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홀로 서기 (3) 하늘이 열어 주고 있는 통일의 길

김반아 시민통신원l승인2019.12.15l수정2019.12.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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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계속 길을 열어주고 보여주고 계시는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있다. 항상 그래 왔지만, 이번에는 그 내막을 들어내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로스앤젤레스 부근에 사는 사람으로, 최근에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우체국까지 걸어가서 우표 한 장에 $1.15 (한국 돈 1,200원)을 지불하고 평양에 직통 편지를 보냈다. 100% 합법적인 경로다. 이렇게 헐한 가격으로, 미국 정부가 만들어 놓은 미국 우체국에서 북한과 이렇게 쉽게 연결이 된다니... 놀랍고 경이로웠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남북미 통일문화“ 문이 열리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 통하게 하는 ‘통일’이라는 뜻의 통일이다. 그러나 내가 용기를 내어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이 가능성과 이 기회를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미주리주에 살 때 평양에서 온 팩스, 편지, 연하장을 받고 답장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십여 년 전 일이지만 혹시 내가 뭐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항상 조마조마했다. FBI 요원이 어느 거리에서 나를 감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집안에 북한 우표가 붙은 편지가 처음 배달된 것은 197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살 때 일이다, 내가 두 살배기였던 1948년에 어느 날 불쑥 찾아오셔서 “나는 이제 멀리 간다.“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가신 후에 돌아가신 줄로 알았던 외할아버지가 평양에 살아 계신다는 사실을 1973년 즈음 토론토에서 교민들 가정에 배달되어 온 통일신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우여곡절로 연결 된 캐나다경제사절단 단장을 통해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에 대한 할아버지의 답장을 나이지리아를 통해 3개월이 걸려 받았다. 그 편지를 받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신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 내 눈에 생생하다.

지금은 세상을 뜨고 없는 나의 미국인 남편 에릭 한센 Eric Hansen (환경공학가, 발명가)과 미주리주에서 살 때 2001년경 어느 날 평양에서 남편 회사에 Eric Hansen 이 발명한 기술에 관한 문의 팩스가 들어왔다. 에릭이 그 팩스를 가방에서 꺼내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며 나에게 보여주었을 때,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북한과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나보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에릭의 말에 따라 나는 에릭 한센의 부인이고 이종만 선생의 외손녀라고 답장을 써서 적혀 있는 팩스 번호로 우리 집 팩스에서 보냈다. 그때 팩스를 보낼 때 내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물정을 모르고 내가 알 수 없는 무엇을 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나를 압도했다. 이렇게 보내진 팩스에 대한 답장이 우리 집 팩스기로 삑 하며 왔고 얼마 후에 크리스마스 카드 같이 생긴 연하장과 새해 달력이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미국 공화당을 지지하고 준법정신이 확고한 에릭을 대변해서 내가 보낸 팩스에는 “미국과 북조선의 관계가 빨리 정상화되어 당신들을 합법적으로 기술적으로 도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적어 보냈다.

2006년에 84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평양에 갔을 때 어머니는 네 번째 방문이었고 내게는 첫 번째 방문이었는데, 그때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외삼촌과 외숙모, 조카와 손자 아이 들을 만나게 되었다. 여섯 살 난 손자 아이가 해외에서 방문 온 친척들을 환영한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한 곡은 “평양~ 평양~ 장군님 계신 곳, 안녕하시라 ” 또 한 곡은 “김정은 장군님의 군대가 빨리 되고파” 였다. 생각이 뿌리까지 복잡해지는, 그러나 반가운 만남이었다.

▲ 내가 받은 편지

이번에 삼촌을 대필해서 삼십세 중반 되는 조카가 써 보낸 편지는 넉 달 사이에 두 통이 왔다. 처음 것은 작년에 살던 주소로 배달되어 2개월 걸려 들어왔고, 두 번째 편지는 내가 보낸 답장에서 알려 준 새 주소로 보내와 비교적 빨리 1.5개월 만에 들어왔다. 내가 보낸 첫 번 편지는 얼떨결에 우체국에 가서 보내면서 우표값을 보지 않고 보냈는데, 두 번째 편지는 서울 사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와 나란히 보내면서 우표값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화들짝 놀랐다. 재 확인하기 위하여 $1.15 우표가 맞는가 물었더니 멕시코계 미국인 담당자가 확실하다고, First Class International Letter 들은 어느 나라든 지 다 같다고 한다. 그러면 Air Mail 스티커를 붙여주라고 했더니 도장을 꾹 찍어 주면서 모든 국제 우편은 항공편이라고 한다.

그 순간 또 생각이 올라왔다. 미국에서 북한과 남한에 같은 가격의 우표를 한 장씩 붙여서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이 사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 의미가 뭔지 나로서는 당장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터놓고 공유하는 것은 내가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은 해외동포의 입장에서 “문화 통일”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되었다.

나의 삼촌은 평양에 살고 계시고 나는 캐나다 여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네 차례 평양 방문을 해서 만나 잘 알게 된 삼촌은 이번에 할아버지와 관련된 의논할 일이 있으니까 꼭 와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책을 쓰고 있는데 빨리 마쳐야 하므로 내년 봄에 가겠다고 답을 해서 보냈다. 삼촌은 지난 방문 때 만나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우리는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인화하지 않기 때문에 없어서 다음에 갈 때 꼭 인화해서 드리겠다고 했다.

$1.15 미국 우표를 붙여서 평양으로 보내는 편지 봉투를 그냥 보내기는 아까워서 전화기를 꺼내어 사진을 찍어 놓았다.

▲ 내가 보낸 편지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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