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장관과 제주지사는 대통령 뜻을 자의로 해석해 논란

▲ 제주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의 박찬식 실장 등이 광화문 정부청사 인근 소공원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해 대통령이 결단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주 제2공항건설 문제에 대하여 제주에서는 근래 몇 년 동안 뜨거운 이슈다. 2017년 한 때 제주공항 이용객 수가 280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지금은 2600만 명 선이다. 그런데 제주 공항 수용인원이 2016년 한 해 2800만 명으로 현 제주공항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나, 그 후 여러 인프라 개선을 통해 320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되었다.

사드사태 이전 제주는 중국 관광객 수요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이전부터 제주공항을 통한 항공수요를 해결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서 제2공항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래서 2015년 11월 성산지역에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만 하여도 70%가 넘는 도민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제2공항 후보지가 성산지역으로 발표되고, 성산과 수산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일기 시작되었다. '제2공항이 필요한가?', '왜 성산 지역이어야 하나?', '환경 수용성의 문제는 없는가?', '성산 지역을 선정하게 된 절차적 정당성은 있는가?', '도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수용이 되었는가?' 등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성산지역 주민 김경배 씨가 2017년에도 10월 10일부터 11월 20일까지 42일간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을 제주 도청 앞에서 벌이면서부터 제주에서는 많은 도민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 후 김경배 씨는 도지사 면담 요청을 하면서 재차 단식 농성에 들어가는가 하면 윤경미, 최성희, 엄문희 씨 등이 제2공항을 반대하면서 단식농성을 하다가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였다.

▲ 세종시에 있는 정부청사 인근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17일 간 단식 농성을 하다 병원에 실려가는 제주 청년 노민규씨

올해 10월 19일부터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 제주 청년 노민규씨가 17일 간의 단식을 하면서 제2공항 반대를 하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였다. 얼마전에는 제주도민 13000명의 '제2공항 도민 공론화' 청원을 제주 도의회가 전체 회의에서 수용을 하기로 의결을 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제2공항 공론화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주 도의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11월 1일 '심사보류' 결정을 했다. 이에 항의하여 '제주 제2공항건설저지 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이 '대통령이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수용하라'고 하면서 11월 1일부터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 후 제주 도의회는 11월 15일 전체 회의를 열고 '제주 제2공항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을 하고 7인의 위원을 선출하였다. 이런 결정에 대하여, 광화문에서 16일째 단식 농성을 하던 박찬식 상황실장을 단식을 중단했다. 이런 제주 도의회의 결정에 대하여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 등 제2공항 반대 단체들도 도의회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었다. 박찬식 상황실장은 "도의회가 제2공항 문제를 끌어안고 도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제2공항 문제는 도의회를 중심으로 원점에서부터 다양한 도민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판단에 따라 단식농성 중단을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찬식 상황실장은 다시 제주로 내려가서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 활동을 재개하면서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하여 광화문 정부 청사 단식농성장에서 농성을 지원해온 활동가들 중에는 "처음에 도의회에서는 '제주 제2공항 공론화 특별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본회의 의결을 했는데, 이게 '제2공항 갈등조정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된 것은 '제2공항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 11월 9일에는 290여 개 시민, 환경, 사회, 종교 단체 등이 모여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광화문 농성장 앞에서 벌였다.

한편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MBC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맨 마지막 순서에서 제주 성산에서 올라온 김상균 제주문팬 대표의 '제주 제2공항 중단 요구'에 대한 질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도민들의 의견을 모으면 그에 따르겠다."고 답을 했었다. 이에 대하여 원희룡 제주지사는 20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김현미 국도교통부 장관에게 두 차례 통화에서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대통령의 제2공항 발언에 대해) 확인을 했다."며 "제2공항은 이미 도민의 여론을 확인한 사항이고 현 제주공항의 안전, 시급성,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김 장관이 전해왔다"고 밝히면서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대통령의 국민과의 발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제주 제2공항 추진 지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전화 통화 확인

오늘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제주 제2공항을 지원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제3자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께 직접 여쭤보던지,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통해 확인하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도정질문이 끝난 직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두 차례 통화를 해서 확인을 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대통령의 말씀의 뜻은 '제주 제2공항은 이미 도민의 여론을 확인한 사항이며, 현 재주공항의 안전, 시급성,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뜻임을 전해왔습니다. 국토부 장관의 이 같은 답변에 대해 '공개해도 되겠냐'고 제가 물었고, 장관은 이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국토부 장관의 양해를 얻어 대화 내용을 공개합니다. 앞으로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과 뜻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지사는 앞서 이날 열린 제주도의회 정례회 도정 질문에서 "2014년 포화 대책 용역을 했고, 2015년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해서 공청회도 하지 않았나, 이후 재조사 검토위원회도 했다'며 "국첵사업으로서의 용역과정을 놓고 도민들이 결정했다" 발언했다.

▲ 11월 4일부터 9일 간 청와대 앞에서는 제주 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해 온 천주교 제주교구의 허찬란 신부와 문정현 신부 등의 사제, 신도, 제주도민, 서울 시민 등 60여 명이 미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2공한 계획 취소'를 걸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상균 질문자는 "제주는 제2공항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며 "정부나 도정에서 공론화하면 주민 갈등이 줄어들 것 같은데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강정 해군기지 때부터 홍역을 겪어 왔는데 대통령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선택을 주민들에게 맡겼던 것이고, 제주도민은 제2공항을 선택하셨다"고 답했다. 

질문자가 이어 "찬반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인데 도민들이 찬성한다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며 "도민들의 의견을 공론화해서 추진해야 대통령이 공약하신 절차적 정당성 추진에도 맞고 갈등도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하여 문 대통령은 "지금 제주공항은 완전히 포화상태여서 제주도의 발전이나 또 제주도민들의 이동권을 위해서도 공항을 확장하거나 제2공항을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정부는 제주도민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제주에서는 수년째 제2공항 찬반 여부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어 급기야 제주도의회가 지난 15일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해 공론화추진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한지 나흘이 지난 뒤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기 때문에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앙진영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 11월 3일부터 9일 간 청와대 앞에서 100배 절, 묵주 기도, 미사 등을 통하여 '제주 제2공항 계획 취서' 기도회마지막 날은 광화문 세월호 천막 앞에서 500여 명의 사제, 신도 등이 모여 미사를 진행했다. 이 때 미사 말미에 발언을 하고 있는 박찬식 상황실장

반대측인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0일 성명을 내어 "제2공항 문제 해법으로, 문 대통령이 도민 자기 결정권과 공론화 해결에 대해 지지 표명을 했다"
며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문대통령의 '도민 자기 결정권과 공론화 해결 지지 표명'으로 지난 15일 제주도의회가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착수한 도민 공론화에 추진력을 얻게되었다고 밝혔다. “결국 도민 공론화를 통해 최종적인 판단을 해 달라는 요청”이라며 도와 정반대 견해를 내놨다. 

앞으로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하여 대통령의 의견에 대하여, 도의회나 도민들의 공론화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등 찬성 진영과 '제2공항 저지 비상도민회의' 등 반대 진영은 극심한 논쟁과 갈등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하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통령이 밝힌 '제주 도민들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아전인수식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마침 도의회에서도 '제2공항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앞으로 6개월 동안 활동하기로 한 마당에 제주도는 제주도의회와 협의를 통하여 '신고리 5, 6호기 공사 지속 여부 국민 공론화'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주도민들을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싸우게 하는 것은 도민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제주지사의 올바른 처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을 하든지 도민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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