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는 내가 하늘 정원을 잠시 이탈한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내가 보호천사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럴만한 일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모짜르트가 나를 향해 밝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단군 시대의 조상과 만난 소회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네, 덕분에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명 깊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인물을 만났으니 이제는 천계에서 지정한 인물을 만날 차례다. 나는 모짜르트에게 사의를 표한 후 다음에 만날 천계의 인물이 누군지 물었다.

"천계에서는 세 명을 추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중의 한 명을 고르면 됩니다."

"그 세 명이 누구입니까?"

"그 세 명이 누구인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다음 세 개의 글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그 때 누구인지 밝혀질 것입니다."

세 명이 누군지 알려주고 내가 그 중에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이 한 말 또는 그들에 대한 글을 선택하면 그에 해당되는 인물이 선정되는 방식이다.

"왜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된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그들이 지상에 살 때의 이미지를 그대가 갖고 있기 때문이며 그 이미지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와전되었거나 편협된 시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짜르트가 정중하게 답변을 한다.

"다음 세 개의 글을 읽고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선택하면 됩니다."

모짜르트가 첫 번째 글을 읊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창조란 무엇인가? 동경이란 무엇인가? 별이란 무엇인가? 그 때 대지는 왜소해지고, 그 위에서 모든 것들을 왜소하게 만드는 종말의 인간이 날뛴다. 그 종족은 벼룩과 같아서 근절되지 않는다. 종말의 인간은 가장 수명이 길다. '우리는 행복을 발명해냈다.'라고 종말의 인간이 말하면서 눈을 깜박거린다."

▲ 세상의 종말과 천사

이 글은 종말론에 근거한 글일까? 그렇다면 이 인물은 종교적 인물일 것이다. 글이 확 내 마음에 와 닿기는 한다. 내가 생각에 잠기는 것을 지켜본 모짜르트가 잠시후 두 번째 글을 읊었다.

"자유롭고 높은 곳으로 그대는 가려하고, 그대의 영혼은 별들을 갈망하지만 그대의 사악한 충동 역시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그대의 들개들이 자유를 바라고 있으며 그대의 정신이 모든 감옥을 부숴 열고자 하면, 그대의 들개들은 지하실에서 기쁜 나머지 짓어대리라. 그러나 아직도 그대는 자유를 상상하면서 감옥에 갇혀 있다. 그렇게 갇혀 있는 자들에게 그 영혼은 영리해지지만, 또한 교활하고 비열해진다."

이것은 현대의 인간들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 인간의 영혼에 비수를 꽂고 있지 않은가? 이 인물은 철학자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표정을 살피던 모짜르트가 세 번째 글을 읊었다.

"카인의 후예여! 그대는 카프카처럼 살고 싶은가? 아니면 카사노바처럼 살고 싶은가? 둘 다 아니라고 답하지 말라. 그대는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실패한 자일지니. 그렇다면 모나리자의 미소는 일곱 귀신에서 벗어난 막달라마리아의 기쁨을 형상화한 것인가, 아니면 예수의 부활을 목도한 성모마리아의 환희를 묘사한 것인가? 모른다고 답하지 말라. 그대는 사랑과 지혜를 추구하는 대열에서 탈락할지니."

이 글은 무엇인가 사람의 심성을 자극하는 데가 있다. 누굴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는? 이 인물은 인간 심리를 꿰뚫고 있으면서 종교와 예술과 생사를 넘나드는 선각자적인 지혜를 갖춘 자가 아닐까.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 갈릴리의 모나리자

"이제 어느 글이 마음에 끌리는지 선택할 시간입니다."

모짜르트가 나를 재촉하고 있다. 어느 글이 가장 끌리는지 생각과 마음을 더듬어봐야 한다. 처음 두 개의 글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에 대해 사색을 하면 좋을 것이다. 반면에 마지막 글은 왠지 도전 의식을 갖게 하고 의문을 품게 한다. 카프카를 카사노바같은 자에 비교하는 자는 누구인가? 영원한 신비와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모나리자의 비대칭적 미소를 막달라마리아와 성모마리아의 반열에 올려놓은 자는 누구인가? 강한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 번째를 선택하겠습니다."

모짜르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인물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나의 질문에 모짜르트가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내가 예상했던 바와는 다른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듯이. 나를 바라보던 모짜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스라엘 왕이었던 솔로몬입니다."

"솔로몬의 판결로 유명한 지혜의 왕 솔로몬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혜의 왕 솔로몬에게 걸려든 것같은 예감이 든다. 어느날 모짜르트의 숫자에 말려들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나는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와 두 번쨰는 누구였습니까?"

"첫 번째는 조로아스터였고, 두 번째는 니체였습니다."

어쩌면 내가 솔로몬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조로아스터나 니체에게 잠시 심취한 적이 있긴 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아무려면 그들보다는 솔로몬이 백번 나을 것이다.                             <계속>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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