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표민대화의 내용을 살펴보자. 19세기 중엽 순천 어부 11명과 해남 상인들이 일본 땅에 표류해 갔을 때 조선인과 일본의 전어관(傳語官; 통역을 맡아 하던 벼슬아치) 사이에 이뤄진 대화 내용을 적은 것이 표민대화다. 이 책에 배와 관련된 명칭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들만을 골라봤다.

▶배를 가리키는 어휘
어선(御船), 대선(大船), 도해선(渡海船), 벌선(筏船), 도선(舠船), 소선(小船), 신행사선(信行使船), 부선(夫船), 원선(元船), 일본선(日本船), 전선(戰船), 조선(朝鮮)배, 표류선(漂流船), 해적선(海賊船), 호송선(護送船), 예선(曳船) 등이 있다. ‘예선’은 오늘날의 예인선(曳引船)을 뜻하는 단어로, 당시에도 예인선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배의 부재별 명칭
다음 명칭 중 괄호 안의 것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江다리(강드레), 개롱(고부랭이, 옥개롱, 늑골), 고물(선미), 고물대(고물돛대, 뒤 돛대, 허리돛대), 고물 돗(선미 돛, 허리 돛, 뒤 돛), 길널(골널), 노저지(노좆), 니물(이물, 선수), 니물대(이물 돛대, 앞 돛대, 양호 돛대), 노족목(櫓足木), 닷, 닷가지, 닷줄, 마로줄(돛대를 잡아주는 줄, 총줄, 모리줄), 쇠닻(철닻), 용승(龍繩, 도르래 줄, 용두 줄), 철정(鐵碇, 쇠닻), 타목(柁木, 치나무), 타판(柁板, 치분), 통문(通門, 배의 맨 뒤쪽), 고드래(椽木, 서까래), 활죽(弓竹), 연훈(煙燻), 거인木 등이 있다.
‘거인목’은 ‘고임목’이다. 10여m 정도의 큰 배를 연훈 할 때는 배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고여야 하는데, 이때 거인목을 사용한다.

이 밖에도 각종 줄의 종류에 대해서도 기록돼 있다. 닻에 매인 줄을 닻줄이라 하고, 배에서 육지로 매는 줄을 버리줄(고물줄)이라고 한다. ‘닻버리’는 닻줄과 버리줄을 묶어서 표현하는 말이다. 줄의 종류로는 짚줄(볏짚으로 만든 줄), 종려(棕梠), 산마(山麻), 열마(熱麻) 등이 있었다.

부재의 명칭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조선 시대인 1900년대에 일본인들이 조선 8도의 어선을 조사해 발간한 ‘어선조사보고서’란 책이 있다. 이 책에는 도별 배의 부재 명칭과 도면이 나타나 있다. 대불대학교 박근옹 교수가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한 바 있다.

▲ 조선 시대 배의 부재별 명칭 (출전: 어선조사보고서)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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