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말이 니체를 미치게 하고, 공수처법이 윤석렬을 악몽에서 헤매게 만든다

1889년 1월3일은 니체가 미쳐버린 날로 알려져 있다. 그 날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마부가 말을 매질하고 있었다. 산책하다가 이 모습을 본 니체는 말의 목을 부둥켜안고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 이후 11년 동안 정신병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떴다.

2020년 1월은 윤석열에게는 악몽 같은 나날일 것이다. 윤석열과 검찰조직이 그토록 집요하게 방해하던 공수처법안과 수사권조정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에 맞춰 윤석열 라인은 좌천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검찰개혁법안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과 밀실에서 야합하고 수구언론과 한 통속이 되어 공수처법을 방해했지만 끝내 역사의 순리를 거스르지 못했다. 윤석열을 비롯한 검찰조직은 자신들이 국민들로부터 매를 맞고 있다고 느꼈을까? 그렇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니체처럼 미쳐버릴 지경일 테니 말이다.

말이 매질당하는 것을 본 니체는 순간적으로 그 말이 마치 자기 자신인 것 같은 착각을 했던 걸까? 매 맞는 말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연상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인해 자신에게 닥칠 자아분열과 정신분열을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윤석열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많지만 틀림없는 사실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가 철저히 반골기질이라는 것이다.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권력 앞에 굴종하지 않는 것이 그의 진면목이고 그의 본질이다. 사람을 따르지 않고 법에 따른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의 반골기질을 합리화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그의 착각과 오류이다. 법을 잣대삼아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들이대는 것은 검찰의 정의감을 표상한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 법 위에 검찰이 군림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데 윤석열과 검찰조직은 그 법 위에 자신들이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을 간직하고 있다. 치명적인 착각이고 명백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그가 영웅주의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의 핍박으로 촛불시민의 영웅이 된 윤석열은 문재인정부들어 검찰총장에 오르면서 그의 영웅주의를 완성하게 된다. 현 청와대와의 대결 밑바탕에는 그의 영웅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기독교적 가치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결국 자아분열을 일으켜 정신병동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이 신의 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위대한 초인 사상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초라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은 자신의 영혼을 팔아가면서까지 공수처법을 무산시키려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황교안이 왜 그렇게 광화문광장에 연일 출근했는지, 윤석열은 왜 그렇게 무리하게 조국을 권력형 범죄로 몰아세우고 청와대 하명수사의혹을 물고 늘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들은 박근혜 말기를 연상시키는 코스프레 연기를 하는 것이다. 마치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비견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면 국민들이 속아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에 빠진 것이다. 

매 맞는 말의 모습에 미쳐버린 니체를 생각하면서 윤석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왜일까? 그가 그만큼 촛불시민들의 신뢰를 받고서도 그 신뢰를 배신하여 국민들로부터 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수처법은 검찰에게 매질을 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법의 잣대가 아닌 자신들의 잣대로 국민 위에 군림하던 못된 검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뒤늦은 조치이기 때문이다.

니체는 정신의 세 단계 변화를 말했다. 맨 처음은 전통의 가치에 복종하는 낙타의 단계이며, 그 다음은 전통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사자의 단계이다. 다음에는 앞의 두 단계를 부정하며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어린아이의 단계이다. 니체는 사자의 단계까지는 도달했으나 마지막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같다. 그것이 니체를 미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윤석열은 평검사시절 낙타의 단계를 지나 이제 사자의 단계에 이르렀고 검찰총장이 됨으로써 사자의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는 낙타와 사자의 단계를 넘어설 때가 되었다. 공정과 정의보다 검찰조직에 충성하는 낙타의 정신을 내려놓고, 국민과 법위에 군림하려는 사자의 정신도 내려놓고,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검찰조직의 위상이나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그만 내려놓고 국민들을 위한 검찰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이다. 그 기회를 거부하고 끝까지 사자인 채로 남고자 하면 그가 니체처럼 미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현재의 윤석열은 그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만약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공수처법을 폐기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하고 있다면, 그나마도 이미 한 물 가버린 '영웅'은 한없이 초라한 종말을 맞이하며 역사 의 뒤안길로 쓸쓸이 사라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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