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현의 詩 사랑방 - 첫번째 시

  김자현의 詩 사랑방 (김자현 : 김승원의 필명)


첫번째 시 - 회상 또는 기타

 

 

 

 

 

 

내 안에는 늘 기타가 살지 삶이 늘 기타 등등 안에 있었으므로
파랑치는 생애의 이랑이랑을 건너뛸 때마다
달 아래 슬픈 짐승처럼 기타아 울린다네
기타아 둥둥 기타등등
 

패전이 예정된 전장처럼 전승된 기억이리라
내 청춘의 밤은 불안의 전조등이 깜빡거렸지
어제도 불발이었던 생 내일도
불발일까 다시 돋는 열꽃 같은 불안 위로
밤은 지친 혀를 내밀고
떨림과 떨림의 입자를 비집고 절망적으로 기타가 우네
 

아침이 온다는 것은 오십 미터 혹은
삼십 미터 그 전방에 시시각각 다가오는
패전을 향한 저격수 발소리를 확인하는 것이었네
하지만 살아간다는 것에 관성이 붙을 때쯤
태양이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지
나는 이제 불안이라는 전동자석의 구리선으로
기타아 줄을 맸다네 기타아 둥둥 기타등등


내 안에는 늘 기타가 울지
불안과 초조가 건너는 간헐 사이에
체념이라 서명된 포기각서를 흔들자 기타는
이제 다른 음역에서 소리를 낸다네
달맞이꽃 그늘 아래 우울이 기른 푸른 밤의 잔등을 타고 앉아
기타아 둥둥 기타등등

 

 

 

 

 

*. 어느 모임에 갔더니 참- 시답잖은 시들이 퍽 많이 돌아다닌다고 한탄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런 말씀들이야 그 모임 뿐 아니라 어디서든 흔하게 듣는 소리죠. 나도 한자락 시답잖은 시를 이곳에서 읇조리며 스스로 채찍을 가해 봅니다. 큰 질타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시가 어디 있을까 마는 치열한 삶을, 혹은 영혼의 환부를 드러내는 것이, 혹은 그를 표현해 내는 것이 어디 쉽겠습니까! 어쨌든 시는 가벼이 떨쳐 입는 의상이나 포장이 아니고 지은이의 전 인생을 통한 은유가  녹아 있어야 하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 하시리라 믿습니다. 

--위의 시는 읽으시는 대로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다시 말해 완전연소하지 못한 제 인생을 노래하고자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둥둥 거리는 기타아 음을 넣어 리듬을 살리면서, 완전 발화하지 못한 내 주변부 - 기타 등등에 속하는 인생을 넣어 기타아와 한자말 기타의 이중효과를 넣은 시이죠. 너무 자세한 해설은 독자의 고유 권한인 감상을 저해하므로 이쯤에서 거둡니다.
이 정도의 해설로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를 안내하려고 합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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