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파밭에서

          권말선
 

겨울도 한겨울인 파밭
쪼끄맣게 늘어선 대파는
누렇게 쳐진 잎 다 재우고
한 잎의 초록만 밀어 올려
태양을 향해 발돋움합니다
아가손 뻗어
한 줌씩 햇살 따다
뿌리에게 전해줍니다
추울수록 더 향긋하자고
모자랄수록 더 달큰하자고
어두울수록 더 뽀얗게 웃자고

한 잎의 초록으로
태양과 교신하며
한 줌의 햇살도
허투루 쓰지 않고
겨울을 버텨내는
파, 그처럼 우리도
봄을 향한 발걸음
차곡차곡 내 딛으며

두려워 말자고
야물게 먹은 마음
느슨해지지 말자고
태양을 바라며
다짐합니다

붉은 저 태양의 다른 이름은
사랑!
감히 짐작 다 못할 따사로움
과거와 미래
울음과 웃음
땅속과 우주
모두 품어 줄 넉넉한 사랑
어디까지나 닿을 수 있을
언제까지나 모자람 없을
사랑, 사랑입니다

겨울도 한겨울
손 내민 한 잎의 초록에게
따스한 사랑 스미어
뿌리까지 데웁니다
긴 겨울 웅크렸던
가난도 쓰라림도

달래지고 나으라고
누렇게 사그라들던 잎들
푸르싱싱 되살아나라고
감싸줍니다
안아줍니다

아, 견디고 이기고 살게 하는
생명의 원천
피어나고 환해지고 웃게하는
너그러운 자양분
손잡고 함께 나아가라 다독이며
힘이 되어주는 사랑!
그 사랑 우러르고
그 사랑 닮아보려
파밭으로 들어가
파곁에 앉아봅니다
나도 한 잎

초록의 파가 됩니다
 

▲ 사진 출처 : 다음 이미지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권말선 주주통신원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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