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 정부와 가해기업 등이 책임모면 꼼수 재심의해야

지난 12월 12일 제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이하 법안소위)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상당수에 달하는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단체(이하 피해자단체)들은 이미 이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차례차례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분명한 반대 목소리가 지난 12월 14일 토요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개최된 ‘특별법 개정안 규탄 긴급공동기자회견’에서 울려 퍼졌다. 이로써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의견이 극명하게 나뉘게 되었고, 피해자단체들 사이에서 그동안 발생했던 분열과 대립 등이 더욱 장기화되고 격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지난 12월 14일(토)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 환노연 박혜정 대표, 글로벌 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 전두환 심판국민행동 김명신 시민대표 등이(사진 앞줄 우측 5번째부터 8번째까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개정안 규탄 긴급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이 기자회견은 그동안 특별법을 개정하라고 최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이하 환노연, 대표 박혜정 외)과 ‘독성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대표 김황일)은 물론 이들 단체를 포함하여 이런저런 몇몇 피해자단체들과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연대해왔던 환경단체 ‘글로벌 에코넷’(상임의장 김선홍)과 시민단체 ‘개혁연대민생행동’(상임대표 송운학) 등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이 개최했다. 또, 이 기자회견에 따르면, 특별법 개정안은 알맹이가 빠진 누더기 법에 불과하므로 원점에서 다시 심의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혜정 환노연 대표는 특별법 개정안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애통한 마음에 빠져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살아남은 피해유가족들은 물론 건강을 잃고 각종 질병과 이로 인한 생활고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염원”이었다고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또, 박혜정 대표는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제20대 국회 환노위가 법안소위를 개최하여 전현희 의원 외 4인이 각각 대표자로 발의했던 특별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이들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개정 법안들을 병합 심의하여, 이 중 일부만 통과시킨 것이다. 이 개정안은 피해자를 폭넓게 인정한다는 단 한 가지만 위안이 될 뿐, 알맹이가 빠진 누더기 특별법”이라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 지난 12월 14일(토)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단체 및 시민환경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개정안 규탄 긴급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송운학 개혁연대민생행동 상임대표 겸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이하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서도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배상할 수 있는 일실손해금과 위로금 등 지급 및 중장기적인 의료지원체계가 누락된 것은 아직도 정부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빠져나가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나 아닐 수 없다. 직무를 유기한 자,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를 은폐한 자 등 공무원의 범죄를 엄벌해야만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철이 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책임을 모면하려고 정부뿐만 아니라 가해 기업이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은 물론 언론사까지 매수하여 함께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규탄했다.

또, 송운학 상임대표는 “국회의원과 행정부 및 정부공무원들은 피해자들이 계속 울분을 토해야만 권력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영구히 뻔뻔한 희망고문 기술자들이며, 그들을 믿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지지하는 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내년 실시되는 4.15총선에 우리 스스로가 국회에 진출하여 다수파를 형성할 때 비로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선홍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은 “이번 특별법 개정안에 집단소송제 등이 발의되었지만 결국 누더기 법안을 만들면서 꼭 필요한 알맹이들이 빠지고 말았다. 집단소송제는 다수의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이 별도로 소송하지 않고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를 제외한 것은 20대 국회가 1,463명 사망자와 6,500여명 피해자들에 대한 직무유기로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위험을 방지할 책임을 회피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격분했다.

▲ 14일(토)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개정안 규탄 긴급공동기자회견에서 송운학 상임대표와 김선홍 상임의장 사이에서 심종숙 시인 겸 샘터문학 평생교육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그밖에도 전두환 심판 국민행동 김명신 시민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사람이 1,463명이다! 이게 나라냐? 피해를 배상하고 관련자 전원, 특히 관련 공무원을 엄벌하라!”고 주장했다. 심종숙 시인 겸 샘터문학 평생교육원 교수는 “정부는 인체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했던 악덕 기업을 엄벌함으로써 국민생명과 안전 등을 지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보장하는 각종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환노연 박혜정 대표와 독성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대표 김황일 이외에도 이들 피해자단체 회원 20여명과 유가협 운영위원 전태삼,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부 대표 최형호, 광장시인 신기선 등 총 30여명이 함께 했다. 또, 이들 피해자단체들은 “1,463명 사망, 가습기살균제 구제 특별법은 그 누구를 위해 개정하는가?”는 제목으로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환경선봉 ‘글로벌 에코넷’과 혁신선봉 ‘개혁연대민생행동’ 및 약 100여개 단체가 동참하고 있는 ‘촛불계승연대’는 “제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다시 심의하라!”는 제목으로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입장과 공동특별성명은 각각 아래에 잇달아 나오는 첨부 1 및 첨부 2와 같고, 아래와 같은 공통된 요구를 담고 있다. 다만, “집단소송제 도입” 요구는 공동특별성명에만 포함되어 있다.

건강피해 정의 부분에 ‘후유의증’을 포함시키고, ‘노출확인자’ 현행규정을 유지하라!

피해의 실질적 보상인 일실손해금과 위로금 등 지급 및 중장기적인 의료지원체계를 법제화하라.

피해자단체가 추천하는 자를 구제위원으로 우선 선임하라.

▶ 이 법 법안 심의과정에서 생략되었거나 형식적이고도 부분적으로만 반영된 피해자단체의견을 반드시 다시 수렴하여 환경노동위원회 전원위원 회의에서 의결한 후 법사위에 회부하라.

 

<첨부 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공동입장(수정초안)>

1,463명 사망,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은 그 누구를 위해 개정하는가?

노출 확인된 모든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고 목숨을 빼앗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애통한 마음에 빠져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살아남은 피해유가족들과 건강을 잃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그리고 또 이로 인한 생활고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염원이었던 특별법 개정안이 어렵게 환노위 소위원회 통과된 현재 우리는 분노와 함께 너무나도 허탈한 심정입니다.

현재 모든 언론은 마치 특별법으로 모든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실상 특별법으로 인정된 것은 실질적인 배·보상과 관계없는 피해범위의 무책임한 확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언론사가 앞장서서 무언가 큰 개정이 이루어진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SK 등 가해 대기업이 상호 긴밀하게 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무언가 단물을 함께 빨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운운하는 파렴치한 SK는 옥시 뒤에 숨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있어 책임을 지지 않고 재판에 가서도 김앤장 등 악질 대형로펌과 함께 배보상 회피와 지연 전략 등 기업의 리스크 줄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정부가 제대로 된 화학독극물 관리체계를 가동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 1천 4백 6십 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전 세계 유일무이한 화학독극물 참사를 유발한 원인 제공자인 정부는 안심하고 사용하라는 KC마크까지 부여해 주고,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서 기업에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특히, 몇몇 환경부 공무원은 물론 특조위 공직자까지 기업과의 유착 비리 등을 저지르는 등 정부책임이 차고 넘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책임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입장에서 구상권 등 정부의 잇속만 챙기며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거지 취급하는 구제라는 단어를 지원으로 변경하자는 개정안에 대해 아직까지 단순한 환경문제 또는 환경성 질환문제로 인식하여 지원이라는 단어조차 회피하는 한심한 시각을 가진 관계자들에게 우리 피해자들이 우리 운명을 맡길 수 없습니다.

초기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참사에 기인한 질병으로 보고 질병관리본부에서 관할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질병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응체계도 없는 환경부로 관할기관을 변경했습니다. 환경부를 생사가 왔다 갔다 하고 장기질병 및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는 매우 복잡한 분쟁에 끌어들인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인 가해기업의 로비가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향후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을 위해서는 환경부가 아닌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의료보험체계와 연계한 피해자 위주의 지원이 절실하다 할 것입니다.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에 후유의증을 배제한 이유도 입증책임에 있어서 생색만 내기 위한 꼼수로 ‘전적으로 다른 원인’에서 ‘전적으로’ 라는 단어를 삭제함으로써 가습기살균제 피해증상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질환과 구별이 모호함을 이유로 기업의 반증시도(가능한 한 모든 다른 원인들을 나열하여 재판시간 끌기 등)를 유도했다는 것은 이 개정안 역시 기업의 로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개악법이라 할 것입니다.

이는 이번에도 명백하게 기업의 입김이 작용한 듯 여전히 정부는 피해인정만 해 주고 손 땔 테니 법정에 가서 피해자 개별로 가해 대기업과 싸워 스스로 입증하라는 법 개정으로 겉으로는 피해인정으로 선심을 쓰고, 실제로는 오히려 피해자를 더욱 힘들고 고통스럽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만일 정부나 국회가 피해자를 위한다면 환노위 전원위원회에서 특별법 5조를 보완하여 증명부분에 ‘상당한’을 삭제하고 개연성으로 완화하여 건강피해의 범위를 후유의증까지 포함해야 하며 노출확인자 정의를 그대로 유지하고 전적으로 다른 원인’ 임을 가해기업이 입증하지 않으면 피해 인정을 하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공정성을 운운하며 피해구제 위원회 등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당사자인 피해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전문가, 법률가, 공무원 등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법으로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고통과 절망, 자포자기로 몰아왔습니다. 이처럼 통탄스러운 현실이 전혀 뒤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가해 대기업의 로비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이는 가해자의 손에 피해자를 맡긴 것과 다르지 않은데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 무슨 혜택이 있겠습니까?

따라서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측면에서 피해 당사자인 피해자를 포함시켜 주십시오. 거대 가해기업의 로비는 이미 공정성을 해쳤고, 지금도 해치고 있다고 충분히 느끼고 있으므로 이 역시 환노위 전원위원회에서 보완해서 의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끝으로 피해자들이 그간 피해의 실질적 보상 차원에서 요구해온 일실손해금과 위로금 등 지원 및 장기적 의료지원체계를 법제화하십시오.

알맹이 빠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나마 피해자를 폭넓게 인정한다는 단 한 가지를 위안으로 삼으며 피해인정에 수반되는 위 요구사항들이 부족하나마 피해자를 위한 개정안이므로 기존의 법적 관행적 틀을 깨고 피해자에 대한 인지감수성을 가지고 위의 피해자 의견을 보완하여 환경노동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한 후 법사위로 올려 보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019. 12. 14.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대표 박혜정, 박교진)

독성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대표 김황일)

 

<첨부 2. 시민사회환경단체 공동특별성명(확정초안)>

제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다시 심의하라!

지난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제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소위원회를 개최하여 전현희 의원 외 4인이 각각 대표 발의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병합 심의한 후 이 중 일부만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하는 핵심내용이 누락되거나 전면 삭제되었다. 그리하여 개정 법안은 알맹이가 없는 누더기 법안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피해자와 150만에 달하는 잠재적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을 위해 함께 싸워왔던 ‘글로벌에코넷’과 ‘개혁연대민생행동’ 등 약 100여개 단체가 사안별로 연대하는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은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건강피해 정의 부분에 ‘후유의증’을 포함시키라! 또, ‘노출확인자’ 정의를 유지시켜라!

후유의증(後遺疑症)이란 후유증(後遺症)으로 의심할만한 증상을 의미한다. 이미 월남전에서 고엽제 노출 사건에서 후유의증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피해로 인정하여 보상하거나 혜택을 준 바 있다. 그럼에도 구성 성분이 상당부분 일치하는 가습기살균제 노출확인자들에게만 ‘후유의증’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도 고엽제피해와 같은 처우를 적용하라.

1,460명 이상이 이미 사망한 가습기살균제사건에서 상당수의 노출확인자는 1, 2단계피해자가 아니라 3, 4단계 또는 단순노출확인자임이 확인되었다. 또,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들에게 그 유관질환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거나 여타 질환으로 변이되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언제든지 유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련 연구를 사실상 중단했고, 추가질환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노출확인자 정의를 없애고, 노출확인증서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잠재적인 피해환자의 권리마저 말살하려는 개악악법이라고 할 것이다. 이 부분을 유지시켜라.

2. 피해에 관한 실질적 보상과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실손해금과 위로금 등 지원 및 중장기적인 의료지원체계를 법제화하라.

피해자들이 일실손해금과 위로금 등 지급 및 의료지원체계 확립 등을 요구하는 것은 현행 민사소송법상 필수적인 절차 중 하나인 대학병원급 이상에서 신체감정을 통한 장해율을 판정하는 감정절차상 문제점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에게 나타나는 현행 호흡기질환 또는 피부질환과 원인미상 탈모 등 유관질환의 경우, 현실적으로 국내에 현존하는 그 어떤 장해율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호흡기계에 일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1초당 호흡량이 상시 50% 이상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장해등급을 인정하는 극악의 판정기준이 있을 뿐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신체감정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사실상 노동에 종사할 수 없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거의 아무런 혜택을 볼 수 없다. 또, 이러한 기준 표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아무런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면 이 얼마나 통탄스러운 나라가 될 것인가?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정 법안 내용을 삭제한 것은 국회의 국민보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엄중한 과실이 아닐 수 없다. 일실손해금과 위로금 등 지원 및 장기적 의료지원체계를 법제화하라.

3. 피해자단체가 추천하는 자를 구제위원 등으로 우선 선임하라.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표면화 되었을 당시인 2011년 말, 당시 급조되었던 피해구제 위원회는 사실상 관선위원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정부와 거대기업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진실규명에 소홀했고, 그 피해 질환 인정부분을 심의하면서 단기적 성과나 결과에만 의존하는 매우 중차대하고 엄중한 과실을 저질렀다.

이미 구성성분 자체가 거의 유사한 고엽제노출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정절차 제도나 인정질환 등을 연구 자료로서 활용하지 않았다. 알량한 자신들의 학술적 견해와 2011년 말 산모 등의 사망 등 표본을 토대로, 표면에 드러났던 증거에만 의존하여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된 단계별 인정질환 및 피해자 판단기준을 제정했다.

이로 인해 수 없이 많은 피해자들이 정부 또는 가해기업의 도움과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사망하거나 자비를 들여 끝이 없는 치료를 지속했고,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치료조차 포기하게 하는 절체절명의 과실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이들의 그림자는 여전히 심의의원들에게 그 영향을 미치는 등 새로운 연구결과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려면,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피해자단체들이 지정하는 전문가 또는 신뢰하여 추천하는 시민환경운동가가 구제위원 절반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소위 형평성의 원칙에 의하여 피해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를 배척한 것은 피해자 권익보호를 가로막고자 하는 의도적인 방해처분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추천하는 판정위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새로운 제도개선에 힘을 쏟아라.

4.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라

피해자들이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여 달라고 요구한 이유는, 이처럼 불합리한 장애판정의 구조적인 문제, 협소한 장애판정 기준(가습기살균제에게 적용되는 1~4등급의 문제점, 국가배상법, 민사소송법상 신체감정에서의 참고 장해율표 등이 4등급으로만 분류되어 있는 등 매우 비현실적임) 등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거의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배상과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었다.

집단소송제도가 국내실정법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일부 개별법에서는 적용 중), 이 사건과 같이 가해자가 상당수에 달하고, 피해자 또한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가습기살균제피해자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개정안이 경쟁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단순한 생색내기 또는 선거용 홍보 등이 주목적이 아니라 정말로 이번 개정 법안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이 법에 한정하여 도입한다는 것까지를 법률체계상 곤란하다는 심의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 집단소송 제도를 이 사건에 국한해서라도 반드시 도입하라.

2019. 12. 14.

환경선봉 ‘글로벌에코넷’, 혁신선봉 ‘개혁연대민생행동’ 외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과 함께 하는 100여개 단체 일동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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