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떠나온 것들, 잘 지내고 있을까?

"OK Google, 윤하 빗소리 들려줘"

오랜만에 쉬는 토요일, 노곤한 몸을 목욕과 국밥으로 달래고 돌아오는 길에 윤하의 '빗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큰 아이는 윤하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그 아이가 멀리 떠난 이후, 나도 윤하를 잊었다.

흐트러진 방을 정리하며 '빗소리'를 다시 듣고 있었는데, 곡이 끝나자 AI 스피커는 윤하의 '비가 내리는 날에는'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이어서 재생했다. 노래를 멈추려고 했던 말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나를 생각해줘요' 라는 가사에서 멈칫했다.

그렇군. 나는 많은 마음의 이별을 했지만 몸의 이별을 하지는 못했다.

윤하가 노래한다. "문득 생각이나요 / 우리 헤어지던 날 / 마음 아팠던 그날을 / 그대는 여전히 잘 지내나요"

나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쌓아왔던 것들, 인연을 맺었던 것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 자신의 변화에 따라 버리고 잊었다. 그들은, 혹은 그것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을까? 그들의 시간을 흘려보내며 "함께 걸었던" 거리를 혹은 추억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 수고하며 짐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 은빛 빗방울들이 지상을 향하여 몸을 던지고 있었어.

- 강은교, '비 내리는 언덕위에'

늦가을 태풍,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안도하는 것들이 있으려니.

그 안도 속에 지나간 것들도 함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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