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그야말로 조국 대전(大戰)이라 할 만하다. 여야가 혈전을 벌이고 있고, 국론이 엇갈리고 있는 마당에 검찰이 뛰어들어 상황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국민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믿는 마음이 아직 변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의혹의 한 가운데에 들어선 것은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냐 무산될 것이냐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한다. 조국은 조국의 길을 갈 것이고, 이를 빌미로 야당은 야당의 길을 갈 것이다. 문제는 진보정부의 정신자세와 그 미래이다.  

진보정부는 권력을 잡고나면 다소 안이해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감의 소산일지 모르겠으나 검찰에 대해 지나치게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한다. 검찰의 중립성을 존중하겠다는 자세는 도덕적으로는 존경받을만한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중립성은, 이론과 명분은 좋으나 그 칼날이 진보정부를 겨눌 때 대책이 없다.

보수정부는 정치경제적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그 수단으로 검찰조직을 본능적으로 장악하려 한다. 진보정부는 그런 목적이 없다. 한마디로 부패 DNA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법개혁과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검찰조직이 중립성을 지키는지 감시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 

진보정부가 검찰의 중립성을 유지시키려면 검찰조직을 감시하고 중립성을 지키도록 강력한 억지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억지력을 검찰에게 넘겨주면 어떻게 되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억지력을 검찰에게 넘겨주는 순간 진보정부는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그것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보수정부는 웬만한 부패에는 무너지지 않으나 적페청산을 기치로 내건 진보정부는 조그마한 부패의 기미가 있어도 바로 무너지고 만다.

▲ 검찰 개혁, 해야하는 이유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쓴 맛을 보고도 문재인 정부가 그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은 윤석렬 총장에 대한 과잉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찰은 검찰총장 개인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아니다. 무엇보다 검찰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리고 조직의 명운을 건다. 조국 후보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칼날을 댈 수 있다고 용인하는 것은 진보정부가 스스로 무기력한 정부로 전락하겠다고 검찰조직 앞에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검찰조직은 그 낌새를 이미 알아채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 칼날을 대도 좋다고 말했으니 칼날이 어디를 향하든 '검찰 마음대로'가 되는 셈이다.

검찰이 그들의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끝까지 감시해야 할 책무가 대통령 어깨위에 놓여 있다. 그런데 대통령 스스로 그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검찰에게 '알아서 하라'고 그 권력을 위임한다면 검찰이 권력을 남용해도 억제할 힘이 사라진다.

조국 대전을 바라보며 노무현 정부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지금의 검찰 조직이 자신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거해서 장관 후보자를 압수수색했을 뿐만 아니라 피의사실을 보수언론에 이미 한차례 흘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문재인 정부 이후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 모두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검찰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적폐로 얼룩지는 세상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검찰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조국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검찰수사결과 결정적 혐의가 드러나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결정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리를 보전할 수는 있겠지만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추진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조국 후보자에 대한 약점을 상당 부분 틀어쥘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에 빠지든 말든 그들은 검찰 권력을 유지하면 그만이다. 누가 검찰에게 그런 꽃놀이패를 쥐도록 허용했는가. 윤석렬 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검찰의 조직적(?) 저항 앞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아직 검찰의 조직적 저항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저항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임무를 부여받은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피의자로 여기고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그 자체로 검찰조직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검찰조직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어떻게 어떤 소리로 나타날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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