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18년 이어진 안내중·청산중고 통폐합 논란 지역 할퀴고 가
‘안내중발전협·행복교육네트워크 작은학교 살리기 분과’등 시도 활발
학교 근처 공동주택 지원·산촌유학·마을교육공동체·교육과정 변화 등
‘작은학교 관심 없는’ 군·도교육청 구체적 방법론 지원할 정책 만들어야

■ 글 싣는 순서

▶1회: '작은학교 살리자'는 구호대신 방법 찾아야 할 때

2회: 마을과 지자체가 함께 나선 서귀포시 풍천초등학교

3회: '방치' 아닌 '살리기'에 지원하는 강원도교육청

4회: 대안교육과정으로 살아나는 남해시 상주중학교

5회: 학교 살리기 주체로 우뚝, 진안교육협동조합

6회: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7회: 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2)

주 : ‘작은학교가 희망이다’

구호는 ‘방법’을 논의할 수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작아진 학교는 시도와 방향 없이는 계속 작아진다. 91년도부터 28년간 17개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주민들은 위기를 느꼈다. 학교가 사라지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지면, 더 이상 마을의 자생력을 갖기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성초(2014) 폐교 이후 주민들은 안내중 통폐합·청산중ㆍ고 통폐합 논의 앞에서 ‘작은학교가 희망이다’는 합의하에 통폐합으로부터 학교를 지켜내왔다. 자처해 토론회를 열었고, 교육청의 일방적인 진행방식에 항의했다. 지난해 발족된 안내중발전협의회는 그런 당위의 결과였다.

고민에는 걱정도 섞여있었다. 초기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이 제시한 방법론이 이제는 보편적인 혁신학교 문화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 20년 전 운동 방법이 지금 통할까 하는 마음들. 이미 <옥천신문>은 2010년 ‘공교육개혁, 작은학교가 희망이다’는 기획을 통해 공교육을 되살리고, 혁신교육을 받아들이며 달라지는 작은 학교들을 조명한 바 있다.

<옥천신문>은 9년이나 지나온 지금 <교육 4주체가 살린 작은학교> 기획보도를 통해 2010년 이후 진행됐던 ‘작은학교 살리기’ 사례를 찾고, 다양한 주체가 만들어낸 방법들을 알아볼 예정이다. 폐교 위기까지 치달았던 학교들이 다시 살아나는 데에는 교육청ㆍ학교ㆍ지역주민(학부모)ㆍ지자체 여러 주체가 움직였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기획보도는 총 7회로 진행되면 첫 회는 옥천군과 충북교육청의 작은학교 지원정책의 현 실태와 군내 작은학교 상황을 진단한다.

 

'22개중 15개'

군내 '작은학교' 개수다. 읍내 중심지 큰학교를 제외하고는 면단위 학교들은 모두 '작은학교'에 속한다. 6학급 이하인 작은학교에는 △삼양초 △죽향초 △장야초를 제외한 모든 초등학교들이 해당된다. 이에 덧붙여 △이원중 △청산중 △안내중과 △청산고 역시 작은학교로 보고 있다. 군내 학교 절반 이상이 작은학교에 해당하는 셈이다.

2016년과 2019년 전체 학교 수 차이 추이를 보면 학생수 감소는 극심하게 드러난다. 초등학교의 경우 14개교 중 5곳을 제외하고는 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특히나 증약초 대정분교와 동이초 우산분교는 학생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각각 전교생이 16명에서 7명으로, 29명에서 16명으로 절반 이상 혹은 가깝게 줄어들었다.

청산초는 2016년 5월 기준 86명이었던 학생 수가 올해 61명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안내중 역시 2016년에는 전교생 27명으로 현재보다 2배 이상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다녔다. 학생수 감소라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에 작은학교는 큰학교보다 2배는 빨리 달렸다. (<표1> 참고)

<2016년/2019년 학생수 비교>

 

▲ 18년 초, 청산중고 통폐합 논란이 청산을 할퀴고 갔다. 주민들과 학부모, 동문들은 도교육청의 갑작스러운 통폐합 추진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사진은 주민설명회 당시 통폐합 기표소 모습.
▲ 주민들은 청산중고 통폐합이 폐교의 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주민들은 나서서 도교육청의 통폐합 시도를 저지했고, 마을 곳곳에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 지역 휩쓸고 갔던 ‘통폐합 논의’

도교육청에 따르면,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학교의 경우 '과소규모학교'로 분류된다. 군내 '과소규모학교'는 △안남초 △대정분교 △안내중 △우산분교 등이다. 교육부는 해당 과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해 '적정규모'학교로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최소 40억원에서 최대 110억원의 예산을 지급한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도교육청은 '적정규모'라는 이름하에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통폐합 시도를 '학생재배치'로 일컫지만, '통폐합'이 이름만 바꾼 모양새라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곳곳에서 반대의사를 밝힌다. 현재도 청주 가경초 이전을 둘러싸고 구도심과 신도심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청산중고 통폐합과 안내중 통폐합 논란 당시 교육청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학생수를 감안해 적정규모로 통폐합을 제안했다. 지역주민과 학부모의 반대로 추진은 무산됐지만, 그때의 기억은 주민들에게 '마을에 학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한 차례 논란이 지났고, 지역에서는 '작은학교 살리기'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안내중은 자체적인 노력으로 안내중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안내중 살리기'에 돌입했다.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는 상주 내서중·완주 삼우초 등을 견학하며 '작은학교 살리기' 선진지를 견학했다.

안내중발전협의회 박인현 회장은 "이번 수학여행을 다녀온것도 영어 특성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추진을 했던 것이다"라며 "안내중은 드론이나 영어와 같은 특성화 교육과정으로 '작은학교 살리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는 작은학교 살리기 분과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한 견학에 떠났다. 사진은 '작은학교 살리기' 견학 단체사진

 

공동주택·산촌유학·마을교육공동체 다양한 논의 나오는데 정작 지원 ‘막막’

현재 충청북도교육청의 작은학교 관련 정책은 △찾아가고 싶은 농산촌 특색학교 △공동학구제 뿐이다. 교육경비를 지원하지 않는 옥천군의 작은학교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나 지역에서 요구가 나오는 학교 옆 학령기 아동들을 위한 공동주택지원은 없다.

동이초 김이태 교감은 "근처에 집이 없어서 못 오는 친구들이 꽤 많다"며 "학생 교육을 위해 이사를 결심할 수는 있지만, 큰 돈을 내어가면서 집을 사서 올 가족들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 이런 현실에 학교 근처 공동주택에서 싼값에 임대가 된다면 학교 교육활동을 배우며 지역을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 동이초의 경우에는 2019학년도에 삼양·장야·죽향의 읍내 큰학구와 일방향공동학구제로 묶이면서 전입생이 2명 늘었다. 일방향공동학구제는 큰학구에서 작은학구로의 전입만이 가능하고, 작은학구에서 큰학구로의 전입은 불가능한 제도이다.

마을돌봄을 통해 '작은학교'로의 전입을 모색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향수뜰권역 박은경 사무장은 "돌봄이 엄청 크다, 큰학교에서는 학원 뺑뺑이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맞벌이의 경우 돌봄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마을공동체가 있다면, 인구유입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북면 역시 규제로 인해 집을 구해 이사오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부분도 지적했다.

박 사무장은 "그런데 집이 있으면 이사를 꿈꿀수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가 문제다"며 "집값도 비쌀뿐더러, 괴산같은 곳을 보니 권역사업으로 공동주택을 만들어서 학교를 중심으로 학령기 아동 가족들을 구하더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강제적 통폐합 없다" 소극적 살리기ㆍ군, '작은학교' 먼 이야기

상황이 이렇지만, 도교육청과 군의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교육을 '교육청의 것'으로 치부하는 군과 '강제적인 통폐합은 없다'는 소극적인 정책으로만 일관하는 도교육청이 있기 때문. 안내중은 통폐합 대상 학교로 분류돼 시설투자도 어려운 실정이다. 도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학교 통폐합 역시 '학생 재배치'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신도시에 학교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재배치'의 개념이라고 선을 긋는다.

도교육청 기획조정팀 최종홍 장학관은 "늘 말했듯이, 강제적인 통폐합은 하지 않는 것이 도교육청의 방침이다"며 "학부모님들의 70%이상의 통폐합 의사가 없다면, 통폐합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학교 살리기가 다른 학교 지원하는 정책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진행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은 △소규모학교 특색사업 △공동학구제 지정 등이 전부다. 도교육청이 진행하는 소규모학교 지원사업은 최대 5년간, 8천만원 가까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경쟁률이 높아 작은학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는 어렵다. 군은 작은학교 살리기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교육청의 적극적인 제안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평생학습원 정지승 원장은 "작은학교 살리기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지만, 교육청의 적극적인 제안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교육의 경우는 교육청이 해야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도교육청과 군의 사고방식에 답답한 것은 주민들뿐이다. 주민 A씨는 "학교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엇인가든 해야한다"며 "단순히 '살리자'는 의견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지혜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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