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범인으로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아무개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된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기 때문이다.

사법당국은 왜 고문과 폭력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한 윤아무개씨의 호소를 무시했을까? 지난달 26일 정은주 기자가 [토요판]에 쓴 허위자백에 관한 두 꼭지 기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로스쿨 법심리학자 '댄 사이먼’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다.
관련기사 1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4664.html

다른 하나는 정은주 기자가 자료를 조사하고 취재하여 쓴 기사다.  
관련기사 2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4663.html

▲ 심문받는 피의자(이미지  출처 : 한겨레신문 자료)

사이먼 교수는 미국 '면죄자(유죄 판결을 취소하고 석방 구제 절차를 받은 자)’의 사례를 들었다. 30년 간 약 2,500명 면죄자가 발생했고 이들 평균 복역 기간은 8.8년, 38%가 살인죄 누명을 썼다. 이들 중 12%는 허위자백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왜 허위자백을 할까?

두 기사를 보면 허위자백의 심리기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이 결백하기에 신문과정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허위로 말한다 해도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의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신문이 끝나 허위자백임을 밝혀도 경찰, 수사관, 검사, 판사 등 사법 관련자들 대부분은 이를 믿어주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미성년자, 지적장애인 등 피의자의 자기방어 취약성이다. 허위자백의 심각성을 모른채 허위자백을 부르는 또다른 허위자백을 하기도 하고, 상황을 오판하여 허위자백을 하기도 한다. 또한 낮은 형량 회유에 자포자기로 허위자백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무고한 사람은 허위자백 하지 않는다'는 사법관계자들의 막연한 믿음도 한 몫 한 것 같다.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허위자백을 강요받아 억울한 처벌을 받아왔던가. 영화 <자백>(2016)에는 불법감금과 고문으로 간첩에 몰렸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는 어떻게 한 평범한 사람이 간첩으로 둔갑하고 그 가족이 허위자백을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윤아무개씨가 허위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소식으로 나라가 떠들썩한 지금, 두 기사는 매우 적절한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허위자백' 자체에 시선을 돌렸다. 미국의 허위자백 사례 조사연구를 통해 현실적 문제를 잘 환기시켜주었고, 허위자백을 하는 피의자의 심리기제도 쉽게 설명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사법당국이 앞으로 자백을 어떤 눈으로 봐야하는지 그 해결방안까지 제시해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사법관계자들이 무고한 자도 얼마든지 허위자백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겨레>가 시민을 보호하고 대변하며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문제들을 잘 찾아내 보도해주길 바란다.

편집 :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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