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으로 제주섬의 1/10의 생명들이 사라질 위기

▲ 농성장에 설치된 사진 중 하나. 사진에 보이는 성산일출봉 가까운 수산 일대에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선다고 많은 제주도민들이 이를 반대하는 다양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저 아름다운 자연이 공항 활주로로 다 뭉개진다는 것은 엄청난 자연 파괴다. 제2의 4대강 사업이 될 수 있다.
▲ 10월 19일부터 광화문 정부청사 옆 소공원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 천막농성을 시작하면서 '제주를 지켜주세요', '대통령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결단하라'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온 생명들이 벌벌 떨엄수다 (제주어)

                     김광철

 

아이고, 살려줍써

아이고, 설운 어멍아, 나 살려줍써

제발 제발 살려줍써

제주 수산, 성산 땅 생명들의 곡소리 광화문 광장꼬장 처량허게 넘쳠수다

탐라, 이 족은 섬에 공항 둘이 뭔 말이우꽈

여의도 세 배 되는 일백 오십만 평 땅을 아스팔트로 뒤덕으민

땅 아래 굼뱅이, 개미, 개우리, 땅강생이들

바로 그곳이 제 2의 백조일손지묘가 될 건디 불쌍허지 아니우꽈

공항 활주로 사방 이십 리 안에 짱끼 울음소리는 둘어볼 수나 이시카마씸

남거니오름, 큰물매오름 노리들은 곱을 디가 어디멍

저어새, 큰기러기, 물수리, 황조롱이는

귀하신 몸이 되어 법으로 보호받을지 모르키여마는

까마귀, 멧비둘기, 찌꾸리, 돔박생이들은

하늘을 나는 쇠공룡의 굉음에 혼비백산허여

불임은 고사허고 당장 곱을 궤멍, 숨골이멍 다 멜라비난

어디레 곱을말이우꽈

섭지코지 가마우진 딴 바당으로 놀아가민 그만이주만은

놀라서 놀아난 생이들 빈 자리에는

재선충과 소낭베랭이들만 바글바글 허니

소낭 혼 그루 제대로 살지 못해영 가시자왈만 덤방

쇠 혼 머리 멕일 수 없는 작지왙만 왕상

왜놈들 지배에서 벗어나 좋아해서 흔들던 삼일절 태극기에

서북청년단이다, 토벌대다 허며 육지 것들 몰려와

핏발 선 눈 부라리며 봐지는 대로 찌르고, 죽이고, 불 질러서

탐라 사람들 열에 호나는 죽인 숫자가 삼만 명이라

이제는 그 땅 위에 제2공항 지서그네

탐라 땅 생명들 열에 호나는 죽이쟁 햄구나

강정 바당 생명들 다 죽연게 이제는 수산, 성산이우꽈

그렇게 죽어 자빠진 땅에 뭐 볼 거 이서그네 외지사름덜 몰려오코마씸

이 좁은 땅에 공항 두 개가 뭔 말이우꽈

빈 집에 빈 점빵들 늘엄서마씸

그거 다 욕심이우다, 욕심 족족 부려그네

우리 할망, 하르방덜 살던 방식으로

모자란 듯, 부족헌 듯, 서로 수눌멍

비록 보리밥 두 때로 배를 채와도

공항 두 개는 아니우다

좀녀들 숨비소리 휘이 휘이 구성진 곶바당에 

바릇 가그네 구쟁기와 고매기도 혼 구덕 잡아오곡

자리 혼 됫박 사그네 소금해영 구워먹더라도

괸당들 모여앉앙 시깨맹질도 고치 지내곡

오손도순 살던 세월이 그립수다

비록 가난해도 모슴만은 부자인 그 시절

그런 시절이 그립지 아니우꽝

수백만 년 생명붙이들 다 쫓아낸 적막강산에

누개들이 촞아오멍

누개들이 살캥허우꽈

제2공항 계획 설러빌게마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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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생명들이 벌벌 떨고 있어요 (표준어)

                     김광철

 

아이고, 살려주세요.

아이고, 서러운 어머니, 날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제주 수산, 성산 땅 생명들의 곡소리 광화문 광장까지 처량하게 넘쳐나요

탐라, 이 작은 섬에 공항 둘이 웬 말인가요

여의도 세 배 되는 일백오십만 평 땅으로 아스팔트로 뒤덮으면

땅 아래 굼뱅이, 개미, 지렁이, 땅강아지들

바로 그곳이 제2의 백조일손지묘가 될 건데 불쌍하지 않으세요

공항 활주로 사방 이십 리 안에 장끼 울음소리 들어 볼 수나 있을까요

남거니오름, 큰물매오름 노루들은 숨을 데가 어디며

저어새, 큰기러기, 물수리, 황조롱이는

귀하신 몸이 되어 법으로 보호받을지 모르겠다마는

까마귀, 멧비둘기, 직박구리, 동박새는

하늘을 나는 쇠공룡의 굉음에 혼비백산하여

불임은 고사하고 당장 숨을 동굴이며, 숨골을 다 부숴버렸으니

어디에 숨을 수 있단 말인가요

섭지코지 가마우진 딴 바다로 날아가면 그만이지만

놀라서 달아난 새들 빈자리에는

재선충과 송충이들만 바글바글 하니

소나무 한 그루 제대로 살지 못해서 가시자왈만 울창하네

소 한 마리 먹일 수 없는 자갈밭만 앙상하다

왜놈들 지배에서 벗어나 좋아해서 흔들던 삼일절 태극기에

서북청년단이다 토벌대다 하며 육지 것들 몰려와

핏발 선 눈 부라리며 보이는 대로 찌르고, 죽이고, 불 질러서

탐라 사람들 열에 하나는 죽인 숫자가 삼만 명이라

이제는 그 땅 위에 제2공항 지어서

탐라 땅 생명들 열에 하나는 죽이려고 하는구나

강정 바다 생명들 다 죽이더니 이제는 수산, 성산인가요

그렇게 죽어 자빠진 땅에 뭐 볼 게 있어서 외지 사람들 몰려오겠어요

이 좁은 땅에 공항 두 개가 뭔 말인가요

빈 집에 빈 점빵들 늘고 있어요

그거 다 욕심이에요, 욕심 작작 부려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 살던 방식으로

모자란 듯, 부족한 듯, 서로 품앗이하면서

비록 보리밥 두 끼로 배를 채울지언정

공항 두 개는 아니어요

해녀들 숨비소리 휘이 휘이 구성진 갯바다에 

갯바위 틈 소라와 보말도 한 바구니 잡아오고

자리돔도 한 됫박 사서 소금 저려 구워 먹을지라도

친척들 모여 앉아 제사 명절도 같이 지내고

오손도순 살던 세월이 그립네요

비록 가난해도 마음만은 부자인 그 시절

그런 시절이 그립지 않으세요

수백만 년 생명붙이들 다 쫓아낸 적막강산에

누가 찾아오며 

누가 살겠다고 할까요

제2공항 계획 버려버리자고요

 

▲ 11월 7일 전국 290여 개 시민, 환경, 종교, 일부 정당 등이 나서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국민행동' 출범식을 갖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설 예정지이다. 이곳에는 비바리뱀 등 1급 보호종이 있다. 주변에 하도리, 유명한 철새 도래지도 있고 가까운 곳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산동굴도 있다. 환경부 산하기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였는데, 이곳은 도저히 공항이 들어서기에 부적절하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그 게획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

 

▲ 제주도청 앞 촛불 문화제 등등 제2공항 반대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 광화문 정부청사 옆 길거리에서는 제주 제2공항저지 비상도민회의의 박찬식 상황실장이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요구하면서 11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제2공항이 들어섰을 때 벌어질 생명과 환경파괴의 현장을 시 형식을 빌어 적는다. 제주 특유의 제주어로 표현하고 다시 표준어로 적어 보았다.

제주어에는 '아래하' 발음이 많다. 원고 자판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어 '오'나 '아'로 표현된 곳이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위 시어 중 '모슴'도 '마음'이라는 낱말이지만 고어로 표현하면 '아래하'와 '반치음 시옷'이 들어가게 표현해야 한다.

▲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해서 김경배 시는 두 차레에 걸쳐 단식으로 맞서고 있고, 5명이 단식을 하면서 격렬하게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 전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광화문에서 단식농성 중인 박찬식 제2공항 저지 비상 도맨회의 상황실장을 찾아 위로하였다. 다 함께 기도를 올리기도 하였다.

 

 김광철(시인) :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하였다. 전교조 해직교사로 1997년~2000년 전교조 본부 초등위원장을 역임하였고, '환경과 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초록교육연대 상밈대표 등을 역임하였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이기도 하다. <애기똥풀>, <제비콩을 심으며> 등 시집이 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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