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시장, 광화문광장재구조화 착공 연기발표 관련, 사업전반 심층취재

▲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적용될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이미지. 광화문의 사계를 잘 표현토록 구조화 돼 있다는 평가가 있다(사진제공=서울시). 김영배 기자.

[2016년 말, 갑자기 봉기한 대한민국 촛불혁명은 지금도 세계인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니 또한 그 주 무대였던 ‘광화문광장’에 대한 말이 많다. 이 광장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관심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국인이 해외 방문 시 자주 묻기도 하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꼭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이미 세계화로 ‘관광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 광화문광장에 대해 최근 부쩍 말이 많아졌다. 2009년 오세훈시장 때 현재의 모습을 갖춘 후 문제점이 많아 현 박원순시장 대에 와서 다시 크게 손보겠다는 계획(재구조화) 때문이다. 박시장의 이 재구조화 계획은 당연 충분한 이유가 있다. 두말할나위 없이 지금의 광장 모습이 여러 면에서 온전하지 못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시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때문이다.

그러니 개선 요구는 이미 발생했고, 예산·인력조직 등 준비도 돼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재체 뭐가 문제일까? 왜 말이 많을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히 생기지 않을 수 없다]

▲ 지난 6월,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이 개설한 강좌에서 시민참여위원이 '역사문화' 강의를 듣고 있다. 김영배 기자.

‘광화문광장(光化門廣場)’.

광장이냐? 거리냐? 옛이름 따라 ‘육조거리’라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광화문광장으로 부르는데는 대체로 이의가 없다. 최근 서울시가 이 광장을 '재정의 하고 재구조' 하겠다고 나선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시의 재구조화(조성)사업은 공무원·전문가·일반시민을 망라해 추진단을 조직하는 등 처음에는 의욕차게 출발했으나, 현재는 다소의 난관에 봉착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회군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재준비와 충전이 필요해 보인다.

그간 정부측 행안부와 티격태격 한다는 말이 있었고, 급기야 문 대통령이 교통체계를 잘 검토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급기야 이달 7일에 박시장은 애초 계획보다 착공을 연기해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려 기간을 거치겠다고 발표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우선 애꿎은 사업추진단 공무원만 힘들어지고 있다. 쇠도 달았을 때 두드리듯 모든 일은 추진력을 받았을 때 진전이 쉬운것 아닌가. 오랫동안 국책사업을 추진했던 기자의 감각으로 봐도 유감이다. 난관이 나타났지만, 조조의 말로 알려진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놔라(逢山開道遇水架橋)” 라는 옛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더 좋은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다. 지치지 않고 추동력을 찾아내는 슬기가 필요하다. 물론 격려도 필요하다. '힘내라!' 라고 말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 지난 6월, 서울시 광화문추진단에서 추가 위촉한 시민추진위원 일동. 김영배 기자.

▲그러면, 서울시는 속된 말로 ‘왜 말 많고, 돈 많이 드는’ 이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게 됐는가?

시에 의하면

첫째, 현 광장은 <국가 상징공간의 왜곡과 훼손>이 심하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북단은 조선왕조 법궁(法宮=왕의 본궁)인 경복궁이고, 이 궁 정문격인 남문이 ‘광화문’이다. 문 앞이 과거엔 육조거리, 현재는 세종대로로 부른다. 조선시대는 의정부와 삼군부를 위시해 여러 관청이 양편으로 자리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정치·행정의 중심이었고, 국가 주요행사가 이루어지던 관청거리로서 곧 국가 상징공간이었다. 그런 것이 일제강점기 식민통치 과정에서 경복궁 내 수 많은 전각이 훼손되고 광화문이 철거면서 문 앞 월대가 사라지는 등 많은 공간이 왜곡되고 훼손됐다

둘째, 왜 10년 만에 또 돈 들여서 다시 만드느냐는 항의성 질문에는 당시 복원의 한계로 단절된 서울을 말한다. 2009년 오세훈 시장 당시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했으나, 당시 사직-율곡로 교통처리 문제로 인해 과거 훼손된 <월대>, <해태상> 등을 온전히 복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한가운데 중앙배치 형태로 광장이 조성되면서 ‘거대한 중앙분리대’, ‘역사성 미흡’, ‘보행단절’ 등등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는 것이다.

셋째로 시는 광화문광장을 국정과제(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연계해 광화문 일대 역사성과 장소성을 담는 ‘시민중심 대한민국 대표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음 세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주기 위한 기본 전제로 다양한 주체가 조성과정에 참여하는 모두의 광장으로, 시민에게 사랑받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정치적 혹은 성과실적주의를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극소하다.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것이 확실한 중론이다.

▲시는 이 광장을 ‘어떤 개념’으로 재구조화 하겠다는 것인가?
우선 일제 강점기에 훼손된 △광화문 월대(임금과 백성의 소통 공간) △ 동서십자각 궁성  △서십자각 복원  △해치상 원위치 이전 등 경복궁 전면의 역사문화공간으로 온건한 회복을 구상하고 있다.

600년 도읍지인 수도 서울의 심장이자 상징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뿌리 깊은 도시를 재발견해 대한민국 자부심을 한껏 높이고, 미래로 열려 있는 유산을 만든다.

물론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가치와 시민 민주주의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재구조화를 통한 세계적 명소를 조성해 미래 유산으로 남길 필요성이 있다. 여기도 동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 지난 6월, 강현옥 서울시 광화문추진단장이 신규 추가 시민참여위원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배 기자(본인)

▲시는 이 사업을 그간 어떤 경과를 통해 어떻게 추진해 왔는가?

<광화문 포럼>
▷광화문포럼 운영=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개선 방향과 원칙 수립을 위해 2016.5.20일부터 ‘전문가 위원 49명’, ‘일반시민 일부와 함께 ’광화문포럼’ 구성, 2회에 걸쳐 ‘도심교통정책방향과 도심대표광장 발전방향 논의.
▷설문조사=2016.6월 광장 개선 필요성(편의성, 역사성, 전반적 개선) 논의 워크숍 통해 광장의 향후 개선 방향설문조사도 실시(2회).
▷도심정책=2016.7.29일, 도시공간·교통·역사·문화 등 종합적 논의(전문가 그룹 56명+시민참여그룹 116명) 필요성 인식.
▷제1차 광화문포럼=2016.9.9일/세종대로 보행네트워크 조성계획.
▷제2차 광화문포럼=2016.10.20일/의정부터 복원, 클래식콘서트홀 건립 계획 등.
▷제3차 광화문포럼=2016.11.17일/국가상징거리 조성 종합계획 등 기존계획 발표.
▷제4차 광화문포럼=2016.12.15일/근대주의 도시계획의 반성, 100년의 역사 논의.
▷제5차 광화문포럼=2017.1.19일/역사적 흔적 등 경관보존 및 보행전용거리 확대 방안.
▷제6차 광화문포럼=2017.2.23일/기존 광화문광장 계획(안) 공간 및 교통부문 발표.
▷제7차 광화문포럼=2017.3.23일/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공간부문 방향 설정.
▷제8차 광화문포럼=2017.4.27일/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공간부문 방향 설정.
▷제9차 광화문포럼=2017.5.18일/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공간부문 방향 설정.

<시민대토론회 및 개선계획 착수=광화문광장 개선방향과 원칙 발표 등>
▷시민대토론회=2017.05.31일/전문가, 시민참여단, 일반시민 등 180여 명, 광화문 교보빌딩 컨센션홀에서 진행, 주요내용은 광화문광장 개선에 대한 시민의식 변화 발표, 시민참여워크숍 결과 발표(시민참여단 대표), 광화문광장 개선 방향과 원칙 발표, 분과구성. <역사분과: 월대 복원과 해태상 이전, 경관축 보존과 옛길 및 도시구조 보존>, <공간분과: 비움의 원칙하에 완결된 보행광장으로 확대 개편하는 종합계획 수립>, <교통분과: 율곡로 간선기능 유지, 대중교통 환승, 생활도로 보호 등 고려>, <문화분과: 시민의 일상적, 자발적인 다양한 활동이 보장되는 광장운영
▷광화문광장개선 기본계획 착수=2017.8월/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정책공약: 광화문 재구조화 추진 발표 관련
▷광화문포럼 보고회=2017.9.28일/포럼안에 대한 교통처리대책 기술검토 진행사항 보고 및 향후계획 논의

<지역주민설명회=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설명, 광화문시민위원회 참여요청>
▷지역주민설명회(1차)=2017.11.29일/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설명, 광화문시민위원회 참여요청, 광화문지킴이 회장 등 주민 약 35명이 광장 확장 시 시위로 인한 소음 및 교통 등 지역주민 불편이 가중되므로 사업 반대. 포럼 및 시민참여단 등 추진과정에 지역주민 참여 요구. 주민불편 해소 및 광장조성 관련 자료 공개 요구.
 <기본계획 발표=문화재청 합동>
▷문화재청 합동=2018.4.10일/시민중심 대한민국 대표공간 조성 기본계획 발표. 광화문광장 확장, 광화문 앞 역사광장 신규 조성(18,840㎡→69,300㎡로),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월대’ 복원, 해태상 제자리 이동, 역사성 회복, 사직/율곡로 우회, 일부 구간 10차로→6차로 축소, '보행중심공간’으로 개선.
<2차 지역주민설명회=새로운 광화문광장조성 기본계획마련에 따라 시민의견수렴>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 마련에 따라 시민의견 수렴=2018.7.16일, 청운동 주민센터, 청운효자동 주민 50여명 참석, 2018.7.17일 사직동 주민센터 50여 명 참석, 2018.7.18일 삼청동 주민센터 50여 명 참석.
 <발족식/워크숍=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 발족 및 워크숍>
▷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 발족 및 워크숍=2018.7.21일, 발족식/워크숍 개최. 전문가(50여명) 및 시민참여단(100명), 워크숍 내용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 이해, 시민대표 4명 선출 (지역대표 분임 2명, 9개 테이블 대표1명 선출 후 2명 선출), 시민참여단 역할과 임무 안내, 위촉장 수여

<시민토론회: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 대해 시민의견 수렴>
▷시민토론회 개최=2018.7.25일(일반시민 대상), ‘지역 주요현안 집회시위’, ‘차 없는 거리 운영 : 차량통제에 따른 교통 불편’, 무분별한 행사로 소음, 행사 후 쓰레기, 악취로 등 주거환경 악화’, ‘집회참석 등 대형버스 주거지역 주정차로 안전, 소음, 매연 문제’, 주요 요구사항 집회로 시위 공간 확장 우려⇒수목식재로 쾌적한 휴식공간 조성, 실질적인 교통대책 수립, 무분별한 행사 제한 및 광장 이용문화 개선, 주거환경 보호를 위하여 대형버스 주차장 확보, 계획단계에서 주민들의 주도적 참여

<교통대책위원회=교통대책 마련>
▷교통대책위원회 발족식=2018.9.21일, 시민이 제기한 교통문제를 해결 및 지역주민과의 소통 창구 마련, 현재 운영현황=2018.9.24일, 광화문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 공감대 형성, 사직단, 흥국빌딩 앞 교차로 개선에 따른 통과 교통량 완화 효과 검토 등
<국제설계=광화문광장 조성 설계 공모>
▷전문가 회의=2018.8월~2019.1.21일 까지
▷발족식 이후 당선작 발표 때까지 꾸준한 전문가 회의=2018.10.12일, 공모 공고, 출품작 접수
▷당선작 발표=2018.1.21일.
<정기총회=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소개 및 4개 분과 연구과제 발표>
▷정기총회=2019.1.25일, 대상: 광화문시민위원회 130여 명 및 국제설계공모 수상자, 내용: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설명, 4개 분과 연구과제 발표, 시민의견 공사 전 교통대책 수립⇒시민참여단 소통창구 없음. 정기총회에 시민참여단 수동적 역할에 대한 불만 접수.

<시민참여단 워크숍>
▷시민참여단 워크숍 개최=2019.3.28일/동상이전 관련 토론 및 마스터플랜(안) 발표, 시민참여단 70명(기존시민참여단 31명/신규시민참여단 38명)
<역사·인문학 강좌>
▷역사·인문학 강좌 개설=2019.4월~12월, 시민에게 광화문 역사·인문학 강좌를 통한 사업에 대한 친근한 접근 및 이해도 제고, 매월 네 번째 수요일, 성가수녀원에서 실시.
<신규시민참여단=다양한 시민의견 수렴을 위해 지역주민, 관심자 대상으로 확대>
▷신규시민참여단 위촉식=2019.6.3일, 신규시민참여단 70명(연말까지 30명 추가모집, 시민참여단 총200명 운영 예정)
<전문가 회의>
▷전문가 회의=2018.8~2019.5월, 발족식 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50회 진행

▲ 지난6월, 강현옥 서울시 광화문광장 추진단장이 시민참여위원에게 위촉장을 주고 있다. 김영배 기자.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년 여에 걸쳐 많은 노력이 투여되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미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도 거쳤다. 가히 역정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다 또 의견수렴에 날이 샌다면? 하는 걱정도 불식할 수 없다.

물론 아직도 행정부 내 의견과 이견, 시민단체 의견도 분분하다. 단체 내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의견 이 나올 수 있지만, 인간은 원래 제각각이다. 특히 우리는 더하다. “말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언젠가 유행하던 코미디 대사가 있다. “잘 돼야 할텐데!”. 모두가 우호적으로 뜻을 모아 합심하고, 정성 다해 추진하는 의지를 보일 때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 남의 일이 아니다.

다수 시민은 광화문 광장의 말끔한 새 모습을 속히 보고 싶어한다. 마냥 북악-경복궁-세종로 축의 풍수타령만 하거나, 문화재청처럼 종말을 고한 봉건 왕조의 역사에 대한 과도한 의식도, 공간을 빡빡하게 채워 조선식 정원을 만들자거나, 그저 나무그늘이나많이 만들어 동네공원처럼 아담하게 쉼터로 꾸미자는 등 일부 근시안적 편의우선주의도 모두 경계한다. 다만, 핵심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눈높이 보다 미래 천년 후손의 눈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을 통제하고, 현대 과학기술도 충분히 접목해 '스마트광장'으로 조성해야 한다. 세계인이 그런 광장에 와서 불철주야 편안하게 토론하면서 지식도 교류하고, 쉬기도 하는 곳이 돼야 한다. 노파심이지만 조선시대 역사나, 문화재 이론에만 과도 집착하는 그런 사고에 매몰되어도 안 될뿐더러, 현대 역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이 이미 세계인의 뇌리에 깊이 부각됨으로써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현대 문화유산’이 됐다는 사실을 망각하질 않기를 기대한다.

▲ 지난 6월, 서울시가 광화문추진단 시민위원에게 준 위촉장. 김영배 기자(본인)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김영배 주주통신원  kimyb12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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