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문의 전화를 드렸더니 "오후 2시 넘어서 식당이 조금 한가할 때 찾아오라."는 사장님. 그 말씀대로 14일(목) 오후 2시 반쯤 찾아뵈었다. 서너 시가 지나가면 또 저녁장사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인터뷰하기 어려울테니까. 충정로역 2번 출구 앞 스타벅스 간판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빨간색 간판. 그 건물 1층에 사람냄새 물씬나는 분식집이 있다. 

<전통분식>. 주칠규(66) 김희자(60)부부가 운영하는 이 분식집에는 매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음악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만두를 빚는 주칠규씨때문이다. 굳이 노래하고 춤추면서 만두를 빚을 까닭이 있느냐는 물으니 "이건 모든 병을 다 고치는 보약이다.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손님들이) 먹고, 탈난다." 정감 있는 경상도 말이 돌아온다. 이곳은 활동가와 재야, 노동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4길 24호 '전통분식'
▲ 주칠규(66), 김희자(60)부부 주주

허름한 간판과 내부를 보고, '이런 곳이 맛 집이야'하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전통분식은 다르다. 주칠규씨가 장인정신으로 정성껏 만들어 내는 음식들은 아!'하는 탄성을 자아낸다. 칼국수, 수제비, 떡만두, 군만두, 열무냉면, 열무국수, 콩국수, 카레밥, 비빔밥뿐만 아니라 순대국, 순대곱창, 막창구이, 돼지 껍데기, 돼지 두루치기, 술국 등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메뉴도 많다. 취재 도중 지인들이랑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 시원한 열무냉면
▲ 직접 빚어서 구운 군만두
▲ 손님이 많아 일부러 식사시간을 피해서 왔다는 외국인

주칠규씨는 문익환, 백기완, 정동익, 김병걸, 송건호, 양성우, 이재오 등과 더불어 한겨레발기인으로 참여한 골수 한겨레인이다. 그가 즐겨 부르는 18번은 '님을 위한 행진곡', 바람은 "민족의 평화적 통일과 친일파 처단"이다. 조중동 구독자나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들한테는 "다음부터는 오지 말라"고 내쫓아 버린단다. 1965년 함석헌씨의 강연을 듣고, 사회현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투쟁현장의 제일 앞에서 한결같이 싸워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런 이력 때문에 공안당국에 끌려가서 여러 번 고초를 겪었다.

식당 이름을 '전통'이라고 지은 까닭을 물었더니 '전 세계를 통일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그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무엇으로 통일하고 싶으신데요?" 순간 멈칫하더니 곧 답을 내놓는다. 정신으로, 가치관으로 통일을 하고 싶다고. 늦은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식당 한쪽의 책장엔 그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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