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계획취소 결단을 촉구하며 광화문 등에서 단식 농성

▲ 광화문 정부 청사 인근의 소공원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하는데, 갑자기 천막을 철거한다는 연락을 받고 모여든 지지자들, 11월 7일 현재까지는 천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찬성과 반대가 바다 건너 제주에서는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 있다. 제주 제2공항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앞장을 서고 근래에는 국토교통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반대 진영에서는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 도의회는 13000여 명의 도민들의 서명을 받아 도민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공론화를 도의회에 청원을 하였다. 도의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공론화를 하기로 전체 회의에서 의결을 하였다. 

그런데 공론화를 실행에 옮길 기구인 '도민공론화지원특별위원회' 구성을 심의하는 도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총회 결의 사항인 도민공론화지원특위' 구성을 '심사보류' 결정을 해 버린 것이다.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 중인 '제2공항 저지 비상 도민회의'의 박찬식 상황실자에 의하면 현재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제주 민주당의 당론은 제2공항 반대이다. 그렇지만 도의원들은 당론과 관계없이 자신의 지역구의 여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도의회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여 지금까지는 주로 제주도청 앞에서 농성, 단식 농성 등의 방법으로 싸워왔으나 국토부, 환경부, 청와대 등이 있는 광화문과 세종시, 영산강유역청이 있는 광주 등지에서 단식 농성 등을 하면서 싸음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11월 4일 청와대 앞 미사에 참석한 60여 명의 신부, 수녀, 신도, 시민 등. 맨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박찬식 상황실장이다.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제2공항 도민의견 공론화가 제주 도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사보류' 결정을 하자,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하면서 11월 1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장에는 제주도에서 올라온 제2공항 반대 활동가들, 천주교, 원불교, 개신교 등 종교단체들,서울 지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 제주도가 고향인 사람들, 일부 서울시민 등도 농성을 지원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결단하라고 촉구하는 미사를 매일 4시 청와대 앞에서 9일 간 연다고 한다.

이미 제주 도청 앞에서는 제2공항 반대 진영에 있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단식농성 중이며, 국토교통부가 있는 세종시 청부청사 인근에서도 노민규라는 제주 청년은 10월 19일부터 단식 농성 중이었으나 건강악화로 17일 만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제2공항 도민 공론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도 의회는 도민 1만 3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도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원을 수용하여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 결정을 실행에 옮길 '도민공론화지원특위' 구성을 심의하는 운영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11월 1일 운영위원회가 특위 구성에 대하여 '심사보류' 결정을 하면서 11월 15일로 연기해 버렸다.
제주 제2공항 계획 철회를 요구하면서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노민규 제주 청년이 단식 17일 만에 탈진 증세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고 있는 '제2공항 저지 비상 도민회의'는 지난 10월 16일 서울과 세종, 광주 환경부 영산강 유역청 등을 찾아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제주 도의회 운영위원회가 '심사보류' 결정을 하자 광화문 청사 옆 소공원에서 농성을 하던 '제2공항 저지 비상 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11월 1일부터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 백지화를 위한 단식에 들어가면서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 제주 도의회는 반드시 공론화 특위를 구성하여 도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라.

- 국회 예결위는 전략환경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보완요구로 기본계획 고시가 어려워진 상황이므로 제주 제2공항 계획은 제주도민들의 뜻에 따르라.

- 환경부는 전문연구기관의 검토 의견을 반영하여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 해야 한다.

- 이제는 대통령이 답을 해야 하며 대통령 면담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 소식을 듣고 강정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해온 문정현 신부, 허찬란 신부, 강정마을 정선녀 공소회장을 비롯해 제주도민이 서울로 올라왔다. 이들은 11월 4일부터 앞으로 9일간 '제주 제2공항 계획 취소'를 위한 기도회를 청와대 앞에서 계속해 나가겠다고 선언하면서 기도회에 들어갔다. 이들은 매일 절을 올리고 묵주기도를 하며 오후 4시에는 '제주 제2공항 계획 취소'를 위한 기도회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허찬란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신부는 "촛불을 함께 들었던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고통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젊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어가면서 단식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고 호소하는 제주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라고 주문했다.

▲ 제주는 이미 난개발로 환경파괴가 임계점에 다달았는데, 제2공항 건설은 제주 생명을 다 죽이겠다는 행위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박찬식 상황실장

이날 미사에 참석한 박찬식 상황실장은 말미에 인사말을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의 심각성을 지적하였다.

"2016년 1월 15일 국회 앞을 지나가는데 김경배씨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제2공항의 문제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에게 다가가 차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더니 이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지금 안 된다고 하여 그때부터 제2공항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습니다.

'육지사는 제주사람들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문제에 대하여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모아 2016년 5월 국회세미나실에서 제2공항 문제에 대한 세미나를 열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2공항 주민들 여섯 분이 올라왔습니다. 제2공항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거의 없던 때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라온 것이지요. 당시 제주에서는 공항 확장이라던가 그 대안으로써 제2공항 등에 대하여 어떤 컨센서스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이후 이 문제에 대하여 '쿼바디스 제주' 포럼을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물숨'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물속에 들어간 해녀가 자신의 숨의 한계를 모르고 보이는 전복 하나를 캐려다가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제2공항 문제가 바로 그렇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주 관광과 개발은 '물숨'과 같이 그 임계점이 있는데, 이것을 넘기는 순간 제주는 다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주도의 온갖 난개발로 그 임계점에 와 있는데 제2공항은 바로 그 임계점을 넘는 자연파괴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제주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오늘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 후에 제주도민들도 초창기와는 달리 이제는 제2공항은 안 된다는 여론이 절반을 넘기고 있습니다. 여러분 제주를 지켜주십시오."

박찬식 상황실장은 말한다. 30일 이정미 의원실에서 언론을 통하여 밝힌 바에 의하면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으로 국내외 안전규정에도 부적합'하다며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요구를 국토부로 보낸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1일 국토교통위원회는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 설계비 356억 원이 포함된 국토교통부 예산을 의결했다고 한다. 제주 제2공항은 약 5조 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각종 부실과 의혹 투성이에 그렇지 않아도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의 환경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

▲ 광화문 농성장 앞에 내걸린 사진, 제주도청 앞에서 농성 중인 제2공항 반대 도민들

제주도는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하여 쓰레기 문제, 하수처리 문제, 지하수 고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만 평방미터 이상의 땅이 공항부지도 사용되는 것은 정말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더구나 공항이 들어설 서귀포시 온평리 주민들마저도 제대로 된 지가 보상이 안 될 것으로 보고 제2공항 건설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가 반반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온평리 주변 마을들은 앞으로 공항이 들어섰을 때 소음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을 하면서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성산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이 몰려오면 지역 경제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제2공항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고 한다. 

▲ 광화문 농성장에는 제2공항 반대를 하는 많은 단체와 정당 등이 찾아와 기자회견을 하거나 지지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물론이고 천주교 환경위원회, 원불교, 개신교 등 종교단체들과 정의당, 녹색당, 민중당, 작가회의 등도 광화문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기도회 등을 통하여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강력히 반대를 하고 있다. 강정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 등은 제2공항은 앞으로 공군기지로 이용하려 한다고 문제 지적을 하고 있다.

평화의 섬 제주에 이런 군사시설들이 들어서는 것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11월 6일에는 천주교 강우일 제주교구장 주교가 박찬식 상황실장을 위로하기 위하여 찾았다. 위성곤 서귀포 지역 국회의원도 박실장 농성장을 찾았지만 제2공항 반대를 요구하면서 "당신의 제주 자연과 환경을 바라보는 가치와 철학은 무엇이냐?" 다그쳐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이날은 전농의장, 곶자왈학교 어린이 등 많은 사람들의 지지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다 밀어서 아스팔트로 뒤덮일 성산, 수산리 일대의 크고 작은 오름들과 자연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현재 있는 제주공항을 좀 더 보완하여도 항공수요를 다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1시간당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횟수인 슬롯이 제주공항은 최대 35대의 항공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40대가 넘는 항공기들이 이착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슬롯이 1분 45초가 되어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을 하지만 프랑스, 인도, 홍콩 등 외국 공항들은 슬롯이 60대에 이르는 공항들도 있다고 한다. 

박찬식 실장의 말을 빌리면, 제주공항은 관제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슬롯이 낮지만 2022년까지 관제 시설을 늘리는 공사가 끝나면 지금 제주공항만 가지고도 제주도의 항공수요를 소화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현재는 주로 동서 활주로만 이용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하면서 남북 활주로를 좀 더 늘리고, 보조 활주로 등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슬롯을 늘릴 수도 있다고 제2공항 반대 진영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의 보고서는 유입인구 증가에 따른 폐기물 처리, 상수원 확보, 교통량 등 제주도의 환경 수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짓 보고서"라고 주장하면서 환경부가 나서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라고 요구했다.

▲ 제주 강정해군기지 싸움터에서 달려온 문정현 신부가 정선녀 강정마을 천주교 공소회장과 함께 '잠들지 않은 남도'를 열창하여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11월 7일 11시에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종교단체, 환경단체, 시민, 사회단체, 정당 등 330여 개 단체들이 광화문 단식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 발족식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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