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사)숲과문화연구회에서 진행하는 ‘제146차 아름다운 숲 찾아가기’에 참여했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 야생화를 관찰하고, 한강 발원지라는 검룡소, 그리고 탄광에서 나온 폐석 위에 조림한 숲을 다녀왔다.
두문동재 초입부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 야생화는 오리방풀과 짚신나물, 새며느리밥풀이다. 이 세 야생화는 금대봉을 돌아 나오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때가 만개 시기인 것 같다.
'오리방풀'은 이전에 북한산 털개회나무를 찾아갈 때 이호균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풀이다. 거북꼬리, 오리방풀은 비슷한 모양새를 가졌지만 그 차이를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잎 끝이 가장 뾰쪽 갈라져 있는 풀이 거북꼬리, 오리 궁둥이처럼 얌전한 꼬리가 있는 풀이 오리방풀이다."
이호균 선생님 말씀처럼 오리방풀은 잎이 오리 궁둥이 모습 같아 이름 붙었다 한다. 꿀풀과 산박하속 여러해살이 풀이다. 7~10월에 피는 꽃은 연자주빛 나는 보라색이며, 잎겨드랑이에서 마주 나온다. 잎 모양 때문에 오리란 이름이 붙었지만, 꽃은 예쁜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귀여운 모습이다. 현호색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짚신나물'은 전국 산과 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풀이다. 장미과 식물로 6~8월에 노란 별 모양 꽃을 조르륵 피운다. 잎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고 주름진 잎맥이 마치 짚신을 연상시켜 짚신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꽃이 질 때쯤 갈고리 같은 털이 짚신에 잘 달라붙어 짚신나물이라 지었다고도 한다. 어린잎은 식용, 뿌리는 커피대용으로도 먹는다. 풀포기 전체인 전초(全草)는 약용으로 쓰이는데, 최근 암을 다스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흔한 풀이지만 쓰임새는 귀한 존재다.
'며느리밥풀'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가난한 집으로 시집 온 새댁은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밥이 잘 지어졌는지 보려고 밥알 2개를 입에 물었는데, 그만 시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고 말았다. 시어머니는 먼저 어른께 드리지 않고 훔쳐 먹었다며 며느리를 모질게 때렸다. 며느리는 매를 맞으며, '밥이 익었는지 보려고 먹은 거예요.' 하곤 혀를 보이며 죽고 말았다. 그 며느리 무덤가에 밥알 2개를 문 꽃이 피어났는데 이를 며느리밥풀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왜 이토록 슬프고 잔인한 이야기를 꽃 이름에 붙였을까? 꽃을 보고 밥알을 떠올리고, 두 밥알이 서럽고 배고픈 우리네 여인들 삶을 떠올려서겠지... 시어머니나 며느리,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핍박받은 희생자들인데...
며느리밥풀은 현삼과, 꽃며느리밥풀속 한해살이풀이다. 며느리밥풀에는 '꽃며느리밥풀'과 '새며느리밥풀'이 있다. 두 꽃 차이는 첫째 포(꽃을 싸고 있는 잎)가 다르다. 꽃며느리밥풀은 포가 초록이고 꽃잎에 선명한 흰 밥알 같은 무늬 2개가 있다. 새며느리밥풀은 포가 붉고 꽃잎에 흰색 밥알이 없고 밥알 모양만 있다.
이름도 괴상한 ‘도둑놈의갈고리’도 만났다. 열매가 콩처럼 생긴 '도둑놈의갈고리'는 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7~8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연분홍색으로 핀다. 열매 껍질 끝에 갈고리처럼 생긴 작은 가시가 있다. 열매가 익어 떨어질 때 쯤, 이 가시가 도둑처럼 몰래 사람 옷이나 짐승 털에 달라붙어 이동한다 해서 '도둑놈의갈고리'라 부른다. 우리 조상들이 이름도 참 재미있게 지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병조희풀'은 '조희풀' 종류로 이름에 '풀'자가 붙었지만 풀이 아니고 미나리아재빗과 반관목이다. 꽃 모양이 호리병 같아 '병'자가 붙었다. '조희'란 말은 종이의 경상, 충청 방언이라고 한다. 예전에 종이를 만들던 나무가 아닌가 짐작들을 하는 것 같다. 병조희풀은 꽃 끝이 네 갈래로 갈라져 돌돌 말려진 모양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애교머리를 고데기로 귀엽게 말고 등교하던 멋쟁이 친구가 생각난다.
'도라지모시대'는 초롱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7~9월에 연보라색 꽃이 핀다. 뿌리는 '도라지'를 닮고 전체 모습은 '모시대'와 비슷하다 해서 도라지모시대라고 부른다. 지리산과 설악산, 금강산 등 고산지대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종 모양 꽃이 청초해보인다. 우리나라 자생 특산식물이라 한다.
도라지와 모시대는 이렇게 다르다.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도라지모시대가 모시대와 흡사하다.
지난 6월에 보았던 '선종(요강)나물'은 벌써 열매를 달고 있다. 9월이 되면 열매는 성숙해져 갈색 털로 뒤덮여 멀리 멀리 날아갈 준비를 마칠 것이다.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인 '수리취'는 이제 꽃망울을 맺었다.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수리취인절미를 만들어 판다. 수리취인절미는 수리취 잎과 찹쌀로 만든 떡이다. '취'가 붙은 다른 나물과 같이 봄여름에 나는 연한 잎은 삶아 나물이나 떡을 해 먹는다.
숲 탐방 동안 김강숙, 김진리 두 선생님께서 작은 풀도 상세하게 설명해주어 모르던 야생화를 많이 알게 되었다. 귀찮도록 묻고 또 묻는 우리들에게 아낌없이 아는 바를 내어주신 두 분 덕에 풍성한 탐방이 되었다. 감사드린다. 두 분 말씀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아직 소개 못한 야생화가 더 남아있다. 그 꽃은 2편에서...
* 이 글 내용 중 잘못된 2곳은 이호균 선생님께서 잡아주셨습니다. 이호균 선생님께 감사를 보냅니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