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총균쇠 모두 버리고 가자 (김자현의 詩 사랑방)


 

두 번째 시 - 나의 불시착 (김자현-필명)
 

이제 가자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가자
겪을 만큼 겪었으니 이제 우리 떠나자
올 만큼 왔으니 우리 이제 돌아가자
포물선 그으며 별똥별 떨어지는 그곳으로
쇠꼬챙이에 산 사람 걸어 놓는
현대 정육점, 인간 푸줏간 너머 우리는 빈손으로 가자
돈신의 사당 모조리 부수고
핵총균쇠 좋아하는 놈들은 모두 버리고 가자

▲ 이라크 전-네이버

 

 

 

 

 

 

 

 

우리의 일을 빼앗는 인공지능과 놈들의 아비 어미들까지
모두 떼놓고 우리는 홀가분하게 가자
일회용이라고 이름 붙은 것은 모조리 일회용 컵에서부터
일회용 남자와 여자들, 사이비와 사이보그들 모두에게 작별을 고하고
줄기세포도 모조리 두고
이승에 놓고 갈 썩을 목숨들만 함께 가자
여간해선 썩지 않을 똑바른 정신만 들고 가자
사랑은 가슴에 심고 정의와 민주 평화만 들고 가자

저 몽골 대초원을 넘어 해가 지면 으드득 떨릴지라도
말발굽 소리 대지를 흔들고 무노동
일확천금을 모르는, 허리굽혀 이삭 줍기를  기꺼워하는
도도히 다가오는 삶이라는 파도를 타고 넘으며
든든히 박차를 가할 줄 아는 우리 젊은이
잠시 쉴 때에 필릴리, 각주를 불고 있는 그 언덕을 찾아가자

 

검은 구름도 셰도우 커튼도 없이
밤이면 모깃불 연기 자욱한 마당에 멍석을 깔고
새파란 하늘에 두레박 드리우고
퍼올리고 퍼올려도 바닥 드러나지 않는 은하수 강가
별을 건지는 그리운 그곳으로 우리는 가자
하루의 노역을 달래며 찰랑거리는 은하수 강물에 맨발 담그고 
별 둘을 건지면 이웃에 나눠주고
별 셋을 건지면
하나는 공동의 곳간에 갈무리하는 마을

똬리에 떨어지는 물방울 훕치며 물동이 이고 가는 숙이를 만나러
우리는 거기로 가자 쑥부쟁이며 마타리
다리 긴 개미취 흔들리는 들판에서 눈 맞은 남남북녀
꽃반지며 화관을 끼워주고 씌워주는
선남선녀 합궁의 밤, 축제가 열리는 마당을 우리는 찾아가자      

집집마다 북두칠성의 눈을 한 아이들
산에 들에 봄꽃이 피어날 때
칠 공주 팔 형제 구 남매는 나와서 파종을 하고
까르르 황금의 웃음소리 들려오는 뒷뜰에서 종마를 길들이는
아비의 등판이 듬직한 흑백의 마을
흑백필름 천천히
영사기 돌리는 그곳을 향해서 우리는, 우리는 가자
'울긋불긋 꽃대궐'
‘나의 살던 고향'노래를 부르며 가자

 

 

 

* 작가의 변 : 님은 어떤 소리를 들으시나요?
  우리는 모두 현대를 걸어가는 지친 나그네! 전쟁 없는 세상, 거짓이 없는
  세상, 은하수 강을 건너 가면 별싸라기 오소소- 떨어지는 그런 마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이제 미워하기도 지쳤고, 첨단을 따라가기도 버겁고, 앙
  다물지 않고 걸음도 느리고 말도 느린, 모두 무장해제한 그런 마을에 
  닻을 내리고 싶었어요!

  시란 전할 메시지를 직설로 표현치 않는 온전한 비유의 영역인데 여전히 어려워요. 

  김자현의 약력 -시인, 소설가 (e-mail : heajoe@hanmail.net )

                저서-장편해양소설 <태양의 밀사> <태양의 밀서>

                    단편소설집 <이까르의 탄식>

                    수필집 <고독한 벽화> <혜화동 썸머타임>

                    시집 <화살과 달> <앞치마를 두른 당나귀>

                    수상-문예진흥원 전국 마로니에 백일장 입상

                        2017, 경기문화재단 공모 수필부문 기성문인 단독 입상

                한국작가회, 민족문학연구회, 소설가협회 회원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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