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청마백일장

젖은 청마(靑馬)

---제39회 청마백일장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에서는 올해로 39년 째 청마 유치환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 고향이 통영인 청마 선생님의 백일장을 왜 이토록 오래 열고 있는지 사람들은 의문을 가진다. 청마 선생님은 경주여고와 경주고등학교에서 오래 재직하셨다. 그 인연으로 경주에 문학의 뿌리를 내리셨고, 1962년 창립된 경주문인협회 57년의 오랜 역사 덕분이다.

▲ 최해열 경주시 문화관광국장

애초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하려던 백일장은 전국을 강타할 태풍 링링(LINGLING)의 소식에 급히 청소년수련관으로 변경되었다. 태풍의 여파로 경주에도 비바람이 흩날렸지만 백일장 참석자들이 젖은 빗물을 훔치며 들어섰다.

▲ 박완규 경주문인협회 회장

그들은 빗속을 헤친 청마(靑馬)의 푸른 갈기처럼 젖어 나부끼는 시심(詩心)으로 왔다. 특히 젖은 몸의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참석에 울컥 감동이 왔다.

▲ 시제를 발표하는 김종섭 시인

 

예전에 비해 백여 명이 감소한 300여 편의 작품이 들어왔다. 시의 수준은 비 내리는 서정 탓인지 전반적으로 우수해 심사위원들의 갈등이 겹쳤다.

올해는 대학일반부에서 대상이 선정되었다.

▲ 대상 수상자(우측)박하성씨와 경주문인협회 박완규 회장(좌측)

 

[대상]

독도

                 박하성(경북 김천)

 

수평선이 파도로 달려와

땅과 바다의 혈맥을 잇고

하늘의 말씀을 나르던 바람이

순백의 뼈를 묻을 때마다

섬의 지문을 새긴 등고선에서는

푸른 지느러미가 자란다

 

호오이, 생명을 길어 올리는

혹등고래의 숨비소리 사뭇 뜨겁고

자진모리장단으로 춤추는 괭이갈매기들이

수천수만의 태극기로 나부끼는 곳

 

하나의 가슴에서 발원하여

수천만의 핏줄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 줄기줄기

의좋게 서로서로 행가래치며

들쑥날쑥 돋을새김으로 솟은 봉우리들이

어머니의 젖무덤으로 품을 내어주는

어진 땅의 자식이다

 

그러기에 나 독도는

쩌억 바다를 가르고 하늘조차 찌를

해신 포세이돈의 삼지창으로 우뚝 서서

뜨거운 모국어로 외친다

 

나는 대한민국이다!

▲ 대학일반부 심사

[대학일반부]

*대상(경주시장상): 박하성(경북 김천시 남면)

*장원: 김길로(울산시 울주군 범서)

*우수상: 이창헌(경주시), 심규성(안동시 단원로), 김진희(울산시 남구 중앙로)

*가작: 서미지(대구 달서구 한들로), 오미라(경주시 황성동), 유정숙(경주시 현곡), 조임경(경주시 황성동), 박윤자(부산시 동래 총렬대로)

*장려상: 도엄화(경주시 북정로), 남희창(경주시 황성동), 신경애(경주시 강변로), 고국희(대구시 중구 남산동)

▲ 고등부 심사
▲ 고등부 장원 김훈 학생

[고등부]

*장원(동국대총장상): 김훈(문화고등학교 1-2)

*우수상: 이승욱(문화고등학교 3-4), 남수현(선덕여고 2-8), 천세은(선덕여고 2-5)

*가작: 편혜림(성창여고 1-2), 강영은(문산고등학교 2-1), 김유(문화고등학교 2-3), 권미지(선덕여고 2-6), 이영실(무산고등학교 2-1)

*장려상: 윤혜정(선덕여고 2-6), 이정은(선덕여고 1-5), 정서현(경주여고 1-4), 최혜빈(성창여고 1-1)

 

▲ 중등부 심사
▲ 중등부 장원 김지수 학생

[중등부]

*장원(시의회의장상): 김지수(선덕여중 3-1)

*우수상: 권도현(경주중학교 1-1), 김은서(서라벌여중 3-7), 김윤서(선덕여중 1-2)

*가작: 이정우(경주중학교 1-1), 윤채혁(월성중학교 2-5), 오정훈(월성중학교 2-5), 김도경(경주중학교 2-6), 김소연(선덕여자중학교 2-4), 김민서(선덕여자중학교 1-3), 임유혁(화랑중학교 3-1), 최홍서(월성중학교 1-5), 이정민(선덕여자중학교 2-5), 권민기(경주중학교 2-5)

*장려상: 이민우(무산중학교 2-1), 임성빈(월성중학교 2-2), 정민기(월성중학교 2-2), 임우진(월성중학교 2-3), 이슬민(선덕여자중학교 1-2), 박효민(선덕여자중학교 1-3)

 

▲ 초고학년 심사
▲ 초등고학년 장원 신주하 학생

[초등고학년]

*장원(경주시교육장상): 신주하(황성초등학교 4-5)

*우수상: 강수민(현곡초등학교 5-1), 이건우(동천초등학교 5-2), 정서현(포항 지곡초등학교 5-3)

*가작: 신유성(유림초등학교 5-2), 박미선(황성초등학교 6-3), 김가연(동천초등학교 5-3), 정은철(안강 제일초등학교 5-3), 서빈(용황초등학교 4-4)

*장려상: 김태양(양동초등학교 4-1), 조은주(황성초등학교 5- ), 오승영(유림초등학교 4-7), 김영성(황성초등학교 6-4)

 

▲ 초저학년 심사
▲ 초저학년 장원 남다은 학생

[초저학년]

*장원(경주문인협회 회장상): 남다은(유림초등학교 1-2)

*우수상: 한소정(유림초등학교 2-5), 정서율(포항제철 지곡초등학교 1-8), 김윤슬(유림초등학교 2-6)

*가작: 손유찬(흥무초등학교 3-3), 이서윤(용황초등학교 3-4), 정서인(황남초등학교 2-2), 김선율(대구 파동초등학교 3-2), 조진우(황성초등학교 2-3)

*장려상: 최은서(금장초등학교 2-5), 서하진(황남초등학교 1-2), 송소윤(월성초등학교 3-1), 백선우(황성초등학교 2-2), 정다연(유림초등학교 3-4)

 

▲ 심사가 이뤄지는 동안은 퀴즈대회와 장기자랑 등으로 흥겹다

 

▲ 권상진 시인

경주문인협회 회원의 시 두 편을 싣는다.

 

<복숭아문학상 대상>

별자리

                                  권상진

 

1

고향집 어귀 삐뚜름한 복숭아밭에

붉고 선명한 별자리가 내려앉았다

밤하늘의 한끝을 힘껏 당겨서

대문 앞 삽자루에 묶어 놓았는지

별들의 간격 사이에 향기가 팽팽하다

 

실직 이후 섭섭게 팔려간 저 밭뙈기가

가난한 식구들의 몇 계절을 일구는 동안

아버지는 반듯한 밭 하나를 가슴에 품었다

 

‘복숭아나무를 심을란다 어메가 참 좋아하셨지’

 

흙도 한 줌 없는 마음 밭에는 올해도

헛꽃만 피었다 지고 있었다

 

2

모깃불 연기가 구수한 밤이었다

할머니는 평상에 누워 거문고자리 돌고래자리를

손가락 그림으로 그려주었고 할머니 옆구리에

기대앉은 나는 소쿠리 가득한 복숭아를 꺼내

공중에 그려놓은 별자리를 본 뜨는 여름이었다

 

아들보다 자주 본다는 읍내 의사는

할머니가 복숭아밭에서 키운 것은 별이라 햇다

땅에서 하늘을 경작하는 일을 치매농법이라 하였고

노구에서는 이제 별의 향기가 난다 하였다

할머니의 거처를 복숭아밭으로 옮기는 날

나는 하늘에 별자리 하나를 새로 그려 넣었고

아버지는 밭 가장자리에 묏자리를 그려 넣었다

빚이 반, 밭주인의 인정이 반인 좁은 거처에

옮겨온 별의 향기가 파다하다

 

‘올해는 복숭아가 풍년인 갑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환한 별자리를 헤치며

우주의 귀퉁이를 돌아 나오고 있었다 (전문)

 

 

숨은그림찾기

                                   권상진

 

나는 은유된다

빛의 뒤편에서 혹은 너의 시선

너머에서

 

한 번도 속을 털어놓은 적 없는

나는 틈이 없는 사람

빛의 입자들이 던진 수많은

물음표가

내게 부딪혀 반대편 바닥으로

떨어진다

겉은 사실적으로, 속은

무채색으로

 

바람처럼 에둘러 지나갈 일인데

끝내 나를 넘어뜨려 놓고 가는

저 빛들, 시선들

 

저 ‘검은’ 속에 ‘나 같은’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지

돌아 앉아 속속들이 채색하고

싶은 날

 

프리즘처럼, 나를 관통한 시선이

주초남빨보노파

무지갯빛 그림자로 그려질

수는 없는 것일까

 

실패한 숨은그림찾기처럼

검은 나를

그냥 지나쳐가는 저 빛들, 시선들 (전문)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