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광장에 섰다. 우중기행 같은 날이었다.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광화문 가는 길을 재촉했다.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이해불가의 피켓을 든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리자 다시 또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머리가 하얗게 핀 늙은이들이다.
시청역에서 내려 프레스센타를 지나고 
이순신장군동상을 지날 동안 참담한 마음 뿐이었다.

이해불가의 구호들로 난무했다.
마치 주옥순이 자신의 딸이 정신대에 끌려가도 뭐 어쩌겠다고 하는 정신병자들도 입에 담기 어려운 구호들 천지다.
대체 이 나라에 공권력이란 존재하는가? 싶은 생각 
대체 이 나라에서 무슨 의욕을 갖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

대체 이 나라에서??? 
마치 공권력 실종 혹은 부재의 해방전후시기를 보는 느낌
그렇게 복잡하고 서글픈 걸음으로 세종대왕상 가까이 가는 동안 
초췌하게 사그라지는 젊은 혹은 어린 아이들이 기독교 총연합회라는 곳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해불가의 구호들이 적힌 피켓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양 옆으로 서 있다. 마치 혼이라고는 없는 초점이 사라진 눈동자를 한 그들을 보며 산 귀신이 저런 것인가? 싶었다.
그리고 세종대왕상을 안고 바리케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야 내가 사는 아니 내가 원하는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4.16, 4.27, 통일 세월호 등등 그리고 민족작가연합 <통일이 사랑이다>까지 
그러나 오늘 아침 북에서 온 편지 같은 아니 통고같은 메시지에 번뜩하고 스치는 생각이 또 날 괴롭힌다.
그래 우리는 남과 북의 두 정상과 트럼프까지 판문점에서 만나 세계를 향해 웃고 손을 잡았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그런데 그것이 다 헛것이로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결정권을 그 어떤 것도 행사하지 못하는 참담한 날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해방전후에 좌우로 제국에 휩쓸려 생사여탈권을 쥐어잡지 못하고 흔들린 세월처럼, 단호하게 자주적으로 북과 하나되는 길을 정부와 정치권이 선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허우적대며 또다른 한 세기를 살아야할지 모른다는 절박감....! 제발! 독자적으로 강한 결단을 좀 내려 진일보의 길을 가자. 2045년 통일을 말하기 전에 행동해야 할 것 아닌가? 내일 당장, 아니 오늘 당장 결단하고 미루지 말고 통일의 기운을 추상화하지 말고 현실화하자.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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