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란?

형광석 주주통신원l승인2019.10.04l수정2019.10.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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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란?

대화 중에, 토론 중에 이야기의 접점이 잘 잡히지 않는 상황은 핵심개념을 서로 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정의(定義)한 탓이 크다. 그 개념의 내포와 외연이 무엇인지까지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쓸 만한 결과를 내놓으려면, 참여자는 핵심 개념을 자기의 언어로 정확하게 규정하여 상대방에게 피력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봐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방편의 하나는 스스로 어떤 개념을 정의하여 글로 표현하는 연습이다.

국회의원(國會議員)은 문자대로 하면 무슨 뜻일까? 나랏일로 모여서 의논하고 결정하는 책무를 수행하도록 뽑힌 사람이다. 그의 기본 관심사는 나랏일이다. 선량(選良)이기에 사언행(思言行)의 품격이 드러나야 한다. 입법자이기에 준법을 실천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국회의 현실과 국회의원의 행태가 ‘국회의원’의 개념에 응축되어 들어가야 한다. 이게 국회의원에 대한 현실 진단이다.

우선, 국회의원은 그 존재감이 출신 지역구에서는 잘 드러나지만 국회의사당에서는 뚜렷하지 않다. 지역구에서는 엄청나게 똑똑하고 야무진데도 국회의사당에 들어가서는 자기의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한다. 그의 주된 관심 주제와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 주도성(Self-Leadership)을 보이는 언행이 많지 않다. 목줄 단 개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풍긴다.

둘째, 국회의원은 나랏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혹은 대부분 자신과 그가 속한 정당의 이익을 절대시한다. 의정활동을 이렇게 저렇게 했노라고 보내오는 문자 메시지나 의정활동 보고서(소책자)에서 나랏일을 어떻게 다뤘다는 내용은 많지 않다. 지역구의 일상생활 민원 처리 현황, 중앙정부의 예산안에 반영하여 확보한 지역구 관련 예산 등이 주요 내용이다. 불편한 현실이지만, 국회의원은 나랏일보다는 지역구의 현안을 챙기는 예산편성 현장의 행동대원(agent)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그렇다 보니 큰 차원에서 현실을 조감(鳥瞰)하는 진단을 듣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평가에 일부 몇몇 당사자는 현 제도의 탓이라고 변명할 확률이 높다.

셋째, 말 잘하는 국회의원이 많은 데도, 평범한 국민의 청각 세포와 뇌 신경은 반응하지 않는다. 선택받은 권력으로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멋지고 탁월한(?) 질문을 볼 기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이다. 대정부질문 때 전문성과 논리로 국무위원을 압도하지 못한다. 국무위원의 차분한 되치기에 당황하는 모습이 한두 번도 아니다.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과 성의와 진지함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국회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하는 중에 공직 후보자를 ‘샅샅이’ 뒤지는 열정을 드러낸다. 끝내 후보자의 공직 수행역량이 어떠한지를 국민 앞에 드러내 보이지는 못한다. ‘샅’은 두 다리가 서로 갈라지는 양쪽 부분이다. 그 낮춤말이 바로 ‘사타구니’이다. 사타구니까지 깨끗해야 한다. 오직 관심사는 후보자의 순결한 도덕성 여부이다. 이는 국민의 말초를 건드리기에는 유효하겠지만, 본류에서 벗어난 논란이 오랫동안 끊이지 않으면 국민은 싫증을 넘어 짜증을 낸다. 문제의 곁가지에 헛심만 쓴 탓이다. ‘국민의 짜증’은 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검증받는다는 뜻이다. 국회의원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 보인 셈이다. 인사청문회법에 제출이 의무로 명시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조차도 채택하지 못한 인사청문회가 비일비재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겐 지역구의 현안이 우선이다. 지회의원(地會議員)이다. 참으로 불편한 자리매김이다. 소속 정당에 지나치게 충실하다. 정당의 강령을 도외시하고 당리당략(黨利黨略)에 포획되어 국회에서 자기의 독특한 소리를 잘 내지 못한다. 당회의원(黨會議員)이다. 뱃속 편한 표현은 아니다. 공직 후보자에게는 거의 완벽한 도덕성을 요구하면서도 입법자로서 당연한 책무인 법의 준수는 회피한다. 뿌리를 가지로, 가지를 뿌리로 착각하고 당연시하는 행태이다.

제20대 대한민국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올해 말에 어떤 평가 등급을 받을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본말전도 선량(本末顚倒 選良)’으로 정의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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