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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이 보름달보다 커보이던 어린날은 바람따라 어디로 불어가고 주말 아침 출근길에 편의점에서 1,000원 하는 보름달을 들고 둥근 마음으로 나와 싸늘해진 날씨를 다스리기 위해 대전역 플랫폼에서 100원짜리 동전 세 개로 따뜻함을 샀다. 아침 하늘도 티없이 맑고 내 마음도 그렇다. 이 맑은 가을날 아침에 세상은 잠시도 여유롭지 못하니 그것이 바람이 흔든 마음 탓인지?  바람에 흔들린 마음 탓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바람이야 불던 말던 내가 알 바 아니라 살면 되는 것인지? 그렇게 짧은 사색이 어리둥절한 듯 보름달도 다 지고 내가 사들었던 따뜻함도 다 내 몸 안에서 둥글게 둥글게 나를 받쳐주는 아침 잠이 되고 부는 바람이 되어 출근역까지 와 있다. 주말인데도 바쁘기만한 사람들 하나 둘 그 사람들 속에서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는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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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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