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검(劍)과 검사할 검(檢)

<2019. 11. 28.>

검찰권을 행사하는 사법관인 검사는 檢事인가, 아니면 劍士인가? 후자는 칼 쓰기 기술에 능한 사람이다. 검객(劍客)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자는 바로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에게 임명받았으면서도 그 권력자를 능가하는 지경에 도달한 직업 공무원이다. 인터넷 검색 엔진의 검색창에 ‘검찰 칼끝 어디로 향하나’를 입력하니, 그와 유사한 제목을 단 기사가 수두룩하게 올라온다. 상당수의 기자는 물론이고 그런 기사를 늘 접하는 평범한 사람은 은연중에 검찰과 검사를 각각 검찰(劍察)과 검사(劍士)로 인식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속말로 그 공무원은 칼잡이라는 인식의 표출이다.

칼 검(劍)을 파자하면, 劍 ={刂, 僉}. 즉, 劍은 뜻을 나타내는 부수 刂(선칼 도)와 음을 나타내는 僉(다 첨 → 검)으로 이뤄진 형성문자(形聲文字)이다. 검은 양쪽이 모두 칼날이다. 쌍날이 선 칼이다. 양쪽 날이 날카로운 칼이다. 즉, 숫돌에 잘 간 칼이다. 군대에서 소총에 꽂아 쓰는 작은 칼인 대검(帶劍), 나무로 만든 칼로써 주로 검술을 익힐 때 사용하는 목검(木劍) 등은 검(sword)이다. 의당 검도(劍道)의 수단은 검이다. 펜싱(fencing, 격검(擊劍))의 수단도 역시 검이다. 검의 용도는 주로 공격용 무기이다.

<세형동검(細形銅劍)>

출처:우리역사넷 - 국사편찬위원회

한편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부엌칼이나 과도(果刀)는 양날이 아니라 외날인 칼이다. 한쪽만 칼날이다. 이를 형상화한 한자는 刀(칼 도, knife)이다. 刀에서 안쪽 획 삐침 별(丿)은 칼날을, 밖의 획(ㄱ)은 칼등을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刀는 무기로 사용되기도 하나 대개 물건을 자르거나 벨 때 유용하다.

<부엌칼>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검사할 검(檢)을 파자하면, 檢 ={木, 僉}. 檢은 뜻을 나타내는 부수 木(나무 목)과 음을 나타내는 僉(다 첨)으로 이뤄진 형성문자(形聲文字)이다. 檢은 木과 僉으로 분해되기에 ‘모두 다 나무’로도 풀이된다. 많은 나무(木) 중에서 좋은 재목을 찾아낸다는 뜻이 나오기에 檢의 첫 번째 뜻은 ‘검사(檢査)하다’이다(<네이버 한자 사전>).

한편 나무는 가끔 공격용으로 쓰인다. 木을 각목으로 보면 檢은 모두가 각진 나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각목은 패싸움 때 등장하는 도구의 하나이다. 많은 각목은 누군가를 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폭력 수단이다. 그래선지 <다음 한자 사전>은 檢의 세 번째 뜻에 ‘잡도리하다’를 배치했다. 부드럽게 보면, 檢은 수많은 수단을 동원하여 파헤친다는 뜻이겠다. 검찰{檢察)의 먼지 털이 수사 행태의 잠재성은 글자 檢에 잠복된 셈이다. 불편하지만, 검사(檢事)는 누군가를 잡도리할 수단을 부여받은 공무원으로 비치기도 하겠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내비쳤듯이, 우리나라에서 檢은 실제 양날의 칼인 劍에 가깝다. 현실이 그렇게 흘러감을 부인하는 자가 드물다는 뜻이겠다. 양날의 칼은 한 방향으로만 쓰이지 않고 그 정반대 방향으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검찰권 논리와 행사의 일관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수사(搜査) 자원의 적정 배분이 일어나지 않는다. 예컨대, 지난 8월 이후 지금까지 지속하는 조국(曺國)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족에 대한 수사에는 민완(敏腕)한 거대인력이 집중했다.

한편 정반대의 상황은 “검찰, ‘임은정 검찰간부 고발 사건’ 압수수색 영장 또 반려”(한겨레, 2019.10.24.)에서 보인다. 다음 문단은 그 기사의 일부이다. 그 의미는 유권무죄(有權無罪)이다. ‘힘이 곧 정의다.’(Might makes right.) 유전무죄(有錢無罪)보다 더 부도덕하다. 불쾌하다. 공권력의 작용이 정의에 가깝다고 보기에 어려워서 그렇다.

지난 4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2015년 12월 당시 부산지검 윤아무개 검사가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하고도 아무런 징계 없이 사표를 받은 사건과 관련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 지난 22일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하루 만인 23일 ‘해당 사건은 명백하게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시 영장을 반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 “(법률 전문가인) 현직 부장검사가 죄가 된다고 판단해 고발한 사건인데 검찰이 ‘명백하게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출처: 한겨레, 2019.10.24.>

돈 많이 가진 자를, 검찰 권력자를 잡도리한다면, 그 잡도리는 진정한 검사 행위로써 오히려 박수받을 거다. 그랬을 때 비로소 공안(公安), 즉 공공의 안녕과 질서가 이뤄진다. 검사(檢事)의 檢을 ‘잡도리할 검’이 아닌 ‘검사할 검’으로 주저함 없이 읽고 싶다. 분명코 檢은 그 본질이 劍은 아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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