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리 ‘또와수선’ 노애순(63)씨와 코비(5)의 이야기

▲가화리에서 '또와수선'을 운영하는 노애순 씨와 코비. 코비의 종은 웰시코기 카디건이다.

우리 작은 애 10살 때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 이제 수선집한지 25년이 됐네요. 저는 전주 임피가 고향인데, 남편이 국제종합기계로 직장을 얻으면서 여기 이사 오게 됐어요. 처음엔 주부생활하다가, 양재 기술을 젊었을 때 배워둔 게 있어서 그거 써먹을 겸 수선집을 시작하게 됐죠.

수선집을 하면서 혼자 있었던 시간은 한 번도 없었어요. 우리 코비랑 같이 산지는 5년이지만. 그 전에도 못난이랑 같이 있었거든. 못난이라고, 말티즈였는데 19년을 같이 살다가 나이 들어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그때 우리 식구들 다들 울고불고 난리 났었어요. 못난이 떠나보내고 나서 1년을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리 작은 아들이 수원에서 ‘코비’를 분양해 온 거예요. 그때 두 달 정도 된 조그만 아기였는데. 강아지 다신 안 키운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데리고 오니 기쁘더라고.

지금은 코비 덕에 제 건강도 챙기는 거 같아요. 매일 아침 5시 반에서 7시까지, 한 시간 반씩 동네 산책을 하거든요. 양수리, 금구리, 가화리 이 동네를 빙 돌아요. 그럼 여러 사람 만나는 재미도 쏠쏠해요. 양수리에 ‘안단테’라고 하얀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랑도 맨날 아침마다 만나요. ‘단테’랑 우리 ‘코비’랑 지금은 단짝친구에요. 아, 산책할 때 배변봉투 챙기는 건 꼭 해야 해요.

코비랑 아침 산책을 쭉 하고 나서, 수선집을 열어요. 아침 11시에. 그럼 저녁 8시까지 이 공간에서도 코비랑 계속 같이 있지. 가끔 싫어하는 손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어요. 집에 혼자 있으면 얼마나 심심해하겠어. 이게 내 가게라 가능한 일인 것도 같아요.

가끔씩 내가 대전으로 실감 떼러 여기 혼자 두고 가면, 그것도 어찌나 섭섭해 하는지 몰라요. 혼자 두고 다녀오면 궁둥이만 보여주고 잘 쳐다보지도 않고. 동물들도 사람처럼 말하는 건 아니지만, 눈빛으로든 몸짓으로든 다 표현을 하거든요. 어찌 보면 가게 문 열고 닫고 하는 반복된 일상을 보내는 건데, 코비가 옆에 있으니까 저도 심심하지 않아요. 라디오로 힙합음악 같은 거 틀어놓으면 그 리듬 맞춰서 궁둥이도 둥실둥실댄다니까.

제가 코비한테 사랑을 주는 만큼, 저도 코비한테 사랑을 받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강아지를 오래 키우니까 이제 길에서 사는 고양이도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수선집 앞에 고양이 사료도 놓고 하지. 그랬더니 고양이 몇 마리가 주기적으로 우리 집에 계속 와. 밥만 먹고, 다가가면 여전히 도망가긴 하지만.

고양이들 이름도 지어줬어요. 검정고양이는 까미, 귀가 큰 고양이는 당귀, 유난히 작은 고양이는 콩이.

그런데 제가 고양이 사료 주는 것에 대해 불만 가진 사람도 더러 있더라고요. 저는 그 사람들한테 꼭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이 길에서 고양이로 태어났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그래도 그런 말이 나오겠냐고.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코비도, 길에 사는 고양이들도 안 아프고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 가화리에서 '또와수선'을 25년째 운영하고 있는 노애순(63) 씨.

 

▲ '또와수선'의 또 다른 주인, 코비.

 

▲ 같이 살던 '못난이' 사진. 유리병 안에 간직해 놓고 있다.
▲ 코비 사진으로 만든 달력.
▲ 코비 사진으로 만든 달력.
▲ 코비와 함께.
▲ 안녕 코비!

 

* 황민호씨는 현재 옥천신문 제작실장을 맡고 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황민호 옥천신문 제작실장  minho@okinews.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