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말판 (필명 -김 자현)

<김 자현의 詩 사랑방 - 네 번째 시>

 

 

 

 

 

 

 

정월이라 명절날 동창들 모였으니 걸판지게 윷 놀아보자

머리 희끗 초등생들 왁자지껄 멍석을 깔고

네 개 윷가락 더덩실 춤을 춘다

걸 나오면 개를 잡고 모 나오면 모퉁이를 돌자

또 모가 나오면 저눔을 잡을텐데 으랏차차-

쌍 윷 놓고는 오늘도 운 좋게 줄행랑이다

여자애들 고무줄 끊던

웬수 같은 저눔 저거 이름이 뭐더라

말판이 달린다 왕년 릴레이선수 광숙이가 달린다

충청도 갱상도 전라도 깨복쟁이 친구들 동창회 한다

 

다단계 걸려 함정에 빠졌다 뒷걸음치다 달려온 말판

삶이라는 엇박자에 넘어지고 자빠져 코도 깨지고

펄쩍 건너뛰는 생의 징검다리 징하게 미끄러

눈깜짝할 새가 물어간 살빛 고운 시간들

쉼 없이 열리고 닫히던 인생이란 경첩에 끼어

속수무책 삭아버린 얄미운 청춘들

덕석 같은 세월 앞산이 받아칠 때 멍석보다 두꺼운

이쁜이 넉살에 뒷산 흔들린다

중년 마당이 빙빙 돈다 윷놀이 멍석 빙빙 돈다

성도 몰라 얼굴도 몰라 동창이라는 외간 남자와

불어터진 수제비 같은 여자들

계절을 던진다 고향을 던진다 아직 바람 차구나 으랏차차!

 

 

 

 

 

 

 

해설----------------------------------------------------------------------------------------------

시골마을로 이사 오고 나서 도시에서는 못 보던 명절 풍경이 조금은 이채로웠죠. 흡사 인생을, 열심히 달려온 말판에 비유하고

머리 희끗한 중년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훈수 두고들 하는 장면을 구수하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수십 년만에 참석하는 이쁜이가 엎어지고

자빠지며 건너 온 인생의 강은 그녀를 멍석보다 두껍게 만들었습니다. 도시인에게는 벌써 잊혀져 가는 문화이고 시골도 점차 사라지는 우리의 습속들 속에는 스러져 가는 기억 속에 우리의 모습이, 안타까운 우리 선친들의 모습이 얼비치고 있었습니다. 그리운 목소리들 들려오는 듯한 명절의 마당을 엿보았습니다.

모든 선생님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승원 주주통신원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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