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밤

 

눈을 감았다.
시리고 시리게
아리고 아리게
다가오는 세월의 바람소리가 두려워

눈을 떴다.
하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해가 떠오른 거리의 질주가 두려워

하냥 섭섭해 오는 세월은
마냥 즐거울 수 없는 날들이다.
귀 기울여 바람소리를 듣는다.

12월의 밤,
멀리서 벗의 음성이 들려올까?
멀리서 그리운 사람의 음성이 들려올까?

기대에 찬 12월의 밤,
길을 잃은 길짐승처럼
들을 잃은 들짐승처럼
우리는 버려진 12월 어느 날 같다.

가버린 사람이 그림자를 몰고 온다.
금방 내 곁에서 서늘한 바람 같던 사람이
따스한 온기가 되어 바람 불어와 내 귓전에 울린다.
그리움, 그리움이 되어 울린다.

아, 방금 떠나간 듯 시린 그리움이
아, 금방 떠나간 4월 어느 날의 눈물이
산지사방에 폭설로 내리는 한반도
천지가 진동할 슬픔에 세월이 저무는
슬픔의 강, 산도 젖은
사무치는 그리움이 한반도에 넘치는 날이다.

[작가의 말] 12월의 밤처럼 시린 세월을 살면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히말라야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다. 슬픔을 슬픔으로 이기기보다 슬픔도 삶의 일부이고 고통도 삶의 일부로 견뎌내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의 참담함도 좀 견디고 싶어서다.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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