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친구의 뜻을 찾아보는데 '죽마고우(竹馬古友)'라는 정겨운 단어가 떠오릅니다

친구 중 가장 살가운 벗은 초등학교 친구들 같습니다

서로의 코흘리개 어린 모습을 기억하며 언제 만나든지 동심어린 웃음으로 돌아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초등학교 친구들은 헤어진지 오래되어 만나기도 어렵고 연락이 되는 사람도 드물지요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의 친구들은 나름대로의 우정이 있으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어울리는 친구가 한정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창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동질감 유대감은 서로 든든하고 편안한 감정을 고양시키고 세상의 희노애락을 나누며 때로는 세상살이의 정보를 주고받는 도우미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월의 파도에 흽쓸리면서 어떤 친구들은 신용과 신의를 잃고 배제되거나 고립되어 외로운 시간을 견디는 벌을 받기도 합니다

또 수십년 후에 만나는 친구간에는 달라진 사회적 환경과 위치에 따라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 격세지감을 넘어서 격의없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사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과연 나는 그런 친구가 몇이나 될까

손가락이 잘 꼽아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절인가 부터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생각의 차이와 균열을 느끼기 사작 했습니다

가만히 되돌아 보니 민주화 반동의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면서 부터 그런 균열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특히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사업가 출신의 이명박을 지지하는 경향을 감지하면서 처음에는 말다툼을 하다가 점점 서로 말조심을 하게 되는 냉랭한 친구 사이가 되어버리고 점점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모임에서 정치 종교 이야기는 하지말자'면서 금언령을 내렸지만 나는 '진정한 친구간에 못할 말이 무엇인가?'하며 투덜대곤 하였습니다 

그때 쯤 오랜 직장을 퇴직한 나는 '한겨레신문발전연대'에 나가곤 하였는데 모임 후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명박 정권을 성토하고 민주화를 걱정하면서 함께 의기투합하였던 시간들이 참으로 즐거웠고 스트레스가 풀렸습니다

그때의 감정은 친구간의 우정과는 또 다른 유대감과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아주 훈훈한 '동지의식' 이었습니다

▲ 지난 6월 한겨레 주주통신원과 함께 한 여수 워크샵에서

그 이후로 지금의 '한겨레 온' 회원으로 활동하기까지 동창 카톡방에서 하지 못하는 정치 종교 이야기를 격의없이 나누며 지내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학교동창들이 조금 서먹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진보적인 친구가 민주당 지구당에서 상처를 받고 정치에서 관심을 돌려버린 친구도 있지만 나는 요즘 동창들의 모임보다 한겨레와 이모저모로 엮어지는 모임에 애정과 시간을 더 쏟고 있습니다

세상이 점점 자본주의가 고도화 되며 이에 따라 이념도 분화되고 사람들의 생각도 성향에 따라 갈라지는 것 같습니다 

친구는 추억으로 연결되고 동지는 이념으로 연대하는 것일까요?

친구이면서 동지인 벗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깊어가는 늦가을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시간이 모자라 아쉽겠지요

나는 지금 좀 외롭습니다

아직 그런 벗을 찾지 못해서~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cherljuk13@nate.com

조형식 주주통신원  july2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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