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철새들 이제는 거의 오지 않아

지난 12월 12일 오전 KTX를 타고 부산으로 급히 내려갔다. 4박 6일의 중국 계림 여행을 마치고 5시 반에 인천공항에 내리자 마자 집에 잠깐 들러 서울역으로 달려간 것이다. 이렇게 무리를 하여 부산으로 달려간 것은 이미 취재 약속이 되어 있어서이다.

▲ 과거에는 갯벌이었던 곳이 지금은 갯벌을 매립하여 공장들이 들어서서 철새들이 서직지를 잠식하고 있는 모습니다.
▲ 낙동강 하구 모래등들이 내려다 보이는 아미산 중턱에서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이주영 선생과 사진 한 컷을 기념으로 찍는다.

낙동강 하구 지킴이 전 대명여고 교사 '습지와 새들의 친구' 대표 박중록 선생을 '우리교육' 봄호에 취재를 해서 싣기 위한 것이다. 12시 경에 사무실에 도착하여 미리 와 있던 이주영 선생(전직 초등교사)과 함께 '습지와 새들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눈 후 박선생께서 차를 몰아 나와 이주영 선생을 낙동강 하구로 데리고 갔다. 먼저 식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점심은 낙동강 하구 손님들이 찾아오면 가는 곳인 '할매집'이다. 맛있는 점심을 잘 먹고, 박선생은 바로 뒷산, 백두대간이 끝나는 아미산 정상, 낙동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우리를 데리고 올라갔다.

▲ 탐조대에서 큰고니들이 노니는 모습을 망원카메라에 담고 있는 박중록 습새 대표
▲ 큰고니, 사람들은 백조라고 하는데, 이곳 낙동강 하구에는 과거에 3000여 마리나 몰려오던 곳인데, 지금은 먹을 것도 없고, 다리들이 놓여 차량 왕래가 많아져 이제는 철새들 숫자가 확 줄었다. 이날도 먹이를 주는 곳에 200여 마리의 큰고니들이 모여서 먹이를 먹고 있었다.
▲ 해질녘에 해는 부산신공항이 들어선다는 가덕도를 넘고 있다. 석양에 비친 낙동강 하구의 물빛이 참 곱다. 그렇지만 저 풍광도 저곳에 공항이 들어서면 다 꽝이겠지.

박중록 선생은 그곳에서 낙동강 하구 철새 이야기를 이것 저것 열심히 한다. 나야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환생교)을 박선생과 함께 하면서 전국 습지 투어를 할 때 이미 와 본 곳이라서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주영 선생한테는 생소한 곳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이주영 선생은 임란 때 왜군을 상대로 처음 교전을 했던 다대포를 찾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적이 다른 것이었다. 철새를 생각해서 오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중록 선생은 이야기 한다. "부산시가 이곳 아미산 정상까지 허물어서 이렇게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다. 참으로 개념없는 정책이다. 우리가 마구 항의를 하니까 일부 남겨놓고 그 자리에 이렇게 낙동강 하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지어놓은 것이다." 해질녘에 을숙도를 찾았을 때, 아미산을 올려다 보면서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아예 산위를 점령해 버렸군. 그것도 백두대간 혈이 멎는 곳을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개념없는 정책을 펴다가는 자연의 역습을 피할 수 없으리라.'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 이곳 탐조대 앞에는 큰고니들을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에 모며있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 있다면 갈대나 줄 등 각종 풀뿌리를 캐 먹으며 사는 것이 정상인데, 인제는 야생 조류도 사육을 하는 것이다.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약간 갈색을 띄는 것은 어린 새끼 새들이다.
▲ 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무서워서 새들이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새들과 사람들을 분리시키기 위하여 아왜나누와 같은 나무를 심고 대나무 등을 엮어서 사람과 새를 격리하고 있었다.

15~6년 전 환생교가 이곳으로 철새 탐방을 왔을 때만 하여도 낙동강 하구 둑이 있는 밑 바닷가와 모래등, 갈대 숲, 갯벌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철새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바닷물이 빠져 많은 모래등들이 드러나 있어도 철새들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야외망원경을 들이대고 내려다 보아도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일부 오리 종류들이 물가에 모여있는 것이 보이고, 많을 때는 3천 여 마리가 몰려온다는 '큰고니'는 몇 마리씩 띄엄띄엄 모여 전체 개체수는 얼마 되어 보이지 않았다.

▲ 을숙도를 파헤치고 부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들을 묻어놓아 섬이 높아진 곳에 전망대를 만든 모습이다. 서울 난디도 하늘공원과 비슷하다 하늘공원처럼 높지는 않지만...

이렇게 이곳에서 한참 내려다 보면서 박중록 선생은 낙동강 하구가 개발에 의하여 망가지는 모습을 설명해 주었다. 이 모든 것은 갯벌, 을숙도 등 철새의 보금자리들을 인간들이 뺏어버린 결과이다. 사람들은 새들의 것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든 역사의 현장이다. 사상구도 원래는 도시가 아닌 곳이었고, 아미산 바로 밑에 길게 늘어선 공장 단지도 전에는 갯벌이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낙동강 하구둑을 쌓고 명지대교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낙동강 하구에는 20개 가까운 다리들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한강과 같은 강의 길이에서 비교해 보면 낙동강 하구가 한강보다 다리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 과거에 분료를 처리하기 위해 저장했던 곳이다. 지금은 이곳을 녹화를 하여 그럴 듯하게 꾸며 놓았다. 서울 선유도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유도는 취수장이었다.

갈대밭과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하중도 을숙도에는 60~70년도에 쓰레기 매립장과 분료처리장을 건설하여 을숙도를 아예 망가뜨려놓고 이제는 용량의 한계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이렇게 을숙도는 쓰레기 매립장과 분료처리장을 만들며 얼마나 많은 차량들이 들낙거리고, 또 얼마나 많은 갈대밭들을 훼손했을까? 그러니 당연히 철새들은 서서히 이곳에 오질 않고 다른 곳을 찾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낙동강 하구 둑을 쌓고 다리를 놓고, 명지대교를 건설하여 차량통행이 많아지니 더더욱 철새들이 찾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부산에도 환경단체들은 있지만 낙동강 하구가 망가지는 것을 지키겠다고 발벗고 나선 단체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답답한 실정을 보다못한 박중록 선생은 '습지와 새들의 친구'라는 낙동강 하구 보존을 위한 단체를 만들어 명지대교 건설 반대 등 낙동강 주변 파괴에 대하여 사람들을 모아 계속하여 싸워온 것이다.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 또 가거대교라는 다리를 놓아 철새들을 다 쫓으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아내기 위하여 불철주야, 동분서주 하고 있는 박선생이 참으로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안스럽기도 하였다.

이제는 낙동강에 큰고니들이 온다해도 갈대 뿌리 등 풀뿌리를 주로 먹고 사는 고니들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락이나 감자 등을 먹이로 주고 있다고 한다. 그 먹이를 주워먹기 위하여 모여있는 큰고니들이 200여 마리를 을숙도 철새탐조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철새를 볼 수 있어 다행이라 해야 할지? 동식물이 살 수 없는 곳에 인간만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을 마구 파헤치다보면 그게 부메랑이 되어 인간도 함께 망가지고 죽어갈 것이다. 이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기에 딴 나라 이야기로 들릴까.  

▲ 이렇게 박중록 선생을 따라서 낙동강 하구와 가거대교를 놓는 다는 곳을 강변길을 따라 찾아다니다 보니 동녁 하늘에는 보름에 가까운 보름달이 도시의 불빛을 나무라기라도 하듯이 살짝 얼굴을 내밀며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편집 : 김태평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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