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가 여성부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

모두가 곤히 잠든 시각 창살 밖의 보름달에 의지해 일기를 쓴다. 올해 추석은 가정폭력 쉼터에 머물며 명절 맞이 식사당번 중이다. 가정폭력으로 가해 남편을 피해 여기저기 지방으로 숨어 지내다 지난해 이혼과 취업준비를 목적으로 1366신고를 거쳐 단기보호 시설인 쉼터에 입소했다. 쉼터는 숙식을 제공하고 병원치료를 가능하게 해주어 피해지원에 도움이 되면서도 신변 안전의 위협으로 외출과 핸드폰 안전이 규제되어 매우 답답한 실정이다.
▲ 쉼터에 있는 당사자는 자립을 위해 안전한 연대를 꿈꾸며 가칭)가정폭력당사자네트워크 우주건설을 기획중에 있다.
간혹 쉼터 생활에 대한 개선점을 함께 이야기 하고자 하면 단기 시설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것이 통제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히곤 한다. 우연히 쉼터가 아닌 지역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당사자를 만났다. 어느면에서는 쉼터가, 어느면에서는 지역에서 스스로 뛰어다니며 자립을 준비하는 편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든 쉽게 가정폭력 으로부터의 자립의 꿈이 쉼게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었다. 
 
▲ 2018. 11월 가정폭력 추방기간에 열린 토론회 포스터. 2017년 쉼터를 난입해 온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해, 쉼터 개소 30주년을 맞이하여 여성인권운동의 산실 한국여성의전화는 원점에서부터 폭력피해여성이 처해진 안전을 되돌아봐야 했다. 최후의 보루처인 쉼터가 무방비 상태에서 가해자에 의해 열리게 되는 순간, 쉼터 조차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앞에 모두가 절망하고 분노했다.
우리는 쉼터와 지역구의 피해지원 정책들을 살펴 갔다. 가정폭력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기본이념을 살펴보면 가정폭력 피해자가 피해 상황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2017. 12. 12. 새롭게 신설된 조항이다. 지금 가정폭력피해여성들의 현재는 어떠한가. 가을의 바람도 느낄 새 없이 6개월의 쉼터 생활 동안 시원한 저녁 바람에 맥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상처난 마음을 서로 부딪쳐가며 외출과 핸드폰 사용을 규제당하며 답답한 쉼터생활을 견뎌나가야 한다. 이제 남은 몇 주 안에 퇴소를 준비 해야 한다. 아직 진행중인 이혼소송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도 없고, 제대로된 보상도 받을 수도 없는 관행적인 법률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 2017년 가해자의 쉼터 난입사고 이후, 한국여성의전화는 #경찰이 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경찰의 관행적인 성차별 수사가 가정폭력 기소율10%대에 그치며, 폭력을 사소한 부부싸움으로 방치하고 있다. 경찰조직의 성비가 9:1이다. 경찰이 2020년까지 15%여경채용을 목표로 하지만 채용과정에서 28% 목표로 하고 있어 채용성차별이 만연하다. 가정폭력 신고가 가부장제의 폭력을 향한 여성의 고발이라면, 이에 관한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경찰 또한 가부장제와 공모된 가부장제의 공권력 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운이 좋게 1년 주거지원을 받아 정착할 기회가 주어 졌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다. 관련하여 동법 4조 4항에는 임대주택의 우선 입주권이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임대주택의 수혜대상이 되어 퇴소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직업 훈련등 취업지원도 쉼터에 있는 동안은 제한적이다.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을 받는것도 노출 위험으로 꺼려지게 된다.
 
지금도 경찰의 가정폭력 검거 구속률은 0.98%로 1%에도 못 미친다. 피해 여성중에는 경제적 약자의 이유로 법적 이혼 소송에서 아이를 모두 뺏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행 가정폭력 처벌에 관한 법률의 목적 조항이 피해자 인권 중심이 아닌 가정유지와 가해자의 성행 교정에 맞추어 있어 처벌에 관한 법적 실효성이 무색하다.
▲ 가정폭력당사자들의 집담회를 알리는 포스터. 가정폭력당사자 네트워크의 발족을 준비하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공동체 영화상영회를 통해 젠더폭력의 실상 그 원조 가정폭력의 실태와 피해의 현주소를 말한다.
가해자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가 숨어 살아야 하는 지금의 부정의한 방식에서 벗어서 가정폭력에서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있는 피해자보호 대책이 보다 내실 있게 수립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폭력의 피해자들을 가출과 정신이상자, 아동학대자로 내몰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여성인권에 무지한 경찰의 성차별적이고 불공정한 수사 관행들이 개선 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 보름달에는 보다 나은 소원 성취를 기도하고 싶다. 자립에 내몰린 자립이 아닌, 자립 가능한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소원한다. 
 
*관련 기사는 당사자와의 대화를 통해 기사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마지막 기사 송고전까지 쉼터생활이라는 불편한 상황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놓지 않으며, 주어진 글을 수정하고자 노력했던 당사자가 큰 감동을 줍니다. 오늘도 쉼터에서 빽빽하게 일기를 쓰며, 폭력을 딛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가정폭력피해 당사자는, 처해진 경제적 어려움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없는 형편입니다. 가정폭력 실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법적 정비, 경찰수사의 공정성 확보,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확장 등 지역에서 가정폭력피해당사자가 자립의 동력을 갖출 수 있는 새로고 든든한 정책들이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연우 시민통신원  vvvv77vv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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