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덕수궁 현대미술관 ‘절필시대’ 전시회에서 본 그림 한 점이 너무 멋져 한참을 보고 또 보았다. 정종여(鄭鍾汝) 작가가 그린 <지리산 조운도>다.

▲ 정종여 작가의 <지리산 조운도>.

정종여 작가는 1914년 거창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잡화점이나 개인병원에서 심부름 하며 생활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음을 발견한 합천 해인사 주지 스님이 도움을 주어 오사카미술학교에 입학하여 1942년 졸업했다.

해방 후 미술 선생으로 재직하면서 1949년 서울과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지만, 1950년 9‧28 수복 직전 월북하면서 남한에서는 잊힌 작가가 되었다. 월북 이후 1954년부터 평양미술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조선화의 이론적 체계를 다진 책을 출간하는 등 북한 조선화 발전에 기틀을 다졌다. 이와 같은 공로로 1962년 평양미술대학 부교수가 되었고, 미술창작 공로로 1974년 공훈예술가, 1982년에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1984년 사망했다.

1948작 <지리산 조운도>는 지리산 연봉(連峰)을 8폭 종이에 먹으로 그린 수묵산수화다. 월북 전 작품이라 국내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다.  

▲ <지리산 조운도> 일부

먹의 농담만으로 어떻게 저렇게 그릴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했다. 나도 저 구름을 조금이라도 흉내내어 보았으면... 그리 생각만 하며 찍어 온 사진을 가끔씩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누군가 중국 황산 구름 사진을 그려보라고 보내주었다. <지리산 조운도>보다는 좀 쉬워보였다.

여름에 시작해서 가을이 지나도록 수차례 그려봐도 그 구름 감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색을 좀 입히면 감춰질까 초가을 색을 살짝 칠해봤다.  

가로형으로도 그려보았다. 가을이 깊어져 색을 더 입혀봤다. 여전히 구름이 자연스럽지 않다. 더 연습해야겠다. 이제 겨울이 왔으니 겨울로 바꿔 다시 그려볼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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