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교육 철학 중 하나는 ‘노는 것이 힘이다’다. 특히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겪었다. 전공학문에서도 배웠다.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내가 구세대라 그렇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그럼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반드시 등장한다.

나는 아이가 둘 있다. 큰 아이는 88년생, 작은아이는 92년생이다. 둘 다 초등학교 시절 보습학원에 보낸 적이 없다. 음악 학원과 태권도 학원만 보냈다. 큰 아이는 미국교환학생에 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중3학년 1년 동안 영어작문학원도 보냈지만... 나머지 시간은 실컷 놀게 했다. 큰 아이는 중학교까지 이게 통했다. 고등학교 가서는 친구 따라 학원 몇 군데 다녀보더니,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알 때까지 판다'는 정신으로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방과 후 집에 오면 항상 내가 하는 말은 "힘들지? 한숨 자렴" 이었다. 

작은 아이는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알고 보니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아이들은 학원 친구들 위주로 방과 후 시간을 보냈다. 학원을 안 다니면 어울릴 아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 3학년 1학기 마치고, 고교진학을 거부해서 다른 길을 찾았다. 지금은 둘 다 자신들이 선택한 길을 불만 없이 가고 있다. 큰 아이는 아직도 공부과정에 있는데 “어려서 실컷 놀아서 지금은 놀 생각이 안 나”라고 할 정도로 마지막 공부과정을 달리고 있다.

어떤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들 놀게 한 이야기를 하면 “그 때는 그게 통했지만 지금은 어림없어요.”라고 한다. 세상에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와 ‘노는 것이 힘이다’ 등...

지난 9월 20일 양선아 기자가 쓴 기사 <주7일 학원에 내몰린 아이들 “일요일 하루라도 쉬고 싶어요”>를 보았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10236.html

이 기사는 아이들에게 ‘놀 권리’가 아니라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권리 ‘쉴 권리’를 말하는 기사다. 서울교육청에서 ‘학원 일요휴무제를 공론화하겠다‘는 발표를 보고 쓴 기사다. 자료 조사와 취재가 뒷받침되면서 기자의 전문성이 잘 드러나는 기사라 맘껏 칭찬을 해주고 싶다. 또한 나의 교육 철학과도 닿아있어 더 눈에 끌렸다.

서울교육청에서는 ‘일요일만이라도 학원 문을 닫고 학생들에게 쉴 시간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이를 숙의과정을 거쳐 공론화하겠다고 한다. 이런 당연한 일을 숙의과정까지 거쳐야 하다니 이 사회가 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죄가 참으로 크다. 현재까지 숙의과정에 대한 기사는 없지만 양선아 기자가 공론화 결과에 대한 기사는 써주지 않을까 싶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 사진 출처 :10월 14일 자 한겨레신문

이 기사가 나온 후 얼마 지나 10월 14일 김지윤 기자가 쓴 ‘제 6회 놀이의 날’을 취재한 <아이들에겐 놀이가 ‘밥’이고 ‘숨’이다>란 기사를 보았다. 역시 전문성이 묻어나는 기사였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13186.html

아이들에게 노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닌 ‘권리’이며 학원, 숙제 등으로 놀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노는 것을 통해 배우는 사회성, 관계성 등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다고 기사는 말한다. 영국, 독일 일본 사례까지 들어 ‘놀 권리’가 아이들이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강조했다.

지난 달 10월 14일 <논다’는 것은 ‘함께한다’는 뜻입니다>의 ‘놀이하는 사람들’ 김회님 대표 인터뷰 기사와 같은 날 김선호 선생의 기고 <혼자가 불안한 아이들> 기사도 ‘노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기사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13187.html
관련기사 : http://m.hani.co.kr/arti/society/schooling/913183.html

양선아 기자가 다룬 ‘쉴 권리’와 김지윤 기자가 다룬 ‘놀 권리’는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이 그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보나? 노는 시간으로 본다. ‘쉴 권리’를 주면 노는 행위는 자동으로 따라온다. 그러므로 위 4개 기사를 <인터넷 한겨레>에서 관련기사로 묶어주면 좋을 것 같다. 한겨레 독자들이 우리 아이들을 더 깊이, 더 따듯하게 배려하는 기회를 주는 기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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