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올 10월 19~20일 "Open House Chicago'란 이벤트를 열었다. 시카고 유명 건축물 350곳을 24시간 동안 무료 관람할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다. 시카고 초행길에 아는 이 하나 없는 나에게 이틀 동안 이 건축물 10개를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아주 요긴한 것을 얻었다. 바로 그 350 사이트 위치 지도를 얻은 것이다. 이 지도를 보면서 호텔 근처 건축물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Poetry Foundation을 찾아가다 우연히 Driehaus Museum(40 East Erie Street)을 만났다. 이 박물관도 350 사이트 중 하나다. 건물 앞에서 ‘Eternal Light’ 전시 안내를 보는 순간,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발걸음이 저절로 끌려 들어갔다.
1883년에 지어진 Driehaus Museum은 시카고 부유한 은행가인 Samuel M. Nickerson의 저택이었다. 그 시절 가장 뛰어난 건축가였던 Edward J. Burling이 디자인 했는데 완공 당시 가장 비싸고 가장 공들여 만든 건물로 유명했다고 한다. 1900년 ‘종이 왕’이라 불린 Lucius George Fisher가 소유했다. 그는 1916년 사망할 때까지 그 집에서 살았다. 이 후 1919년부터 1965년까지는 the American College of Surgeons의 행정 담당 건물로 사용되었다. 1965년에서 2003년까지 the College of Surgeons에 임대되었다가 2003년 Richard H. Driehaus가 이 건물을 구입하면서 박물관으로 개조해서 2008년 6월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3층 건물인 Driehaus Museum을 들어서면 메인 홀이 참 아름답다. 여러 종류 대리석이 보인다. 대리석을 많이 사용하여 지어진 이 건물을 ‘Marble House'라고도 부른다 한다. 자주색 카펫이 깔린 층계를 올라가면 2층, 3층에서 내려다보는 1층, 2층 모습도 아름답고, 1층, 2층 창을 수놓은 스테인드글라스도 멋지다.
건물에는 Reception Room, The Front Parlor, The Dining Room, The Drawing Room, The Library, The Maher Gallery, The Ballroom 등 1층에서 3층에 걸쳐 방이 많다. 1층은 주로 각종 그림과 램프, 조각품 등 소품이 전시되어있다. 각 방마다 고급스럽게 장식한 벽난로와 샹들리에가 눈길을 끈다.
2019년 9월 7일 ~ 2020년 3월 8일까지 이어지는 ‘Eternal Light’ 전시의 주인공인 'Louis Comfort Tiffany(이하 티퍼니)'의 스테인드글라스 대작은 주로 2, 3층에서 전시 되지만 1층에서도 만날 수 있다.
조각품 전시 방에서 만난 돔형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도 무척 아름답다.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티퍼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티퍼니는 1848년 미국 뉴욕에서 유명한 보석공예가 아들로 태어났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한 후 미국에 돌아와서 화가로 인정받았으나 1878년 뉴욕에 스테인드글라스 제조공장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유리공예가 길을 걷기 시작한다.
1890년대 티퍼니는 '파브릴'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파브릴'은 그만의 방법으로 만든 무지개 색 유리를 말한다. 그는 이 '파브릴'을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고 붙이는 마술과 같은 예술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만들어 약 30년 동안 큰 인기를 누린다.
그는 백악관 접견실 현관 홀 스크린, 뉴욕 세인트존 대성당 제단, 멕시코시 예술궁전의 거대한 유리 커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작품을 제작했다.
시카고에는 시카고 미술관과 시카고 문화회관의 돔형 천장에서부터 Marquette 빌딩 기둥 장식까지 14곳에 그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Driehaus Museum에는 유리창, 램프, 액세서리, 꽃병, 가구 등 약 60점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현재는 ‘Eternal Light’ 특별 전시회를 위해 티퍼니의 'The Sacred Stained Glass Window'와 티퍼니 제자인 Agnes Northrop의 'Landscape' 작품까지 20점이 추가되어 약 80점에 가까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층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 같지 않다. 창조의 신비함이 가득하다고 해야 할까? 오묘한 색에서 신의 손길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티퍼니의 제자인 Agnes Northrop(1857-1953)의 작품 2점도 있다. 그 당시 여성이 유리공예를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티퍼니의 환상적인 작품에 비해 사실적으로 자연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 현실에 가까운 묘사와 색이 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대단한 티퍼니나 노스롭의 작품으로 집 유리창을 꾸민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도 대단한 사람들일 거다. 돈도 많아야겠지만, 예술을 높이 평가하고 적극 지원한 사람들일 거다. 그들 덕분에 정말 눈 호강 했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Driehaus Museum. 시카고의 숨은 보석을 만났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겠지?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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