 1989년 발매한 이다. 1995년 피아니스트 '마크 반 룬(Marc van Roon)'이 합류하면서, 기존 드러머 '로이 다쿠스(Roy 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