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대검찰청 등 서초동 일대에서 150만 시민들이 '검찰 개혁' 을 외쳤다

▲ 서초동 일대 2.5km를 헤쳐나가기 힘들 정도로 꽉 메운 150만 명의 '검찰 개혁' 집회 참가자들

9월 28일 저녁,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검찰 개혁 촛불 집회'에 참여하기 위하여 서초역으로 향했다. 서초역에 내렸더니 전철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붐볐다.
7번 출구 쪽으로 나가는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정치검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전철역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벌써 밖은 얼마나 뜨거운지 직감이 왔다. 밖으로 나갔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늘 집회 현장에서 만나기로 했던 남궁 선생등 3명의 전직 교사들과 약속은 그 붐비는 사람 틈에서는 가능할 것 같지 않아 포기하였다.
밤이라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고 사람들이 몰려있는 도로 한가운데로 끼어 들어갔다. 들어가 중앙분리대가 있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주변 상황을 살피었다. 그야말로 사람들과 촛불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 천주교 수녀들도 집회에 참가하여 피켓을 들고 있었다.

대열 가운데에는 몇몇 깃발들이 나부끼고, '나팔'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사람들은 '정치검찰' 하면 '물러가라'를 연호하고 있었다. 좀 있었더니 다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선창을 한다. '조국 수호, 윤석열 퇴진', '자한당은 해체하라', '문재인을 지켜내자' 등 다양한 구호가 연속 터져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의 피켓이 들려있거나 각자 나름대로 적어온 피켓을 들거나 재킷을 입고 시위를 하였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온 사람부터 연세가 높은 노인분들까지 연령층도 다양하였다.

▲ 주최측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인파다. 서초역 사거리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

그들 틈에 섞여 함께 구호를 외치다가 빽빽히 늘어선 사람들 틈을 해집고 나가다가 몇몇 전교조 후배 선생님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인파들을 헤집으며 가다 보니  언덕 위에 '서초경찰서'라는 불빛 간판이 들어왔다. 바로 그 옆이 대검찰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향해 사람들을 헤쳐나갔다.
그렇게 대검찰청 앞에 도착하였더니, 한 대의 차량 위에서 젊은 남자가 뭐라고 외치고 있고, 그 차 앞에는 밤이라 확실한 숫자를 알 수 없었지만 일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중에 여러 보도를 보았더니, 약 200~5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서 맞불집회를 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조국을 구속하고 문재인도 퇴진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 개혁' 집회에 맞불을 놓는다며 200여 명이 모였지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찰이 철책을 치고 인간 방패로 나선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다.

경찰은 양쪽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 철책으로 막고, 그 안에 몇 겹으로 줄을 서 있었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그 쪽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을 하는 장면도 목격되었다.

▲ 대검찰청 건물은 몇 개 박에는 불이 켜져 조국 장관 주변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곳에서 조금 더 서초경찰서 방향으로 이동을 했더니, 당일 집회를 주관했던 주최측의 방송차량에서는 사회자가 계속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선창하면 길거리의 사람들은 그 구호를 따라하고 있었다. 그 틈에 끼어 액정에서 비춰주는 영상을 보았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주최측에서 대검찰청 벽에 레이저를 쏘아 비추면 집회 참가자들은 그 내용을 따라 열심히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대검찰청 건물의 불은 대부분 꺼져 있었고, 방 몇 개는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마 '조국 장관' 주변을 수사하기 위하여 일부 검사들이 쉬는 날에도 출근을 해 있는 모양이다.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시간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청사로 출근을 하지 않았고, 일부 검사들은 출근을 했다고 한다.

▲ 무대차량에 설치된 액정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영상도 수시로 비춰주고 있었다.
▲ 대검찰청 앞 무대차량의 액정에 등장하는 고 노회찬 의원의 영상

액정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도 띄우고, 조국, 문재인, 고 노회찬 의원 등의 사진 등을 비추고, 그에 따른 자막의 글씨들도 떴다. 그러다가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하며 '홀로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오자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좀 있으니 '우리나라'라는 노래패가 무대 차량 위로 올라와 노래 두어 곡을 열창을 한다.  사회자는 오늘 10만 명이 모이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지금 정확히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100만 명은 훨씬 넘었고, 200만 명에 가깝다는 멘트를 날리자 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 주최측에서 마련한 대검찰청 앞 부대 차량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을 계속하여 영상으로 비취주며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간은 점차 흐르고 흘러서 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목포에서 왔다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두 명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그들은 '윤석렬 총장님께'라는 미리 써 온 글을 읽기 시작하였다.

"총장님, 저는 지난 촛불 혁명 당시 자유발언을 하여 5천 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다시는 촛불을 들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 총장님 때문에 촛불을 들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오늘 촛불을 들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죄를 지어도 조사를 하지 않고, 어떤 사람은 온 가족을 불러서 다 조사를 하여 괴롭히고, 이게 공정한 겁니까? 이게 정의냐고요? 총장님,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저도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누가 봐도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저 맛있는 밥 먹게 해 주세요. 더 이상 배고프지 않게 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총장님께 여쭙겠습니다. 총장님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까? 총장님이 이 나라의 대통령입니까? 총장님이 법무부 장관입니까? 총장님께서는 쪼그만 게 까분다고 말하겠지만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옆에 있는 친구도 말 한마디만 하게 할게요." 하면서 마이크를 옆에 선 친구에게 넘긴다.

▲ 대검찰청 앞 도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대 차량에는 노래패, 시민, 초등학생 등 집회 참가자들이 올라가서 검찰 규탄 발언 등을 계속 이었다.

"저는 목포 00초등학교 옆에 친구 김00이라 합니다. 저는 조국 장관님께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국 장관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조국 장관님을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조국 장관님께서는 열심히 검찰개혁을 해 주세요. 저희가 조국 장관님을 지켜 드릴게요." '촛불은 이긴다', '국민은 이긴다',  '조국을 지키자'"라는 구호를 하고 내려갔다.
이어서 사회자의 집회 마무리 선언을 끝으로 사람들은 서서히 귀가하기 시작하였다. 그 시간이 밤 10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서초역 쪽에 사람들이 너무 붐빌 것 같아서 강남성모병원 쪽을 거쳐 고속터미널 역으로 향했다. 가면서 보았더니 길 한쪽에는 경찰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그 반대편에는 지방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타고 온 버스들이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한 버스 앞에서는 몇 명의 사람들이 인사를 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 대구에서 버스 4대를 빌려 집회에 참가했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고 버스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저희들은 대구에서 올라왔습니다. 대구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뀝니다."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면서 걸어갔다. '버스 몇 대로 오셨어요?" 했더니 '네 대로 왔다"고 한다.

▲ '검찰 개혁' 집회 현장 인근에 있는 강남성모병원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님 쾌차를 소원합니다"는 현수막 쓸쓸히 걸려 있고, 경찰들은 그 앞을 막아서서 지키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가서 '강남성모병원' 앞에 이르렀더니 경찰들이 정문을 막아서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님!! 빠른 쾌차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병원 정문에 걸려 있었다. 촛불혁명의 대상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초동 근처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이 어쩌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촛불혁명과 반대 세력 간의 총성만 없지 긴박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더니, 오늘 만나기로 한 이정헌 선생이 전화가 와 있었다. 그에게 전화를 하여 오목교 근처에서 만나 막걸리라도 한 자 하고 가자고 하여 만났다. 그날 집회 풍경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선생은 그날 집회에 부인을 비롯하여 장모, 처남, 자식들까지 대거 동원령을 내렸다고 한다. 집회장에 가 보았더니 넘쳐나는 인파 때문에 도저히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어 나한테 연락하는 것도 포기하였다고 한다. 집회가 끝난 다음 가족들은 모두 보내고 나랑 한 잔 하기 위해 늦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 '표창장'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검찰의 모습을 비아냥거리는 피켓으로 만들어 들고온 시민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다가 몸 컨디션이 안 좋아 참가를 하지 못했다는 전직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인 남궁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집회 장소에 오진 못했지만 TV뉴스 등을 보았을 텐테, 오늘 집회를 어떻게 바라보았나?" 그랬더니 그에게서 대뜸 돌아오는 대답이 이러했다.
"마치 프랑스 대혁명이 연상된다. 촛불혁명을 통하여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내고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권을 세웠다. 그런데 프랑스 대혁명 때처럼 지금 사회 곳곳에서 반동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자한당 등의 야당이 그렇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여 촛불 정부를 흔들고 있는 수구 기레기 언론들, 일부 개신교 목사들, 검찰개혁을 하라고 총장을 시켰는데, 검찰개혁은 하질 않고, 오히려 검찰 개혁을 하려는 조국 장관 가족을 수많은 검찰을 동원하여 두 달 가까이 쥐 잡듯이 수사하는 검찰의 행태는 개혁을 거부하는 반동인 것이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이러한 반동 세력의 저항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전국에서 2백만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지방 연수가 있어서 이날 집회에는 참가를 하지 못한 전직 초등학교 교사인 기훈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집회에서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인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문대통령은 윤석렬 총장을 내세워 검찰 개혁을 하려고 하였지만 오히려 칼끝을 촛불정부를 향해 들이대고 검찰권을 마구 휘두르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다. 검찰이 촛불 혁명의 정신을 무력화시키고, 자기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한 것이다. 앞으로 더 지켜보겠지만 자한당 의원들의 패스트트랙 수사를 어떻게 하는지 보면 알 것이다. 문대통령은 인사권자에게 도전하는 윤석열을 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작가회의 소속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자현 작가에게 전화를 갈아 이번 "서초동 촛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고 하였더니, "촛불혁명에 의하여 세워진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다. 조국 장관 주변 가족들을 그렇게 많은 검사를 동원하여 두 달 가까이 수사를 하였지만 특별한 것도 없지 않은가? 이는 오히려 검찰 개혁을 하려는 자에 대한 역차별적인 수사라고 본다. 개혁을 거스르는 검찰에 대하여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 오히려 윤석렬이 물러나고 조국을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조국 장관' 에[ 대한 도가 넘는 수사에 대하여 분노한 시민들이 각자 자기 방식대로 피켓 등을 제작하여 들고 서초동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했던 남원에 살고 있는 김종근 선생의 페이스북을 보았더니 이날 집회에 참가한 것이 확인이 되어 "어떻게 그 멀리서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는가?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왔는가?"하고 물어보았더니  혼자 기차를 타고 올라와서 차속에서 1박을 하면서 돌아왔다고 한다.
휴일을 반납하고 많은 차비과 식사비 등 많은 여비를 들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촛불혁명 지지자들을 보면서도 9월 28일 집회를 애써 외면하고, 참석자 숫자 줄이기에 연연하는 자한당 당직자들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면 톱 사진에 류현진이 미국 프로야구에서 방어율 1위를 했다는 사진을 실은 조선, 중앙 등 보수 언론의 모습 등, 우리나라의 수구 기득권 세력들은 촛불혁명을 어떻게 하든 폄훼를 하고 깎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그래 봐야 시대정신, 미래 세대인 젊은이들의 생각을 넘어서 그들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득권이 지속되겠는가?' 검찰, 언론, 정치권, 재벌, 종교, 사학 등 수구 기득권 세력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국민을 대하고, 미래를 열어가겠다면 정말로 제2의 프랑스 대혁명과 같이 피를 흘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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