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까지 지역농산물 유통한계 마주한 완주군
공공급식 센터 '수의계약'으로 건강한 지역 농산물 공급
영양플러스 꾸러미 질 향상과 대상자 만족도 올라
"로컬푸드 사업 가치 동의한 군, 적극적인 행정을 편 결과"

<글 싣는 순서>

 1회 : 옥천군 '취약계층' 푸드 정책의 현주소
 2회 : 아동을 위한 서울시 집밥 프로젝트
 3회 : 먹거리권 보장, 새로운 대안 '마을부엌'
 4회 : 로컬푸드로 임산부·영유아 먹거리 보장하는 완주

 5회 : '굶는 시민 없는 나라' 브라질의 식량보장 정책

 6회 : 브라질 민중식당 정책 
 
[주] 영양플러스사업은 취약계층인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영양상담, 교육, 보충식품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상 가정에는 정기적으로 감자와 당근, 쌀, 우유, 검정콩, 김, 미역, 닭가슴살통조림, 귤, 오렌지주스, 이유식 등이 꾸러미로 배달된다. 영양플러스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국 보건소에서 일괄 시행되고 있다.

전국 단위 사업이지만, 지자체별로 이를 시행하는 방법에는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전북 완주군은 공공급식지원센터와 연계해 영양플러스 사업을 운영하며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도내 출하되는 지역 농산물 뿐 아니라 참치캔, 분유 등의 공산품도 일괄 공급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 시행으로 사업 대상자인 임산부와 영유아는 '조금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아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한다.

완주군도 처음부터 도내 지역 농산물 공급을 영양플러스사업과 연계한 건 아니다. 되도록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공개입찰 방식의 구조로는 이를 완벽하게 추진할 수 없었다. 2013년 (재)온고을로컬푸드공공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된 이후로 이같은 논의가 꾸준히 이어졌고 2018년부터 영양플러스 사업을 센터와 수의계약을 맺어 지금에 이르렀다.

옥천군은 2012년 옥천군의회의 지적을 받아 영양플러스 보충식품 꾸러미에 유정란, 쌀, 감자 등 품목에 대해 지역친환경농산물을 쓰겠다는 자체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한정된 품목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이는 곧 저가 입찰 방식의 공급업체 선정의 구조적 방식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4회 기획 보도를 통해 완주군의 영양플러스 사업을 조명한다. 완주군보건소와 공공급식 센터가 어떤 논의를 거쳐 로컬푸드 공급이 이뤄졌는지 소개하며, 옥천군의 영양플러스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2017년까지 공개입찰로 영양플러스사업 보충식품 공급업체를 선정했던 완주군은 지난해부터 (재)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와 수의계약을 맺고 영양플러스 꾸러미를 취약계층 임산부와 영유아에 공급하고 있다. (사진제공: 완주군보건소)

'공개입찰' 방식 벗어나, 임산부·영유아에 지역 먹거리 제공하기까지

완주군 영양플러스사업은 2017년까지 조달청에 등록된 전라북도 업체들이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사업에 참여했다. 보건복지부 영양플러스 지침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을 평가해 계약을 맺은 것.

공개입찰 방식은 행정에 편의를 가져다 준다. 조건에 맞는 업체와 계약을 맺기만 하면 지침에 맞는 영양 식품들을 구비, 유통하는 전 과정을 해당 업체가 도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입찰 경쟁을 통해 들어 온 업체들이 여러 기관에 납품과 유통을 진행하고 있어 많은 물량을 싼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상품의 질 문제가 야기된다. 또 지자체가 입찰업체에 '지역 농산물을 써줄 것'이라고 권고한다 해도 유통 구조상 업체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완주군 역시 해당 시기에 이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동시에 이 시기는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업이 '공공학교급식센터'라는 컨트롤타워를 정착시켜 나가는 시점이기도 했다. 완주군은 2009년 로컬푸드 종합추진전략을 수립해 로컬푸드 사업의 기반을 조성해 나가는데 4년후인 2013년에 재단법인 형태의 '온고을로컬푸드공공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한다. 해당 공공급식지원센터는 △기획생산팀 △공공급식팀 △물류관리팀 △소분품질팀 등으로 나뉘어 완주군 로컬푸드 사업의 실무를 책임지게 된다.

공공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되자 완주군은 취약계층 임산부와 영유아가 보다 안전한 지역 먹거리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재단법인 형태를 띈 공공급식지원센터는 조달청에 등록할 수 없는, 다시 말해 공개 입찰 구조에서는 영양플러스 사업에 참여 할 수 없었다.

실제 센터가 설립됐던 2013년부터 영양플러스 사업에 관한 논의가 오갔지만 입찰 조건에 맞지 않아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시 로컬푸드 사업에 대한 박성일 완주군수의 의지가 컸다. 그렇기에 군과 완주군보건소는 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의 방법을 찾게 된다.

이는 완주군보건소가 '취약계층에 안전한 지역 먹거리를 공급해야 한다'는 가치에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건복지부 영양플러스사업 지침에는 '지역 현황에 맞춰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는데, 완주군보건소를 이를 활용해 공개 입찰 방식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한다.

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 공공급식팀 안경숙 팀장은 "이같은 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지자체장이 로컬푸드 사업에 가진 가치에 동의해 적극적인 행정을 편 결과라고 생각한다"라며 "비단 로컬푸드 관련 부서 뿐 아니라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해당 가치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완주군보건소 건강증진팀 최순례 팀장은 "완주군의 로컬푸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뒷받침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조라 본다"며 "지역 먹거리 체계 안에서 누구나 차별없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완주군이 임산부·영유아를 대상으로 구이면 원두현마을에서 '친환경 농산물 산지 체험'을 실시했다. (사진제공: 완주군)

 

▲ 완주군 보건소는 (재)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를 방문해 현장점검과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완주군 보건소)
 

 
■ 가공품 줄이고 제철농산물 늘리는 완주군 '영양플러스' 꾸러미

공공급식센터가 영양플러스사업을 맡게 되면서 보충식품의 질과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달라졌다. 우선 완주군보건소는 식품 꾸러미에 가공품 제공을 지양했다. 보통 임산부 패키지는 쌀, 김, 미역, 참치캔, 검정콩, 유정란, 오렌지 주스 등으로 구성된다. 완주군보건소에 따르면 오렌지 주스 등과 같은 가공품을 귤이나 제철 채소·과일류로 대체했다.

완주군보건소 건강증진팀 전수진 담당자는 "사시사철 가공품 제공을 지양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제철 농산물을 넣으려고 한다"며 "실제 지난해와 올해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대상자들의 평가가 더 좋아지고 있다. 공개입찰 업체가 보충식품을 공급할 때보다 나아진 수치다"라고 말했다.

완주군보건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영양플러스 사업 대상자는 154가구 200명에 이른다. 13개읍면 대상 가구에 공공급식센터 내 7명의 배송 기사가 2일에 거쳐 배송하고 있다.

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 공공급식팀 안경숙 팀장은 "완주에서 나는 농산물 뿐 아니라, 가공품 등도 일괄 센터가 맡고 있다. 보충식품 꾸러미를 배송할 때 식재료 뿐 아니라 검수 과정에서 많이 신경쓴다"며 "보건소 쪽에서 열의가 있기도 하고 저희도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모두에게 제공하자는 로컬푸드 사업의 취지에 동감하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건소와 센터는 지난해부터 영양플러스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식생활교육사업 역시 진행하고 있다. 그간 학교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교육을 영양플러스사업 대상자까지 확대한 것.

완주군보건소 건강증진팀 최순례 팀장은 "1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에는 음식 만들기 수업과 고구마 수확을, 올해는 감자 수확 체험을 진행했다"며 "또 보건소에서는 찾아가는 영양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완주는 지역 특성상 13개 읍면이 전주를 둘러싸고 있어서 보건소를 기점으로 모이기가 어렵다. 그 때문에 대상자 위주로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한편 완주군 영양플러스 사업에는 1억3천920만원 (국비50%, 도비10%, 군비40%가 투입됐다.

▲ 완주군보건소에서 영양플러스사업 보충식품업체 위생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완주군보건소)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박해윤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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