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서초까지, 촛불을 밝히다

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동 촛불집회 참관기 이현종 주주통신원l승인2019.10.07l수정2019.10.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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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초동 대검찰청앞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여수에서 대형버스를 임차했지만, 좌석이 부족해 순천까지 입석으로 가서 광양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좌석이 남아 그곳으로 옮겨 탔다. 그곳으로 옮겨 타니 광양버스도 남은 좌석 없이 가득 찼다. 가는 도중 자기소개를 하면서 집회에 참석하게 된 동기 등을 말하였다.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 출처 : 한겨레, 10월 5일 서초동 촛불집회 일면. 민심이 가득찬 대검찰청 일대.

어떤 분은 남편이 TV에서 뉴스를 보면서 너무 화를 내기에 화를 풀어주려고 참석하게 되었다하고, 어떤 분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고, 어떤 분은 부인이 잠꼬대를 하면서 '가고 싶다'고 하여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고, 어떤 분은 돈버는 일보다 좋은 나라를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하루 영업을 중단하고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고, 어떤 분은 박근혜 탄핵때 촛불이 나라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는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소리지르면 목 아프다고 ‘인후단’이라는 한약을 만들어오셔서 모두에게 나눠주셨고, 또 어떤 분은 기정떡을 해오셔서 모두에게 나눠주셨다. 그냥 어떤 분이라고만 하지 별도로 소개도 안하신다. 참말로 고맙다. 희망의 등대가 보인다.

버스가 고속터미널쪽으로 도착하였으므로 사거리에서 하차해 대검찰청쪽으로 걸어가야했다. 가는 길에 태극기부대가 맞불집회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어떤 SNS에서 읽었던 ‘태극기 집회는 부끄러워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못하고, 촛불집회는 자랑스러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다’라는 글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우리 차에도 가족이 함께 오신 분이 여럿 있었다.

지나가는데 우리를 향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빨갱이들아, 왜 여기있니? 북한으로 가야지!”, “돈 얼마씩 받고 왔니?” 등등이다. 더 심한 욕도 많았지만 차마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말들이라 줄인다. 그런데 군중들에게서만 그런 욕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 잡고 있는 진행자의 입에서도 무지막지한 욕설이 나온다. 광기다. 신념에 찬 광기! 그들을 보면서 정치적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정치적 행위는 신념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성이 결여된 신념은 광기로 변질될 수 있다. 그게 누구 편이든.

나는 왜 여기에 왔을까?

지금까지 4・19, 5・18, 6월항쟁 등 많은 민주화운동이 있었지만 그 희생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권력을 가져간 쪽은 기존 정치 세력이었고, 그들은 민주주의보다는 자기세력의 권력 구축에만 힘썼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그냥 헌법에만 있는 말이 되었다.

4・19이후에는 군부세력이 권력을 탈취해갔고, 5・18은 아예 군부에게 무참히 짓밟혀야 했고, 6월 항쟁도 군사정권의 후예들이 권력을 가져갔다. 조직화되지 못했던 국민들은 많은 희생을 겪으면서 독재 부패 권력을 무너뜨려놓고도 그 다음 민주정부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그 뒤를 이은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개혁을 시도하였지만 검찰과 기득권정당과 언론의 포화를 맞으며 개혁의 힘을 상실하곤 했다. 급기야 그들은 노무현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세웠다. 국민들의 힘으로 겨우 탄핵은 막았지만 한나라당과 언론의 포화 속에서 노무현정부는 무력하기만 했다.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내세우며 부패덩어리 이명박 정권을 세웠다. 그리고 무능한 박근혜 정권이 이어졌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며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20차례가 넘는 촛불을 들어 박근혜를 탄핵시켰다.

촛불은 문재인 정부를 세우고, 대개혁을 요청했다. 반면 기득권세력은 개혁을 방해하며 저항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검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검찰개혁의 선봉에 조국을 세웠다. 검찰은 조국의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일이 있다. 검찰들이 반발하고 싫어하는 것은 조국보다는 자신들이 누려오던 특권을 무너뜨리려는 개혁일 것이다.

이 싸움판에서 또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조국이 무너지면 검찰개혁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모두 무너질 수 있다. 그들의 목표는 문재인 정부이고 개혁 정책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민주화를 싫어하는, 투명사회를 싫어하는, 평등사회를 싫어하는 모든 세력이 한 통속이 되어서 개혁을 막으려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부족함을 말하는 이도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다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 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부족하고 욕심에 차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혁은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다. 집 한 칸을 짓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판단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터를 골라 다듬어야 하고, 기초공사를 한 다음에라야 기둥을 세우고, 벽을 바를 수 있다. 그러고나서 지붕을 올려야 한다. 썩은 흙이 있으면 파내고 좋은 흙으로 채워서 다져줘야 한다. 급하다고 썩은 흙 위에 집을 지으면 무너진다. 개혁도 마찬 가지이다. 부패 세력을 청산하고 새 청사진에 의해 새로운 세력을 채워넣어야 한다. 집터다듬기처럼 굴착기로 썩은 흙을 파내고 새 흙으로 뚝딱 채워넣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사람사는 세상이다. 또 집을 짓다가 경제 형편이나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면 담벼락 두르기나 정원만들기는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개혁도 마찬 가지이다.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도 기득권세력과 혁명세력의 판 뒤집기가 수 차례 반복된다. 우리의 개혁조건도 쉽지 않다. 기득권세력과 끊임없는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개혁이다.

▲ 출처 : 오마이뉴스, 드론으로 본 10월 5일 서초동 촛불집회. 국민은 검찰개혁을 명한다.

또, 조국의 흠집을 얘기하는 이도 있다. 어찌 흠집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아마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흠집이 얼마나 큰 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검찰특공대가 들어가서 한 달 넘게 뒤지는데도 이거다라고 밝혀지는 것이 없다. 오히려 사건 조작의 냄새만 풍긴다. 조국 아니라 검찰개혁을 할 만한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래서 조국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 상황의 전말을 넓은 안목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조국의 문제가 조국을 넘어서버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저들이 물어뜯고 싶은 것은 조국 개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국은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이제 조국이 무너지면 문재인 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는 판으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조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검찰은 그 칼잡이가 되어 춤을 추고, 언론은 나팔수가 되어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도 경제불안감을 조성하며 음흉하게 조우하고 있다. 그들은 한 패가 되어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온갖 패악질로 힘을 빼서 개혁을 포기하게 했듯이, 문재인 정부도 물어뜯어서 힘을 빠지게 한 후에 개혁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이 싸움은 이제 개혁세력과 수구세력의 싸움이 되었다. 그런데 문재인과 조국의 힘만으로는, 싸움질에 능하고 양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노회한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서초동에 갈 수밖에 없었다. 우선 칼잡이의 칼부터 칼집에 넣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추운 겨울을 떨면서 촛불로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세웠다. 이번에도 4.19이후처럼, 5.18이후처럼, 6월항쟁 이후처럼, 그리고 노무현처럼 그렇게 무너지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생각하면서 집회장소에 도착하니, 오후 2시30분쯤이다. 행사 예행연습이 진행 중이었다. 이미 앞좌석은 빽빽이 차 있어서 한참 뒤에 자리를 잡았다. 뒤에는 태극기 부대가 엄청난 용량의 스피커를 이용하여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그 소리 때문에 정작 집회 진행의 목소리는 섞여서 알아먹기 힘들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태극기 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기 위해 ‘문재인’하면은 우리쪽에서 ‘최고’라고 소리를 질렀고, ‘조국’이라고 소리를 지르면 ‘수호’라고 소리를 질렀다. 아마 그들은 ‘사퇴’, ‘구속’ 같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을 것이다. 같은 사람에 대해 이토론 정 반대의 생각이 경계선을 두고 터져나오고 있었다. 이를 국론분열이라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억압적 단일화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한다.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해보면 될 일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연사의 목소리 중에는 ‘자나깨나 검찰조심, 없는 죄도 다시보자’, ‘마약하는 자식보다 표장장 받은 자식이 더 걱정이다’라는 풍자가 요즘 유행한다고 하여 또 웃게 만든다. 그러면 ‘음주사고 내는 자식보다, 봉사활동하는 자식이 더 걱정이다’라는 풍자도 만들어질 법하다.

또 한 연사는 "집안을 청소하려면 걸레를 먼저 빨아야 하고, 나라를 청소하려면 검찰부터 빨아야 한다. 검찰이 스스로 청소를 못하니 촛불시민이 청소를 대신 해줄 수밖에 없다"고 하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신나는 반주가 나오면 내 앞에 앉아있던 여인네 3명은 신나게 몸을 흔들어 덩달아 즐겁다. 음악도 듣고, 판소리 공연도 보면서 어느새 밤 9시가 넘어 10시경에 귀향버스를 탔다. 여수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가까웠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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